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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문학성, 학술성, 대중성을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수작이다 학문적인 내용을 이야기 형식에 단순히 표면적으로 기대어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문학적인 장치를 동원하여 표현력 있고 흡인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예컨대 주제와 얽힌 중심 이야기가 만들어져가는 메타적인 이야기라든가, 러셀이 자신의 학문여정을 회고하는 강연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책 말미의 오레스테이아를 통한 시사적인 비유, 각 에피소드에서 나타나는 의미심장한 대사 등이 그러한 문학적 장치라고 생각했다 또한 집필진 중 이야기의 전체 구성을 담당한 사람이 수학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동시에 소설, 연극, 영화제작 등에도 참여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어서인지, 학술적인 내용을 놓치거나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이야기에 잘 녹여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수학기초론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정석적으로 습득할 수 잇는 것은 아니지만, 역자가 후기에서 말하듯이 철학적 통찰력이 압축적으로 담긴 내용들이 곳곳에서 번뜩이고 있다 해당분야에 대한 지식 수준의 정도에 따라, 이 책을 여러번 읽을 때미다 느끼거나 깨닫는 바가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 이렇듯 문학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탁월한 내용을 만화라는 친숙한 형식에 담아냈으니 대중적인 접근성과 재미까지도 잡아낸 셈이다 여러 모로 만족스럽고 감탄스러운 좋은 책이다
이 책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에는 만화책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 굳이 구매할 생각을 하지는 않고, 빌리거나 해서 가볍게 읽어만 봐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최근 중고매장에서 발견해 싼값에 주고 샀는데, 잠깐 들춰보기만 하려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곧잘 빠져들어 구매한 당일 저녁동안 다 읽어버렸다 앞서 말했듯이 수학기초론을 좀 더 알고 난 뒤에 다시 읽으면 또 새롭게 느껴질 것 같다 만화책이라고 얕잡아볼 게 아닌,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