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뛰어난 교육적 도구로서 언어철학에 접근하는 첫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그 누구에게든 유용할 것이다. 이번 두 번째 판에는 핵심 인물과 주요 주제들 및 언어철학 분야에서 이뤄진 최근의 발전 등을 다루는 장들이 추가됨으로써, 이미 훌륭했던 초판보다 더욱 향상된 면모를 보여준다.”

Brett Sherman,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이 책은 언어철학 개론 강좌를 위한 표준적인 교재가 될 것이다.”

Ernest Lepore, 미국, 럿거즈대학교

 

 

초판에 대한 찬사: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은 해당 주제에 관한 감각을 익히고자 하는 학부생들에게 최고의 입문서로서, 상급 수준의 기술적인 세부사항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질 염려가 적다. 저자 Gary Kemp는 언어철학 분야의 전통적인 주제들을 망라하여 평이하고 흥미롭게 제시하면서도 학문적으로 엄밀한 스타일을 잃지 않는다. 에는 추가적인 탐구에 유용할 만한 철학사적 사항, 해당 장의 요약, 연습문제, 탐구의 심화를 위한 서지사항과 그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 등이 추가되어 있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유용하고 완벽한 보조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Stefano Predelli, 영국, 노팅엄대학교

 

 

“20세기 언어철학에서 다뤄진 고전적 주제들에 대한 쉽고 단계적인 여행.”

François Recanati, 프랑스, Jean Nicod 연구소

 

 

“Kemp는 초심자를 염두에 둔 언어철학 입문서들을 다수 집필해왔다. 이 책에서는 자연언어의 의미라는 사안에 초점을 맞추어, 학생들이 언어적 의미에 관해 지닐 법한 자연스럽고 소박한 관점에서 시작한다. 연후에 그는 탁월한 교사로서의 침착함과 이해심을 유지한 채, 언어철학 분야의 각종 이론들과 그 차이점, 문제와 해결책 등의 발전 과정에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켜 이를 세심하게 설명해낸다.”

Michael Lososky,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언어철학이란 무엇인가?

  

언어철학은 철학에서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들을 탐구하는 분야이다. 이 분야의 개척자들이라 할 수 있는 Gottlob Frege, Ludwig Wittgenstein, Bertrand Russell, 비교적 최근의 인물들인 Saul Kripke, Hilary Putnam 등이 제시한 핵심적인 착상들은, 작금의 철학적 논쟁에서도 핵심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저자 Gary Kemp는 다음과 같은 주요 주제들을 명료하고 세심하게 설명한다:

 

언어철학의 기초적인 성격과 개념 및 그 역사적 발전 과정

Frege의 뜻과 지시에 관한 이론, Russell의 한정 기술구 이론

Wittgenstein논고, Ayer와 논리실증주의

Kripke, Kaplan, Putnam 등이 제시한 최근의 관점: 필연성, 지표사, 고정 지시어, 자연종 등에 관한 논증

화행, 선제先提(상정), 대화적 함의 개념등을 다루는 언어 화용론

Davidson의 언어이론: “자비의 원칙과 해석의 불확정성

명제적 태도 문장(믿음을 귀속시키는 문장)과 연관된 철학적 퍼즐

Quine의 자연주의와 그 언어철학적 귀결

後期 Wittgenstein에 의해 제기된 문제들

작금의 경향: 주장 개념, 맥락주의, 허구적 대상, 추론주의, 슬러 현상 등에 관한 논의

 

이번 2판은 1판에서 다뤄지지 않은 주제에 관한 새로운 장들이 추가되고 몇몇 세부적인 사항들이 개선됨으로써 전면적으로 개정되었다. 각 장의 요약, 짧은 설명이 달린 추가적인 읽을거리 목록, 주요용어해설 등의 항목들은 언어철학을 교수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언어철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Gart Kemp 영국 글래스고대학 부교수. QuineDavidson: 진리. 지시. 의미등을 비롯하여 언어철학에 관한 다수의 단행본과 논문들을 출간 및 편집해왔다.




이것은 무엇인가? 시리즈

 

Routledge출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철학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제반 분야에 쉽게 입문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란 무엇인가?What is this thing called?라는 제하의 간략한 교재 시리즈를 기획하여 출간해왔다. 각 권들은 복잡한 이론 및 개념에 대한 명료한 설명과 평이한 예시를 통해 해당 분야의 핵심 문제들을 탐구하고 있다. 본문 이외에도 각 장의 요약, 연습문제, 추가적인 읽을거리에 대한 서지사항과 용어해설목록 등 학습을 위한 보조적인 도구들이 실려있다.

 

전체 시리즈 목록은 출판사 홈페이지의 하단 목록 중 ‘Our Produtcs’‘book-series’ 항목에서 볼 수 있다.

 

인식론이란 무엇인가? 3

Duuncan Pritchard

 

언어철학이란 무엇인가?

Gary Kemp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2

Christopher Bennett

 

메타윤리학이란 무엇인가?

Kok-Chor Tan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Brian Garrett

 

종교철학이란 무엇인가?

Elizabeth Burns

 

언어철학이란 무엇인가? 2

Gary Kemp




序文

 

2판에 부쳐: 이번 판에서는 4(‘판단에 대한 Russell의 이론, 前期 Wittgenstein, 논리실증주의’)12(‘작금의 경향’)이 새로이 추가되었고, 1장과 2장 및 5-8장에 부분적인 수정이 가해졌다.

 

언어철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적잖이 당황하고는 한다. 도덕철학이라든가 정치철학 또는 인식론을 접할 때와는 다른 생경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이는 언어철학에 진입하는 단계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으로서, 마치 스키를 처음 배울 때처럼, 초심자들은 이 주제에 접근하는 첫걸음조차 떼기 아주 힘들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어려움은, 언어철학을 기초적으로 다루는 대부분 저서들이 기술적(技術的)techmical인 용어들과 원리들을 독자들이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한 채 꽤나 높은 철학적 수준에서 쓰였다는 점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이 책은 이러한 어려움을 피할 수 있게끔 순전한 입문자를 염두에 두고 저술되었다. 훌륭한 교재들이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긴 하지만 그 중 순전한 입문자를 위한 것은 드물다. 예컨대 이 책과 비슷한 수준의 저서로서 William Lycan언어철학: 현대적 입문Philosophy of Language: A Contemporary Introduction(Routledge, 2, 2008)을 들 수 있겠다. 분명 뛰어난 교재이긴 하지만, 그 책과 나의 책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큰 차이점이 있다: Lycan 의 책은 언어철학의 주제에 따라 구성되어있다 보니 해당 주제와 얽힌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론과 각종 주의(主義)ism, 철학적 문제들, 그 해결책과 반론들 전부가 압축적이고 빠르게 제시된다. 이런 식의 접근법은 해당 주제에 이미 충분히 숙달해 있어서 비교적 최근의 논의에도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학생들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초심자들에게는 버겁게 느껴진다. 반면 나의 책은 대체로 이론 및 이론가들 위주로 서술되어, 비교적 적은 수의 인물들과 좁은 범위의 문제들이 완만한 속도로 다뤄지기에, 벼리가 되는 중심 주제나 논제에 쉬이 집중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을 읽어나가는 첫 단계에 큰 어려움은 없으며, FregeRussell 등과 같이 적은 수의 핵심적인 이론가들에만 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이론가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끔 의도되었다.

보다 더 중요한 사항으로서, 나는 학생들이 언어철학과 얽힌 철학사에 대한 다소의 일관된 그림을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다고 하여 언어철학사 전체를 속속들이 파고들지는 않고, 초심자들의 흥미를 고취할 법한 큰 줄거리들의 개략적인 소묘 정도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한 학기 강의에 적합한 교재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 그렇다 보니 약간의 취사선택은 불가피하였던바, T. Burge, A. Curch, M. Dummett, G. Evans, J. Fodor, P. Geach, D. Lewis, R. G. Millikan, R. Mongtague, Schiffer, W. Sellars, R. Stalnaker, A. Tarski 등의 인물들은 언어철학사적으로 중요함에도 다뤄지지 않거나 극히 부분적으로만 소개되었고, L. Carnap, A. J. Ayer, H. P. Grice, J. R. Searle, D. Kaplan 등의 이론은 선별적으로 다뤄졌다. 이론 측면에서는 목적의미론teleosemantics, 진리-형성자 의미론truth-maker semantics, 개념 역할 의미론conceptual role semantics, 상황 의미론situation semantics, 게임이론적 의미론game-theoretic semnatics, 역동적 의미론dynamic semantics의도-기반 의미론intention-based senmatics, 의미론적 최소주의semantical minimalism, 표현주의적 의미론expressive semantics언어철학에서의 실재론realism -실재론anti-realism, 적합성 이론relavance theory 혹은 적합성 진리론relavance theory of truth 등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여기서 다뤄진 인물들의 이론에 충분히 숙달됨으로써, 여기서 다뤄지지 못한 주제들에까지 탐구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에 가해질 만한 비판으로서, 역사적인 측면에 치중하다 보니 지금은 다소 구식으로 여겨지는 내용까지 필요 이상으로 세세하게 소개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는 언어철학을 가르치는 방식에 관한 철학적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언어철학은, 수리논리학이나 기하학처럼 해당 학문의 발전사와 다소 무관하게 가르쳐질 수 있는 표준적인 교수법이 정립된 학문분야들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앞 문단에서 언급된 다양하고 넓은 범위의 관점이나 이론들에 의해 피력되어왔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언어철학은 상당히 논쟁적인 분야이다. 따라서 FregeRussell 등 전통적인 철학자들의 이론적 기초를 충분히 익혀놓는다면, 최근에 다뤄지는 주제나 논쟁들을 조망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연관된 비판으로서, 최근 몇 년간 언어철학은 구문론syntax 및 화용론prgmatics적인 착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경험적 언어학empirical linguistics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음에도, 이 책에는 그러한 사실이 반영되어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겠다. 이에 대한 나의 응답은, 이 책의 주제가 언어학 자체 내지 언어학에 관한 철학이 아니라 백 년 전에 이해된 바로서의 언어철학이라는 것이다: 즉 이 책은 현실의 언어를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언어에 관한 경험적인 사실을 이해하고자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의미meaning에 기초하여 언어를 반성함으로써 언어에 관한 철학적인 문제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또 다른 비판으로서, 연습문제를 제외하면 비판적인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겠다. 이는 나도 인정하는 바이나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언어철학이 가르쳐질 때 자주 발생하는 큰 문제점은 논의되는 입장을 교수자가 시시때때로 비판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한 철학자가 특정 입장을 견지하게 된 이론적 근거를 학습자가 충분히 파악하는 데에는 다소의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만약 교사가 강의의 초입부터 한 관점을 비판하고 들어간다면, 학생들은 시험을 위해서가 아닌 바에야 그것을 굳이 배워야 할 참다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며, 한 이론이 그리도 명백한 결점을 지니고 있다면 왜 시간을 들여가며 그것을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따라서 내가 지닌바 캘리포니아 사람으로서의 비판정신을 다소 억누른 채, 나는 한 이론에 관한 다소 긍정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구성된 각 장의 개관은 다음과 같다: 서론 및 1장에서는 다소 역사적인 기초 사항들을 먼저 숙지한다. 2장과 3장에서는 FregeRussell의 고전적인 이론을 각각 살펴보고, 4장에서 前期 Wittgenstein의 이론 및 그로부터 영향받은 논리실증주의자들 중 Ayer의 초기 이론과 Carnap의 이론 일부를 살펴본다. 5장에서는 필연성/가능성necessity/possibility 등과 같은 양상성modality 개념과 더불어 Kripke가 제시한 가능세계 의미론possible worlds semantics의 기초적인 형태를 살펴보고, 6장에서는 PutnamKaplan의 이론을 중심으로 지표사indexical에 관한 논의들을 알아본다. 7장에서는 언어철학에서 또 다른 큰 줄기인 화용론pragmatics에 집중하면서 Austin, Searle, Grice의 이론을 살펴본다. 8장에서는 FregeQuine에 의해 각각 제기된 문제들을 중심 삼아 소위 명제적 태도propositional attitude라는 주제를 논의한다. 연후에 9장에서는 Davidson의 의미이론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10장과 11장에서는 언어와 의미에 관한 Quine後期 Wittgenstein의 입장을 각각 살펴본다. 마지막 12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언어철학분야에서 이뤄진 발전들 중 뚜렷한 것으로서 주장assersion 개념에 관한 정의의 문제, 언어에서 맥락-상대성context-relativity 개념, 허구적 대상fictional object에 관한 언어철학적 이론들, 추론주의 의미론, slur현상[(경멸적 비속어)]에 관한 논의들 등의 다섯 가지 주제를 살펴본다.

모든 장들을 반드시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각 장들은 상대적으로 완결성을 갖도록 서술되었기에, 관심하는 바에 따라 특정 장만을 선별하여 읽어도 무방하다. 가능세계 및 지표사 개념이 논의되는 6장 및 명제적 태도 개념이 논의되는 8장은 여타 장들에 비해 다소 어려운 편이다.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건너뛰어도 괜찮을 것이다. 4장은 다수 인물들과 이론들이 소개되기에 여타 장들에 비해 좀 더 역사적인 성격을 띤다. 역사적인 사항을 알아볼 필요가 없다면 이론적인 내용만을 살펴보아도 좋다. 이렇듯 모든 장들을 유기적으로 속속들이 읽을 필요가 없다 보니 선별적으로 읽을 독자를 위해, 몇몇 핵심적인 개념적역사적 사항들에 대한 동일한 설명이 여러 장에 걸쳐 반복되기도 할 것이다.

 

각 장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항목들이 제시되어있다:

 

역사적인 사항. 대체로 작금의 경향이 다뤄지는 12장에는 이 항목이 없다.

각 장의 요약.

연습문제. 각 장 본문에 제시된 내용만을 토대로 이 문제들에 명확히 답하긴 어렵겠지만, 해결하고자 고심하다 보면 해당 장의 주제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고 나름대로의 비판적인 관점이 갖춰질 수 있게끔 고안되었다.

더 읽을거리. 이 목록에 소개되는 문헌들과 더불어 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인터넷 철학 백과사전에 등재된 글들을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제시된 문헌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덧붙였다. 예를 들어 2장의 주요 읽을거리항목에서는 Frege 저서에 대해 언급할 만한 사항들을 덧붙였다. 몇몇 장들에는 추가적인 읽을거리항목이 따로 제시되어있다.

 

책 전체의 말미에는 책에서 제시된 주요용어들에 대한 해설목록이 있다.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주요 읽을거리에 제시된 문헌들에 대한 독서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어떤 교재도 원전을 대체할 수는 없다. 상술하였듯, 화학이나 미적분학처럼 한 학문의 발전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이나 원전에 관심하는 학문 분야들과는 달리, 언어철학은 매우 논쟁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 책이 언어철학에 등장하는 이론가들, 주제들, 논증들로 처음 안내하는 간결한 길잡이 역할을 해냄으로써, 독자들이 이에서 더 나아가 주요 읽을거리 목록에 제시된 1차 문헌들에도 도전하는 데에 이바지하길 바란다.

 

Gary Kemp

2017.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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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정신현상학의 이해
한자경 지음 / 서광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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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정신현상학의 이해'이지만 그에 대한 해설서라기보다 요약서에 가깝다. 해당 저술의 내용이 저자 고유의 언어로 주해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원전에서 핵심적인 문장들이 지속적으로 인용되면서 본문에서는 그 인용된 바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언어와 개념들이 반복되어 재서술될 뿐이다. 절 말미마다 해당 절의 내용을 도식화한 것은 저자 나름대로의 주해를 도모한 유의미한 시도라 할 수 있겠으나, 원전 이해에 그다지 크게 기여한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애초에 나는 철학적 사유를 도식화하거나 요약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원전으로 도전하기엔 버겁지만 그 내용을 너무나 알고 싶어 어떻게든 접근하고자 안달난 사람이 아닌 바에야, 통상적인 독자층에게는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헤겔 철학을 탁월하게 소개하거나 평가하는 학술적 연구서나 대중적 해설서가 이미 많이 나와있다는 점에서, 구매 및 소장가치 역시 떨어진다. "정신현상학"에 도전하기에 앞서 혹은 그와 병행할 참고서로서 굳이 활용하고자 한다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일별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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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논리학 수업 - 논리적 사고와 추리논증의 기초
윌러드 밴 오먼 콰인 지음, 성소희 옮김 / 유엑스리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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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가지 점으로 인해 아주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1. 명제논리와 양화논리 두 가지만이 다뤄지고 있는데 그 접근법이 공리적이고 구문론적이어서 다소 어렵고 자연연역법을 중심으로 삼는 작금의 일반적인 논리학 교수법 트렌드와도 이질적인 편이다. 이에 초심자가 혼자 읽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고, 논리학을 다소 아는 사람이라도 전문적인 숙달 수준을 갖추지 않은 이상 읽어나가기 어렵다. 예컨대 명제논리에서 타당성, 함축, 동치, 모순 개념 등을 설명하는 데에, 진리표 방법이 아니라 연산자 변형을 통한 연언/선언 표준형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전자는 의미론적인 것으로서 진리치를 갖는 문장/명제에 대한 방법이기에, 문장 <도식>에 대한 추상적, 구문론적인 접근법을 취하고자 한다면 후자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장/문장도식 개념 간의 구분부터가 초심자에게는 어려운 과제인바, 논리학의 형식성과 추상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야 이러한 접근법의 필요성과 묘미를 간취해낼 수 있다. 또한 연언/선언 표준형 변형과정은 그를 위한 진리함수적 연산자들의 정의를 숙지하고 그를 통한 변형 방법을 먼저 숙달해야만 진행할 수 있는 절차이다. 논리학 초심자가 그런 방법에 익숙할 리는 만무하며, 이를 어떻게든 이해 및 연습하고자 한다면 진리치표를 활용하는 직관적인 방법에 기대는 수가 결국 최선이다. 앞 절에서 제시된 문장들을 다시 표기해주지 않고 그 번호만을 언급해가며 증명을 이어가는 방식 및, 언어요소의 전부를 기호화하지 않고 자연언어 문자와 논리상항들을 혼용하여 설명하는 방식 등, 콰인의 서술방식이 그다지 친절하거나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다. 콰인이 위대한 논리학자라는 사실이 그가 탁월한 논리학 교수라거나 저ㅓ명한 논리학 교재 저술가라는 점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이렇듯 제목 및 책의 외양이 비춰주는 바와는 다르게 초심자를 위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보편화된 학습법 외의 색다른 방법을 알아보고자 하는 숙련자에게나 추천된다. 


2. 사실 1에서 지적한 사항은 책 자체적인 단점이라기보다는 책의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상대적 단점이다. 기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은 이 책의 전체적인 만듦새와 그에서 비춰지는 출판사의 기만적인 행태였다. 일단 나는 이런 식으로 팔아먹기 좋은 형태로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하버드', '전설적인' 이라는 거창한 단어들까지 달고 나오는 이런 류의 책들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으나, 문제는 콰인의 이 책을 이런 모양새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원서에 대한 종합적인 무지와 비검토를 방증해준다는 점이다. 책 어느 내용을 읽어 봐도 이런 모양새로 논리학 초심자들을 홀릴 만한 내용이 아니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내용은 현실의 논리/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그 누구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강도 높은 지식들이다. 그런데도 전문 서적이 아니라 마치 교양 수준이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듯한 만듦새로 외양만 번드르하게 꾸며놓은 채, 활자 크기와 줄 간격과 본문 외 여백을 대빵만하게 키워놓고는, 그렇게 해놓고도 쪽수가 300쪽 남짓으로 뽑힌 이 작은 책을 이만 오천 원에 팔아먹고 있다. 원저자의 80년 판 서문을 보면 마땅한 논리학 교재가 없는 당시 실정에서 본인이 활용키 위해 6주 간 이 "얇은" 책을 썼다고 하는데, 그 말이 암시하기도 하듯 실제 내용을 읽어보면 이 책은 혼자 읽어나가며 숙달하는 목적보다는 전문가의 지도 하에 활용되는 교재 내지 부교재의 용도를 염두에 두고 쓰인 저서라는 느낌이 강하다. 책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지도 않은 채 이런 식으로 책을 기획, 출판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질타받아야 할 구석이다. 편집자나 검수자가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을지마저 의심스럽다. 일례로 n개의 요소명제로 구성된 복합명제의 진리치표에서, 가능한 진리치의 배열을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가로행의 개수는 2n개가 아니라 2^n개임에도, 153쪽에는 두 번이나 '2n'으로 표기되어 있다. 사소한 오식이든 역자의 오역이든 어느 쪽이나 한심스럽기는 불문가지다. 하기사 'extensionalist'를 '외연주의자'가 아닌 '확장주의자'로 번역하는 마당에 뭘 더 기대할 바가 있겠는가. 기획자든 역자든 편집자든 검수자든, 이 책이 만들어지는 데에 개입한 그 누구도 이 책의 특성과 원저자의 이론이라곤 일절 모른 채 탄생한 대환장 콜라보나 다름없다. 수준이 변변치 못하게 탄생한 이런 물건이 하바드 전설이란 타이틀을 달고 이만 오천원에 세상에 나왔다. 혐오스럽기 그지없고, 작고한 콰인에게 일개 독자인 내가 감히 민망할 정도이다. 


3. 열 한두 해 전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불었다. 철학사 한 권 안 읽어본 독자층들이 '하버드 강의'라는 수식어에 혹해 많이들 이 책을 샀을 테고, 많이들 읽다가 내팽겨쳤을 테고, 그렇게 많은 책들이 방치되었을 테다. 지금도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면 갈 적마다 이 책은 낱장 하나 해진 데 없이 말끔한 상태로 한두 권씩 꼭 비치되어 있다. 이제 독자층들은 원체 자신의 관심 분야가 아닌 바에야 책의 겉모양과 출판사의 상술에만 혹해 이런 책들을 사는 수준을 점차 벗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책"이라 해서 콰인의 이 책이나 샌델의 그 책이 좋지 않은 책이라는 말이 아니다. 철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문학이든 장르소설이든, 어떤 분야의 유명한 저서나 저자에 대한 그럴 듯한 꾸밈새만으로 책을 팔아먹을 수 있는 시대는 곧 지나갈 것이라는 말이다. 책을 즐기며 꾸준히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관심하는 분야에서 무엇이 양서인지 무엇이 자신에게 필요한 책인지를 알아보는 안목을 점차 키워갈 것이다. 그에 따라 이런 책들과 이런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출판사는 롱런하지 못할 것이다. 콰인에겐 안타깝지만 이 출판사에서 나온 그의 이 책은 곧 절판될 것이고, 그 넓은 여백에 증명 절차 하나 메모되어있지 않은 깔끔한 상태로 알라딘 중고매장에 몇 권 돌아다니게 될 테다. 

 

4. 다만 나는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 아니면 적어도 <견실하게 만들어진 책>을 알아보는 안목이 여전히 많이 부족한가보다. 콰인이라는 논리학 대가가 쓴 논리학 저서는 도대체 어떤 모양새일까 그것만이 궁금하여 섣불리 책을 사버렸다. 논리학에 더 충분히 숙달한 뒤에 다시 도전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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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입문 - 제14판
IRVING M.COPI 지음 / 경문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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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도 않고 읽는 걸 굳이 말리고 싶지도 않은 책이다. 논리학의 기초적인 내용들을 체계적이고 좋은 구성으로 잘 전달해내고 있긴 하지만, 그 내용이 <양적>으로만 방대하고 예시문이 과하게 많아 논리학 초심자든 숙련자든 읽다가 지루해 하거나 지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논리학의 형식적인 측면에만 관심하는 사람이라면 이 모든 내용과 예시를 굳이 다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다른 한편으로 논리학 지식이 요구되는 공인 시험이나 논술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을 대비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보다는 그런 측면만을 겨냥하여 출간된 연습문제집을 사서 훈련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될 듯하다. 그렇다고 부교재로 활용하자니 내용이 많고 두꺼워 배보다 배꼽이 큰 형국이 될 것이다. 제시된 연습문제들(특히 형식논리의 문제들)의 패턴이 천편일률적이어서 발전성 있는 논리학 연습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차적인 단점이다.


 다만 초입에 말했듯 그 구성은 꽤나 좋은 편인 듯하다. 이 책이 논리학 교재로서 널리 인정받고 활용되어오며 판쇄를 거듭하게 된 데에는 이런 측면이 가장 강하게 작용한 듯하다. 여러 대학 출판부에서 본교의 철학과 내지 교양 논리학 강의를 위해 자체적으로 출간하는 논리학 교재들은 많은 것들이 이 책의 구성과 목차를 본따 그 내용을 다소 압축한 형태로 되어 있다. 내가 대학 시절 수강한 논리학 학 강의의 교재 역시 이 책의 구성을 따랐던바, 논리학이라는 학문 개관, 명제와 논증 개념 분석, 형식적/비형식적 오류, 아리스토텔레스 정언논리, 연역논리와 그의 두 가지 큰 표준 줄기인 명제/술어논리, 귀납논리, 과학적 추론과 설명 개념 등을 다루는 장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교수님께서 강의 중간중간 인용하는 책들도 코피의 이 책(과 W. 새먼의 책)인 경우가 많았다. 현대의 대학 강의에서 일반적, 표준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논리학 교수법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 이 책의 큰 장점이며, 학습자의 입장에서도 효율성을 제고해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양적인 부담감을 이겨내면서 형식논리와 자연언어 논리를 폭넓고 끈기 있게 연습할 결심이 있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겠다.


 추가적으로, 6장 말미의 부록에 제시된, 아리스토텔레스 정언논리학에서 타당한 형식에 대한 연역을 소개하고 있는 절은,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방법론이어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논리학 저서를 많이 섭렵한 편은 못되지만, 이적지 읽어온 여타 논리학/논리철학 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내용이다(닐 부부의 "논리학의 역사"에 제시되었을 법도 한데, 그 책을 읽던 당시엔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언논리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짐과 동시에 그간 막연히 갖고 있던 의문점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관심 있는 사람은 빌려서라도 이 부분을 읽고 연습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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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euiwon 2024-03-24 0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논리학 책을 찾는데 이 책인가 보네.
 
가능세계의 철학 - 필연과 가능으로 읽는 ‘존재’와 ‘세계’ 철학의 정원 6
미우라 도시히코 지음, 박철은 옮김 / 그린비 / 201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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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논리와 가능세계 형이상학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준수하게 쓰인 수작이지만, 입문서로 의도되었음에도 주제 자체의 어려움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다. 양상논리의 형식적 측면, 양상과 가능세계 개념에 얽힌 형이상학적 사항들, 자연과학과 가능세계 개념 간의 관계 등, 주제와 얽힌 내용들을 풍부하고 알차게 전달하고 있는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논리학, 철학, 수학, 자연과학 등에 숙달해 있기에, 내용이 잘 전달되고 읽히게끔 매끄럽게 번역해내면서 필요한 부분에서는 전문적이고 세세한 역주를 통해 본문을 보충 첨언하고 있는 역자의 솜씨도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다만 기본적으로 현대 분석적 경향의 언어철학, 명제/술어논리, 논리철학, 집합론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선지식이 없이는 논의의 맥락을 따라가기 어려울 듯하다. 역자 주에서 제시되고 있는 내용도, 그 분야에 대한 맥락적인 선이해가 없능 사람이라면 이런 내용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생각과 함께, 이해가 풍부해지기보다는 어려움만 느끼기 쉬울 것 같다. 양상논리와 가능세계 개념에 대한 배타적인 저서가 내가 알기로는 이 책을 포함하여 네 권* 정도밖에 없으니, 이 책을 읽고자 하되 상술한 하위분야들에 대한 선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분야들에 대한 지식을 먼저 갖추고 이 책에 도전해야 읽는 소득이 있을 듯하다. 어쨌든 이 분야를 다룬 저서의 희소성으로 인해서도, 책 자체의 탁월함으로 인해서도, 읽을 가치가 높은 책이다. 

 

*손병홍, "가능세계의 철학"(절판)

  김우진, "양상논리와 형이상학"(절판)

  미우라 도시히코, "허구세계의 존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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