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물가에 서서 말씀하셨다: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잠시도 쉬지 않는구나(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말이에요. 주희는 이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고 있어요: "천지의 조화는 갈 것이 지나가면 올 것이 뒤를 이어 한 순간의 멈춤도 없다. 그것이 바로 도체(道體)의 본연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리켜 나타내기 쉬운 것으로써 흐르는 시냇물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를 들어서 사람에게 보인 것이다. 이는 배우는 자가 때때로 성찰하여 터럭만한 간단(間斷)도 없게 하고자 함이다." (인용문 출처 : 김도련, <주주금석 논어>, 271쪽)

 

자연에서 삶의 교훈을 배우는 것은 동양의 오랜 전통이죠. 공자 역시 흐르는 물을 보면서 삶의 교훈을 배웠을 거예요. 그런데 공자가 한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그저 끊임없이 흐르는 물의 생리를 말했을 뿐이기 때문이죠. 주희는 성리학의 관점에서 공자의 말을 풀이 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른 각도에서 이 말의 의미를 풀이할 수도 있을 거예요. 예컨데 삶의 무상(無常)함을 탄식한 것이라는 의미로요.

 

사진은 윤봉길 의사의 시예요.

 

목계일곡수(木溪一曲水)   목계(시냇물 이름) 한 구비

수덕원자류(修德源自流)   수덕(수덕사가 있는 곳) 수원에서 흘러 왔다네 

척오신오예(滌吾身汚濊)   탁한 내 심신 맑게 씻어 주나니

무진격천추(無盡格千秋)   끊임없이 무궁토록 흐르리

 

윤봉길 의사의 생가터 주변에 목계(木溪)라는 시내가 있는데 이 시내를 두고 지은 시예요. 시를 읽어 보면 공자의 말이나 주희의 주석과 통하는 면이 있어요. 끊임없이 흐르는(흐를) 물을 말한 점은 공자의 말과 통하고, 근원과 수양을 말한 점은 주희의 주석과 통해요. 윤 의사는 서당에 다니며 사서삼경을 배웠어요. 그렇다면 필시 주희의 <논어집주>를 읽었을 터이고 - 전통적으로 서당에서 읽는 <논어>는 주희가 주석을 단 <논어집주> 였어요 - 그것이 체화되었다가 무의식중에 발현된 시가 아닐까 싶어요. 

 

윤봉길 의사하면 폭탄을 던진 열혈 투사로만 기억하기 쉽죠. 그러나 그것은 그가 역사에 빛을 발한 순간의 모습일 뿐이죠. 빛을 발한 순간 이전에 더없이 긴 평범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거예요. 그 시간들이 역사에 빛을 발한 순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죠. 위 시는 윤봉길 의사가 더없이 긴 평범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보여주는 시예요.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자신을 끊임없이 순결(純潔)하게 다듬었기에 오욕(汚辱)의 존재들을 응징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거예요.

 

 

낯선 한자를 몇 자 살펴 볼까요?

 

은 氵(물 수)와 條(곁가지 조)의 합자예요. 씻는다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條는 음을 담당하면서(조→척)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곁가지는 바람을 맞으면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씻을 때는 물체가 그같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의미로요. 씻을 척. 滌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洗滌(세척), 滌去(척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물 수)와 亐(어조사 우)의 합자예요. 더럽다라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亐는 음을 담당하면서(우→오)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亐는 본래 기운을 밖으로 토해 낸다는 의미예요. 그같이 가까이 하지 않고 멀리하는 것이 바로 더러운 것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어요. 더러울 오. 汚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汚染(오염), 汚物(오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歲(해 세)의 합자예요. '흐리다, 더럽다'란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歲는 음을 담당하면서(세→예)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해가 바뀌어도 깨끗해지지 않을 정도로 흐리다/더럽다란 의미로요. 穢와 통용해요. 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濊土(예토, 이승), 濊語(예어, 욕지거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 목)과 各(각각 각)의 합자예요.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란 의미예요. 木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各은 음을 담당하면서(각→격)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가지는 가지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제각기 무성하게 자랐다란 의미로요. 지금은 주로 '이르다, 바로잡다'의 의미로 사용하는데, 이는 본 의미에서 연역된 거예요. '최고의 성장점까지 이르다, 제멋대로 자란 것을 바로잡아 주다'란 의미로요. 이를 격. 바로잡을 격. 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格物致知(격물치지), 格心(격심, 바른 마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滌 씻을 척   汚 더러울 오   濊 더러울 예   格 이를 격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物致知    (   )土   洗(   )   (   )染

 

3. 다음 시를 읽고 풀이해 보시오.

  

   木溪一曲水   修德源自流   滌吾身汚濊   無盡格千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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