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맑은 동네에 치매 요양 병원 웬 말이냐!"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치매 요양 병원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은 본능적인 것 같다.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치매 요양 병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어디간에 마련돼야 하는 것도 수긍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 들어오는 것은 반대한다. 분명히 모순된 일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작은 키의 누런 피부에 허름한 옷을 입을 가난한 이들을 대하는 백인(들)의 마음도 이 치매 요양 병원을 반대하는 이(들)의 심정과 같지 않았을까? 미국에 이른바 쿠리(중국이나 인도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말)들이 도착했을 때, 분명 노동력이 필요해서 입국시켰을 터이지만 정작 그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비호감이었을 터이다(쿠리라는 말 자체가 벌써 그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들이 멕시코나 쿠바같은 남미 지역으로 갔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사진의 한자는 '화인가(華人街)'라고 읽는다. '중국인 거리'라는 뜻이지만 '차이나 타운'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를 듯 싶다. 쿠바의 아바나에서 찍은 것인데, 아내가 1월에 쿠바에 다녀와 기념 선물로 준 것이다. 이 차이나 타운에는 10여 개의 중국 음식점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 그 주인은 중국인이 아니고 쿠바인이란다.

 

한 때 쿠바에는 15만명의 중국인이 산 적도 있지만 지금은150명 내외가 살고 있단다. 중국인이 쿠바에 온 것은 19세기 중반인데 사탕수수 재배 노동력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처음 이들이 쿠바에 들어왔을 때 겪었을 차별과 비호감은 능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쿠바의 개인 음식점은 객석이 50석을 못넘게 돼있는데, 이곳은 당국의 묵인으로 예외 지역이 돼있다고 한다. G2인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주민 후손들은 대단한 격세지감과 함께 모국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것 같다.

 

華와 街만 자세히 살펴보자.

 

華는 꽃이 피었다란 뜻이다. 윗부분의 艹(풀 초)로 뜻을 나타냈고, 아랫부분은 음(화)을 담당한다. '빛나다'란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이다. 중국이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이 역시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이다. 빛나는 문명의 나라가 중국이란 의미로. 꽃(빛날) 화. 華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華麗(화려), 中華(중화) 등을 들 수 있겠다.

 

街는 行(다닐 행)과 圭(홀 규)의 합자이다. 거리라는 의미이다. 사방으로 난 길을 표현한 行으로 의미를 표현했다. 圭는 음(규→가)을 담당한다. 거리 가. 街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街路樹(가로수), 市街地(시가지)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우리나라도 해외 이주민사가 있다. 우리 해외 이주민들도 중국인 못지않게 차별과 비호감을 받았을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면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 노동자들에게 그런 것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종종 언론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그릇된 처우와 혐오 행위가 보도되는 것을 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생각과 실천의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곳, 그곳이 현실이란 걸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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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2-08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논문으로 발전시키셔도 멋질 거 같아요^^

찔레꽃 2020-02-08 19:56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 ^
 

 바나 힐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 와인 저장소로 개발된 곳이다. 고온다습한 저지대에서 와인이 상하자 저온소습한 이곳에 와인 저장소와 휴양 시설을 건립한 것. 특출한 운송 시설이 없던 시절, 해발 1,500 m 되는 고지대에 와인 저장소와 휴양 시설을 만들었으니, 이 공사에 동원된 베트남 사람들이 혹심한 고생을 했을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통일이 이뤄졌을 때 한동안 이곳엔 파괴 광풍이 불었다 한다. 그럴만도 하지 않은가! 그러다 식민지 시대의 유산을 남겨놓는 것도 역사적 의미가 있다 판단하여 중지했다고 한다. 바나는 베트남어로 '신성한 여인'이란 뜻이라고 한다(힐은 영어로, '언덕, 산'이란 뜻). 신성은 범상(凡常)을 뛰어넘을 때 가치가 있다. 식민지 유산을 과감히 품은 것은 산 이름에 걸맞은 조치였다고 할 만한다. 

 

 이곳에 와인 저장소 겸 휴양 시설을 만든 프랑스 식민지 관리들은 중심지에 성당도 지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지만, 당시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종교와 무력을 앞세워 식민지를 개척했으니, 휴양 시설 중심지에 성당을 짓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이제 베트남 사람들은 성당 위 바나 힐 정상에 불교 사원을 세웠다. 린퐁 티엔투 사원이다. 베트남인 대다수가 불교 신자인 점을 생각하면 성당 위에 이 사원을 세운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저들 식민 제국주의 정신의 총아인 카톨릭을 자신들의 종교인 불교로 제압하겠다는 의지 아니겠는가.

 

 사진은 린퐁 티엔투 사원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세워진 주문(柱文, 기둥에 새긴 글)중 하나이다.

 

 法有萬殊正道同歸應有八(법유만수정도동귀응유필) - 불법엔 만갈래 길이 있으나 그 모두는 정도로 귀결되나니, 여덟가지를 지켜야 한다.

 

 여기 8가지는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이다. 불교 수행에 관한 내용이다. 위 문구를 굳이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불교 수행에 관한 문구이지만 베트남과 제국주의 세력(프랑스와 미국)과의 관계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제국주의 세력이 베트남을 종속시키거나 종속시키려 그토록 애를 썼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고 베트남은 통일된 독립을 되찾았으니, 이게 바로 사필귀정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낯선 殊와 應, 두 자만 자세히 살펴보자.

 

殊는 歹(死의 약자, 죽을 사)와 朱(붉을 주)의 합자이다. 목이 잘려 죽었다는 의미이다. 歹로 뜻을 표현했다. 朱는 음(주→수)을 나타내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목이 잘려 죽으면 붉은 피가 땅을 흥건하게 적신다는 의미로. 죽을 수. 지금은 본뜻에서 연역된 '다르다'란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다를 수. 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特殊(특수), 殊常(수상) 등을 들 수 있겠다.

 

應은 心(마음 심)과 雁(기러기 안)의 합자이다. 뜻이 모아진다는 의미이다.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다. 雁은 음(안→응)을 담당햐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흐트러짐없이 무리지어 나르는 기러기처럼 뜻이 모아졌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합할(응할) 응. 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應接(응접), 相應(상응)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바나 힐은, 현재 유원지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식민지 시절 유산을 활용하여 돈을 벌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바나 힐 정상에 불교 사원을 지은 것을 보면 단순히 돈만을 위해 이곳을 유원지로 만든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먼 후일 베트남이 더 이상 외부 재원(財源)에 목마르지 않을 때 이 식민지 시절 휴양 시설들은 철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진정한 사필귀정 아닐까? 린퐁 티엔투 사원 종각에서 찍은 바나힐 전경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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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용 출처: http://www.newsis.com/view/?id=NISX20200203_0000906269&cID=10899&pID=10800>

 

    

"살아서는 진천, 우한교민 포용한 진천답다. 2세기전 '예언'"

  

우한 교민 수용을 거부했던 진천에서 교민 수용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반색하며 나온 기사 중의 한 제목이다. 진천은 이미 2세기 전에 피난지(避難地)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인용해 진천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진천 주민들을 위로 격려하고 있다.

 

기사에서 기자는 성해응(1760~1839)『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있는 "생거진천 사장용인(生居鎭川 死葬龍仁, 살아서는 진천이 살기에 가장 좋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히는 것이 가장 좋다)"을 소개하고 있다(위 사진 참조). 그런데 성해응은 진천 주민들이 '생거진천 사장용인'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할 뿐, 기사 제목처럼, 진천을 결코 피난지로 '예언'하고 있지는 않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진천이 개활지(開豁地)이며 토질이 비옥하고 용인은 수려한 산들이 많아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언급할 뿐이다(아래 번역 부분 참조). 기사 제목은 왜곡 과장됐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기자의 진천 주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나쳤던 것 같다.

  

아울러 기자는 성해응의 언급과 더불어 『상산지(常山誌)라는 책에 나오는 '생거진천 사장용인'의 설화도 소개한다. 용인과 진천 두 곳에서 결혼해 자식을 낳은 여인이 있었다. 자식들이 서로 자신들이 사는 곳으로 어머니를 모시려다 판가름이 안나자 관아에 중재를 요청했는데 이 때 나온 판결이 '생거진천 사장용인'이다. 생전엔 진천이 살기에 좋지만, 사후엔 용인이 묻히기에 좋다고 한 것이다. 상산지에선 이 판결이 두 곳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부가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화는, 기자가 기사 말미에서 강남대 홍순석 교수의 언급을 인용했듯이, 어머니를 모시려는 자식들의 효가 강조된 설화이지 진천이나 용인이 양택(陽宅, 집터)이나 음택(陰宅, 묘터)에 적합한 곳이라는 것이 강조된 설화라고 보기 어렵다. 견강부회한 소개라고 할 만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과장된 가짜 뉴스가 많다고 한다. 진천 주민들이 우한 교민 수용을 거부했던데는 이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교민 수용에 환영의 뜻을 표한 것은 상찬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선양하려는 기사가 또다시 왜곡 과장되고 견강부회하니, 아니러니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진천 부분을 포함한 사진의 전문(全文)을 읽어보자. 어려워 보이지만 지리지(地理誌)라 의외로 쉽다.

 

 

北倉在州北二十里由月落灘上彈琴臺渡江而北是爲北倉有臨江巖石之勝卽灘叟李延慶之所居子孫至十世科甲相繼人稱上流名基(북창재주배이십리유월락탄상탄금대도강이북시위북창유림강암석지승즉탄수이연경지소거자손지십세과갑상계인칭상류명기)

 

북창은 충주에서 20리 되는 곳에 있다. 월락탄에서 탄금대 위쪽으로 강을 건너 북쪽으로 가면 바로 북창이다. 이곳에 강을 낀 거대한 암반의 승경이 있는데 탄수 이연경의 거처이다. 자손이 10대까지 이르렀는데 장원급제가 연이어 나와 사람들이 상류에 있는 최고의 집터라고 말한다.

 

木溪在州南二十里臨金遷下流下江魚塩船皆泊此東海之魚及嶺貨財皆湊焉居民以販賣致厚內倉在木溪北十里自古稱名塢峽中開野地廣而沃宜五糓與木綿土人以金遷嘉興內倉秣馬里爲忠州四大村(목계재주남이십리임금천하류하강어염선개박차동해지어급령화재개주언거민이판매치후내창재목계북십리자고칭명오협중개야지광이옥의오곡여목면토인이금천가흥내창말마리위충주사대촌)

 

목계는 충주에서 남쪽으로 20리 되는 곳에 있다. 금천 하류에 임해있는데 어염 선박들이 모두 이곳에 정박한다. 동해의 어물과 영남의 재화가 이곳에 모여 주민들은 장사로 치부한다. 내창은 목계 북쪽 10리 되는 곳에 있는데 예로부터 명오라 불렸고, 협중(峽中)에 평야 지대가 있는데 넓고 비옥하여 오곡과 목화 재배가 용이하다. 충주민들은 금천, 가흥, 내창, 말마리를 충주의 사대촌(四大村)이라고 부른다.

 

秣馬里在州西入聖山之麓卽十淸金世弼退休之地後孫至今居之閭閻皆饒給前有大川灌漑田甚沃故少歉世之患(말마리재주서입성산지록즉십청금세필퇴휴지지후손지금거지여염개요급전유대천관개전심옥고소겸세지환)

 

말마리는 충주 서쪽에 있는 입성산 기슭에 있다. 이곳은 십청 김세필이 벼슬에서 물러나와 산 곳인데, 후손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마을이 대단히 풍요로운데 앞에 큰 내[]가 있어 관개가 좋기에 토지가 비옥해 소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鎭川邑村臨大川野甚平衍宜稉稻可以忘歉荒土人謂生居鎭川死葬龍仁鎭川多肥土龍仁多佳麓故也(진천읍촌림대천야심평연의경도가이망겸황토인위생거진천사장용인진천다비토용인다가록고야)

 

진읍읍촌은 큰 하천가에 임해 있는데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어 메벼와 수도작이 용이해 소출 걱정을 않는다. 지역민들이 "살아서는 진천이 살기에 가장 좋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데 진천엔 비옥한 토지가 많고 용인엔 수려한 산들이 많기 때문이다.

 

以上湖西(이상 호서)

 

이상은 호서 지방에 대한 언급이었다.

 

安東之歸來亭在府東三里瓦釜灘上故留守李硡所建也東有臨淸閣李氏居之與映湖樓爲府中名勝三龜亭之址在豊山縣西六里豊山安東屬縣也(안동지귀래정재부동삼리와부탄상고유수리굉소건야동유림청각이씨거지여영호루위부중명승삼귀정지지재풍산현서륙리풍산안동속현야)

 

안동의 귀래정은 안동부 동쪽 삼리에 있는 와부탄 위에 있다. 과거 유수를 지냈던 이굉이 세운 건물이다. 이곳 동쪽에 임청각이 있는데 이씨가 거처하던 곳이다. 영화루와 함께 안동부의 명승지로 꼽힌다. 삼귀정 터는 풍산현 4~6리 되는 곳에 있다. 풍산현은 안동부 속현이다. 정자는···.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보자.

 

(물 수)(어려울 난)의 합자이다. 여울이란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배가 운행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여울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여울 탄.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灘聲(탄성, 여울 물 소리), 淸灘(청탄, 맑고 깨끗한 여울) 등을 들 수 있겠다.

  

(뫼 산)(낄 협)의 합자이다. 두 산을 끼고 그 아래로 물이 흘러가는 곳이란 뜻이다. 골짜기 협.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峽谷(협곡), 海峽(해협) 등을 들 수 있겠다.

  

(벼 화)(끝 말)의 합자이다. 꼴이란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에는 분쇄의 의미가 있는데, 꼴이란 곡물을 분쇄한 것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꼴 말.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秣馬利兵(말마이병, 말에 먹이를 먹이고 병기를 날카롭게 간다는 뜻으로, 전쟁을 준비한다는 의미), 糧秣(양말, 군량과 꼴) 등을 들 수 있겠다.

  

(수풀 림)鹿(사름 록)의 합자이다. 산감(산을 지키는 관리)이란 뜻이다. 으로 뜻을 표현했다. 鹿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산에 사슴이 있듯이, 산에는 산을 지키는 산감이 있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산감 록. 지금은 본뜻에서 유추된 산기슭이란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산기슭 록.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短麓(단록, 길지 않은 산기슭), 南麓(남록, 남쪽 기슭) 등을 들 수 있겠다.

  

(부족할 결)(겸할 겸)의 합자이다. 먹은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에는 '디시'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다시 먹는 것은 먹은 것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지금은 본뜻에서 유추된 흉년들다란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흉년들 겸.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歉荒(겸황, 흉년이 들어 논밭에서 나는 곡식이 없음), 歉弊(겸폐, 흉년이 들어 곡식이 부족함)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생거진천 사장용인'(장은 거()로 쓰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양택 음택의 선택지 의미보다 효심을 강조한 문구지만 본 의도와는 관계없이 오랫동안 양택 음택의 선택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특히 용인이 그러해서 용인에는 유명 인사나 그이와 관련된 무덤이 많다. 김대중 대통령의 부친 묘소도 이곳에 있다. 진천은 '생거진천'을 지역 브랜드로 적극 내세우는 반면, 용인은 '사장용인'을 적극 내세우지 못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뿌리에서 나온 말인데, 어느 쪽은 적극 활용할 수 있고 어느 쪽은 그렇지 못하니 이 또한 아니러니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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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왕의 높은 누각 강가에 우뚝한데

옥소리 방울 소리 가무도 사라졌다.

아침에는 단청한 서까래에 남포의 구름이 날고

저녁에는 주렴을 걷고 서산의 비를 바라본다.

물에 어린 구름 그림자 언제나 유유한데

세상 바뀌고 세월은 흘러 몇 해나 지났던고.

이 누각의 주인은 지금 어디 있는가

난간 밖의 강물만이 부질없이 흐른다  (왕발(王勃, 647-674), 김달진 역, 등왕각(滕王閣))

    

옛 자취를 돌아볼 적엔 화려한 느낌보다 애틋한 느낌이 더해요. 위 시는 왕발이 등왕각 중수(重修) 기념식에 참석하여 지은 거예요. 기념식에 걸맞지 않게 무한한 자연과 유한한 인생을 대비하며 쓸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어요. 왕발은 당시 화려했을 기념식도 먼 후일 언젠가는 후인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과거 등왕각에 대한 생각처럼, 쓸쓸하게 회고되는 기념식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화려한 중수식에서 이렇게 생각했으니, 만일 폐허가 된 등왕각을 방문했다면 더 애잔한 심사를 노래했을 거예요

  

사진은 베트남 후에에 있는 티엔무 사원에서 찍은 거예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카이딘 황제(재위 1916-1925)가 티엔무 사원을 방문하고 지은 시와 서문을 새긴 비석인데, 티엔무 사원의 유래와 그곳에 있는 불탑 그리고 불탑에서 바라본 경치를 서술하고 이를 칠언율시로 노래하고 있어요.

  

御製 天姥寺福緣塔臨幸偶成一律 倂序

孟子曰 所謂故國者 非謂有喬木之謂也 有世臣之謂也 予續之曰 有名藍勝跡之謂也 奉我嘉裕皇帝 以橫山淸吟決計圖南 世傳 帝遇天嫗于此 贈香一株 囑帝持香沿江岸東行到香盡處可都 都成而寺興焉 勅建寺奉佛命名天姥山靈姥寺 奉我顯尊孝明皇帝 命崇修鑄大鐘 淸晨良夜 扣辰聲聞數十里外 蓋眞佛家醒世之洪寶也 奉我世祖高皇帝 中興之初 命工部大崇 修建前堂于寺 名大雄殿 曁我憲祖章皇帝 祈我順天高皇后八旬聖壽 因寺前築七層寶塔 屼出兜一座 莊嚴俯臨江渚 己未年季秋十五日 朕乘輦臨幸 命禮工二部將梯登 上有過去金身七尊七位 燦爛輝煌 光彩奪目 焚香瞻仰久之 四望躕踟 宛如身在雷音中 西望九陵 蔚葱佳氣 南望屛印 縹緲雲中 東望都城 樓臺盈視 北望巨壑 水色如藍 眞我國名藍之一奇境也 爰成一律 倂序 命勒于貞石以爲誌

天姥名藍駕晩來 登臨何啻到天台 七層寶塔冲霄立 一座空門特地排

伴奐當風澄俗慮 虛無對景淨塵懷 環瞻勝蹟欽前熱 善念功修幾肇培

啓定四年十一月二十七日

  

어제 천모사복연탑임행우성일률 병서

맹자왈 소위고국자 비위유교목지위야 유세신지위야 여속지왈 유명람승적지위야 봉아가유황제 이횡산청음결계도남 세전 제우천구우차 증향일주 촉제지향연강안동행도향진처가도 도성이사흥언 칙건사봉불명명천모산영모사 봉아현존효명황제 명숭수주대종 청신양야 구진성문수십리외 개진불가성세지홍보야 봉아세조고황제 중흥지초 명공부대숭 수건전당우사 명대웅전 기아헌조장황제 기아순천고황후팔순성수 인사전축칠층보탑 올출도일좌 장엄부림강저 기미년계추십오일 짐승련임행 명예공이부장제등 상유과거금신칠존칠위 찬란휘황 광채탈목 분향첨앙구지 사망주지 완여신재뇌음중 서망구릉 울총가기 남망병인 표묘운중 동망도성 누대영시 북망거학 수색여람 진아국명람지일기경야 원성일률 병서 명륵우정석이위지

천모명람가만래 등림하시도천태 칠층보탑충소립 일좌공문특지배

반환당풍징속려 허무대경정진회 환첨승적흠전열 선념공수기조배

계정사년십일월이십칠일  

 

황제께서 지으심. 천로사 복연탑을 찾았다 시 한 수를 짓다. 서문을 붙인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이른바 오래된 나라란 교목(키가 큰 오래된 나무)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신(대대로 벼슬한 고명한 신하)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보태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유명한 사찰에 뛰어난 승경 있는 곳을 오래된 나라라 말한다.” 태조인 가유황제께서 횡산 청음을 근거지로 남쪽 지역을 공략할 것을 도모하실 때였다. 세상에 전하길, 황제께서 이곳에서 천구(하늘에서 내려온 노파)를 만나셨다 한다. 그녀는 향나무 한그루를 주면서 그것을 갖고 강가를 따라 동쪽으로 내려가다 향기가 다하는 곳에 도읍을 정하라고 했으며 도읍이 이뤄지면 사찰이 흥성할 것이라 했다 한다. 황제께서는 칙령을 내려 절을 세우고 부처님을 모셨으며 절 이름을 '천모산영모사'라고 하셨다. 현존효명황제께서는 대신에게 명하여 대종(큰 종)을 주조케 하셨는바 맑은 아침과 이윽한 저물녘에 이를 치면 그 소리가 수십리 밖에 까지 들렸다. 참으로 세상을 깨우치려는 불가의 큰 보물이라 할 만했다. 세조고황제 중흥 초기에는 공부대신에게 명하여 절 앞에 건물을 짓도록 했고 대웅전이라 명명했다. 헌조위황제에 이르러 순천고황후의 팔순 생신에 장수를 기원하려 절 앞에 칠층보탑을 짓도록 했다. 보탑은 우뚝한 모습으로 장엄하게 강가를 조망했다. 기미년 가을 끝자락 십오일에 나는 가마를 타고 이 절에 이르렀다. 예부와 공부에 명하여 사다리를 가져오게 하여 탑 위에 올랐다. 그곳에는 과거에 안치했던 금신(금칠한 조각상)의 세존 일곱 분이 있었는데 휘황찬란하여 눈이 부셨다. 향을 사르며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사방을 조망하며 배회했는데 흡사 내 몸이 우뢰치는 소리 속에 있는듯하여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서쪽으로 구릉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기운이 충만하였고, 남쪽으로 병인을 바라보니 청백(푸르고 흰)의 구름 속에 잠겨 있었으며, 동쪽으로 도성을 바라보니 누대들이 시야에 가득했고, 북쪽으로 큰 골짜기들을 바라보니 물빛이 쪽풀과 같이 푸르렀다. 참으로 아국(우리나라) 명찰(유명한 사찰)의 일대 장관이라 할 만했다. 이에 시 한 수를 짓고 서를 덧붙였다. 명을 내려 좋은 돌에 새겨 남기도록 했다.

  

천모산 유명 사찰 저물녘에 가마 타고 찾아왔네

올라서 굽어보니 천태산(불교 성지)에 오른 듯

칠층보탑 하늘 뚫고 장엄하게 서 있고

일곱 부처님은 공중에 앉아 계신 듯

이곳서 바람 맞으니 속된 생각 씻겨지고

풍경을 바라보니 세속 생각 사라지는 듯  

승경(멋진 경치)을 둘러보며 선대의 업적을 흠모하노니

선념과 공덕을 이어가리라

  

계정 사년(1919) 십일월 이십칠일

 

황제가 찬미했던 웅장한 불탑은 고색이 창연하고 화려한 금불상은 오간 데 없어요. 그가 바라봤을 강만이 여전히 유유하게 흐를 뿐이에요. 비문을 읽노라니 절로 애잔한 마음이 피어오르더군요. 왕발도 이러한 심정이었겠거니 싶었어요.

  

 

 

  

카이딘 황제는 우리나라 대한제국 시절의 고종이나 순종과 같은 황제였어요. 실질적인 지배권을 외세(프랑스)에 빼앗긴 꼭두각시 같은 황제였죠. 그가 시의 말미에서 노래한 다짐같은 것은 사실 실현할 길 없는 구두선에 불과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의 다짐은 기특(奇特)하기 보다는 애잔해요. 차라리 조롱(鳥籠)의 새같은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드러냈다면 덜 애잔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인생의 원초적 비애유한한 삶와 역사적 비애를 느끼게 하는 슬픈 비문이에요.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볼까요?

  

(여자 녀)(늙을 로)의 합자예요. 할머니라는 의미예요. 할미 모.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乳姥(유모), 老姥(노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입 구)(이을 속)의 합자예요. 부탁한다는 의미예요. 로 뜻을 나타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나와 상대가 연결되는 행위가 부탁이란 의미로요. 부탁할 촉.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委囑(위촉), 囑望(촉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손 수)(입 구)의 합자예요. 두드리다란 의미예요. 로 뜻을, 로 음을 표현했어요. 두드릴 구.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打扣(타구, 치고 두드림), 扣琴(구금, 거문고를 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발 족)(목숨 수)의 합자예요. 머뭇거리다란 의미예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오래 살다란 의미인데, 그같이 즉 오래도록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 머뭇거리는 것이란 의미로요. 머뭇거릴 주.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躊日(주일, 지난번), 躊躇躊躇(주저주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발 족)(알지)의 합자예요. 머뭇거리다란 의미예요. 으로 뜻을, 로 음을 표현했어요. 머뭇거릴 지.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踟躕(지주, 머뭇거림), 隨絲踟蛛(수사지주, 거미 줄 따르듯. 둘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 (풀 초)(벼슬 위)의 합자예요. 제비쑥이란 의미예요. 로 뜻을, 로 음을 표현했어요. 제비쑥 위. 울창하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유추된 의미예요. 제비쑥이 무성하다란 의미로요. 이때는 로 읽어요. 빽빽할 울.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蔚山(울산, 지역명), 蔚蔚(울울, 무성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실 사)(의 약자, 떠다닐 표)의 합자예요. 옥색(의 옷감)이란 의미예요. 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떠다니는 가벼운 물체처럼 옅은 청백색이 옥색이란 의미로요. 옥색 표.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縹緲(표묘, 끝없이 넓거나 멀어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렴풋함), 縹編(표편, 책가위를 옥색 빛깔의 천으로 엮었다는 뜻으로, 책을 이르는 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모자랄 흠)(쇠 금)의 합자예요. 공경한다는 의미예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공경하는 것은 자신이 부족한 것을 인지하는데서 나오는 행위란 의미로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쇠처럼 진중한 태도로 대하는 것이 공경이란 의미로요. 공경할 흠.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欽慕(흠모), 欽命(흠명, 황제가 내리는 명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하나. 베트남 후에의 유명한 관광지 한 곳으로 카이딘 황릉이 있어요. 10년이 걸려 완성된 능으로 황제 제위 중반기에 시작에 그의 사후에 완성되었다고 해요. 황릉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왕릉을 연상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모양으로, 얼핏 보면 무슨 기념관 같은 모양이에요. 이곳을 보면서 속으로 비웃었어요. ‘망해가는 나라의 황제가 무슨 능을 이렇게, 그것도 살아 생전에 지었단 말인가. 티엔무 사원에서 했던 다짐이 겨우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 것이죠. 그런데 그곳을 나오면서 생각을 달리 했어요. ‘이 역시 꼭두각시 황제가 치러야 했던 수모의 현장 아닐까? 그가 원했다기보다는 어쩔수 없는 반강요의 상태에서 지은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프랑스 당국이 장려한 황릉 공사를 통해 베트남 국민들에게 황제를 배려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아울러 황제를 위무하기 위해 조성한 것 아닌가 싶었던 거죠(왕조 국가 시대 왕들은 자신의 무덤 공사를 생전에 시작한 경우가 많이 있죠). 비문도 그랬지만 황릉도 비애감을 안겨주는무덤 그 자체가 원래 비애감을 안겨주는 것이긴 하지만슬픈 장소였어요.

  

여담 둘. 비문 해석이 완벽하지 못해요(특히 시 부분). 대의는 큰 차이 없을 것 같지만 미세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해 읽어 주셔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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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하루는 제자인 증삼과 대화를 하다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 꿰뚫고 있다."

앞뒤 설명이 전혀 없는 말이었는데도 증자는 알아들었는지 라고 대답했다. 이쯤 되면 완전히 선문답 수준이다. 공자가 나가자 말귀를 못 알아들은 나머지 제자들이 증자에게 몰려왔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그러자 증자가 답했다.

"우리 선생님의 도는 오로지 '서'일 뿐이다." (이주희, 생존의 조건(MID:2017), 57~58)

 

 

괜찮은 방송국 피디가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갈무리하여 책으로 낸 내용 중 일부이다. 질문. 인용문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 어디일까?

 

'옥의 티'라는 말이 있다. 아쉬운 결점을 일컫는 말이다. 사실 는 애써 찾아야 보이는 사소한 결점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전체 이미지를 흐릴 수도 있다.

 

생존의 조건』은 제자백가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세계 석학들을 인터뷰하여 만든 고품질 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압축해 책으로 낸 만큼 책의 품격도 이만 못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의 위 인용 부분을 읽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기초적인 인용도 부정확한데 과연 이 프로그램이나 책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 '옥의 티'가 전체 이미지를 흐리게 한 것이다.

 

, 질문에 대한 답을 안했다. 인용문의 마지막 부분, 증자의 말로 나온 부분이 틀렸다. 증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선생님의 도는 ()’()’일 뿐이다." '충' 한 글자가 빠졌다고 뭐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서는 충과 같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내외(內外) 관계이고 기본과 확장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가 없는 외, 기본 없는 확장을 공자는 말하지 않는다. 내 안의 중심[]이 있을 때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태안 의항에 있는 둘레길인 태배길에서 찍은 것이다.

 

 

先生何日去 선생하일거   선생께선 어느 날에 다녀가셨나

後輩探景還 후배탐경환   후진이 승경 보려 다시 찾았네

三月鵑花笑 삼월견화소   3월이라 진달래 활짝 피고

春風滿雲山 춘풍만운산   봄바람은 운산에 한가득

 

 

안내판을 보았다. 태배길은 태백길에서 유래한단다. 이태백이 경치에 반하여 걸은 길이란 것. 시는 이태백이 지은 것이란다. 아는 것이 죄라고, 한자를 조금 알다보니 도무지 안내판 내용이 성에 차지 않았다. 태배길이 태백길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민담이나 전설로 친다 해도 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백이 지은 것 같지 않았던 것.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짐작대로, 이태백의 작품 중에 위 시는 없었다.

 

사실 검색을 해보지 않아도 위 시를 읽어보면 이태백이 지은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금방 눈에 띈다. 첫째 구와 둘째 구를 보면, 이 시는 사모하는 선생의 자취를 찾아온 후배가 지은 시임이 분명하다. 여기 후배를 이태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태백의 자취를 찾아온 후배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시를 이태백이 지은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다.

 

일개 안내판을 가지고 뭐 그리 흥분하여(?) 말하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왕에 조형물을 만들어 놓을 때는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만들어 놓아야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조형물은 옥의 티같다. 옥의 티는 전체 이미지를 흐린다. 태안군의 문화 수준을 낮춰 보게 만든다.

 

낯선 한자 두어 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수레 거)(의 약자, 늘어설 배)의 합자이다. 수레(전차)가 차례대로 제 위치에 도열해 있다는 의미이다. 많은 전차가 차례대로 도열해 있다는 데서 무리라는 뜻이 연역되었다. 무리 배.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謀利輩(모리배), 暴力輩(폭력배) 등을 들 수 있겠다.

 

(의 약자, 손 수)(의 약자, 깊을 심)의 합자이다. 손으로 끌어 당긴다는 의미이다. 로 의미를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끌어당기는 것은 먼 곳에 있는 것을 끌어당기는 것이란 의미로. 깊다[]에는 멀다란 의미도 내포돼 있다. ‘찾다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 된 의미이다. 찾을 탐.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探索(탐색), 探究(탐구) 등을 들 수 있겠다.

 

(의 약자, 물졸졸흐를 연)(새 조)의 합자이다. 졸졸 흐르는 물처럼 지속적으로 서럽게 우는 새란 뜻이다. 두견이 견.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鵑血滿胸(견혈만흉, 두견의 피가 가슴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 鵑花(견화, 두견화(진달래)의 준말)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의항은 태안에서 기름 유출 사고(2007)가 발생한 지역 중 한 곳이다. 본래 태배길은 차가 다니기 어려운 길이었는데 기름유출 사고 수습 시 차량 진입을 위해 넓히면서 현재처럼 넓게 만들어졌다. 태배길 중간에는 당시 수습 현장을 담은 기념관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태백 조상(彫像)보다는 당시 수습 현장과 관련된 현대시비를 만들어 놓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이태백도 반한 길이라니 과연 어떤 길일까 궁금할 것 같다. 사진을 한 장 올린다. 판단은 님들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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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1-0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치가 넘 멋지네요.찔레꽃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찔레꽃 2020-01-10 08:11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