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1&aid=0008916476&sid1=001>

 

 

이순신 - '신화'가 된 인물이죠. 그래서 그럴까요? 그에 관한 뭔가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초미의 관심사가 되죠. 최근에 이순신 연구가인 노승석 씨가 이순신의 장계 초안을 발굴하여 화제가 됐죠. 특히 그 안에 있는 '금토패문(禁討牌文: (일본군) 칠 것을 금하는 패문)' 전문이 관심을 끌었어요. 금토패문은 이순신을 분노케 했던 명군의 지시 전달서죠. 그간 일부 내용만 전해져 전문이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을 풀게 된 거예요.

 

사진은 이번에 발굴된 이순신의 장계 초안이에요. 정확하게는 중간 분류선 후반부만 이순신의 장계 초안이고, 전반부는 다른 이의 글이에요. 장계 초안이 들어있는 기록물은 정탁의 '임진기록'인데, 이 안에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다른 이의 글도 들어 있거든요.

 

그런데 사진에서 아쉬운 점은 금토패문 내용이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사진을 제공한 측이나 기사를 쓴 분이 신경을 덜 쓴 것 같아요. 아쉬운대로 한 번 읽어 볼까요? 탈초(脫草, 초서를 해서로 바꿈)된 원문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타 베이스에서 인용했어요.

 

삼도수군통제사겸 전라좌도수군절도사인 신 이순신은 삼가 적을 분별한 일로 아뢰나이다. 거제 · 웅천의 적들이 수없이 떼를 지어 진해 · 고성 등지를 제멋대로 드나들며 민가를 분탕질하고 백성들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들이 왕래하는 틈을 타 형편을 보아 섬멸코자, 각 처의 망대있는 산봉우리에 망보는 장수를 정해 보내면서 적선을 정찰하다가 적이 나타나는 즉시 보고하라고 하였습니다. 이번 3월 초사흘 미시에… (兼三道水軍統制使行全羅左道水軍節度使臣李舜臣謹達爲焚滅事. 巨濟熊川之賊. 數多作綜. 鎭海固城等處. 恣意出入. 焚蕩閭家. 殺掠人物是如爲白去乙. 乘其往來. 相勢剿捕次. 以各處通望峯頭望將定送. 瞭察賊船. 登時馳告亦爲白有如乎. 今三月初三日未時)

 

아쉽죠? 저도 그렇더군요. 하여 노승석씨의 저서 - 개정판 교감완역 <난중일기> - 를 사서 금토패문 전문을 읽어 봤어요. 그런데 기대가 큰 탓 이었을까요? 생각보다 특별한 내용은 없더군요. 일본군이 본토로 돌아가고자 강화를 요청하니 앞으로 일본군과의 교전을 금한다는 내용이 좀 상세하게 나와 있을 뿐이더군요. 이순신을 분노케 했던 대목은 기존에 알려진 내용 그대로였구요. 이순신이 신화화 된 인물이다보니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아요. 이하는 노승석 씨의 저서에서 인용한 금토패문 전문이에요(원문은 생략). 빨간 글씨는 이순신을 분노케 했다고 알려진 대목이구요.

 

일본의 여러 장수들이 모두 귀화하는데 마음을 기울여 충순하고 정성을 다하려고 하였다. 어제 이미 표문을 갖추어 주청하고 책봉한다는 황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바로 큰 일을 갖추어 일부러 찾아올 것이다. 일본의 각 장수들이 모두 갑옷을 풀고 전쟁을 그쳐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너희 조선도 전쟁의 어지러움을 벗고 태평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어찌 양국의 이익이 아니겠는가.

 

근자에 초병의 보고에 의하면 너희 조선의 병선이 일본의 진영에 가까이 주둔하여 땔나무를 채취하는 사람을 죽이고 전선을 태우고 훼손시키자, 일본의 여러 장수들이 함께 출병하여 너희와 함께 사투하기를 요구하거늘 본부와 행장 장군이 재삼 금지하므로 군사를 출동시키지 않았다. 의당 패문을 보내어 금지를 알려야 하겠기에 이 패문을 만들었으니 조선의 각 관원들이 잘 알아주기를 바란다. 너희의 각 병선들은 속히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일본의 진영에 가까이 주둔하지 말도록 하라. 교란시키는 일을 만드는 것은 사단을 일으키는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돌아간다면 왜군이 대나무를 베어도 다른 뜻이 없어 베기를 마치면 속히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몽매하게 고집피우며 살피지 않고 이곳에 머물러 여전히 영락한 왜군을 다시 쫓아가 죽이고 배를 빼앗는다면, 본부는 즉시 경략병부 총독군문 송응창에게 첩정을 갖추어 보낼 것이다. 그러면 도리어 이제독과 유총병은 너희 국왕에게 문서를 보내어 엄하게 조사하게 할 것이고, 각 관군들은 병화를 불러일으킨 죄를 피할수 없을 것이다.

 

너희 조선의 각 관원들은 모두 문장에 통하고 이치에 밝아 시무를 익히 알고 있기에 본부에서 성을 내어 일깨우노니, 패문이 도착하면 즉시 글을 갖추어 회답을 보내라. 모름지기 이 패가 당사자에게 도달되어야 한다. 이상의 패문으로 조선의 각 배신들에게 바라노라. 이를 따라 패문을 시행하도록 하라.

 

잘 알려진대로, 이순신은 이 금토패문에 답장을 보내면서 특히 자신을 격노케 한 대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요: "왜인들이 점거하고 있는 거제와 웅천 김해 동래 등지의 땅은 모두 우리의 영토인데 일본군의 영채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은 무슨 말씀이며, 우리더러 속히 본처로 돌아가라 하시는데 본처란 곳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모르겠나이다. 사단을 일으킨 자는 우리가 아니요, 바로 왜입니다!(倭人屯居巨濟熊川金海東萊等地 是皆我土 而謂我近日本之營寨云者 何也 謂我速回本處地方云 本處之方 亦未知在何所耶 惹起釁端者 非我也 倭也)" 미국 앞에만 서면 유독 작아지는 우리의 외교와 국방. 새삼 이순신의 당당함이….

 

탈초된 원문에서 두 자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糸(실 사)와 宗(마루 종, 마루는 기준 · 첫째란 의미)의 합자예요. 바디(피륙을 짜는 제구의 한 가지)란 의미예요. 糸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宗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피륙을 짤 때 바디의 실로 중심을 삼는다는 의미로요. 바디 종. '모으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바디의 실[세로 실]을 중심으로 다른 실[가로 실]을 모은다는 의미로요. 모을 종. 綜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綜合(종합), 機綜(기종, 베틀의 바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扌(手의 변형, 손 수)와 京(언덕 경)의 합자예요. 타인의 물건을 빼앗아 온다란 의미예요. 扌로 뜻을 표현했어요. 京은 음을 담당하면서(경→략)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京은 인위적으로 만든 높은 언덕이란 뜻이에요. 높은 언덕을 만들려면 다른 곳에 있는 흙을 가져와야 하죠. 다른 곳의 흙을 가져오는 것은 타인의 물건을 빼앗는 것과 유사한 행위죠. 하여 이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주고 있는 거예요. 노략질할 략. 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掠奪(약탈), 虜掠(노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이야기가 좀 빗나가는데,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법정에서 좀 당당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내가 다 조종했다. 모자라는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할까 봐 그렇게 했다. 여한없이 부와 권력을 누렸다. 처벌, 달게 받겠다." 차라리 이렇게 나오면 국민과 재판관들의 동정심을 사지 않을까요? 어휴, 그 비열한 모로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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