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실재론을 넘어서서 - 퍼트남과 데이빗슨의 제3의길
배식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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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론-반실재론 논쟁을 개관하면서 퍼트넘과 데이빗슨의 관점을 옹호하고 있는 전문 연구서이다. 저자의 학위논문을 토대로 저술된 책이어서인지, 퍼트넘과 데이빗슨의 이론은 물론이요 주제와 연관된 여타 철학자들의 이론들 및 그 문제점도 심층적인 수준에서 그 핵심만이 빠르게 해설 및 논평된다(그렇다보니 책의 분량도 길지 않은 편이다). 이에 초급자가 무턱대고 읽기에는 난이도가 많이 높고, 철학과 학부생 3, 4학년 정도에게나 읽는 소득이 있을 듯하다. 기본적인 분석철학사와 더불어 논리철학, 언어철학(및 지향성, 명제태도 등을 다루는 심리철학 일부), 인식론, 과학철학 등에 대한 폭넓은 선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저자의 압축적인 논의를 유의미하게 따라가며 자신만의 생각거리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실재론-반실재론 쟁점 자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퍼트넘의 내적 실재론과 데이빗슨의 언어철학이 이 논쟁에 대해 함축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기 늘상 어려웠다. 제임스 래디먼의 과학철학책이나 A. C. 그렐링의 논리철학책, 데이빗슨의 언어철학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이영철, "진리와 해석" 등에서 해당 주제를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긴 한데, 그것들을 읽을 당시엔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해 제대로 소화해내질 못했다. 그러던 차에 이 단행본을 오래 전 알게 된 뒤로 벼르고 벼르다 이제사 구매해서 읽어보았는데, 퍼트넘과 데이빗슨의 이론뿐만 아니라 주제와 연관된 여타 철학자들의 이론 및 논쟁도 조감해볼 수 있어 적잖이 도움이 된 독서였다. 특히나 콰인의 의미론과 존재론을 그의 자연화된 인식론을 중심으로 재구하면서 실재론-반실재론 논쟁의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2장 '나'절이 (책의 중심부는 아니지만) 흥미롭고 인상깊었다. 주제에 대한 저자의 깊은 탐구력과 능숙한 해설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서술이 압축적이고 분량이 짧아 여전히 이해가 미진한 부분이 솔직히 더 많다. 앞서 언급한 책들을 다시 찬찬히 읽으며 보완해야겠다. 늘 그렇듯 책 하나를 읽으면 읽어얄 책권들은 더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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