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과 해석학 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총서 23
이남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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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썰의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해석학을 상세하게 분석 및 비교하고 있는 전문 학술서적이다. 후썰의 초월론적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 간의 유사점 및 차이점을 해명한다는 목적 하에, 스무 편에 이르는 저자의 유관 논문들을 한데 모아 재구성하였다. 그럼에도 서술과 내용이 일면적이거나 파편화되어 있지 않고 통일적, 체계적이어서 저자의 뚜렷한 문제의식 하에서 진행되는 논의를 명료하고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두 인물의 현상학 간 연속성과 공통점을 추적하는 데에 천착하면서도, 그간 하이데거 철학의 입장에서 다소 일방적으로 무시되거나 왜곡되어왔던 후썰 후기 현상학의 새로운 국면을 강조하는 데에 많은 논의가 할애된다. 내용의 전문성 및 서술의 상세함으로 인해, 이미 등록된 100자평들이 말해주듯 초심자가 읽기엔 많이 버거울 것이다. 기본적인 근현대철학사는 물론이요, 후썰 현상학의 기본 개념이나 논제들 및 하이데거 전기 철학의 전체 윤곽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책의 논의를 유의미하게 따라갈 수 있을 듯하다. 사소한 단점을 지적하자면, 복수 논문들에서 핵심 내용을 추려내어 언어적 측면에서 통일적이게끔 재구하느라 그랬는지, 동일한 어구나 절들이 자꾸 반복되는 등 서술방식이 반복적이고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큰 소득이 있었던 독서였다. 우선, 이전에는 후썰 현상학의 기본 개념들 정도만 그나마도 파편적으로나 알고 있던 차였는데, 이 책을 통해 후썰 현상학 전반을 체계적으로 조감하면서 단편적으로 알던 내용을 맥락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후썰 현상학의 전체적인 구도가 조망 및 해설되는 1, 2, 4장 등에서 이러한 도움을 얻었다. 둘째로, 하이데거 철학이 어떤 점에서 현상학이며 그의 해석학이 어떤 점에서 후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인지, 그저 철학사적 지식으로 그렇다고만 알고 있었을 뿐 왜 그러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항상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 양자의 연속성 및 차이점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면서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저자의 논의를 끈기 있게 따라가다 보니 그러한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듯했다. 전술했듯 후썰 현상학을 좀 더 유의미하게 이해하고 나니, 하이데거의 실존론적 분석에서 동원되는 여러 방법적, 개념적 장치들이 후썰 현상학의 그것들과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음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후썰과 하이데거 간 철학적 관계를 파헤치고자 하는 숙달자라면 숙독해볼 가치가 충분한 연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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