"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박대통령의 말이에요. 차라리 "현 역사 교과서는 좌편향되어 우리 역사를 균형있게 가르치지 못하게 되어있다.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했으면 학술적 논쟁이라도 일으켰을텐데, 이 발언은 그것도 아니고 '혼' '비정상'같은 개념이 모호한 말로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언급했기에 잡음만 일으켰죠. 당시는 대통령이 왜 그런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됐죠. 무속 신앙을 가지고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평했기에 그랬던 것이죠.
'자국 역사 무지 = 혼이 없는 인간'이라고 보는 인식은 박은식 선생의 '역사 = 혼' 인식과 일면 비숫한 점이 있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인식이에요. 박은식 선생의 인식은 독립을 위한 정신 자세를 주장한 것이지만 박대통령의 인식은 (신의) 피조물로서의 자격 없음을 주장한 것에 가깝거든요. 오늘 날 누가 역사를 모른다고 혼이 없다고 말하나요(말할 수 있나요)? 무식하다고는 할지언정.
역사는 현재를 기점으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사실의 해석이기에 역사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비판 의식'이죠. 따라서 좌편향, 우편향, 중도의 관점을 가진 역사 교육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혼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역사 교육은 있을 수 없어요. 대통령의 발언은 무지한 발언일 뿐이에요.
그런데 이런 무지한 발언을 동력으로 만들어진 국정 교과서가 배포를 눈앞에 두고 있죠.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사진의 한자는 혼(魂)이라고 읽어요. '넋'이란 의미예요. 다 아시죠? ^ ^ 이따끔 젊은이들 취향의 자동차에서 보게 되는 문자 디자인이에요. 전 이 디자인을 볼 때마다 좀 섬뜩해요. 이상하게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구호인 '대화혼(大和魂)'이 떠올라서요. 게다가 무속 신앙을 가진 대통령의 '혼 운운' 발언까지 떠오르니 그 정도가 더 심해졌어요. ㅠㅠ
魂은 鬼(귀신 귀)와 云(雲의 초기 글자, 구름 운)의 합자예요. 사람의 신체를 떠난 넋이란 의미예요. 鬼로 뜻을 표현했어요. 고대 중국에선 사람이 죽으면 혼백이 신체에서 떠나는데 혼은 양기가 되어 하늘로 가고 백은 음기가 되어 땅으로 간다고 믿었어요. 云은 음을 담당하면서(운→혼)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구름이 하늘 위에 있듯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것이 혼이라는 의미로요. 넋 혼. 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靈魂(영혼), 魂飛魄散(혼비백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대통령이 최순실 관련 검찰 조사를 안받고, 중립적인 특검만 받겠다고 했다죠? 특검은 야당에서 추천하기로 돼있으니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렵죠. 중립적인 특검만 받겠다는 것은 곧 특검도 받지 않겠다는 말이죠. 본인이 국민 앞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으며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하고는 자신의 말을 헌신짝 버리듯이 하는 대통령. 이런 경우에는 정말 '혼이 비정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