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맑은 동네에 치매 요양 병원 웬 말이냐!"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치매 요양 병원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은 본능적인 것 같다.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치매 요양 병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어디간에 마련돼야 하는 것도 수긍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 들어오는 것은 반대한다. 분명히 모순된 일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작은 키의 누런 피부에 허름한 옷을 입을 가난한 이들을 대하는 백인(들)의 마음도 이 치매 요양 병원을 반대하는 이(들)의 심정과 같지 않았을까? 미국에 이른바 쿠리(중국이나 인도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말)들이 도착했을 때, 분명 노동력이 필요해서 입국시켰을 터이지만 정작 그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비호감이었을 터이다(쿠리라는 말 자체가 벌써 그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들이 멕시코나 쿠바같은 남미 지역으로 갔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사진의 한자는 '화인가(華人街)'라고 읽는다. '중국인 거리'라는 뜻이지만 '차이나 타운'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를 듯 싶다. 쿠바의 아바나에서 찍은 것인데, 아내가 1월에 쿠바에 다녀와 기념 선물로 준 것이다. 이 차이나 타운에는 10여 개의 중국 음식점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 그 주인은 중국인이 아니고 쿠바인이란다.
한 때 쿠바에는 15만명의 중국인이 산 적도 있지만 지금은150명 내외가 살고 있단다. 중국인이 쿠바에 온 것은 19세기 중반인데 사탕수수 재배 노동력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처음 이들이 쿠바에 들어왔을 때 겪었을 차별과 비호감은 능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쿠바의 개인 음식점은 객석이 50석을 못넘게 돼있는데, 이곳은 당국의 묵인으로 예외 지역이 돼있다고 한다. G2인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주민 후손들은 대단한 격세지감과 함께 모국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것 같다.
華와 街만 자세히 살펴보자.
華는 꽃이 피었다란 뜻이다. 윗부분의 艹(풀 초)로 뜻을 나타냈고, 아랫부분은 음(화)을 담당한다. '빛나다'란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이다. 중국이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이 역시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이다. 빛나는 문명의 나라가 중국이란 의미로. 꽃(빛날) 화. 華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華麗(화려), 中華(중화) 등을 들 수 있겠다.
街는 行(다닐 행)과 圭(홀 규)의 합자이다. 거리라는 의미이다. 사방으로 난 길을 표현한 行으로 의미를 표현했다. 圭는 음(규→가)을 담당한다. 거리 가. 街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街路樹(가로수), 市街地(시가지)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우리나라도 해외 이주민사가 있다. 우리 해외 이주민들도 중국인 못지않게 차별과 비호감을 받았을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면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 노동자들에게 그런 것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종종 언론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그릇된 처우와 혐오 행위가 보도되는 것을 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생각과 실천의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곳, 그곳이 현실이란 걸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