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논리.존재
김영정 / 철학과현실사 / 1997년 3월
평점 :
품절


부제는 '언어철학, 논리철학 입문'이라고 되어 있지만 쌩 입문자가 읽기엔 버거운 심층적인 연구서 내지 해설서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듯, 개별 원고들을 손보아 한데 모은 선집이나 마찬가지지만, 큰 틀에서 언어철학, 존재론 및 논리철학, 메타논리 등의 주제에 따라 유사하거나 밀접한 글들을 모아 3부 형식이 되게끔 꾸려졌다. 나름의 통일성이 도모되었음은 사실이나 어쩃든 애초에 입문서를 염두에 두고 통일적으로 쓰인 책은 아닌 만큼 여타 단행본에 비해 굳이 이 책을 입문서로 선택할 필요성은 조금 떨어진다. 내용 측면에서도 논의가 적잖이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수준에서 진행된다. 언어철학, 존재론, 논리학 등의 분야에서 두루 통용되거나 논의되는 초보적인 수준의 개념, 논제, 이론 등이, 그에 대한 별도의 부연설명이 없거나 적은 상태로 곳곳에서 활용되면서 논의의 핵심 골자만이 집중적으로 천착된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보아 입문서로 읽히기에는 많이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다뤄지는 주제나 문제를 체계적이고 심층적이면서도 내실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기에, 해당 분야에 숙달해있는 독자라면 자신이 알던 바를 점검하면서 심화하는 데에 십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선집 성격의 책이니, 목차를 일별하여보고 필요한 부분만을 선별하여 읽는 것도 무방하겠다. 다만 어쨌든 기초 수준의 논리학과 테크니컬한 메타논리는 물론이요, 현대 분석적 경향의 철학사 전반 및 언어철학, 논리철학, 존재론 등에 충분히 숙달한 상태에서 읽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절판된 책이니, 중고라고 구매하여 소장할지 아니면 그냥 빌려서 활용할지 잘 고민하여 결정하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퍼트남의 철학에 대해, 쌍둥이 지구 논변이라든가 자연종 용어와 본질 개념, 통속의 뇌 논변 등 파편적인 사항들만을 알고 있던 차에, 3장에서 그의 내재적 실재론 입장을 전반적으로 개관할 수 있어서(그리고 그러한 입장과 그의 언어철학적 고찰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서) 나름의 성과가 있는 독서였다. 양상적/인식적 맥락에서의 대언성/대물성 개념을 다루는 2장과, 크립키의 고정점 이론이 다뤄지는 4장도 기존에 막연하게만 알던 바를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반면 사건 개념을 둘러싼 존재론적, 논리철학적 논의가 주를 이루는 6-8장은 많이 알지 못하는 분야여서 거의 건성으로 훑었고, 메타논리가 다뤄지는 10-12장은 숙달이 많이 부족하여 아예 제대로 읽어내질 못하였다. 많이 공부하고 연습한 뒤에 꼭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