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 논리주의 대 직관주의

 

예컨대 데데킨트는 공간과 시작의 직관으로부터 수를 도출할 수 없으며 다만 수는 "사고의 순수 법칙으로부터 즉각적으로 발현되어 나온다"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수로부터 공간과 시간의 명확한 개념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논리학파의 기본 이론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지만, 거기에 깊이 천착하지는 않았다.

 

모리스 클라인, 수학의 확실성, 381




2. 수의 무한성에 관한 우리의 지식에 대한 Dedekind의 설명

 

DedekindFrege가 자연수를 취급하는 방식은 대체로 유사하다. Frege의 정리가 보여주는 바는, 유한 기수(基數)finite cardinalsHume의 원리Hume's principle에 따라 도입되고 직후자(直後者) 관계(계승수 관계)successor relation가 기수성 연산자cardinality operator에 의해 정의되고 나면, 후자와 더불어 유한기수는 Dedekind-Peano 공리Dedekind-Peano axioms를 만족한다는 것이다. 역으로 Dedekind(정리 120)는 개념 변항concept variable이 오직 유한 개념finite concept만을 아우르는range over[유한 개념만을 논항으로 취하는?] 형태의 Hume의 원리가 무엇인가?[수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Was sind und was sollen die Zahlen?]에 제시된 체계 내에서 얻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형식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이 자연수의 존재와 무한성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설명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앞서 Frege의 방법론을 꽤 상세히 살폈으므로 여기서는 Dedekind의 설명을 살펴보기로 한다.

Dedekind의 정의에 따르면 한 체계system[집합]는 그것의 -부분체계proper subsystem와 일대일 대응one-to-one correspondence될 수 있는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Dedekind적으로) 무한하다(Dedekind) infinite. 이에 비해 단순 무한한simply infinite 체계란 Dedekind-Peano 공리를 만족하는 관계의 논의영역을 형성하는 임의의 체계로 정의된다. 이렇게 정의하고 난 뒤 Dedekind는 모든 무한체계가 단순 무한한 부분체계를 포함하고 있음을 증명한다(정리 72). 우리가 하나의 무한체계의 존재를 우선 증명했다 해보자. 그러면 우리는 하나의 단순 무한체계 역시 존재해서 그 체계 및 체계 관계들이 Dedekind-Peano 공리의 모형이 됨을 알 수 있다. 단순 무한체계를 얻고 나면 우리는

 

[그 체계를 이루는] 요소element들의 고유한 특성special character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 각 요소들의 구별가능성distinguishability만을 유지하면서 그것들이 체계 내에서 맺는 상호관계만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자연수natural numbers序數ordinal numbers 내지 그냥 단순히 수라고 불린다. 체계의 요소들이 갖는바 여타 모든 내용을 제거(추상화)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수를 인간 정신human mind의 자유로운 창조물이라고 정당하게 부를 수 있다. (무엇인가?, 68.)

 

여기서 수에 관한 FregeDedekind의 설명 간의 중요한 차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Dedekind의 관점에서, 단순 무한체계를 제시하는 일은 수에 대한 개념을 창출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 [Frege가 겨냥하였듯이] 개별 수들 간의 동일성을 고정시키고자 한 것은 아니다. 실지로 Dedekind는 자신의 착상을 그런 식으로 확장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했다. 반면 Frege는 개별 수들의 지위가 자립적인 대상self-subsistent object임을 보장하고자 그러한 작업[수 동일성 진술의 진리치를 결정하는 것]을 수행했다. Dedekind의 분석에서 수의 존재는, 단순 무한체계를 이루는 요소들의 특정 성질들을 추상화함으로써 그 순서구조ordinal structure만을 얻게 해주는 정신적 능력mental power의 귀결일 따름이다.

Dedekind 방법론의 성공 여부는 무한체계의 존재에 달려있다. Dummett(1991a[Frege와 분석의 역설Frege and the paradox of analysis, 49ff.])이 지적했듯이, Dedekind는 방금 살펴본 방식에 따라 추상화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수 개념을 창출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그러한 체계의 존재를 보장하고자 했다. 그 경우 그의 정언성 정리categoricity theorem(정리 132)에 따르면, 구성 초기에 드러났던 특수성peculiarity은 사라지고 무한체계 구성의 일반성generality이 보장될 수 있다. 이는 정리 66의 목표로서 그 증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나의 사고thought의 세계, 즉 내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사물들로 이뤄진 총체 S는 무한하다. 왜냐하면, sS의 한 요소를 지칭할 경우, s가 나의 사고의 대상이라는 내용의 사고 역시 S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s´를 요소 s에 대한 image φ(s)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 그렇게 결정된 S로의 사상(寫像)mapping φ on S은 다음과 같은 속성을 갖는다: φ의 상 S의 부분이자 진-부분proper part이다. 왜냐하면 S에는 [φ에 의해 결정되는] 그러한 모든 사고 과는 다르기에 에는 포함되지 않는 요소(가령 나의 자아 자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abS의 각기 다른 요소들이라면 그것들의 상 역시 각기 다르며, 그런즉 사상 φ는 명백하게 잘 정의된다. 따라서 S는 무한하다. q.e.d.

 

Frege와 마찬가지로 Dedekind는 사유의 영역을 객관적인 것으로, 즉 우리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그러한 영역에 무리 없이 접근할 수 있음은 사고가 우리 이성에 투명하게 비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유 영역은 무한체계의 범형인바, xy라는 나의 사고의 대상이다라는 관계란 내 사고의 대상으로 이뤄진 부분체계로부터 그것 자체의 진-부분으로 사상하는 일대일 함수one-one function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범형으로부터 우리는 무한체계의 개념을 추상화하며, 그에 따라 수 개념을 추상화한다. Dedekind의 증명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사고라는 것 자체가 진정한 대상proper object이어야 한다. 1차 개념의 논항, 정확히 말해 사고와 그 자체로는 사고가 아닌 대상 간에 성립하는 관계로서 x는 나의 사고의 대상이다라는 개념의 논항이 될 수 있어야 한다. Dedekind가 사고의 본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하지는 않기에, [수 개념에 대한] 그의 설명이 일관적이지 않은 사고이론에 토대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Dedekind(사고가 진정한 대상이라는 추가조건을 받아들임과 더불어) Frege의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고이론을 암묵적으로 가정했다고 간주한다면, [Frege의 사고이론에서 야기되는] 개념/사고 역설1)은 수의 무한성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설명하는 그의 방식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즉 정리 66이 실패할 경우 우리는 수 개념을 추상화할 수 있는 범형을 잃는 셈이며, 그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수의 핵심적 속성을 알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불분명한 것으로 남게 된다.


1) 같은 책, 149(‘Russell의 명제적 역설과 Frege의 사고 개념) 참조.

 

William Demopoulos, Peter Clark, "The Logicism of Frege, Dedekind, Russell": S. Shapiro . The Oxford Handbook of Philosophy of Mathematics and Logic, 15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