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용 출처: http://www.newsis.com/view/?id=NISX20200203_0000906269&cID=10899&pID=10800>

 

    

"살아서는 진천, 우한교민 포용한 진천답다. 2세기전 '예언'"

  

우한 교민 수용을 거부했던 진천에서 교민 수용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반색하며 나온 기사 중의 한 제목이다. 진천은 이미 2세기 전에 피난지(避難地)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인용해 진천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진천 주민들을 위로 격려하고 있다.

 

기사에서 기자는 성해응(1760~1839)『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있는 "생거진천 사장용인(生居鎭川 死葬龍仁, 살아서는 진천이 살기에 가장 좋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히는 것이 가장 좋다)"을 소개하고 있다(위 사진 참조). 그런데 성해응은 진천 주민들이 '생거진천 사장용인'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할 뿐, 기사 제목처럼, 진천을 결코 피난지로 '예언'하고 있지는 않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진천이 개활지(開豁地)이며 토질이 비옥하고 용인은 수려한 산들이 많아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언급할 뿐이다(아래 번역 부분 참조). 기사 제목은 왜곡 과장됐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기자의 진천 주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나쳤던 것 같다.

  

아울러 기자는 성해응의 언급과 더불어 『상산지(常山誌)라는 책에 나오는 '생거진천 사장용인'의 설화도 소개한다. 용인과 진천 두 곳에서 결혼해 자식을 낳은 여인이 있었다. 자식들이 서로 자신들이 사는 곳으로 어머니를 모시려다 판가름이 안나자 관아에 중재를 요청했는데 이 때 나온 판결이 '생거진천 사장용인'이다. 생전엔 진천이 살기에 좋지만, 사후엔 용인이 묻히기에 좋다고 한 것이다. 상산지에선 이 판결이 두 곳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부가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화는, 기자가 기사 말미에서 강남대 홍순석 교수의 언급을 인용했듯이, 어머니를 모시려는 자식들의 효가 강조된 설화이지 진천이나 용인이 양택(陽宅, 집터)이나 음택(陰宅, 묘터)에 적합한 곳이라는 것이 강조된 설화라고 보기 어렵다. 견강부회한 소개라고 할 만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과장된 가짜 뉴스가 많다고 한다. 진천 주민들이 우한 교민 수용을 거부했던데는 이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교민 수용에 환영의 뜻을 표한 것은 상찬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선양하려는 기사가 또다시 왜곡 과장되고 견강부회하니, 아니러니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진천 부분을 포함한 사진의 전문(全文)을 읽어보자. 어려워 보이지만 지리지(地理誌)라 의외로 쉽다.

 

 

北倉在州北二十里由月落灘上彈琴臺渡江而北是爲北倉有臨江巖石之勝卽灘叟李延慶之所居子孫至十世科甲相繼人稱上流名基(북창재주배이십리유월락탄상탄금대도강이북시위북창유림강암석지승즉탄수이연경지소거자손지십세과갑상계인칭상류명기)

 

북창은 충주에서 20리 되는 곳에 있다. 월락탄에서 탄금대 위쪽으로 강을 건너 북쪽으로 가면 바로 북창이다. 이곳에 강을 낀 거대한 암반의 승경이 있는데 탄수 이연경의 거처이다. 자손이 10대까지 이르렀는데 장원급제가 연이어 나와 사람들이 상류에 있는 최고의 집터라고 말한다.

 

木溪在州南二十里臨金遷下流下江魚塩船皆泊此東海之魚及嶺貨財皆湊焉居民以販賣致厚內倉在木溪北十里自古稱名塢峽中開野地廣而沃宜五糓與木綿土人以金遷嘉興內倉秣馬里爲忠州四大村(목계재주남이십리임금천하류하강어염선개박차동해지어급령화재개주언거민이판매치후내창재목계북십리자고칭명오협중개야지광이옥의오곡여목면토인이금천가흥내창말마리위충주사대촌)

 

목계는 충주에서 남쪽으로 20리 되는 곳에 있다. 금천 하류에 임해있는데 어염 선박들이 모두 이곳에 정박한다. 동해의 어물과 영남의 재화가 이곳에 모여 주민들은 장사로 치부한다. 내창은 목계 북쪽 10리 되는 곳에 있는데 예로부터 명오라 불렸고, 협중(峽中)에 평야 지대가 있는데 넓고 비옥하여 오곡과 목화 재배가 용이하다. 충주민들은 금천, 가흥, 내창, 말마리를 충주의 사대촌(四大村)이라고 부른다.

 

秣馬里在州西入聖山之麓卽十淸金世弼退休之地後孫至今居之閭閻皆饒給前有大川灌漑田甚沃故少歉世之患(말마리재주서입성산지록즉십청금세필퇴휴지지후손지금거지여염개요급전유대천관개전심옥고소겸세지환)

 

말마리는 충주 서쪽에 있는 입성산 기슭에 있다. 이곳은 십청 김세필이 벼슬에서 물러나와 산 곳인데, 후손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마을이 대단히 풍요로운데 앞에 큰 내[]가 있어 관개가 좋기에 토지가 비옥해 소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鎭川邑村臨大川野甚平衍宜稉稻可以忘歉荒土人謂生居鎭川死葬龍仁鎭川多肥土龍仁多佳麓故也(진천읍촌림대천야심평연의경도가이망겸황토인위생거진천사장용인진천다비토용인다가록고야)

 

진읍읍촌은 큰 하천가에 임해 있는데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어 메벼와 수도작이 용이해 소출 걱정을 않는다. 지역민들이 "살아서는 진천이 살기에 가장 좋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데 진천엔 비옥한 토지가 많고 용인엔 수려한 산들이 많기 때문이다.

 

以上湖西(이상 호서)

 

이상은 호서 지방에 대한 언급이었다.

 

安東之歸來亭在府東三里瓦釜灘上故留守李硡所建也東有臨淸閣李氏居之與映湖樓爲府中名勝三龜亭之址在豊山縣西六里豊山安東屬縣也(안동지귀래정재부동삼리와부탄상고유수리굉소건야동유림청각이씨거지여영호루위부중명승삼귀정지지재풍산현서륙리풍산안동속현야)

 

안동의 귀래정은 안동부 동쪽 삼리에 있는 와부탄 위에 있다. 과거 유수를 지냈던 이굉이 세운 건물이다. 이곳 동쪽에 임청각이 있는데 이씨가 거처하던 곳이다. 영화루와 함께 안동부의 명승지로 꼽힌다. 삼귀정 터는 풍산현 4~6리 되는 곳에 있다. 풍산현은 안동부 속현이다. 정자는···.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보자.

 

(물 수)(어려울 난)의 합자이다. 여울이란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배가 운행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여울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여울 탄.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灘聲(탄성, 여울 물 소리), 淸灘(청탄, 맑고 깨끗한 여울) 등을 들 수 있겠다.

  

(뫼 산)(낄 협)의 합자이다. 두 산을 끼고 그 아래로 물이 흘러가는 곳이란 뜻이다. 골짜기 협.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峽谷(협곡), 海峽(해협) 등을 들 수 있겠다.

  

(벼 화)(끝 말)의 합자이다. 꼴이란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에는 분쇄의 의미가 있는데, 꼴이란 곡물을 분쇄한 것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꼴 말.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秣馬利兵(말마이병, 말에 먹이를 먹이고 병기를 날카롭게 간다는 뜻으로, 전쟁을 준비한다는 의미), 糧秣(양말, 군량과 꼴) 등을 들 수 있겠다.

  

(수풀 림)鹿(사름 록)의 합자이다. 산감(산을 지키는 관리)이란 뜻이다. 으로 뜻을 표현했다. 鹿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산에 사슴이 있듯이, 산에는 산을 지키는 산감이 있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산감 록. 지금은 본뜻에서 유추된 산기슭이란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산기슭 록.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短麓(단록, 길지 않은 산기슭), 南麓(남록, 남쪽 기슭) 등을 들 수 있겠다.

  

(부족할 결)(겸할 겸)의 합자이다. 먹은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에는 '디시'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다시 먹는 것은 먹은 것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지금은 본뜻에서 유추된 흉년들다란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흉년들 겸.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歉荒(겸황, 흉년이 들어 논밭에서 나는 곡식이 없음), 歉弊(겸폐, 흉년이 들어 곡식이 부족함)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생거진천 사장용인'(장은 거()로 쓰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양택 음택의 선택지 의미보다 효심을 강조한 문구지만 본 의도와는 관계없이 오랫동안 양택 음택의 선택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특히 용인이 그러해서 용인에는 유명 인사나 그이와 관련된 무덤이 많다. 김대중 대통령의 부친 묘소도 이곳에 있다. 진천은 '생거진천'을 지역 브랜드로 적극 내세우는 반면, 용인은 '사장용인'을 적극 내세우지 못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뿌리에서 나온 말인데, 어느 쪽은 적극 활용할 수 있고 어느 쪽은 그렇지 못하니 이 또한 아니러니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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