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너의 마지막 날인 것 처럼 살아라!"

 

  한 집에서 하숙하던 어느 대학생 형 방에 붙어있던 문구예요. 그 형은 두 동생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 늦게까지 공부하며 잡담도 별로 안했어요. 그 형이 생각한 '마지막 날인 것 처럼 사는 것'은 '성실히 생활하자'는 것에 다름아닌 것 같더군요. 80년대 초반의 일인데, 그 형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흔히 삶의 교훈으로 전해지는 말들은 단편적인 경우가 많아 그 본의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요. "오늘이 너의 마지막 날인 것 처럼 살아라!" 역시 마찬가지예요. 대학생 형은 이 말을 '성실히 생활하자'는 의미로 해석했지만, 달리 해석할 여지도 있어요. '즐겨라!'로 해석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대학생 형의 한 동생은 형과 달리 그다지 성실하지 않았어요. 그 동생은 형과 달리 "오늘이 너의 마지막 날인 것 처럼 살아라!"를 '즐겨라!'로 해석했던 것 같아요. 그 동생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사진은 '강산만고주 인물백년빈(江山萬古主 人物百年賓)'이라고 읽어요(즐겨 가는 중국집에서 찍었어요. 숟가락 봉투)."강산은 만고의(영원한) 주인이요, 인물은 백년의(잠깐 동안의) 손님이라네"라고 풀이해요. 삶의 덧없음을 읊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시구를 꼭 '삶의 덧없음'으로만 해석할 필요 있을까요? '삶의 자유로움'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주인인 강산은 고정되어 있어 부자유스럽죠. 그러나 객인 사람은 움직이기에 자유롭죠. 한 발 더 나아가 볼까요?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정체되어 있는 것이고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죠. 반면 자유롭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변화한다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죠. 삶의 자유로움을 넘어 발전 가능성까지 나아간 것은 다소 견강부회한 감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구절을 '삶의 덧없음'으로만 보는 것은 좀 아쉽다는 거예요. 무엇보다 이 시구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단편 시구잖아요? 님은 이 시구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낱 글자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낯선 자 두 자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江山萬古主    강 강/ 뫼 산/ 일만 만/ 옛 고/ 주인주

人物百年賓    사람 인/ 만물 물/ 일백 백/ 해 년/ 손님 빈

 

은 牛(소 우)와 勿(말 물)의 합자예요. 만물이란 의미예요. 만물 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두드러진 큰 대상이 소이기에 牛로 뜻을 표현했어요. 勿은 음을 담당해요. 만물 물. 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生物(생물), 物件(물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宀(집 면)과 一(병풍의 의미)과 人(사람 인)과 貝(조개 패)의 합자예요. 예물[貝]을 가져온 사람으로, 주인[人]이 실내[宀]에 있는 병풍[一] 바깥에서 맞이하는 이란 뜻이에요. 손님 빈. 賓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主賓(주빈), 貴賓(귀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物 만물 물   賓 손님 빈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主(   )   生(   )

 

3. 다음 시를 읽고 풀이해 보시오.

 

   江山萬古主   人物百年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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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棗, 대추) · 율(栗, 밤) · 이(梨, 배) · 시(枾, 감).

 

제사와 차례상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과일이죠. 이 과일 이름들의 공통점 - 글자 형태상 - 은 나무[木]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에요. 열매의 종류가 어떤 것이든 공통점은 나무이기에 나무[木]를 집어 넣어 글자를 만든 것이지요. 나무[木]이외의 글자들은 그 글자의 음을 나타내거나 혹은 음과 뜻 일부분을 담당하죠. 이렇게 한 글자는 뜻, 한 글자는 음 혹은 음과 뜻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형태로 구성된 한자를 '형성(形聲)'자라고 부르죠. 한자의 7할 이상이 형성자로 되어 있으니 낯선 한자를 만났을 때 알고 있는 어떤 한자가 들어 있다면, 그 글자로 낯선 한자의 뜻이나 음을 추측하면 적어도 50% 정도는 맞을 확률이 있지요.

 

자, 여기서 문제. 사진에 나와 있는 왼쪽 한자의 뜻과 음은 무엇일까요? 참고로 왼쪽 한자를 구분하면 木(나무 목)과 留(머무를 류)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러면 일단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겠죠? ① 이 글자의 음은 '목' 아니면 '류'일 것이다. ② 이 글자의 뜻은 '나무' 아니면 '나무의 한 종류'이거나,'머무르다' 혹은 '머무는 것과 관계있는 어떤 의미'일 것이다.

 

답은 '석류 류'예요. ①과 ②에서 각각 50%의 확률을 점쳤는데 그대로 맞은 셈이에요. 낯선 한자를 만났을 때 이렇게 추측하며 익히면 한자 익히기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겠죠?

 

사진은 유남(榴南)이라고 읽어요. 원룸 건물 이름인데,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건물주의 아호 같기도 하고 본인만이 아는 조어(造語)같기도 하고…. 저 같이 한자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대부분은 그저 금빛 찬란한 글자 정도로 밖에 치부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굳이 궁벽한 글자로 이름을 달지 말고 쉬우면서 의미있는 글자로 이름을 달았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건물 이름의 의미를 알지 못해 이름에 들어있는 한자의 구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봤어요. ^ ^

 

한자를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木(나무 목)과 留(머무를 류)의 합자예요. 석류라는 의미예요. 석류가 목본과 식물이기에 木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留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씨가 돌맹이 같아서 삼키지 못하고 입 안에 머물러 두게 되는 과일이 석류란 의미로요. 석류 류. 榴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石榴(석류), 榴散彈(유산탄, 속에 무수한 작은 탄알을 넣어서 만든 대포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술이나 낱알을 보관하는 용기를 그린 글자예요. 후일 暖(따뜻할 난)과 음이 유사하여 따뜻하다란 의미로 쓰이다가, 태양이 남방을 지났을 때 하루 중 가장 따뜻하기에 남방이란 뜻으로도 사용하게 되었지요. 지금은 남방이란 뜻으로 주로 쓰이지요. 남녘 남. 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南北(남북), 南方(남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榴 석류 류   南 남녘 남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北   石(   )

 

3. 독특한 건물 이름을 알고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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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물가에 서서 말씀하셨다: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잠시도 쉬지 않는구나(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말이에요. 주희는 이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고 있어요: "천지의 조화는 갈 것이 지나가면 올 것이 뒤를 이어 한 순간의 멈춤도 없다. 그것이 바로 도체(道體)의 본연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리켜 나타내기 쉬운 것으로써 흐르는 시냇물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를 들어서 사람에게 보인 것이다. 이는 배우는 자가 때때로 성찰하여 터럭만한 간단(間斷)도 없게 하고자 함이다." (인용문 출처 : 김도련, <주주금석 논어>, 271쪽)

 

자연에서 삶의 교훈을 배우는 것은 동양의 오랜 전통이죠. 공자 역시 흐르는 물을 보면서 삶의 교훈을 배웠을 거예요. 그런데 공자가 한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그저 끊임없이 흐르는 물의 생리를 말했을 뿐이기 때문이죠. 주희는 성리학의 관점에서 공자의 말을 풀이 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른 각도에서 이 말의 의미를 풀이할 수도 있을 거예요. 예컨데 삶의 무상(無常)함을 탄식한 것이라는 의미로요.

 

사진은 윤봉길 의사의 시예요.

 

목계일곡수(木溪一曲水)   목계(시냇물 이름) 한 구비

수덕원자류(修德源自流)   수덕(수덕사가 있는 곳) 수원에서 흘러 왔다네 

척오신오예(滌吾身汚濊)   탁한 내 심신 맑게 씻어 주나니

무진격천추(無盡格千秋)   끊임없이 무궁토록 흐르리

 

윤봉길 의사의 생가터 주변에 목계(木溪)라는 시내가 있는데 이 시내를 두고 지은 시예요. 시를 읽어 보면 공자의 말이나 주희의 주석과 통하는 면이 있어요. 끊임없이 흐르는(흐를) 물을 말한 점은 공자의 말과 통하고, 근원과 수양을 말한 점은 주희의 주석과 통해요. 윤 의사는 서당에 다니며 사서삼경을 배웠어요. 그렇다면 필시 주희의 <논어집주>를 읽었을 터이고 - 전통적으로 서당에서 읽는 <논어>는 주희가 주석을 단 <논어집주> 였어요 - 그것이 체화되었다가 무의식중에 발현된 시가 아닐까 싶어요. 

 

윤봉길 의사하면 폭탄을 던진 열혈 투사로만 기억하기 쉽죠. 그러나 그것은 그가 역사에 빛을 발한 순간의 모습일 뿐이죠. 빛을 발한 순간 이전에 더없이 긴 평범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거예요. 그 시간들이 역사에 빛을 발한 순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죠. 위 시는 윤봉길 의사가 더없이 긴 평범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보여주는 시예요.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자신을 끊임없이 순결(純潔)하게 다듬었기에 오욕(汚辱)의 존재들을 응징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거예요.

 

 

낯선 한자를 몇 자 살펴 볼까요?

 

은 氵(물 수)와 條(곁가지 조)의 합자예요. 씻는다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條는 음을 담당하면서(조→척)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곁가지는 바람을 맞으면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씻을 때는 물체가 그같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의미로요. 씻을 척. 滌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洗滌(세척), 滌去(척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물 수)와 亐(어조사 우)의 합자예요. 더럽다라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亐는 음을 담당하면서(우→오)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亐는 본래 기운을 밖으로 토해 낸다는 의미예요. 그같이 가까이 하지 않고 멀리하는 것이 바로 더러운 것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어요. 더러울 오. 汚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汚染(오염), 汚物(오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歲(해 세)의 합자예요. '흐리다, 더럽다'란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歲는 음을 담당하면서(세→예)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해가 바뀌어도 깨끗해지지 않을 정도로 흐리다/더럽다란 의미로요. 穢와 통용해요. 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濊土(예토, 이승), 濊語(예어, 욕지거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 목)과 各(각각 각)의 합자예요.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란 의미예요. 木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各은 음을 담당하면서(각→격)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가지는 가지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제각기 무성하게 자랐다란 의미로요. 지금은 주로 '이르다, 바로잡다'의 의미로 사용하는데, 이는 본 의미에서 연역된 거예요. '최고의 성장점까지 이르다, 제멋대로 자란 것을 바로잡아 주다'란 의미로요. 이를 격. 바로잡을 격. 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格物致知(격물치지), 格心(격심, 바른 마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滌 씻을 척   汚 더러울 오   濊 더러울 예   格 이를 격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物致知    (   )土   洗(   )   (   )染

 

3. 다음 시를 읽고 풀이해 보시오.

  

   木溪一曲水   修德源自流   滌吾身汚濊   無盡格千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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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버지는 길을 떠나기 앞서 곤히 잠든 어린 자식들과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남기고 가는 것은 아닌가?" 다시 한 번 그들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순간 그는 오치서숙(烏峙書塾)에서 장원했던 자신의 시를 떠올렸다.

 

不朽名聲士氣明(불후명성사기명)   썩지 않을 이름으로 선비 기개 밝으니

士氣明明萬古晴(사기명명만고청)   선비 기개 밝고 밝아 만고에 해맑도다

萬古晴心都在學(만고청심도재학)   만고에 맑은 마음 배움에 달렸으니

都在學行不朽聲(도재학행불후성)   배워 행함 속에 썩지 않을 이름 있네. (번역: 정민, '한시 미학 산책' 304쪽)

 

"그래, 나는 나의 배움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이 길을 떠나는 것이다. 아이들아 그리고 아내여, 너무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 미안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언젠가는 나를 이해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젊은 아버지는 마음을 추스리고 방문을 조용히 열었다. 밖은 어둠에 쌓여 있었다.

 

사진의 시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인 충의사에서 찍은 거예요. 그가 서당을 다닐 때 지은 시라고 하더군요. 웬지 홍구우 공원 의거 전조를 알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언어는 주술성을 띈다고 하잖아요?

 

윤봉길 의사가 돌아간 나이는 25살 이에요. 그에게는 이미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있었어요. 그들을 두고 집을 떠날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자신이야 대의(大義)를 위해 집을 떠난다지만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몹쓸 짓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들에게 가해질 생활고와 일제의 탄압을 생각하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때 문득 떠올린 것이 이 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하여 가상의 이별 장면을 그려 봤네요.

 

윤봉길 의사의 시는 첩자시(疊字詩)예요. 각 구절의 끝 세 글자가 다음 구절에 그대로 반복되고 있죠. 얼핏보면 쉬워 보이지만 운과 내용의 완성도를 고려하면서 반복 구절을 써야 하기에 결코 쉬운 형식의 시가 아녜요. 윤봉길 의사의 시문 실력이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라고 할 수 있어요.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木(나무 목)과 丂(공교할 교)의 합자예요. (나무가) 썪었다란 의미예요. 木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丂은 음을 담당하면서(교→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는 본래 기운이 올라가다 위에서(一) 막힌 것을 표현한 글자였어요. 여기서는 이 의미로 사용됐죠. 즉 기운이 올라가다 위에서 막힌 것과 같이 성장이 막힌 것이 썩은 나무란 의미로요. 썪을 후. 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不朽(불후), 朽廢(후폐, 썩어서 쓸모없게 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耳(귀 이)와 磬(경쇠 경)의 약자가 합쳐진 거예요. 경쇠가 울릴 때 나는 것처럼 분명하고 확실하게 귀를 통해 들리는 그 무엇이란 뜻이에요. 그게 무엇이겠어요? 소리지요! 소리 성. 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音聲(음성), 聲量(성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夝으로 표기했어요. 夝은 夕(저녁 석)과 生(星의 약자, 별 성)의 합자예요. 비가 개인 후 저녁 하늘에 별이 보인다는 의미예요. 이 의미를 줄여 '개다'로 사용했어요. 갤 청. 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晴天(청천), 快晴(쾌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阝(邑의 약자, 고을 읍)과 者(渚의 약자, 물가 저)의 합자예요. 수도란 의미예요.  阝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者는 음을 담당하면서(저→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수도는 물가를 띠고 형성된다는 의미로요. 도읍 도. 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都市(도시), 都農(도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朽 썩을 후   聲 소리 성   晴 갤 청   都 도읍 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音(   )   (   )農   快(   )   不(   )

 

3. 다음 시를 읽고 풀이해 보시오.

  

   不朽名聲士氣明   士氣明明萬古晴   萬古晴心都在學   都在學行不朽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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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4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이 이 사회에 인정받고, 훌륭한 업적들이 오래오래 전해져야 하는데, 가면 갈수록 그들의 이름이 무관심으로 인해 썩어 잊히고 있습니다. 정작 생각이 썩은 사람들을 잘 살아가고요.

찔레꽃 2017-01-24 15:40   좋아요 2 | URL
그렇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ㅠㅠ
 

<이미지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1&aid=0008916476&sid1=001>

 

 

이순신 - '신화'가 된 인물이죠. 그래서 그럴까요? 그에 관한 뭔가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초미의 관심사가 되죠. 최근에 이순신 연구가인 노승석 씨가 이순신의 장계 초안을 발굴하여 화제가 됐죠. 특히 그 안에 있는 '금토패문(禁討牌文: (일본군) 칠 것을 금하는 패문)' 전문이 관심을 끌었어요. 금토패문은 이순신을 분노케 했던 명군의 지시 전달서죠. 그간 일부 내용만 전해져 전문이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을 풀게 된 거예요.

 

사진은 이번에 발굴된 이순신의 장계 초안이에요. 정확하게는 중간 분류선 후반부만 이순신의 장계 초안이고, 전반부는 다른 이의 글이에요. 장계 초안이 들어있는 기록물은 정탁의 '임진기록'인데, 이 안에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다른 이의 글도 들어 있거든요.

 

그런데 사진에서 아쉬운 점은 금토패문 내용이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사진을 제공한 측이나 기사를 쓴 분이 신경을 덜 쓴 것 같아요. 아쉬운대로 한 번 읽어 볼까요? 탈초(脫草, 초서를 해서로 바꿈)된 원문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타 베이스에서 인용했어요.

 

삼도수군통제사겸 전라좌도수군절도사인 신 이순신은 삼가 적을 분별한 일로 아뢰나이다. 거제 · 웅천의 적들이 수없이 떼를 지어 진해 · 고성 등지를 제멋대로 드나들며 민가를 분탕질하고 백성들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들이 왕래하는 틈을 타 형편을 보아 섬멸코자, 각 처의 망대있는 산봉우리에 망보는 장수를 정해 보내면서 적선을 정찰하다가 적이 나타나는 즉시 보고하라고 하였습니다. 이번 3월 초사흘 미시에… (兼三道水軍統制使行全羅左道水軍節度使臣李舜臣謹達爲焚滅事. 巨濟熊川之賊. 數多作綜. 鎭海固城等處. 恣意出入. 焚蕩閭家. 殺掠人物是如爲白去乙. 乘其往來. 相勢剿捕次. 以各處通望峯頭望將定送. 瞭察賊船. 登時馳告亦爲白有如乎. 今三月初三日未時)

 

아쉽죠? 저도 그렇더군요. 하여 노승석씨의 저서 - 개정판 교감완역 <난중일기> - 를 사서 금토패문 전문을 읽어 봤어요. 그런데 기대가 큰 탓 이었을까요? 생각보다 특별한 내용은 없더군요. 일본군이 본토로 돌아가고자 강화를 요청하니 앞으로 일본군과의 교전을 금한다는 내용이 좀 상세하게 나와 있을 뿐이더군요. 이순신을 분노케 했던 대목은 기존에 알려진 내용 그대로였구요. 이순신이 신화화 된 인물이다보니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아요. 이하는 노승석 씨의 저서에서 인용한 금토패문 전문이에요(원문은 생략). 빨간 글씨는 이순신을 분노케 했다고 알려진 대목이구요.

 

일본의 여러 장수들이 모두 귀화하는데 마음을 기울여 충순하고 정성을 다하려고 하였다. 어제 이미 표문을 갖추어 주청하고 책봉한다는 황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바로 큰 일을 갖추어 일부러 찾아올 것이다. 일본의 각 장수들이 모두 갑옷을 풀고 전쟁을 그쳐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너희 조선도 전쟁의 어지러움을 벗고 태평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어찌 양국의 이익이 아니겠는가.

 

근자에 초병의 보고에 의하면 너희 조선의 병선이 일본의 진영에 가까이 주둔하여 땔나무를 채취하는 사람을 죽이고 전선을 태우고 훼손시키자, 일본의 여러 장수들이 함께 출병하여 너희와 함께 사투하기를 요구하거늘 본부와 행장 장군이 재삼 금지하므로 군사를 출동시키지 않았다. 의당 패문을 보내어 금지를 알려야 하겠기에 이 패문을 만들었으니 조선의 각 관원들이 잘 알아주기를 바란다. 너희의 각 병선들은 속히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일본의 진영에 가까이 주둔하지 말도록 하라. 교란시키는 일을 만드는 것은 사단을 일으키는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돌아간다면 왜군이 대나무를 베어도 다른 뜻이 없어 베기를 마치면 속히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몽매하게 고집피우며 살피지 않고 이곳에 머물러 여전히 영락한 왜군을 다시 쫓아가 죽이고 배를 빼앗는다면, 본부는 즉시 경략병부 총독군문 송응창에게 첩정을 갖추어 보낼 것이다. 그러면 도리어 이제독과 유총병은 너희 국왕에게 문서를 보내어 엄하게 조사하게 할 것이고, 각 관군들은 병화를 불러일으킨 죄를 피할수 없을 것이다.

 

너희 조선의 각 관원들은 모두 문장에 통하고 이치에 밝아 시무를 익히 알고 있기에 본부에서 성을 내어 일깨우노니, 패문이 도착하면 즉시 글을 갖추어 회답을 보내라. 모름지기 이 패가 당사자에게 도달되어야 한다. 이상의 패문으로 조선의 각 배신들에게 바라노라. 이를 따라 패문을 시행하도록 하라.

 

잘 알려진대로, 이순신은 이 금토패문에 답장을 보내면서 특히 자신을 격노케 한 대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요: "왜인들이 점거하고 있는 거제와 웅천 김해 동래 등지의 땅은 모두 우리의 영토인데 일본군의 영채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은 무슨 말씀이며, 우리더러 속히 본처로 돌아가라 하시는데 본처란 곳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모르겠나이다. 사단을 일으킨 자는 우리가 아니요, 바로 왜입니다!(倭人屯居巨濟熊川金海東萊等地 是皆我土 而謂我近日本之營寨云者 何也 謂我速回本處地方云 本處之方 亦未知在何所耶 惹起釁端者 非我也 倭也)" 미국 앞에만 서면 유독 작아지는 우리의 외교와 국방. 새삼 이순신의 당당함이….

 

탈초된 원문에서 두 자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糸(실 사)와 宗(마루 종, 마루는 기준 · 첫째란 의미)의 합자예요. 바디(피륙을 짜는 제구의 한 가지)란 의미예요. 糸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宗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피륙을 짤 때 바디의 실로 중심을 삼는다는 의미로요. 바디 종. '모으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바디의 실[세로 실]을 중심으로 다른 실[가로 실]을 모은다는 의미로요. 모을 종. 綜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綜合(종합), 機綜(기종, 베틀의 바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扌(手의 변형, 손 수)와 京(언덕 경)의 합자예요. 타인의 물건을 빼앗아 온다란 의미예요. 扌로 뜻을 표현했어요. 京은 음을 담당하면서(경→략)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京은 인위적으로 만든 높은 언덕이란 뜻이에요. 높은 언덕을 만들려면 다른 곳에 있는 흙을 가져와야 하죠. 다른 곳의 흙을 가져오는 것은 타인의 물건을 빼앗는 것과 유사한 행위죠. 하여 이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주고 있는 거예요. 노략질할 략. 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掠奪(약탈), 虜掠(노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이야기가 좀 빗나가는데,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법정에서 좀 당당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내가 다 조종했다. 모자라는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할까 봐 그렇게 했다. 여한없이 부와 권력을 누렸다. 처벌, 달게 받겠다." 차라리 이렇게 나오면 국민과 재판관들의 동정심을 사지 않을까요? 어휴, 그 비열한 모로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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