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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ge의 의미론

 

 소박한 의미론의 두 가지 문제

 

소박한 의미론의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다:

 

(NP1) 모든 언어표현의 의미는 그 지시체이다.

 

이번 장의 주제인 Frege의 이론을 살펴보기에 앞서이 절에서는 위 원리를 구성하는 다음 두 하위 원리를 먼저 고찰해보고자 한다:

 

(NP2) 단칭용어의 의미는 그 지시체이다.

(NP3) 1항 술어의 의미는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이다. 2항 술어의 의미는 그것이 나타내는 2항 관계이다. 3 이상의 n항 술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Gottlob Frege는 초기 저술들에서 소박한 의미론과 유사한 관점을 견지하였다하지만 1890년대 이후의 저작들에서 그는 NP2 및 NP3에 반대할 만한 심각한 결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소박한 의미론보다 좀 더 복잡한 이론을 고안해낸다그 이론은 전반적인 대칭성을 보여주는바 매우 큰 설득력을 지니고 있으며그 핵심 착상은 언어철학뿐만 아니라 심리철학 및 인식론 분야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쳐왔다이번 장에서는 Frege로 하여금 새로운 의미론을 정립하게끔 추동한 소박한 의미론의 몇몇 문제들을 먼저 살펴본 뒤Frege주의 의미론Fregean semantic이라 칭해지는 Frege 고유의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1)


1) (原註) Frege 이론에 숙달된 독자라면 이번 장에서 제시되는 Frege의 이론이 원래 것에서 상당히 단순화된 형태이거나 그 일부만이 제시되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일부 Frege 학자들은 그의 이론이 자연언어natural language를 위한 의미론으로 기도된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다만 Frege의 관심사는 개념표기법Begriffsschrift에 제시된 바와 같은 인공적인 기호언어artificial symbolic language를 설명하는 것뿐이었다고 주장한다내가 생각하기에 Frege는 사고thought 즉 명제proposition가 자연언어에서 표현되는 다소 모호한 방식을 자신의 개념표기법을 통해 개선함으로써 명제를 더욱 명료한 형식언어로 표현해내고자 하였던 듯하다. [즉 자연언어의 의미론과 인공언어의 창안 둘 중 하나에만 배타적으로 관심한 것이 아니라후자를 통해 전자를 개선한다는 복합적인 과업을 겨냥한 듯하다.]

 

인지적 가치의 문제

 

Frege가 직접 제시한 유명한 예를 보자개밥바라기The Evening Star는 샛별The Morning Star과 같은 별이다(각각 Hesperus와 Phosphorus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일몰 직후 서녘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천체는 일출 직전 동녘 하늘에 나타나는 천체와 동일한 대상 즉 금성Venus이다정확히 하나의 대상이 다른 시점에 다른 공간에서 나타나는 것이다따라서 다음 문장은 참이다:

 

(1) 샛별 개밥바라기.

 

그런데 소박한 의미론에 따르면 의미는 곧 지시이다특히 NP2에 따르면 단칭용어의 의미는 그것의 지시체 즉 그것이 나타내는stand for 대상이다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2) ‘샛별의 의미 = ‘개밥바라기의 의미.

 

이것이 정말 참인가좀 더 생각해보자구성성 원리에 따르면 문장의 의미는 그 문장을 구성하는 부분표현들의 의미 및 부분표현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이에 따르면 임의의 두 문장이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고한 문장 내부에 나타나는 부분표현들이 다른 문장에서 그에 대응하는 부분표현들과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을 경우두 문장은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즉 두 문장은 동일한 명제를 표현한다(문장의 의미란 명제임을 기억하라). 이러한 구성성 원리와 소박한 의미론을 받아들이면다음 두 문장이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는즉 동일한 명제를 표현한다는 귀결이 (1)로부터 도출된다:

 

(3) 샛별은 행성이다.

(4)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

 

따라서 소박한 의미론에 따르면 다음 역시 참이다:

 

(5) ‘샛별은 행성이다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 =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

 

하지만 직관적으로 이는 분명 옳지 않은 듯하다. (3)과 (4)는 정확히 동일한 것을 말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며 따라서 (5)는 거짓이다즉 두 명제는 동일하지 않다이 점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緖論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명제란 믿음과 같은 명제적 태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떠올려보라만약 (5)가 참이라면샛별이 행성이라는 믿음은 개밥바라기가 행성이라는 믿음과 정확히 동일한 믿음인 셈이다.2) 하지만 두 믿음은 분명 동일하지 않다둘 중 하나만 믿으면서도 나머지 하나를 믿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천문학이 발달하기 이전 시대의 사람들처럼 샛별과 개밥바라기가 동일한 천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든가 그러한 사실을 아예 부정하는 사람이라면분명 (3)과 (4) 중 하나만 믿을 수 있으며 그러한 믿음을 갖는 데에는 아무런 일관성도 없다이렇듯 임의의 두 명제 중 하나만 믿는 일이 가능하다면 그 두 명제는 동일한 것일 수 없다이는 내가 X를 발로 찼지만 Y를 발로 차지는 않았다면 X와 Y가 동일한 대상일 수 없는 것과 같다.3)


2) 믿음에 대한 동일성 식별 기준이 믿음의 대상 즉 믿음의 내용인 명제라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여기서 말해지는 믿음은 유형으로서의 믿음이다. Sally와 Jones가 샛별이 개밥바라기라고 믿는다면 두 사람 각각의 믿음-개항은 별개이지만 그 믿음-유형은 동일하다따라서 좀 더 정확히 말해 명제의 동일성은 믿음-유형의 동일성에 대한 식별 기준이다.

3) 동일자 식별불가능성 원리의 대우가 취해져 활용되고 있다임의의 x와 y에 대해, x와 y가 식별가능하다면 양자는 동일하지 않다두 명제가 한 명제적 태도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의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면 두 명제는 동일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다음 두 문장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6) 샛별 개밥바라기.

(7) 샛별 샛별.

 

Frege가 지적하였듯이 (7)은 선험적으로 알려질 수 있다즉 아무런 천문학적인 탐구가 없이도 알려질 수 있다따라서 (7)은 사소하게trivially 참인바 우리의 지식을 확장extend시켜주지 않는다반면에 (6)은 사소한 참도 아니며 선험적으로 알려질 수도 없다. (6)이 참임을 알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탐구가 실제로 수행되어야 하며 그러한 탐구 결과는 우리의 지식을 확장한다. Frege의 용어를 활용하여 말해보자면 (6)과 (7)의 인지적 가치cognitive value는 다르다두 문장의 유일한 차이는 한 문장에 샛별이 나타나는 반면 다른 문장에 개밥바라기가 나타난다는 점뿐이므로두 문장의 인지적 가치의 차이는 그 두 단칭용어의 차이에서 기인할 수밖에 없다그런데 그차이가 두 단칭용어의 지시의 차이일 수는 없다양자는 동일한 사물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Frege가 드러낸 소박한 의미론의 첫 번째 문제는소박한 의미론이 의미와 지시를 동일시하기 때문에언어표현들이 동일한 지시체를 가짐에도 각기 다른 인지적 가치를 갖는 이유를 적절히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예시는 복합 단칭용어complex singular term와 관련된 것이었을 뿐단순simple 단칭용어 즉 일반적인 의미의 고유명과 연관된 사례는 아니었다.4) 하지만 고유명의 경우에도 인지적 가치의 차이 문제가 발생한다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샛별과 개밥바라기를 각각 Phosphorus와 Hesperus라는 고유명으로 불렀다따라서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8)이 참임을 알았겠지만 (9)가 참임은 몰랐을 것이다:

 

(8) Hesperus = Phosphorus.

(9) Phosphorus = Phosphorus.


4) 앞서 병기된 영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샛별과 개밥바라기는 각각 ‘The Morning Star’와 ‘The Evening Star’의 역어이다영단어는 여러 낱말들이 결합된 복합 단칭용어이지만 한국어 역어는 형태상 단순 단칭용어이다다만 각각을 새벽에 뜨는 별과 개가 저녁밥을 먹으며 올려다보는 별의 준말이라 한다면 이 역시 복합 단칭용어라 할 수 있겠다또한 영단어는 고유명이 아니라 일반용어들이 결합된 단칭용어인 반면 한국어 단어는 고유명이라는 차이점도 있다이 역시 마찬가지로 줄임말 이전의 한국어 명사구는 일반용어들이 결합된 단칭용어라 할 수 있겠다.

 

공허한 단칭용어의 문제

 

공허한 단칭용어empty singular term란 지시체가 없는 단칭용어이다또 다시 한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19세기 말 프랑스의 수학자 Le Verrier는 수성과 태양 사이에 작은 행성이 있어서그 행성의 중력장이 수성의 공전궤도에서 관찰되는 작은 섭동(攝動)현상[(태양계의 천체가 다른 행성의 인력의 영향을 받아 타원 궤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의 원인이라 추측하였으며이는 당대 많은 천문학자들에게 받아들여졌다. Le Verrier는 추정된 그 행성을 Vulcan이라 명명하였다수성은 태양과 가까워 매우 뜨겁기 때문에 Le Verrier는 다음 문장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를 믿었을 것이다:


(10) Vulcan은 뜨겁다.

 

그런데 소박한 의미론에 따르면 이 문장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20세기 초엽 수성의 공전궤도에서 관찰되는 섭동현상이 Einstein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설명됨에 따라, Vulcan과 같은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그러한 행성이 없다면 단칭용어 ‘Vulcan’은 지시체를 갖지 않으며지시와 의미가 동일하다는 소박한 의미론의 기본 원리(특히 단칭용어의 의미가 그 지시체라는 NP2)에 따르면 아무런 의미마저 없는 셈이다. [이에 ‘Vulcan’을 포함하고 있는 문장 (10) 역시 아무런 의미 즉 명제를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명제가 어떻게 믿어질 수 있는가? Vulcan이 뜨겁다는 명제는 분명 믿어졌다믿어질 수 있는 아무런 명제도 존재하지 않을진대 어떻게 명제를 믿을 수 있는가분명 믿음은 그 대상이 되는 내용으로서의 특정 명제를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Le Verrier가 처한 상황은 먹을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무언가를 먹으려는 사람의 처지와 같다.

이것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10)을 다음 문장과 비교해보자:

 

(11) Nessie는 뜨겁다.

 

여기서 ‘Nessie’는 Nessthe Loch Ness에 산다고 믿어진 괴수의 이름이다그 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Nessie’는 지시체가 없는 단칭용어이다따라서 소박한 의미론에 의하면 그 단어는 무의미하다meaningless그러므로 (10)과 (11)은 정확히 동일한 의미를 지녀야만 한다두 문장 모두 무의미한 단칭용어를 1항 술어 ‘𝛼는 뜨겁다에 삽입하여 얻어진 원자문장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두 문장이 정확히 동일한 바를 의미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듯하다. [이렇듯 Frege가 드러낸 소박한 의미론의 두 번째 문제는소박한 의미론이 의미와 지시를 동일시하기 때문에언어표현이 지시를 결여함에도 유의미한 이유를 적절히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 -지시 구분

 

이러한 두 문제로 인해 Frege는 단칭용어에는 지시만이 아니라 다른 무엇 역시 연계되어있다고 결론지었으며 그것을 sense이라 칭하였다동일한 지시를 갖는 단칭용어들간략히 말해 -지시적인co-referential 단칭용어들은 각기 다른 뜻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문제를 그저 다르게 이름 붙인 데 지나지 않는다우리가 원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를 설명해주고 예측할 수 있게 해줄 하나의 이론이다그러한 이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음 질문이 먼저 답해져야 한다단칭용어의 뜻이란 무엇인가?

Frege는 뜻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방식으로 정의한다이 중 그의 유명한 논문 뜻과 지시에 관하여On sense and Reference에서 등장하는 것은 첫 번째이다:


단칭용어의 뜻은 그 지시체가 현상(現象)하는(제시되는방식mode of presentation이다.

단칭용어의 뜻은 그 지시체를 결정하는 규칙rule for determining이다.

 

에 따르면 뜻은 사물에 대한 하나의 관점과 같은 것으로서사물이 우리에게 현상하는 방식 내지 우리가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착상은 Kant의 인식론을 떠올리게 한다. Kant에 따르면 우리는 사물을 직접적으로directly 지각perceive하거나 생각할 수 없고오로지 특정 방식manner, way에 따라서만 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뜻에 따르면 뜻은 우리가 사물을 찾아내는 방식과 같은 것으로서대상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대상으로 향하는 방식이다이러한 두 가지 뜻은 동일한 하나의 대상으로 이끄는 두 가지 방식즉 단칭용어가 나타내는 하나의 지시체에 이르는 두 가지 다른 경로로서한 장소에 도달하기 위한 각기 다른 경로를 보여주는 두 지도에 비유할 수 있다하지만 두 정의는 다음과 같이 합쳐질 수도 있다대상이 하나의 방식으로 현상 가능한 것은 대상으로 향하는 탐구절차를 밟은 결과이다뜻은 규칙에 의해 결정된 바로서의 대상을 제시한다The sense present the object as that which is determined by the rule.

그렇다면 뜻은 지시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일견 그 관계를 다음 도식 2.1에 제시된 것처럼 떠올리기 쉽다:

 

단칭용어

묶음 개체입니다.

 

 

지시

도식 2.1 뜻과 지시

 

이 도식은 단칭용어의 의미가 뜻과 지시라는 별개의 두 종류 내지 두 차원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표상하고 있다이것이 문자 그대로 반드시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뜻과 지시의 관계에 해 Frege가 지녔던 생각을 놓치게 할 우려가 있다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칭용어는 그것이 표현하는 뜻으로 인해by virtue of 지시체를 갖는다즉 단칭용어는 한 대상을 짚어내는 하나의 규칙을 표현하는바대상이 단칭용어의 지시체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규칙이 그 대상을 짚어내기 때문이다이러한 사항이 반영되도록 뜻과 지시의 관계를 좀 더 정확히 묘사하자면 도식 2.2와 같다:

 

지시함

(null)

 

단칭용어

개체 연결선입니다.

개체 연결선입니다.

지시체(대상)

 

표현함

 

표현함

 

도식 2.2 뜻과 지시의 관계

 

이러한 도식에 따르면 지시란 단어와 사물 간의 관계이되다음과 같이 복합적인 관계complex relation이다: x를 지시한다는 것은 x를 결정하는determine 뜻을 표현한다는 것과 같다이는 x는 y의 외할아버지임이라는 관계가x는 y의 어머니의 아버지임이라는 복합관계로 정의되는 것과 같다위 도식에서 곡선으로 표상되는 관계는 아래 화살표들이 표상하는바 단칭용어가 지시체를 결정하는 뜻을 표현한다는 복합관계와 구분되는 별개의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이렇게 뜻과 지시를 구분하긴 하였는데그렇다면 의미meaning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단칭용어의 의미는 그것의 뜻인가아니면 지시인가둘 다인가아니면 둘 중 아무것도 아닌 제3의 것인가안타깝게도 Frege의 전문용어들에 대한 번역실정은 이 문제에 혼란을 가중한다우리가 지시라 칭해온 단어는 Frege가 사용한 독일어 Bedeutung의 역어인데이 독일어 단어는 역자에 따라 의미로 번역되기도 하고 지시로 번역되기도 한다(간혹 외연denotation’, ‘지칭designation’, ‘명명된 것nominatum’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반면 우리가 이라 칭해온 것은 Sinn의 역어인데이를 의미로 번역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듯하다. [이렇다보니 초심자는 의미가 Bedeutung과 Sinn’ 중 어느 것의 역어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들은 단지 단어선택에 관한 문제일 뿐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Frege에 관한 논의에서는 의미를 피하고 과 지시만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굳이 의미를 고려하고 싶다면일상적으로 느슨하게 사용되는 의미 개념을 뜻과 지시로 세분하는 것이 Frege의 의도였다고 생각하는 편도 좋을 것이다.

전술했듯 Bedeutung의 역어로는 의미와 지시’ 양자가 쓰인다반면 다행히도 Sinn의 경우 의미로 번역되지는 않으며 오로지 으로만 번역되는 편이다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니, Frege에 관한 저서를 읽을 때 의미를 마주친다면 지시로 이해하는 편이 유용할 것이다.

 

 

 -지시 구분의 확장

 

Frege는 뜻-지시 구분을 모든 언어표현으로 확장한다(그 이유는 차후에 살펴볼 것이다). 단칭용어에 관한 구분은 이미 살펴보았으므로술어 및 원자문장의 뜻-지시 구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문장

구성성 원리를 다시 떠올려보자문장의 의미는 문장을 구성하는 부분표현들의 의미 및 부분표현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앞서 우리는 두 문장 (3) ‘샛별은 행성이다와 (4)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가 각기 다른 명제를 표현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그런데 두 문장에서 상호 대응하는 부분들은 모두 동일한 지시체를 갖고 있다따라서 문장의 의미 즉 문장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를 결정하는 것은 문장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지시체가 아니다문장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를 결정하는 것은 (문장이 구성되는 방식 및부분표현들의 이다. Frege는 문장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를 사고(思考)thought/: Gedanke라 칭하였다. Frege에 따르면 문장의 이란 문장이 표현하는 사고이다다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후술되는 논의에서도 명제라는 용어를 여전히 고수할 것이다그러므로 문장의 뜻은 명제이다문장은 뜻뿐만 아니라 지시도 갖고 있는가물론 그렇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살펴볼 것이다.

 

술어

 

술어에 관한 Frege의 관점은 실제로는 약간 미묘한 데가 있다우선은 다루기 쉬우면서도 Frege의 핵심적인 착상이 반영된 다소 단순화된 도식을 통해 술어의 뜻-지시 구분을 살펴보고자 한다술어의 지시는 그 외연이다. 1항 술어의 지시체는 그 술어의 외연즉 술어가 적용되는 사물들의 부류class 내지 집합set이다. 1항 술어의 경우 일테면 은 현명하다의 지시는 그 술어가 적용되는 사물들을 원소로 갖는 집합즉 현명한 것들의 집합이다이를 다르게 말하면 그 술어를 참이게 하는혹은 그 술어를 만족하는satisfy 사물들의 집합이다관계적 술어 즉 2항 술어의 경우 그 지시체가 되는 외연은 순서쌍들의 집합set of ordered pairs이다일테면 술어 ‘𝛼는 𝛽를 사랑한다의 외연은 다음과 같이 x가 y를 사랑하는 모든 순서쌍들 x, y의 집합이다:

 

‘𝛼는 𝛽를 사랑한다의 지시 = {Victoria, DavidDavid, VictoriaCharles, CamillaCamilla, Charles〉 }.

 

이러한 순서쌍들 집합은 외연--관계relation-in-extension라 칭해지기도 하는바하나의 외연(즉 대상들의 집합)이 1항 술어와 연계되듯이 순서쌍 집합은 2항 관계적 술어와 연계되는 또 하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단순성을 위해 우리는 1항이든 2항이든 술어의 지시를 그 외연이라 규정할 것이다.

 

 

 구성성 再考문장의 지시

 

단칭용어의 뜻은 한 대상이 단칭용어의 지시체가 되기 위해 만족해야 하는 조건condition이다술어의 뜻은 술어의 지시체인 외연을 결정하는 조건이다두 경우 모두 뜻은 지시-결정조건reference-determining condition이다이는 문장에 대해서도 성립하는가그렇다앞서 살펴보았듯이 문장의 뜻을 결정하는 것은 부분표현들의 지시체가 아니다하지만 단칭용어의 지시가 대상이고 술어의 지시가 외연이기 때문에문장을 구성하는 이러한 부분표현들의 지시체에 의해 결정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그것은 바로 문장의 진리치이다즉 문장의 지시체는 진리치이다.

緖論 장에서 언급하였듯이 문장이 무언가를 지시한다는 것조차 기이하게 여겨지는데그 지시체가 진리치라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듯하다다음과 같이 생각해보면 이 의문점은 해소된다단칭용어 ‘a’의 지시체가 특정 대상 O라 가정해보자. O가 술어 ‘𝛼는 F이다의 외연에 속한다면 폐쇄문 ‘a는 F이다는 참이고, O가 그 외연에 속하지 않는다면 그 문장은 거짓이다이를 일반화하자면한 원자문장에서 단칭용어의 지시체가 술어의 외연에 속할 경우 문장 전체는 참이며그렇지 않을 경우 문장은 거짓이다예컨대 다음 원자문장을 보자:

 

Socrates는 현명하다.

 

이 원자문장은 Socrates가 현명한 것들의 집합에 속하는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참이다이렇듯 문장을 구성하는 부분표현들의 지시체와 문장의 진리치 간에는 모종의 체계적인 연관이 있는바부분표현들의 지시체에 따라 문장의 진리치가 결정된다이를 이해한다면 문장의 지시체가 진리치라는 생각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문장 구성표현의 지시체와 문장의 진리치 간 체계적인 관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도 드러난다한 문장에 나타나는 단칭용어를 그와 동일한 지시체를 갖는 여타 단칭용어로 대체(치환)replace하여도문장 전체의 진리치에는 변함이 없다마찬가지로 한 문장에 나타나는 술어를 그와 동일한 지시시체(즉 동일환 외연)을 갖는 여타 술어로 대체하여도문장 전체의 진리치에는 변함이 없다. 2항 이상의 관계술어가 나타나는 문장 역시 마찬가지이다예컨대 위 문장에서 ‘Socrates’를 그와 -지시적 표현인 ‘Platon의 스승으로 대체하여도 문장 전체의 진리치는 유지된다.

따라서 문장 구성표현의 지시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문장의 진리치이며이에 근거하여 Frege는 진리치가 문장의 지시체라고 결론지었다이에 따라 구성성 원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원리로 나뉘게 된다:

 

지시의 구성성compositionality of reference문장의 진리치는 (문장이 구성되는 방식 및문장을 구성하는 부분표현들의 지시체에 의해 결정된다.

뜻의 구성성compositionality of sense문장이 표현하는 사고(명제)는 (문장이 구성되는 방식 및문장을 구성하는 부분표현들의 뜻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따라 결국 모든 언어표현의 뜻이 지시-결정조건임을 알 수 있다주목할 만한 사항은 문장의 뜻이 진리-조건이라는 점이다문장의 진리-조건이 만족되면 문장은 참이다. [단칭용어와 술어의 뜻이 만족될 경우 양자는 그 지시체로서 각각 대상과 외연을 지시하듯이문장의 뜻 즉 진리조건이 만족될 경우 문장은 그 지시체로서 참을 지시한다.]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번째 구성성 원리가 있다:

 

구문론적 구성성compositionality of syntax문장은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표현들의 구문론적 속성syntactical property 및 부분표현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Frege의 이론은 도식 2.3에서 보이듯이 이론을 구성하는 부분들이 대칭적인 상호 의존성을 띰으로써 모종의 건축술적인 특성을 보여주는바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구문론적 구성성

 

단칭용어

+

술어

문장

 

 

표 현

(null)

 

표 현

(null)

 

표 현

(null)

뜻의 구성성

 

단칭용어의 뜻

+

술어의 뜻

명제

 

 

결 정

(null)

 

결 정

(null)

 

결 정

(null)

지시의 구성성

 

대상

+

외연

진리치

도식 2.3 1항 원자문장에 대한 Frege 의미론

 

이 도식의 핵심을 간추리자면유의미한 문장이 발화될 때 문장을 구성하는 부분표현들의 뜻에 의해 결정되는 명제가 표현되며그 명제는 부분표현들의 지시체에 따라 참이거나 거짓이 된다.

예시를 통해 이 도식을 이해해보자어떤 사람이 ‘Mikhail Gorbachev는 용감하다고 말한다단칭용어 ‘Mikhail Gorbachev’는 특정 대상을 결정하는 지시-결정조건을 표현하는바이 경우 그 조건은 소련의 마지막 수상이었던 인물 Gorbachev를 결정한다술어 ‘𝛼는 용감하다는 한 대상이 특정 외연의 원소가 되는 조건을 표현하는바이 경우 그 조건은 용감한 사물들의 집합을 결정한다이러한 두 가지 뜻이 결합되어 Mikhail Gorbachev는 용감하다는 명제(즉 문장 ‘Mikhail Gorbachev는 용감하다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가 형성된다이 명제는 Mikhail Gorbachev가 용감한 사물들로 이뤄진 집합의 원소인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참이다따라서 ‘Mikhail Gorbachev는 용감하다의 진리-조건은 Mikhail Gorbachev가 용감하다는 것이다.

 

 

 이론의 적용

 

-지시 구분은 인지적 가치의 문제와 공허한 단칭용어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먼저 인지적 가치의 문제를 살펴보자. ‘샛별과 개밥바라기’ 같은 -지시적인 단칭용어 쌍은 각기 다른 뜻을 지닐 수 있다따라서 두 문장 (3) ‘샛별은 행성이다와 (4)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는 (1) ‘샛별 개밥바라기에 의해 동일한 진리치를 갖긴 하지만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동일한 사고를 표현할 필요는 없다마찬가지로 (6) ‘샛별 개밥바라기와 (7) ‘샛별 샛별’ 역시 동일한 사고를 표현하지 않는다사고 즉 명제는 명제적 태도의 대상이므로 (7)을 믿으면서도 (6)을 믿지 않는 일이 가능하다. [정리하자면-지시적 언어표현들이 드러내는 인지적 가치의 차이는 언어표현의 지시가 아니라 뜻에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다음으로 공허한 단칭용어의 문제를 살펴보자어떤 단칭용어는 특정 대상을 짚어내는 데에 실패할 수 있다예를 들어 가장 큰 자연수나 현재 프랑스의 국왕은 분명 지시-결정조건을 표현하지만 [지시체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그 조건은 특정 대상을 결정하는 데에 실패한다앞서 예시로 들었던 ‘Vulcan’ 역시 마찬가지이다. ‘Vulcan’은 분명 뜻 즉 지시-결정조건을 표현하는바 그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은 수성의 공전궤도 내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이다.5) 다만 그러한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Vulcan’의 뜻은 지시체를 결정하는 데에만 실패할 뿐이다따라서 (10) ‘Vulcan은 뜨겁다가 표현하는 명제는 분명 존재하며 Le Verrier는 그 명제를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마찬가지로 (11) ‘Nessie는 뜨겁다가 표현하는 명제 역시 존재하며, ‘Nessie’의 뜻이 ‘Vulcan’의 뜻과 다르기 때문에 (11)이 표현하는 명제 역시 (10)과 다르다이는 두 문장의 의미가 다르다는 우리의 직관에 부합한다. [정리하자면지시체를 결여하는 언어표현의 유의미성은 언어표현의 뜻에 의존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5) 이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Frege주의 의미론은 고유명을 포함한 모든 단칭용어들이 뜻을 표현한다고 간주한다. ‘가장 큰 자연수와 같이 일반용어들이 결합된 단칭용어뿐만 아니라 ‘Vulcan’이나 ‘Gottlob Frege’ 같은 고유명 역시 모종의 뜻을 표현한다는 것이다그리고 고유명의 뜻은 그 지시체의 일부 속성들 내지 지시체와 결부된 사항들을 기술하는describe 표현과 동등한 것으로 간주된다예컨대 ‘Vulcan’이라는 명칭은 로마 신화의 대장장이 신 Vulcanus(그리스 신화에서의 Hephaistos)에서 유래한 것으로서태양과 가깝기에 매우 뜨거운 행성일 것이란 추측 하에 붙여진 이름이다지시체가 지닐 법한 속성이 반영된 이름인 것이다. ‘Gottlob Frege’와 같은 인명의 경우엔 예컨대 뜻과 지시에 관하여를 저술한 19세기 수학자이자 철학자’ 등과 같이그 지시체와 결부된 사항들을 기술하는 명사구를 뜻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모든 단칭용어 특히 고유명이 대상의 속성을 기술하는 모종의 기술구(記述句)description와 의미론적으로 동등하다고 간주하는 관점을 기술주의적 패러다임descriptive paradigme이라 한다. 4장에서 살펴볼 Russell비록 Frege의 뜻 개념을 거부하긴 하지만 고유명이 기술구와 의미론적으로 동등하다는 점은 받아들이는바 그 역시 고유명에 대한 기술주의적 관점을 견지한다반면 1장에서 살펴본 형태의 소박한 의미론은 기술주의적 패러다임과 정반대의 입장이며특히 5장에서 살펴볼 Kripke의 직접 지시론direct reference theory은 고유명에 대한 기술주의 관점을 비판하고 소박한 의미론과 같이 지시 자체를 고유명의 의미와 동일시한다.


(10)과 같은 문장은 공허한 단칭용어를 포함하기에 지시에 실패reference-failure하긴 하지만 어쨌든 유의미하다meaningful즉 명제를 표현한다그런데 그 명제는 참인가 거짓인가? Frege의 대답은 둘 다 아니라는 것이다. ‘Vulcan’의 뜻이 그 지시체인 대상을 결정하는 데에 실패함에 따라문장 (10)이 표현하는 뜻(명제역시 그 지시체인 진리치를 결정하는 데에 실패한다. [(지시의 구성성 원리에 따르자면 문장을 구성하는 부분표현의 지시체가 결여됨에 따라 문장 전체의 지시체 역시 구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Frege가 소박한 의미론에 대해 문제 삼았던 바는 (10)과 같은 문장이 진리치를 갖지 못한다고 판정하는 점이 아니라다만 그러한 문장의 명백한 유의미성을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Frege의 이론은 이를 해결해낸다. (10)은 명제 즉 문장의 뜻을 표현하기에 유의미하게 주장될asserted 수 있으며 그 명제는 믿어질 수도 있고 의심될 수도 있다. [요컨대 Frege는 지시체를 결여하는 언어표현을 포함하고 있는 문장에 대해진리치 공백truth-value gap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유의미성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 Frege의 의미론은 소위 단칭존재부정문negative singular existential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다음 문장을 보자:

 

(12) Vulcan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장은 명제를 표현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그 명제는 분명 참이다. Vulcan은 존재하기 않기에 Vulcan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참이다하지만 Frege에 따르면 단칭용어의 지시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용어가 나타나는 문장이 진리치를 결여한다lack는 것을 보여줄 뿐그 문장이 참임을 보여줄 수는 없다. [즉 (12)와 같은 문장이 표현하는 명제는 애초에 진리치를 갖지 않기에 참일 수조자 없는 것이다이는 (12)가 명백히 참이라는 우리의 직관에 반한다.] Frege의 의미론이 지시하는 절차에 따라 (12)의 진리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Vulcan을 찾아내어 그것이 술어 ‘𝛼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만족하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하지만 그러한 술어를 만족하는 대상은 찾아질 수조차 없다.

이러한 문제는 단칭존재부정문에서만 발생할 뿐 일반존재부정문negative existential in general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단칭용어 ‘Vulcan’이 나타나는 (12)와 달리예를 들어 일반용어가 나타나는 용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자이 문장은 모든 x에 대해 (x는 용이 아니다) [(x)Dx]’와 동치이다.6) 이 문장의 진리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예컨대 에펠탑이라든가 당신의 좌측 팔꿈치 등을 모두 취하여 그것들이 용인지 여부를 조사하면 된다조사 결과 그 어떤 대상도 용이 아니라는 것즉 용이 된다는 기준을 만족하는 대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이 문장에 참값이 매겨질 것이다.


6) 자연언어 양화문 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존재 양화문이 부정된 부정그러한 x가 있다 (x는 용이다)’로 번역되며 기호화하자면 (x)Dx’이다부정 연산자와 보편/존재 양화사가 결합된 문장의 진리-함수적 동치에 따라 이 문장은 내부 개방문에 부정 연산자가 결합된 보편 양화문 ‘(x)Dx’와 동치이다. (부정 연산자와 보편/존재 양화사가 결합된 문장의 진리-함수적 동치에 대해서는 장의 각주 참조.)


사실 Frege는 어떤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𝛼는 존재한다𝛼 exists와 같은 통상적인 술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x가 존재한다와 같은 양화사에 의해 표현된다고 주장하였다예를 들어 돌고래가 존재한다와 같이 일반용어의 경우 그것을 만족하는 대상이 존재함을 말하고자 한다면, ‘𝛼는 존재한다’ 형태의 통상적인 술어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일반용어를 술어의 일부로 통합시키고 변항과 양화사를 사용하여 그러한 x가 있다 (x는 돌고래이다) [(x)Dx]’와 같이 표기해야 한다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Frege의 도식에서 양화사는 2개념second-order concept 즉 개념에 적용되는 개념concept of concept을 표현한다따라서 사례로 든 문장은 정확히 말해 돌고래에 속하는 어떤 대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게 아니라 돌고래라는 개념에 대해 말하고 있는 문장으로서, 1first-order개념인 돌고래임being dolphin이라는 개념이 2차개념인 공집합이 아님being non-empty이라는 개념을 만족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다르게 말해 돌고래라는 개념이 사례를 갖는다는 것돌고래라는 개념을 충족하는fulfil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일반용어가 나타내는 개념을 만족하는 대상의 존재가 아니라 예컨대 목성과 같은 개별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면동일성 기호로 단칭용어와 변항을 결합시킨 뒤 양화사를 사용하여 그러한 x가 있다 (x = 목성) [(x)x=j]’와 같이 표기해야 한다여기서 충족된다고 말해지고 있는 개념은 목성과 동일함being identical with Jupiter이라는 개념이다. [이렇듯 존재함이라는 개념 자체가 술어에 의해 나타내어지는 1차개념에만 적용될 수 있는 2차개념인 까닭에단칭용어의 지시체에 대해서 존재주장을 할 때에도 단칭용어를 동일성 술어의 일부로 통합시키는 절차가 필수적이다그렇지 않고 단칭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그러한 x가 있다 (목성) [(x)j]’은 구문론적으로 -적형ill-formed이다.]

따라서 Vulcan에 존재nonexistence를 귀속시키고자 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이 표기되어야 한다:

 

(13) 부정그러한 x가 있다 (x = Vulcan). [(x)x=v]

 

하지만 이렇게 표기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13)이 참이라는 우리의 직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다음 개방문:

 

(14) x = Vulcan

 

이 모든 x에 대해 거짓이며[(즉 (14)를 만족하는 논항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존재 양화문 그러한 x가 있다 (x = Vulcan)’가 거짓이고최종적으로 그 부정문인 (13)이 참인 것으로 드러나야 한다. Frege에 따르면 (14)에는 지시체를 결여하는 단칭용어 ‘Vulcan’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x’의 논항으로 그 어떤 것이 선택되더라도 (14)는 진리치를 결여하는바 참도 거짓도 아니다. ‘x = 에펠탑’, ‘x = 나의 왼쪽 팔꿈치’ 등등은 전부 참도 거짓도 아닌 것이다따라서 존재 양화문 그러한 x가 있다 (x = Vulcan)’ 역시 진리치를 결여하며이에 부정 연산자가 결합된 (13) 역시 참도 거짓도 아니다이는 여전히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귀결이다비유적으로 말하자면 Frege의 도식에서 의미론적 모터semantic motor는 그에 투입될 수 있는 대상[(즉 언어표현의 지시체)]이 없이는 애초에 가동될 수조차 없는 셈이다. [언어표현의 지시체가 없다면 그를 토대로 언어표현의 논리적 의미를 진리-함수적으로 결정하는 절차가 시작될 수조차 없다.]7)


7) (原註) Frege 자신은 탁월한 저서 산수의 근본법칙Basic Laws of Arithmetic에서, Vulcan 사례와 같이 공허한 단칭용어는 사실상 공집합을 지시체로 갖는다고 약정함으로써 단칭존재부정문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하지만 Frege 자신도 수긍하였듯이 이는 매우 작위적이다직관적으로 우리는 Vulcan이 공집합과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이러한 Frege의 해결책에 따르면 Vulcan과 마찬가지로 공집합인일테면 현재 프랑스의 국왕이 Vulcan과 같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Frege에 의해 지적된바 소박한 의미론이 공허한 단칭용어를 포함하는 문장들 간 의미 차이를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문제와 유사한 문제에 도리어 Frege가 직면한 것처럼 보인다.]



단칭존재부정문의 문제와는 별개로존재개념을 양화사에 의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2차개념으로 간주하는 Frege의 전략은God의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논증ontological argument의 부당성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수단이 될 수 있다이는 Frege보다 앞서 Kant가 제시한바 존재는 술어가 아니라 계사(繫辭)copula[(주어와 주격 보어를 연결해주는 동사)]일 뿐이라는 비판과 유사하면서도 그보다 더욱 강력하고 체계적이다신존재에 관한 존재론적 논증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신은 존재한다는 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에 의해by meaning 참인 진술로서 이를 부정하면 모순contradiction에 빠진다여기서 은 다음 세 가지 술어를 만족하는 대상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𝛼는 全知하다omniscient

𝛼는 全能하다omnipotent

𝛼는 존재한다

 

에는 정의상 세 번째 술어가 귀속되기 때문에 신이 존재함을 부정하는 진술은 자체모순이다이는 사각형이 네 변을 갖는다는 것을 부정하면 자동적으로 모순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따라서 신은 존재한다.

하지만 Frege의 관점에 따르면 존재개념은 ‘1’ 술어에 의해서가 아니라 양화사에 의해서만 표현될 수 있기에 세 번째 술어는 -적형이다ill-formed신이 존재한다는 진술은 다음과 같이 표기되어야 한다:

 

(13) 그러한 것이 있다 (x는 전지하다 & x는 전능하다). [(x)(SxPx)]

 

이 문장을 부정한다고 해서 모순이 귀결되지는 않는다.

 

단칭존재부정문에 관한 문제 및 양화사에 관한 논의는 Russell에 관한 4장에서 다시 살펴보게 될 것이다.

 

 

 구성성과 외연성

 

앞서 구성성 再考문장의 지시’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Frege는 구성성 원리를 두 가지로 나누었다지시의 구성성에 따르면 문장 S의 한 부분을 그와 동일한 지시를 갖는 표현으로 대체(치환)replace 하여 얻어진 문장은 S와 동일한 진리치를 갖는다이를 정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대체성(치환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substitutivity임의의 범주에 속하는 언어표현 S가 그 부분으로서 언어표현 e를 포함하고 있고, e와 e의 지시체가 동일하며, S에서 e를 e로 대체하여 S가 얻어진다면, S와 S의 지시체는 동일하다.

 

만약 S와 S가 진리치를 지시체로 갖는 문장이라면각 문장에서 -지시적인 부분표현들을 대체하여도 문장 전체의 진리치는 변하지 않는다즉 -지시적 표현들의 대체는 진리치를 유지시키며이를 진리치 보존적salva veritate이라 칭하기도 한다이러한 대체성 원리는 언어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다음 세 문장을 보자:

 

(16) Hesperus는 행성이다.

(17) 금성 = Hesperus

(18) 금성은 행성이다.

 

(17)이 참이라는 사실은 금성과 ‘Hesperus’가 -지시적이라는 점즉 금성과 Hesperus가 동일한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따라서 (16)과 (18)은 동일한 대상에 대해 동일한 것을 말하고 있으며그렇기에 양자의 진리치는 다를 수 없다두 문장은 동일한 사물에 대해 ‘𝛼는 행성이다에 의해 표현되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그렇게 말해지는 대상은 Hesperus로도 알려진 금성이다대체성의 원리는 대상에 대해 말한다는 것즉 지시체 자체에 관해 말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 핵심을 포착하고 있는 듯하다대상에 대해 참인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바에야그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지시하거나 짚어내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중요한 것은 실제 대상이 여차여차하다고 말해진 바대로 존재하는지 여부이다말해진 내용대로 실제 대상이 존재한다면 말해진 바는 참이며그렇지 않다면 거짓이다.

앞 단락에서 진리치 보존적인 상호대체 가능성을 예시하기 위해 취해진 사례는 -지시적인 단칭용어들에 관한 것이었다하지만 대체성의 원리는 임의의 범주에 속하는 모든 언어표현에 적용된다술어를 생각해보자어느 날 밤 한 숙박업소 건물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공교롭게도 사건 당일 밤 동안 그 업소에 묵었던 손님들은 모두 한 동호회의 회원들 그리고 오직 그 사람들 뿐이었다따라서 Smith가 그 동호회의 회원이라면이로부터 Smith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 밤 그 건물에 묵었던 사람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마찬가지로 Jones가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 밤 그 건물에 묵지 않았다면이로부터 Jones는 그 동호회 회원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대체성의 원리를 활용하여 말해보자면이 사례에서 ‘𝛼는 그 동호회의 회원이다와 ‘𝛼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 밤 그 건물에 묵었다는 -외연적인co-extensive 술어쌍으로서, Smith가 그 중 한 술어를 만족한다는 사실은 그가 다른 술어 역시 만족한다는 사실을 함축하며반대로 Jones가 그 중 한 술어를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가 다른 술어 역시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외연적 술어들은 원자문장이 아닌 여타 맥락에서도 상호 교체될 수 있다예들 들어 다음 두 술어가 -외연적이라 가정해보자:

 

𝛼는 박쥐이다.

𝛼는 날 수 있는 포유류이다.

 

(박쥐 이외에 날다람쥐도 있지 않느냐 반문하고 싶겠지만날다람쥐는 정확히 말해 나는 게 아니라 활공한다.) 두 술어가 -외연적이라는 사실은 다음 문장이 참임을 함축한다:

 

모든 x에 대해 (x는 박쥐이다 ↔ x는 날 수 있는 포유류이다).

 

즉 어떤 것이 날 수 있는 포유류인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그것은 박쥐이다그리고 다음 문장은 참이다:

 

모든 x에 대해 (x는 박쥐이다 → x는 음파탐지기관을 갖고 있다).

 

즉 모든 박쥐는 음파탐지기관을 갖고 있다대체성 원리에 따르면 은 박쥐이다를 포함하고 있는 그 어떤 참인 문장에서든 그 술어를 은 날 수 있는 포유류이다로 대체할 수 있으며 그렇게 얻어진 문장 역시 참이다이에 따라 다음 문장을 얻을 수 있으며 이 역시 참이다:

 

모든 x에 대해 (x는 날 수 있는 포유류이다 → x는 음파탐지기관을 갖고 있다).

 

즉 모든 날 수 있는 포유류는 음파탐지기관을 갖고 있다.

대체성 원리가 일반적으로 성립하는 언어는 외연적 언어extensional language라 칭해진다반면 때에 따라 대체성 원리가 성립하지 않는 언어는 -외연적non-extensional[(내포적intensional)] 언어라 칭해진다.

 

 

 명제적 태도 분석

 

대체성 원리는 직관적으로 매우 자명해axiomatic보인다하지만 이에 대한 반례가 있는 듯하다다음 두 문장을 보자:

 

(19) Sally는 금성이 행성이라고 믿는다believe that Venus is a planet.

(20) Sally는 개밥바라기가 행성이라고 믿는다.

 

만약 Sally가 상식이 좀 부족해서 금성과 개밥바라기가 동일한 천체임을 정말로 모른다면, (19)가 참이면서 (20)은 거짓일 수 있다금성이 행성이라고 믿으면서 개밥바라기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 것이 적어도 비합리적이라거나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다하지만 금성과 개밥바라기는 -지시적인바대체성 원리가 참이라면 (19)와 (20)의 진리치가 어떻게 다를 수 있겠는가일견 두 문장은 동일한 하나의 사물 금성에 관해 동일한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즉 그 대상이 Sally에 의해 행성이라고 믿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양자의 진리치가 왜 다를 수 있는가?]

이 문제를 Frege 이론을 통해 다뤄보자면, (19)와 (20)은 Sally에 관해 말하고 있는 문장이긴 하되 금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문장은 아니다. ‘Sally는 𝛼가 행성이라고 믿는다라는 술어는 그리스 문자에 삽입되는 용어의 지시체에 관한 것이 아니다그러니 이 술어에 의해 형성된 문장 전체의 진리치는 술어의 공란에 어떤 단칭용어가 삽입되든 그 지시체와 무관하다설사 개밥바라기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 해도 (20)이 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개밥바라기라 일컬어지는 그러한 행성이 실제로는 없다고 가정해보라이에 단칭용어 개밥바라기에 의해 표현되는 지시-결정규칙이 아무런 대상을 짚어내지 못한다 해도문장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는 하나의 사고[(즉 명제)]를 표현하며 Sally는 이를 믿을 수 있다이는 앞서 살펴본 19세기 프랑스의 천문학자 Le Verrier와 그가 실존한다고 믿었던 Vulcan의 사례와 정확히 동일한 경우이다.

따라서 (19)는 금성과 Sally에 관해서가 아니라금성이 행성이라는 명제와 Sally에 관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문장이며 (20) 역시 마찬가지이다이러한 상황은 다음 두 언어표현의 차이에 기인한다:

 

(21) 금성은 행성이다.

(22) 금성이 행성이라는 것that Venus is a planet.

 

문장 (21)은 분명 어떤 명제를 표현한다반면 명사절 (22)는 (21)이 표현하는 그 명제를 지시한다(22)는 (21)에 의해 표현되는 명제를 지시하는 하나의 단칭용어인 셈이다. Frege는 이를 일반화하여 다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명사절의 원리principle of that-clauses임의의 서술문 S에 접미사 라는 것이 결합된 표현은 S의 뜻을 지시체로 갖는 단칭용어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19)는 Sally가 특정 명제(Frege의 용어로는 사고)에 대해 특정 관계를 맺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여기서 그 관계는 믿음believing이라는 관계이다분석의 첫 단계에서 문장 (19)는 Sally를 나타내는 단칭용어와 ‘𝛼는 𝛽를 믿는다는 2항 술어그리고 금성이 행성이라는 명제를 나타내는 단칭용어로 구성된 것으로 드러난다이는 ‘Sally는 John에게 키스하였다의 형식과 정확히 동일한 구성이다이러한 분석은 앞서 명제적 태도에 대해 기술된바 믿음이란 믿는 자와 명제 간에 성립하는 특정한 2항 관계라는 정의에 부합한다두려움이나 희망 등 여타 명제적 태도들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분석된다.

이 문제를 취급하는 한 가지 방식은, (19)가 참이면서 (20)이 거짓일 수 있는 가능성이 대체성 원리의 반례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8) 따라서 문장-연산자sentence-operator 라는 것과 같은 장치를 지닌 언어는 -외연적이다. ‘라는 것에 의해 형성되는 명사절의 지시체는그에 삽입된 문장의 지시체 즉 그 문장의 진리치에 의해서가 아니라그 문장의 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19)와 (20)에서 금성과 개밥바라기는 금성을 지시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언어철학자들이 종종 말하듯이 명사절은 비-외연적인[(즉 내포적인)] 맥락context을 조성한다. [(또는 지시적으로 불투명한 맥락referentially opaque context을 만들어낸다고도 말해진다.)]


8) (原註다른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Frege가 대체성 원리가 보편적으로 성립한다고 믿었으며 그에 따라 보편적 외연주의extentionalism를 견지하였다는 해석이다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지시란 다음과 같이 맥락에 따라 상대적이다: (21)과 같은 통상적인 맥락에서의 지시체는 직접적direct 지시체인 반면, (22)와 같은 맥락에서의 지시체는 간접적indirect 지시체이다사실상 이 두 번째 해석이 Frege의 생각에 더욱 근접한 듯하며후술되는 절에서 살펴볼 그의 맥락원리context principle와도 잘 부합한다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두 해석 간의 차이는 단지 언어적인 문제일 뿐이며다만 Frege가 지시를 맥락에 따라 상대화했다는 본문의 해석이 학생들이 이해하기엔 더욱 용이할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런데 앞 절에서 제시된 대체성 원리에서 첫 번째로 나타나는 지시체’[(‘e와 e의 지시체가 동일하며’)]를 으로 바꾸면 그와 유사한 다음 원리가 얻어진다:

 

수정된 대체성(치환성)의 원리임의의 범주에 속하는 언어표현 S가 그 부분으로서 언어표현 e를 포함하고 있고, e와 e의 이 동일하며, S에서 e를 e로 대체하여 S가 얻어진다면, S와 S의 지시체는 동일하다.

 

이 원리에 따르면 비-외연적인 맥락에서도 진리치 보존적인 상호대체가 가능하다. ‘𝛼는 크다와 ‘𝛼는 거대하다가 동의어라고 가정해보자즉 두 술어는 동일한 뜻을 표현한다이러한 가정 하에서 위의 수정된 원리에 따르면, ‘Sally는 금성이 크다고 믿는다는 ‘Sally는 금성이 거대하다고 믿는다가 참인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참이다.9)


9) 수정된 대체성 원리를 예시하기 위해 본문에 제시된 사례는 술어에 관한 것이지만원래의 대체성 원리가 예시될 때처럼 단칭용어가 활용될 수도 있다다만 금성과 같이 고유명인 단칭용어의 경우 동일한 뜻을 지닌 고유명 쌍을 제시하기가 어렵다굳이 단칭용어를 통해 수정된 원리를 예시하자면, ‘Sally의 아버지와 ‘Sally의 부친과 같이 동의적인 일반용어들을 포함하고 있는바 고유명이 아니면서 동의적인 단칭용어 쌍을 활용할 수 있겠다이에 수정된 대체성 원리에 따르면 ‘John은 Sally의 아버지가 엄한 편이라 생각한다와 ‘John은 Sally의 부친이 엄한 편이라 생각한다의 진리치는 동일하다.


전술하였듯 문장 (21) ‘금성은 행성이다의 지시체는 진리치인 반면명사절 (22) ‘금성이 행성이라는 것의 지시체는 절 내부에 삽입된 문장 금성은 행성이다가 표현하는 뜻이다요컨대 한 문장의 뜻은 그 문장에 대응하는 명사절의 지시체가 된다. Frege는 통상적인 맥락[(즉 외연적 맥락)]에 나타나는 문장의 뜻을 그에 대응하는 명사절의 간접 지시체indirect referent라 칭하였다. [그런데 뜻-지시 구분에 따르면 모든 언어표현은 뜻을 통해 지시체를 결정하므로 명사절의 간접 지시체를 결정해주는 뜻 역시 있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금성이 행성이라는 것의 은 무엇인가분명 금성은 행성이다의 뜻과 동일할 수는 없다하나의 뜻은 하나의 지시체만을 결정하는데두 표현의 지시체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10) Frege는 명사절 금성이 행성이라는 것의 뜻을 문장 금성은 행성이다의 간접적 뜻indirect sense이라 칭하였다전자의 뜻은 후자의 뜻에 비해 고차-수준의higher-order 뜻 혹은 2level-two 뜻이다. [물론 후자의 뜻은 통상적ordinary 뜻 혹은 1차 수준의 뜻이다외연적 맥락에서 통상적 뜻은 진리치를 지시체로 결정하는 명제인 반면내포적 맥락에서 간접적 뜻은 외연적 맥락의 명제를 지시체로 결정하는 상위-명제인 셈이다.] 뜻의 이러한 구분은 (19) ‘Sally는 금성이 행성이라고 믿는다와 (20) ‘Sally는 개밥바라기가 행성이라고 믿는다의 의 차이를 설명해주며그에 따라 양자의 지시체 즉 진리치가 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설명해준다.


10) 일반적으로 언어표현의 동의성은 지시체의 동일성을 함축하는 반면 그 역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다르게 말해 내포는 외연을 결정하지만 그 역은 아니다이의 대우를 취하면언어표현이 적용되는 지시체의 상이성은 의미의 상이성을 함축한다.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Frege가 세분한 구성성 원리를 통해 (19)와 (20)의 뜻-지시가 분기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자두 문장에 나타나는 명사절 금성이 행성이라는 것과 개밥바라기가 행성이라는 것은 각기 다른 간접적 뜻을 표현하는 단칭용어이다두 단칭용어를 ‘tcv’, ‘tce두 간접적 뜻을 ‘ISv와 ‘ISe로 각각 축약하자두 간접적 뜻은 각기 다른 간접 지지체를 결정하는바이는 각각 외연적 맥락에서 금성은 행성이다와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에 의해 표현되는 통상적 뜻 즉 명제이다두 명제를 각각 ‘Pv와 ‘Pe로 축약하자단칭용어 ‘Sally’는 ‘s’, 2항 술어 ‘𝛼는 𝛽를 믿는다를 ‘B𝛼𝛽’문장 전체인 (19)와 (20)에 의해 표현되는 최종 명제를 ‘P19와 ‘P20으로 각각 축약하자이를 활용하여 구성성 원리에 따라 (19)와 (20)의 뜻-지시 구조를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9) Sally는 금성이 행성이라고 믿는다.

‘s’

+

‘B𝛼𝛽’

+

‘tcv

‘Bstcv

표 현

(null)

 

표 현

(null)

 

표 현

(null)

 

표 현

(null)

‘s’의 뜻

+

‘B𝛼𝛽’의 뜻

+

ISv

P19

결 정

(null)

 

결 정

(null)

 

결 정

(null)

 

결 정

(null)

Sally

+

𝛼가 𝛽를 믿는 순서쌍

𝛼, 𝛽들의 집합

+

Pv

T, F

(20) Sally는 개밥바라기가 행성이라고 믿는다.

‘s’

+

‘B𝛼𝛽’

+

‘tce

‘Bstce

표 현

(null)

 

표 현

(null)

 

표 현

(null)

 

표 현

(null)

‘s’의 뜻

+

‘B𝛼𝛽’의 뜻

+

ISe

P20

결 정

(null)

 

결 정

(null)

 

결 정

(null)

 

결 정

(null)

Sally

+

𝛼가 𝛽를 믿는 순서쌍

𝛼, 𝛽들의 집합

+

Pe

T, F

 

각 도표의 3열에서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듯이, ‘tcv와 ‘tce가 각각 ISv와 ISe를 표현함에 따라 각기 다른 Pv와 Pe가 결정된다. Sally가 양자와 더불어 형성하는 각 순서쌍이 술어의 외연에 속하는지 여부에 따라 각 도표에서 4열 2행의 P19와 P20이 다르게 구성될 수 있으며그에 따라 최종적으로 우측 하단의 진리치가 각기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

명제적 태도 및 이에 의해 형성되는 비-외연적(내포적맥락에 관해서는 8장에서 더욱 상세히 살펴보게 될 것이다.

 

 

 뜻의 객관성

 

지시적 용어의 뜻은 (지시가 존재한다면용어의 지시를 결정하는 규칙인 동시에 지시가 현상하는 방식이다논문 뜻과 지시에 관하여의 한 구절에서 Frege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뜻과 지시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설명해볼 수 있겠다어떤 사람이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한다나는 달 자체를 지시에 비유한다관찰의 대상인 달 자체는 망원경 내부의 대물렌즈에 투영된 실제 이미지와 관찰자의 망막 이미지를 통해 매개된다나는 전자를 뜻에 비유하며 후자를 관념idea 내지 경험experience에 비유한다망원경에 비친 시각적 이미지는 비록 일면적one-sided이고 관찰의 관점standpoint에 의존하긴 하지만복수의 관찰자들에 의해 동일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이다, (中略하지만 관찰자들 개인이 갖는 망막 이미지는 각기 다를 것이다.

(뜻과 지시에 관하여, Frege 1997, 155번역 일부 수정[원저자])

 

또 다른 글 사고논리적 탐구The Thought: A Logical Inquiry에서 Frege는 뜻이 정신적mental인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문장의 뜻인 思考(우리의 용어법으로는 명제)는 그 명칭에서 암시되는 바와 달리 정신적인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그렇다고 경험적인 것도심리적인psychological 것도 아니며 관념과 같은 종류의 것도 아니다緖論 장에서 규정했듯이 명제란 (A) 문장의 객관적인 의미이고, (B) 믿음이나 희망 등 명제적 태도의 대상 혹은 내용이며, (C) 참이나 거짓이라 말해질 수 있는 것 즉 진리치의 직접적인 담지자이다. Frege에 따르면 이러한 사실로부터 명제란 정신적이거나 심리적인 실체가 아니라는 점이 귀결된다.

정신적 실체즉 Locke를 위시한 근대철학자들이 말한 바로서의 관념이란 정확히 무엇인가한 예로 우리가 무언가를 상상하거나 꿈꿀 때 떠올리게 되는 심적(정신적이미지mental image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많은 철학자들이 지적했듯이 그러한 이미지는 사적이다private내가 (아직 돌아가시지 않은우리 할머니를 상상하고 있다 해보자내 정신 속에는 할머니에 대한 생생한 심적 이미지가 있다나는 이 이미지가 어떠한지 상세하게 기술함으로써 당신으로 하여금 나의 것과 유사한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만들 수 있다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당신이 나의 심적 이미지를 지각perceive할 수는 없다내 할머니에 대해 나와 당신이 각각 떠올리는 이미지가 서로 동일한지 여부는 원리적으로in principle 검증 불가능하다심적 이미지란 것은 사적인 것이기에오직 나만이 나의 심적 이미지를 지각하거나 경험할 수 있으며마찬가지로 오직 당신만이 당신의 심적 이미지를 지각할 수 있다이렇듯 심적 이미지란좀 더 일반적으로 말해 모든 종류의 정신적 실체들이란정신 내에in the mind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정신적이다mental비유컨대 심적 이미지가 갖는 현금가치는 사적인 것인바 필연적으로 그것이 존재하는 정신 내에서만 통용될 수 있다.

정신적 실체의 이러한 사밀성(私密性)을 염두에 둔 채문장의 의미가 모종의 정신적 실체즉 Locke가 말한 관념이라든가 앞 단락에서 예시로 들었던 심적 이미지라고 가정해보자내가 볼로냐는 플로렌스의 북쪽에 있다고 말한다이 말로써 내가 의미한 바는 나에게 사적이며 내 마음 속으로만 한정된다당신은 나의 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당신은 내가 의미한 바what I mean를 어떻게 파악grasp할 수 있겠는가물론 내가 말한 단어들은 당신의 마음 속에 모종의 심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당신의 이미지가 나의 것과 조금이라도 통하는 데가 있는지를 당신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양자가 유사한지 여부를 무엇에 근거해서 판정할 수 있겠는가이를 위해 당신이 갖는 심적 이미지를 당신 나름대로 기술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 과정은 또 다른 말만을 만들어낼 뿐이다당신의 심적 이미지를 기술하기 위해 사용되는 말에는 당신 자신만의 심적 이미지들이 결부되며그 말을 들은 나의 정신 속에는 또 다시 나만의 심적 이미지들이 야기된다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이러한 모든 이미지들이 상동(相同)인지 여부를 도대체 어떻게 판가름할 수 있겠는가이는 분명 불가능하다그저 새로운 말과 그에 따른 사적인 이미지가 계속 만들어지는 동일한 과정만이 되풀이될 뿐나의 사고내용과 당신의 것이 조금이라도 유사한지에 대해서는 여하한 결론도 날 수가 없다. Frege가 강조했듯이 이러한 모델에 입각한 언어는 상호이해mutual understanding에 도달할 수 없다언어에 대한 이러한 그림에서 우리가 행하는 발화utterance여하한 의미도 적절하게 표현해내지 못한 채 그저 심적 상태mental state들에 의해 야기되는 것으로 전락할 뿐이다.

이러한 고찰에서 알 수 있듯이도대체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어떻게든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미란 어떤 식으로든 밖에’ 있는 그 무엇이어야만 한다즉 각 개인만이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public 그 무엇이어야 한다물론 정신적 상태들일테면 생각하는 행위와 같이 심리적 과정이라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분명 존재한다그러니 우리가 말하는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의미할 때에도 모종의 정신적 과정들이 계속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하지만 그러한 심적 상태와 무관하게 볼로냐는 플로렌스의 북쪽에 있다는 문장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공적인 의미를 갖는다통상적인 맥락에서 그 문장이 발화될 때특정 도시가 다른 한 도시에 대해 지형학적으로 여차여차한 관계에 있다는 의미를 결정하는 언어적 규칙linguistic rule이 적용된다그 발화를 들은 사람은구성적 규칙에 따라 그 문장이 표현하는 명제를 인지함으로써 그 발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반대로 이러한 이해에 실패할 수도 있다.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이러한 사안은 심지어 사적인 내적 상태inner state에 관한 대화에도 적용된다. Sally가 나 배고파’ 하고 말한다우리가 이해하고 준수하는 언어적 규칙에 따르면발화가 이뤄진 시점에 화자가 특정한 생리적인 상태에 처해 있는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그 문장은 참이다. Sally가 나 너무 슬퍼’ 하고 말한다면발화가 이뤄진 시점에 화자가 특정 심리적 상태에 처해 있는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그 문장은 참이다요컨대 Sally가 발화한 문장들은 심적 상태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그 문장들의 은 정신적이지 않다.

따라서 Frege주의적인 뜻Fregean sense은 정신적이거나 심리적인 것이 아니다당연히 물리적인physical 것도 아니다緖論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명제는 물리적인 대상이 아닌바이 명제가 바로 Frege에게는 문장의 뜻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뜻은 언어표현과 연계된 지시-결정 규칙이다이렇게 볼 때 Frege가 말하는 뜻이란 추상적abstract 세계에 속하는 기이한 대상인 듯하다수학적 대상들처럼 뜻은 인과적 힘causal power을 갖지 않는 -공간적인 대상이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Frege의 전문용어로서의 sense은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감각작용(지각작용)sense과는 무관하다또한 Russell과 같은 경험주의 철학자들이 지각의 직접적인 대상이라 간주하였던 감각-자료sense-data와도 무관하다. Frege의 도식에서 어떤 단어가 뜻을 표현하기 위해 감각 가능한sensible 그 무엇과 반드시 연계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2+2=4’는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감각될 수 있는 사물들과는 일절 무관한 문장이지만 분명 뜻을 표현한다.

뜻이 구체적인 감각과는 무관한 추상성을 띤다는 Frege의 생각은우리가 일상적으로 문장의 에 관해 말하기도 하며 무의미한meaningless 말을 헛소리(난센스)nonsense라 일축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일견 일리가 있다.11)


11) 언어표현이 적절한 뜻을 표현하는지 여부가 구체적인 감각과 무관하다는 생각은 우리의 언어적 직관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Le Verrier가 수성의 공전궤도에서 관찰되는 섭동현상의 원인이 되는 천체가 존재할 것이다라고 말한다천문학적 지식이나 소양을 다소 갖춘 사람이라면설사 수성의 공전궤도에서 발생하는 섭동현상을 천문대의 관측장치로 관찰한 적이 없더라도혹은 심지어 우주로 나가 그런 천체가 있는지를 직접 탐사해볼 방도가 전무하더라도, Le Verrier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 것이다요컨대 감각작용 내지 감각-자료는 언어표현의 유의미성에 대한 필요조건이 아니다이번엔 Chomsky가 내 초록색 관념들이 사납게 잠자고 있다라고 말한다우리는 초록색에 대한 감각지각이 어떠한 느낌인지관념을 갖는다는 정신적 상태가 어떠한 상태인지사납다는 수식어가 나타내는 모양새가 어떠하고 잠잔다는 신체적 행동이 무엇인지 등 이 모든 언어 외적 사항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하지만 그것들을 한데 결합시켜 표현한 Chomsky의 말을 듣는다면문학적인 맥락이 아닌 바에야 일상적이고 진지한 맥락에서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연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요컨대 감각작용 내지 감각-자료는 언어표현의 유의미성에 대한 충분조건도 아니다.
이렇듯 적절한 뜻을 지닌 말과 무의미한 헛소리를 구분해내는 의미론적인 문제와언어 외적인 것으로서 세계의 사태가 어떠한지를 식별해내는 인식론적 내지 심리적인 문제는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독립적인 사안이다본문에서 간략하게 암시된 이 논제는 후술되는 추가적인 논의맥락원리와도 연관되는 바가 있다해당 절의 각주참조.

 

 

 술어의 지시와 말 개념 문제

 

술어의 에 대한 Frege의 관점은 직관적이다예컨대 술어 ‘𝛼는 말이다의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그 술어가 임의의 사물에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한 규칙 내지 기준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다이 술어의 뜻과 단칭용어 ‘Red Rum’의 뜻을 파악한다면문장 ‘Red Rum은 말이다가 표현하는 명제 역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술어의 지시는 또 다른 문제이다앞서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가정된 바에 따르면 Frege는 술어의 지시를 술어의 외연 즉 술어가 적용되는 사물들을 원소로 갖는 집합으로 규정하였다하지만 술어의 지시에 관한 Frege의 실제 생각은 이보다 훨씬 복잡미묘한 편이다(술어의 지시에 관한 Frege의 대표적인 관점은 논문 개념과 대상에 관하여On Concept and Object에 개진되어 있다).

다음 문장을 예시로 생각해보자:

 

(23) Red Rum은 말이다.

 

‘𝛼는 말이다의 지시체가 말들의 집합이라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그 집합 역시 하나의 대상으로서 말들의 집합과 같은 단칭용어에 의해서도 명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혹여 술어의 지시체가 집합이라 하더라도굳이 그러한 특수한 대상을 술어의 적절한 지시체로 만들어주는 요인은 무엇인가술어의 지시체로서 집합은 되면서도 가령 수나 연필은 왜 안되는가뿐만 아니라 집합으로 하여금 적절하게 명제를 형성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요인은 무엇인가누군가 ‘Red Rum, 내 연필!’ 하고 말한다면이는 단지 사물들을 열거한 것일 뿐 여하한 명제도 표현하지 않는다. ‘Red Rum, 말들의 집합!’ 역시 마찬가지이다. [즉 임의의 술어 ‘𝛼는 F하다의 지시체와 단칭용어 ‘F한 것들의 집합의 지시체가 동일하게 F한 것들의 집합이라면전자는 적형문을 형성하도록 결합되어 적절한 명제를 표현하는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3)이 실지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24) Red Rum은 말들의 집합의 원소이다is a member of.

 

[즉 원래의 술어표현 ‘𝛼는 F하다가 ‘𝛼는 F한 것들의 집합의 원소이다와 같이 집합표현 및 원소관계 표현으로 환원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방책은 다음과 같이 무한퇴행infinite regress에 빠진다: (24)는 Red Rum과 말들의 집합을 언급하는 표현뿐만 아니라 은 의 원소이다라는 단어 어 역시 포함하고 있다앞서 원래의 술어 ‘𝛼는 말이다가 집합을 지시한다고 가정하였던 바와 마찬가지로이제 2항 술어 은 의 원소이다’ 역시 [(순서쌍ordered pair들의)] 집합을 지시한다고 가정하면앞서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바 다음과 같은 말도 안 되는 문장을 얻게 된다:

 

(25) Red Rum 전자가 후자의 원소인 순서쌍들의 집합 말들의 집합.

 

이 역시 적절한 문장이 아니라 단지 사물들이 나열된 목록일 뿐이다이 문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적절한 문장이 형성되는 데에는 대상을 단지 지시하는 역할 이상의 것을 수행하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Frege는 술어가 집합과 같은 통상적인 대상을 지시한다는 생각을 철회하고 함수(函數)function를 지칭한다는 생각을 개진한다함수는 통상적인 대상과는 그 존재방식을 상당히 달리하는 특별한 종류의 실체이다. ‘𝛼+2’에 의해 지칭되는 수학적 함수가 수 3에 적용되었을 때 그 함수값이 5인 것처럼, ‘𝛼의 어머니에 의해 지칭되는 언어적 함수가 특정한 사람에 적용되었을 때 그 함수값은 그 사람의 어머니이다마찬가지로 ‘𝛼는 말이다에 의해 지칭되는 함수가 Red Rum에 대해 갖는 값은, Red Rum이 말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두 가지 진리값 중 하나이다실제로 Red Rum이 말이었기 때문에그 문장의 진리치 [즉 ‘𝛼는 말이다에 ‘Red Rum’이 투입되었을 때의 산출값]는 참이다.

Frege는 진리치를 산출값으로 취하는 부류의 함수를 개념concept이라고 불렀다이러한 Frege의 용어법은 조금 부적절해보인다탁월한 Frege 연구가인 Alonzo Church가 지적하였듯이 개념이라는 용어는 술어의 을 칭하는 데에 더 적합한 듯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문제는 차치한 채 이 장의 나머지 부분에서 우리는 Frege의 용어법을 고수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Frege가 말하는 개념과 함수는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단칭용어에 의해 지시될 수 없다통상적인 대상은 1-수준first-level 실체인 반면 개념과 함수는 ‘2-수준second-level’ 실체이다.12) 1차 수준 실체에 적용apply될 수 있는 실체가 바로 2차 수준 실체이다. ‘x+2’와 같이 개념이 아닌 종류의 함수를 차치하고 말해보자면, 1-수준 실체인 대상이 2-수준 실체인 개념에 투입됨으로써 진치리가 산출된다비유컨대 함수는 한 실체로부터 다른 실체를 향하는 화살과 같다그 중 개념이라는 함수는 특별한 사례로서참 또는 거짓 두 가지의 진리치라는 특별한 종류의 실체를 겨냥하는 화살이다다음 술어들 역시 개념을 지시하는 함수들이다:

 

𝛼는 초록색이다

𝛼는 Dalai Lama의 친구이다

𝛼 + 2 = 7


12) (原註) 3-수준, 4-수준 등등의 실체 역시 존재한다양화사는 2-수준 실체인 개념을 논항으로 취하는바 3차 -수준 실체이다. ‘𝛼는 개념-𝜙 하에 속한다fall under와 같은 복합-수준mixed-level 실체도 있다.

 

그러나 술어의 지시를 함수로 규정하여도 문제는 남는다우선 Frege를 따라 다음 술어

 

(26) 𝛼는 말이다

 

의 지시체가 개념이라는 점을 받아들이자이제 다음을 생각해보라:

 

(27) ‘𝛼는 말이다는 말 개념the concept horse을 지시한다.

(28) ‘말 개념은 말 개념을 지시한다.

 

Frege의 관점을 받아들였으므로 (27)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그리고 (28)은 반드시 참일 수밖에 없는 듯하다문장 “‘A’는 A를 지시한다는 ‘A’에 그 어떤 용어가 삽입되든 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두 용어 ‘𝛼는 말이다와 말 개념은 동일한 실체를 지시하는 -지시적 표현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그러므로 적어도 외연적 맥락에서라면 두 용어는 [진리치 보존적으로상호대체 가능하다intersubstitutable즉 둘 중 하나가 (외연적으로나타날 경우 그것을 다른 하나로 바꾸어도 두 용어가 나타나는 문장 전체의 진리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항들을 염두에 둔 채경험적으로 참인 다음 문장으로 계속 진행해보자:

 

(29) Red Rum은 말이다.

 

바로 앞 단락에서 받아들였듯이 ‘𝛼는 말이다와 말 개념은 [-지시적이기에상호대체 가능하다. [그리고 (29)에서 전자는 명제적 태도 표현이라든가 명사절 접미사와 같은 내포적 연산자가 없는 외연적 맥락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사항과 (29)로부터 다음을 추론할 수 있다:

 

(30) Red Rum 말 개념.

 

분명 참인 전제들로부터 올바른 규칙에 의해 도출되었음에도, (30)은 참도 아닐뿐더러 적형문조차 못되는 헛소리nonsense이다. (25)와 마찬가지로 (30)은 문장이 아니라 사물들이 열거된 목록일 뿐이다.

Frege의 관점에서 보자면 문제는 말 개념이라는 명사구에 있다우리가 받아들였던 바와 다르게, (27)은 참이 아니다. ‘𝛼는 말이다에는 그리스 문자에 의해 표시되는 공란이 있는 반면 말 개념은 그렇지 않다후자는 술어 역할을 할 수 있는 종류의 언어표현이 아닌 것이다. Frege의 용어를 사용해 말해보자면술어는 반드시 불완전하다incomplete 혹은 불포화되어있다unsaturated그리고 본질적으로 개념은 완전한포화된saturated공란 없는 용어에 의해서는 지시될 수 없다.

(27)에 있는 공란에 무엇을 적어 넣어야 할까아무것도 없다. Frege에 따르면 술어는 온전한 문장 내에서 통상적인 역할을 수행할 경우에만 무언가를 지시할 수 있다사정이 이럴진대 술어의 지시에 관해 말하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문법적으로 볼 때 ‘A는 를 지시한다에 있는 공란은 단칭용어에 의해서만 채워질 수 있는바단칭용어는 2-수준 실체인 개념이 아니라 1-수준 실체인 대상만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술어의 지시에 관한 이러한 문제는 매우 역설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졌기에 이를 해결하고자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다. Frege 역시 이 문제를 의식하고 있긴 하였지만자신의 말을 다소 에누리하여grain of salt’ 들어줄 것을 호소하였다.

 

 

 추가적인 논의맥락원리

 

산수의 기초Foundation of Arithmetic의 한 유명한 구절에서 Frege는 자신이 철저히 준수하고자 하는 방법론적 원칙 세 가지를 제시한다그 중 두 번째는 맥락원리principle of context라 알려진 것으로서 다음과 같다:

 

단어의 의미를 고립적으로in isolation 묻지 말고 언제나 명제의 맥락context 내에서 물어야 한다.

(Frege, 19741884緖論)

 

(여기서 말해지는 맥락이란발화가 이뤄지는 시점장소화자의 정체성 등와 같이 6장에서 살펴볼 개념인 발화맥락context of utterance이 아니라단순히 문장 내의 한 자리location를 의미한다.) 이 원칙이 제시된 시점은 뜻-지시 구분이 이뤄지기 이전이다그렇기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지시 구분에 대응하게끔 이 원칙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다: (i) 단어의 지시는 고립적으로가 아니라 문장 전체가 갖는 진리치의 맥락 내에서 물어져야 한다, (ii) 단어의 뜻은 고립적으로가 아니라 문장 전체가 표현하는 뜻의 맥락 내에서 물어져야 한다문장 전체의 뜻이란 Frege의 용어법에 따르면 사고이며 우리의 용어법에 따르면 명제이다. (Frege가 말하는 명제는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뜻있는 문장significant sentence과 동등하다.)

(ii)에 초점을 맞춰보자문장이 표현하는 명제를 명시하는 것은 곧 문장의 진리-조건을 명시하는 것과 같다고 해보자일테면 눈은 하얗다의 진리-조건은 눈이 하얗다는 것이[며 이는 그 문장이 표현하는 명제와 같]이러한 가정 하에서 맥락원리에 따르면가령 단칭용어의 뜻은 단칭용어가 문장 전체의 진리-조건에 미치는 영향과 따로 떼어져서는 파악될 수 없다거꾸로 말해단칭용어가 나타나는 문장 전체의 뜻이 일단 결정되면 개별 단칭용어의 뜻에 관해서는 더 이상 물을 것이 없다단칭용어의 뜻은 (만약 지시가 존재한다면그 용어의 지시를 결정하기 때문에언어적 관점에서는 단칭용어의 지시를 결정하기 위해 더 이상 물어질 사안이 없는 것이다나머지 해야 할 일은 언어 외적인extra-linguistic 사실들이 언어 내적인 사안들에 따라 실제로 성립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뿐이다.13) 이는 Vulcan이 실존한다고 믿었던 Le Verrier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분명 특정 진리-조건을 표현하는 명제를 믿긴 하였으되다만 그 명제는 Vulcan이 존재하지 않기에 세계의 존재방식과 다른 진리-조건을 표현하는 거짓 명제였을 뿐이다.]


13) 소박한 의미론이 실패하는 총괄적인 이유를 Frege의 관점에서 조금 다르게 말해보자면 맥락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지시 구분의 실패가 맥락원리의 도외시를 함축하기 때문이다소박한 의미론은 언어표현과 세계 간 직접적으로 성립한다고 간주된 지시관계만을 통해 의미를 설명하기에 언어표현의 의미를 문장의 맥락 내에서 물어야 한다는 맥락원리를 무시할 수밖에 없다그에 따라 언어 내적인 의미론적 사안과 언어 외적인 사안을 혼동하기에적절치 못해 보이는 의미론적 분석을 내놓게 된 것이다. ‘Vulcan은 수성의 공전궤도에서 관찰되는 섭동현상을 야기한다는 문장을 보자소박한 의미론에 따르면 ‘Vulcan’의 지시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장은 무의미하다하지만 천문학적 지식을 다소 갖춘 사람이라면 비록 Vulcan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더라도 이 문장이 특정 천체에 관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으며 그 천체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참이거나 거짓일 것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즉 개별표현 ‘Vulcan’의 의미 혹은 지시체를 모르더라도그 표현이 문장의 맥락 내에서 문장 전체의 진리-조건에 의미론적으로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언어 내적인 사항들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연후에 해야 할 일은 그 표현의 지시체가 실존하는지 여부를 경험적으로 조사하는 일이며 이는 의미론과는 무관한 언어 외적인 사안이다맥락원리를 무시하는 소박한 의미론은 두 사안을 구분하지 못한 채지시체를 결여함에도 문장 전체의 진리-조건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 언어표현을 무의미한 것으로 규정하며그에 따라 직관적으로 유의미한(즉 진리-조건을 표현하는문장을 무의미한 문장으로 치부한다.
양자의 혼동으로 인한 실수는 이의 역방향에서도 일어난다. ‘초록색 관념들이 사납게 잠자고 있다는 문장을 보자우리는 ‘𝛼는 초록색이다’, ‘관념’, ‘𝛼는 사납다’, ‘𝛼는 잠자고 있다’ 등의 언어표현들을 무리 없이 이해하고 있으며 그 표현들의 지시체라 할 만한 것들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다따라서 소박한 의미론에 따르면 이 문장은 유의미하다하지만 이 표현들이 결합된 위 문장은 아무런 진리-조건도 표현하지 않는바우리는 이 문장을 참이나 거짓이 되게 하는 사태가 과연 무엇일지를 떠올릴 수 없다문장 전체가 아무런 진리-조건도 표현하지 않기에 개별표현들의 의미가 의미론적으로 기여할 진리-조건 자체가 없으며그렇기에 각 표현들의 의미 내지 지시를 이해한다고 해서 문장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맥락원리를 무시하는 소박한 의미론은 두 사안을 구분하지 못한 채지시체를 갖긴 하지만 진리-조건이 적절히 표현되지 않는 맥락에서 나타나는 언어표현들을 여전히 유의미한 것으로 규정하며그에 따라 직관적으로 무의미한(즉 진리-조건을 결여하는문장을 유의미한 문장으로 판가름한다.


(ii)를 지지할 만한 이유는 이외에도 많다예컨대 당신이 누군가에게 어떤 단어를 알려주고자 한다면그 단어가 포함된 온전한 문장들을 예시로 들어가면서그 단어가 문장 전체 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가르치고자 할 것이다물론 그 단어가 적용되는 대상을 신체적으로 가리키는 방법이 동원될 수도 있겠으나그 경우 실제로 전달되는 정보는 가르치고자 하는 단어 ‘A’가 나타나는 저것가리키며이 바로 A이다라는 형식의 문장인 셈이다이러한 점은 실질적으로 가리켜질 수 없는 사물들 즉 추상적인 대상들을 지시하는 단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예컨대 수()가 그러한 대상으로서, Frege가 산수의 기초에서 우선적으로 관심하였던 바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근거 이외의 철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ii)(그리고 (i) 역시앞서 술어의 지시와 말 개념 문제’ 절에서 살펴본 술어는 온전한 문장 내에서 통상적인 역할을 수행할 경우에만 무언가를 지시한다는 논제와도 부합한다술어는 문장 전체의 뜻에 기여하는contribute 한에서만 자신의 뜻을 갖기 때문이다(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점이 단칭용어에 대해서도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ii)는 다소 기이한 점을 함축하기도 한다. (ii)에 따르면 상당량의 언어표현들에 이미 숙달해있지 않은 이상 언어를 사용하여 무언가를 지시하는 일(언어적 지시)lingustic reference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예를 들어 매우 적은 수의 단어들을 개별적으로만 사용할 줄 알 뿐그 단어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온전한 문장의 형태로 발화할 줄은 모르는 어린아이를 생각해보자이 아이는 자기네 집에서 기르는 개의 이름 ‘Fido’를 알고 있다맥락원리에 따르면 이 아이가 ‘Fido’를 사용하여 Fido를 지시하는 일이란 엄밀히 말해 불가능하다문장이 아니라 개별 단어들만을 말함으로써 대상을 지시하는 원초-지시proto-refer를 한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이는 맥락원리에 따르면 진정한 언어적 지시작용은 아니다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아이가 도대체 어떻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겠는가문장들은 당연히 단어들로 구성되어있는데문장 사용에 이미 숙달해있지 않은 이상 여하한 개별 단어도 배울 수 없다면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요컨대 Frege가 견지하는 다음 두 원리는 상충하는 듯하다:

 

구성성 원리: 문장 전체의 뜻은 문장을 구성하는 개별 단어들의 뜻 및 그것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맥락원리: 개별 단어의 뜻은 그 단어들이 나타나는 문장 전체의 뜻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충돌은 피상적인 데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언어습득의 초기 단계에서라면 단어의 온전한 뜻을 익혀야만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는 식으로 낱낱의 단어들을 단번에 배우지는 않겠지만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상당량의 언어가 하나의 전체로서 명확히 파악되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단어들을 단숨에 직접적으로 배우는 일이라기보다는비유컨대 차근차근 게걸음을 걷듯이또는 여러 갈고리를 이용해 조금씩 암벽을 등반하듯이 이뤄지는 과정인 것이다.

 

 

 역사적 사항

 

Frege는 생전에는 물론이요 세상을 떠난 1925년 이후에도 긴 기간 동안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학자였다. Bertrand Russell, Rudolf Carnap, Ludwig Wittgenstein 등 소수의 몇몇 철학자들만이 생전의 그를 잘 알고 있었다독일의 수학자이자 현상학자 Edmund Husserl순수 수학자로서는 당대 수학계를 선도하던 Giuseppe Peano와 David Hilbert 등은 Frege와 몇 편의 서신을 교환한 바 있다.

이렇듯 생전에도 사후 오랜 기간에도 좀체 주목받지 못했긴 하였지만현재에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Frege가 관계relation가 포함된 추론을 다루는 현대 기호논리학symbolic logic의 숨겨진 창시자라는 데에 동의한다관계가 포함된 추론이란 예컨대 모든 연체동물은 동물이다따라서 연체동물을 먹는 모든 사람은 동물을 먹는 사람이다와 같은 추론을 일컫는다. [전통적인 Aristoteles의 정언논리에서는 형식화가 불가능했던이러한 추론을 다룰 수 있도록 논리학을 쇄신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Frege의 작업은, 1장 말미에서 간략히 살펴보았듯이 문장논리sentential logic[(명제논리propositional logic)]에 변항술어양화사를 도입함으로써 술어논리predicate logic(양화논리quantificational logic)를 창안한 것이었다이는 작금에 이르기까지도 표준적인 논리학으로 정립되어있다이러한 혁신적인 착상은 1879년의 저서 개념표기법Begriffsschrift에서 조심스러우면서도 확고한 어조로 표명되었다. [(이렇듯 획기적인 착상이긴 하였으나 그 저서에서 Frege가 창안한 기호표기체계가 워낙 난해했기에 당시에는 수학자들로부터도 철학자들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이 책을 읽고 Frege의 새로운 논리학의 진가를 알아본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가 Russell이다.)]

Frege가 창안한 새로운 논리학은 기존의 그 어떤 논리학보다도 강력한 것이었으며특히 산수(算數)arithmetic가 논리학으로 환원된다는 소위 논리주의Logicism 논제에 설득력을 실어주었다이 논제는 1884년 저서 산수의 기초Foundation of Arithmetic에서 비형식적으로 구상되었고엄밀한 증명은 1893년과 1903년의 저서 산수의 근본법칙Basic Laws of Arithmetic에서 시도되었다. Frege의 증명은 단 한 가지 세부사항만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가 없었다모든 술어가 하나의 외연집합류를 결정한다는 공리가 그의 체계에 비일관성을 야기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근본법칙』 2권이 이제 막 출간되려던 즈음하여 Russell은 Frege에게 보낸 유명한 편지에서 이 사항을 알려주었다. Frege는 스스로 말하길 Russell이 전해준 소식에 충격을 받았으며 그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였다. [Frege만큼이나 수학의 기초를 공고히 다지고자 했던] Russell은 이 난관에 굴하지 않고 Alfred North Whitehead와의 공저 수학원리Principia Mathematica(1911)에서수학의 논리학으로의 환원 가능성을 Frege의 체계보다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증명하고자 하였다논리주의 논제 및 Russell이 Frege 체계에서 발견한 모순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4장 초입을 참조하길 바란다.

논리학 및 수학기초론foundations of mathematics에 대한 Frege의 작업과 그의 언어철학적 착상들 간의 관계가 정확히 어떠한가 하는 문제는 다소 논란거리이다다만 뜻-지시 구분이 1892년의 논문 뜻과 지시에 관하여On Sense and Reference에서 처음 제시되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지시 구분에 근거하여 Frege는 순수수학이 논리적으로 참인 동일성 문장들로 이뤄져 있음에도 세계에 관한 참된 지식genuine knowledge을 전달한다는 주장을 견지할 수 있었다이에 못지않게 Frege의 입장에서 중요한 글은 같은 해에 나온 개념과 대상에 관하여On Concept and Object였다이 논문에 개진된 핵심 착상은 늦게 잡아도 1884년부터 구상된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그러한 추상적인 주제에 관한 Frege의 분석은 그 강력함과 정밀함에서 선례가 없는 것이었다. 1903년 이후 Frege는 긴 기간 동안 별다른 저술 활동을 하지 않다가 1918년에 사고논리적 탐구라는 논문을 내놓는다거기서 그는 소위 3의 영역third realm에 대한 생각을 개진하면서 명제적 내용의 객관성과 추상적 본성을 주장한다.

Russell은 Frege의 뜻-지시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이 점에 대해서는 Wittgenstein도 Russell에 동의하긴 하지만그의 초기작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는 Frege로부터 받은 영향이 다분하다(Wittgenstein은 Russell의 권고로 1912년 Frege를 방문했을 때 그가 자신을 완전히 참패시켰다고 술회한 바 있다). 1910년대 초 Frege의 강의를 수강한 적 있는 Carnap은 이후 의미론 서설Introduction to Semantics(1942) 및 의미와 필연성Meaning and Necessity(19561947)에서 Frege주의적인 이론을 발전시켰다. Michael Dummett(1925-2011)은 Frege: 언어철학Frege: Philosophy of Language(1973)을 위시하여 Frege에 관해 연구한 일련의 탁월한 저서들을 통해, Frege의 이름을 분석철학계의 정점에 올려놓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하였다.

 

 

 이번 장의 요약

 

Frege는 단칭용어의 의미가 지시체라는 NP2에 초점을 맞춰 소박한 의미론의 문제를 다음 두 가지로 대별한다:


1. 첫 번째 문제는 -지시적인 단칭용어와 관련된다예를 들어 샛별 개밥바라기이기 때문첫에소박한 의미론에 따르면 샛별의 의미 = ‘개밥바라기의 의미이다하지만 이는 두 문장 샛별은 행성이다와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의 의미가 문명 다르다는 사실과 상충한다. Frege가 말하였듯이 두 문장의 인지적 가치는 다른바둘 중 하나가 참임을 아는 것은 나머지 하나가 참임을 아는 것과 다르다이러한 문제는 샛별 샛별이 선험적인 데 반해 샛별 개밥바라기가 후험적이라는 사실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요컨대 소박한 의미론은 동일한 대상을 -지시하는 두 단칭용어의 인지적 가치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2. 두 번째 문제는 ‘Vulcan’, ‘Ness호 괴물과 같이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단칭용어와 관련된다소박한 의미론에 따르면 단칭용어가 지시체를 결여한다는 것은 의미 역시 결여한다는 것을 함축한다하지만 이는 ‘Vulcan은 뜨겁다와 ‘Nessie는 뜨겁다의 의미가 명백히 다르다는 사실과 상충할 뿐만 아니라전자의 내용을 믿으면서도 후자의 내용을 믿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과도 상충한다. [요컨대 소박한 의미론은 지시체를 결여하는 두 단칭용어의 의미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rege는 모든 유의미한 언어표현이 뜻을 표현하며뜻은 언어표현의 지시체가 존재할 경우 그 지시체를 결정하는 규칙이라고 상정하였다지시체를 적절히 결정해줄 경우의 뜻은 그 지시체가 현상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Frege는 이러한 구분을 다음과 같이 언어표현 전반으로 확대하여 적용한다단칭용어가 표현하는 뜻은 그 지시체로서 대상을 결정한다. 1항 술어가 표현하는 뜻은 그 지시체로서 외연(실제로는 함수)을 결정하며이는 2항 이상의 관계술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문장이 표현하는 뜻(명제, Frege의 용어로는 사고)은 그 지시체로서 진리치를 결정한다이러한 구분에 따라 구성성 원리 역시 뜻과 지시에 각각 대응하여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구문론과 연관되는 세 번째 구성성 원리 역시 존재한다).

-지시 구분에 근거하여 Frege는 소박한 의미론의 두 가지 문제를 다음과 같이 해결한다: (1) ‘샛별은 행성이다와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는 동일한 대상에 대해 동일한 것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각기 다른 뜻을 표현한다또한 ‘Sally는 샛별이 행성이라고 믿는다와 ‘Sally는 개밥바라기가 행성이라고 믿는다는 Sally를 각기 다른 명제와 연관시키고 있기 때문에 두 문장의 진리치가 반드시 동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지시적 언어표현들이 드러내는 인지적 가치의 차이는 뜻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2) Vulcan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Vulcan은 행성이다는 참도 거짓도 아니다이렇듯 지시체를 결여하는 언어표현이 포함된 문장은 진리치를 결여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명제를 표현한다따라서 ‘Le Verrier은 Vulcan이 뜨겁다고 믿는다는 진리치를 갖는다. [요컨대 지시체를 결여하는 언어표현의 유의미성은 그것이 표현하는 뜻에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Frege의 뜻-지시 구분은 단칭존재부정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명백히 참인 문장 ‘Vulcan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참인 이유를 임의적이지 않게 설명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지시체를 결여하는 단칭용어가 포함된 모든 단칭존재부정문은 Frege주의 의미론의 관점에서 볼 때 참도 거짓도 아니다.

Frege는 뜻의 객관성을 강조하여 명제란 개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정신적인 실체가 아니라 공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실체라고 주장한다.

Frege는 그가 개념이라 부른 불포화된 실체를 술어의 지시체라고 간주하였다모든 문장에는 포화된 혹은 완전한 실체(즉 대상)를 지칭하는 언어표현뿐만 아니라 불포화된 혹은 불완전한 실체(즉 개념)를 지칭하는 언어표현 역시 나타나야 하는바포화된 실체를 지시하는 언어표현들만으로는 온전한 문장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상들이 나열된 목록이 얻어질 뿐이기 때문이다예컨대 ‘Jane은 흡연한다, ‘Jane’의 포화된 지시체인 대상 Jane만을 지시하는 게 아니라 ‘𝛼는 흡연한다의 불포화된 지시체로서 Frege주의적인 개념 역시 지시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개념은 Frege에 따르면 일종의 함수로서 진리치를 산출값으로 갖는 특별한 종류의 함수이다예시문 ‘Jane은 흡연한다는 함수 ‘𝛼는 흡연한다에 논항 ‘Jane’이 투입되어 얻어진 것으로서, Jane이 흡연할 경우 그 값으로서 참값이 취해지며 그렇지 않을 경우 거짓값이 취해진다.

말 개념과 연관된 Frege의 퍼즐은 다음과 같이 명백히 참인 진술로부터명제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표현들이 추론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Red Rum은 말이다(이를 참이라 가정하자). ‘𝛼는 말이다는 말 개념을 지시한다따라서 Red Rum 말 개념다소 기이한 Frege의 진단에 따르면 첫 번째 전제 “‘𝛼는 말이다는 말 개념을 지시한다는 참이 아니다그 전제에 나타나는 말 개념은 공란을 갖지 않는 포화된 표현으로서 대상만을 지시할 수 있을 뿐불포화된 실체인 개념을 지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Frege는 단어의 의미는 고립적으로가 아니라 명제의 맥락 내에서 물어져야 한다는 소위 맥락원리를 지지한다이 원리에 대한 해석에는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우리가 (수와 같은추상적 대상을 지시한다는 논제를 옹호하기 위해 Frege가 그 원리에 호소하였다는 점만은 명확하다맥락원리는 Frege의 구성성 원리와 상충하는 것으로 종종 여겨지기도 한다피상적으로 보자면 맥락원리는 문장-의미가 단어-의미에 선행한다고 말하는 반면구성성 원리는 역으로 단어-의미가 문장-의미에 선행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 탐구문제

 

1. Johnny가 진지하게 다음을 주장한다고 해보자: ‘백화점 안에 Santa Claus가 있어!’ 실제로 백화점 안에 Santa Claus 복장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Johnny의 말은 참인가거짓인가? Jonny는 백화점 안에 Santa Claus가 있다고 잘못 믿고 있는 것인가? Frege주의 의미론의 관점에서 ‘Santa Claus’의 의미는 무엇인가?

2. Frege에 따르면 언어표현이 지시체를 결정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를 제외하면뜻은 지시체의 현상방식이다이를 받아들일 경우생각하기와 같은 심리적 행위는 반드시 뜻에만 연관될 뿐 지시체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가? [왜냐하면 Pegasus와 같이 실존하지 않는 대상에 관해서도 우리는 모종의 심리적인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지각perception의 내용이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다음 둘 중 하나라는 생각과 비교해보라: (a) 특정-관점에서-from-aaparticular-point-of-view 대상, (b) 설사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경우라 할지라도 대상이 존재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지각되는 감각-자료sense-data의 집합체collection.

3. ‘사다와 구매하다는 동의어라 할 수 있겠다즉 두 술어는 동일한 뜻을 표현한다그렇다면 다음 논증은 타당한가부당한가타당하거나 부당하다면 왜 그러한가?:

Sam은 순무를 샀다.
따라서 Sam은 순무를 구매했다.

다음 논증은 어떠한가?:

Susie는 Sam이 순무를 샀다고 믿는다.
따라서 Susie는 Sam이 순무를 구매했다고 믿는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두 어구의 관계를 논하라:

Sam이 순무를 샀다는 것
‘Sam이 순무를 샀다의 뜻

4. Frege의 용어법에서 [임의의 표현에 대한개념적 분석conceptual analysis이란 가령 다음 형식의 진술을 정립하는 것을 말한다:

(a) x가 p를 안다know는 것은 x가 정당화된 참인 믿음justified true belief p를 갖는 경우 그리
고 오직 그 경우이다.

이 진술은 이탤릭체로 표기된 단어들이 동일한 뜻을 표현함을 말하고 있다이러한 분석이 성공적이라면 이는 분명 다음 진술과 정확히 동일한 셈이다:

(b) x가 p를 안다는 것은 x가 p를 아는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이다.

하지만 (b)는 사소하게 참인 문장으로서 우리의 지식을 확장해주지 않는다반면 (a)는 성공적인 분석이면서도 사소하게 참이지는 않다이것이 소위 분석의 역설paradox of analysis이라 알려진 문제이다. Frege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5. Frege주의 의미론 내에서 단칭존재부정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음 전략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명제 P가 참임을 말하고 있는 ‘P라는 것은 참이다라는 표현을 도입하자이 표현의 진리-조건은 다음과 같다: P가 참이라면 참값을 산출하고, P가 거짓이거나 또는 참도 거짓도 아닌 식으로 결함이 있다면defective 거짓값을 산출한다이제 단칭존재부정문의 진리치를 올바르게 산출하기 위해가령 ‘Vulcan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위 연산자 및 부정 연산자와 결합하여 부정다음은 참이다 (그러한 x가 있다 (x = Vulcan))’와 같이 분석한다. [이 문장에서 우리가 도입한 연산자의 ‘P’자리를 차지하는 명제는 그러한 x가 있다 (x = Vulcan)’이다. Frege주의 의미론에 따르면 이 명제는 참도 거짓도 아니므로 다음은 참이다 (그러한 x가 있다 (x = Vulcan))’는 거짓이다이에 부정 연산자가 결합된 최종 문장은 참인 것으로 판명된다이는 분석되기 이전의 단칭존재부정문이 참이라는 우리의 직관에 부합한다.]

6. 단어는 어떻게 뜻을 획득하게 되는가아무런 언어-사용자가 존재하지 않게 되더라도 뜻은 여전히 존재하는가?

7. Frege에 따르면 개념은 함수의 부분집합이다(Frege주의적인 언어체계에서 개념은 술어의 뜻이 아니라 지시체임을 기억하라). 함수 ‘𝛼+5’는 논항 2에 대해 함수값 ‘7’을 산출하는바이를 다르게 말하면 ‘2+5’는 7을 지칭하는 단칭용어인 셈이다마찬가지로 개념 ‘𝛼는 하얗다는 논항 []’에 대해 진리치 참값을 산출하는바이를 다르게 말하면 눈은 하얗다는 참을 지칭하는 단칭용어인 셈이다그렇다면 모든 참인 문장들은 참값을 지칭하는 단칭용어인 것인가진리치란 것은 Eiffel탑과 같은 하나의 대상이란 말인가이러한 생각에 따르면 문장과 단칭용어 간에는 아무런 논리적 차이도 없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그렇다면 !’이라든가 ‘Eiffel!’이라고 말함으로써 무언가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이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왜 그러한가?

 

 

 주요 읽을거리

 

Frege의 이론을 공부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자료는 Micheal Beany가 편집한 Frege 읽기Frege Reader(1997)에 실려있다거기 실린 글들 중 중요한 것들로는 뜻과 지시에 관하여On Sens and Reference/Über Sinn und Bedeutung(1892), 개념과 대상에 관하여On Cooncept and Object/Über Begriff und Gegenstand(1892), 사고Thought/Gedanke(1918)를 들 수 있다그 다음으로 읽어두면 좋은 자료로는 함수와 개념Function and Concept/Funktion und Begriff(1891), Husserl에게 보낸 서한, 1892.05.24.「「뜻과 지시에 관하여에 대한 논평Comments on Sense and Reference「『산수의 근본법칙Basic Laws of Arithmetic/Grundgesetze der Arithmetik1(1893): 발췌Russell에게 보낸 서한, 1904.11.13.매우 탁월한 글인 Jourdain에게 보낸 서한, 1914.01」 등이 있다Frege 읽기Frege Reader에 포함된 일련의 글들에서 Beany는 현명하게도 독일어 단어 Bedeutung을 지시와 ’ 어느 쪽으로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둠으로써, Frege의 전문용어를 번역하는 까다로운 문제를 교묘하게 잘 피하였다.

추가적으로산수의 기초Foundation of Arithmetic/Grundlagen der Arithmetik는 비록 뜻-지시 구분을 정립하기 이전에 쓰이긴 했지만이번 장에서 살펴본 Frege의 언어철학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읽을 가치가 충분한 걸작이다.

 

 

 추가적인 읽을거리

 

Frege에 관한 저서들은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실질적으로 가장 유용한 것은 M. Dummett, Frege: 언어철학Frege: Philosophy of Language2(1993)이다매우 뛰어난 책이긴 하나이에 앞서 Dummett 選集인 진리와 다른 수수께끼Truth and Other Enigmas(1978)에 실려 있는 두 편의 소론 Frege의 철학Frege’s Philosophy과 Frege의 뜻과 지시 구분Frege’s Distinction Between Sense and Reference을 먼저 읽는 것도 추천한다.

Dummett의 저작보다 짧고 평이한 것으로는 H. Noonan, Frege: 비판적 입문Frege: A Critical Introduction(200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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