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여행 웅진 당신의 그림책 4
안느-마르고 램스타인 외 지음, 이경혜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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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꼰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영상세대가 아니다. TV보다 라디오와 더 친했고, 영상보다 글이 더 편하다.

 

때론 영상보다 말이, 말보다 글이,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 이유는 만든 사람의 생각에 보는 사람의 생각이 더해져서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일터이다. 그래서인지 어린 아이들만을 위한 그림책 분야가 이젠 성인을 위한 그림책까지 다양해졌다.

 

 

이 책은 진주라는 보석의 여행을 그림으로만 나타낸 그림책이다. 그림책이어서 이 세상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독자가 상상하게 만든다.

 

목차도 쪽수도 없이 오직 표지와 그림으로만 이루어져있다. 첫 장의 '사이먼에게' 마지막 장의 '우연이란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라는 인용구가 이 책 내용의 전부이다.

 

 

바닷 속, 해변가, 빨간 지붕의 집, 하늘, , 새 둥지, 보석 가게, 박물관, 지하도 하수구, 공장,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진주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깊은 바닷속에서 발견한 소년의 진주는 소녀의 반지가 되고, 다시 동물의 놀잇감이 되고, 귀족의 빛나는 왕관이 되고,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등 여행을 하는 동안 변치않은 아름다운 진주로 계속 남는다. 그림으로는 열대지방 아름다운 해변가에 사는 소년과 소녀, 선원, 귀족, 도둑 등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진주 한알이 여행을 하면서 만난 인간세상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사회의 모습이기에 더 큰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변치않는 보석의 빛은 우리 사회에서는 소년 소녀의 우정, 귀족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람 사는데 기본이 되는 의식주 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서로 친구사이라는 듀오 작가 안느-마르고 램스타인과 마티아스 아르귀는 바닷 속 진주 한알의 여행으로 다시 돌아온 인생을 그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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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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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의 첫 영화화 작품이라는 소개에 걸맞게 소설이지만,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읽는 내내 떨칠 수 없었다.

제목은 '하늘을 나는 타이어'라고 환상적으로 표현되었지만, 그 함축된 의미는 '달리는 차에서 타이어가 빠져서 붕 떠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라는 질책이다.

중소기업인 아카마쓰 운송회사의 아카마쓰 도쿠로 사장은 자신의 회사 트레일러가 운행중 타이어가 빠져서 길을 걷던 가족을 덮쳐 어머니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자신의 회사 정비팀을 처음에는 의심한다. 누구나 그럴 수 있듯이 사장은 사고 앞에서 자신의 직원을 믿지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직원을 가장 잘 아는 미야시로 전무의 도움으로 아카마쓰는 정비팀 직원들을 믿게 되고, 차 제조기업인 호프자동차와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회사 경영의 악재와 은행의 대출 금지와 상환 요구, 자신이 맡고 있는 아들 학교에서의 학부모회장직에 대한 주변의 압력, 아들의 왕따 문제 등 올 수 있는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치지만 그의 가족과 회사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회사를 지켜내려는 노력을 한다.

차를 파는 입장이어서 을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호프자동차는 대기업이라는 배경으로 차를 사는 소비자인 갑이어야 하는 아카마쓰 운송회사에 갑질을 한다. 대기업의 과장인 사와다는 아카마쓰와의 접견을 거부하면서 자신이 가진 권력행사를 해댄다. 이런 사회 문제는 우리 사회에도 많다. 대기업의 횡포라는 말로 단순히 표현되지만, 그 악랄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호프 자동차의 T회의 존재와 그 회의에서 회사를 위해 어둡게 결정되는 사안들은 영화처럼 사실처럼 그렇게 표현되어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기업이 이익을 위해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이 내용은 우리 사회에서도 하루빨리 버려져야할 관행이다.

아카마쓰 운송회사와 비슷한 사건을 겪은 다른 운송회사와의 연락과 그로인해 탈출구를 찾은 아카마쓰 사장의 모습, 주간지 기자의 끈질긴 취재에서 사회의 정의가 아직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소설이어서 해피엔딩이 아닌, 우리 사회가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를 할 수 있도록 꿈꿔보게 되는 영화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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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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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은 '남들이 말하듯 전원생활은 조금도 평화롭지 않지만 그녀가 선택한 삶이기에 견뎌낸다'고 말한다. 그녀의 삶은 6.25전쟁을 겪은 세대여서가 아니어도 참으로 처절한데 그 삶을 견뎌내고 노후에 전원생활을 선택한 것이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라고 한다. 독자로서 내가 글로 만난 박완서님은 처절한 삶 안에서 예술을 꿈꾸고 자기나름의 마음을 글로 적어내려가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 많고 많은 농기구 중에 그 어떤 나라에도 없다는 호미를 가장 좋아하는 농기구로 소개한 그녀의 글에서 인터넷 기사로 본 외국에서 핫한 한국물품 중에 호미가 꼽혔던 것이 기억난다. 하늘로 떠나시기 전 이 뉴스를 읽으셨을까?

얼마 전 열매를 보겠다고 긴 화분에 3개 심어둔 고추 모종의 진딧물을 떼어내느라 손가락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 노안때문에 안경도 벗어둔채로 한바탕 난리를 쳤다. 약도 뿌리고, 정성을 들여도 진딧물은 계속 생긴다. 자연친화적으로 산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당의 말벌집을 마당의 수돗물 호수로 공격해 떼어내고서는 공포심이 적의로 변해, 밤에 악몽을 꾸면서 언제 이렇게 적의를 느꼈는지를 반성할 수 있는 사람은 작가님 뿐일듯 하다. 이 봄, 아파트 베란다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의 비둘기 집을 짓는 모습에 식겁해서 긴 작대기로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밀어내었다. 비가 안 와서인지 냄새를 맡고, 다시금 나뭇가지를 하나씩 물어다 놓는 비둘기들 때문에 한동안 힘들었다. 물청소가 안되니 물걸레로 닦아내고, 그 사이사이 페트병을 끼워놓는 나름의 묘수를 내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죄책감따위는 없었는데 작가님은 그 위험하다는 말벌집을 처마 밑에서 없애고는 몇날며칠을 괴로워하셨다고한다. 내게는 자연과 함께 살아갈 마음 가짐이 절실함을 느낀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또 하나 얻는 즐거움은 유명하신 예술가 박수근선생님, 이이화선생님, 이문구선생님 등과의 얘기이다. 작가님의 인연으로 독자인 내가 괜히 아는 분들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핑크색 표지에 웃는 작가님의 모습이 정겹다. '호미'라는 표지의 제목과 꽃들이 책 초반에 만나는 작가님 집 마당의 꽃인듯 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여전히 작품으로 남아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듯 하여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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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할아버지 - 영혼 맑은 아이를 만나 다시 깨우친 내 인생 그리고 예술 짓
김아타.김소울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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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많아지는 인구에 우리 나라가 곧 망할것 같았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만 낳자.' 라는 표어에 '한 집 건너 한 자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당시 우리를 가르치시던 문학 선생님께서는 이런 표어가 위험한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하셨다. 진짜, 이젠 인구가 너무 줄어서 걱정이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점점 느끼게 하는 사회적인 문제가 많기도 하다.

우리 집안의 첫 조카는 막내로 30년을 살던 내게 다른 생명을 보며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난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몸소 느끼게 해준 존재이다. 품에 안고서 보는데 눈물이 또르륵 흘렀으니 말이다.

서른의 내가 그랬는데, 김아타 할아버지께서는 첫 손녀 김소울을 만나 그 얼마나 기쁘고 사랑스러우셨을까? 손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10살이 되기를 기다려 이 책을 내셨다고 하니 손녀에 대한 사랑과, 손녀에게 바름을 가르치시려는 그 사랑의 크기가 가늠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어린 손녀와 할아버지의 대화에서 할아버지께서 느끼신 것을 엮은 것이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통해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신다. 예술인으로서 자유롭게 살아오신 지난 날때문에 현재 손녀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자유롭게만 살아서 실속없는 삶이었다고 자책하기도 하신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그런 생각조차도 손녀에 대한 사랑이므로 무한 사랑받는 손녀가 부러울 따름이다.

태어나서부터 유치원을 다니기까지의 손녀 행동과 말에서 할아버지는 영감을 얻으시고 그림으로 표현하셨다. 예술가로서의 할아버지는 그 많은 내용이 담긴 손녀의 머릿속을 함축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하셨는데, 글 만큼이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내게 그런 사랑을 주셨는데 난 너무도 당연하게 그 사랑을 챙기지도 않고 스쳐지나쳐버린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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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 2022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최설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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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에 한번 걸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주변에 한명도 없다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거라한다. 그만큼 코로나 환자가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일단 걸렸다가 치료된 사람은 슈퍼 항체를 갖는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소문일 뿐이고 또 걸릴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주인공은 그 어떤 약에도 내성이 있어 치료가 힘든 결핵 환자다. 

제목이 ‘방학’이라니 청소년소설인가보다 하는 짐작이 있었으나 아니다. 주인공은 중학생인데 또래들처럼 학교에 가지 못 하고 긴 시간을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지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미화시켜 방학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병에 걸려서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좋은 약이 개발되면서 소설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별관, 본관으로 병의 경중으로 환자를 나누어 치료하는 병원에서 즐겁게 생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매달릴 곳은 종교인데, 병원 옆 성당의 신부님과 수녀님은 그래도 나름의 유머를 간직한 분들이다. 주인공 건수는 아버지와 같은 병으로 학교대신 이 병원에 오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해 병원에 혼자 남게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러지는 장례식에서 만난 강희는 같은 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이다. 사춘기 소년답게 툴툴거리는 건수는 다행이도 신약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고, 사랑하는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꿈을 꾸게 된다. 그런데, 강희와 함께 이 병원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건수의 도움은 강희도 살릴 수 있을까? 

신약의 임상시험은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서로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약에 대한 환자들의 갈망은 삶에 대한 갈망만큼이나 진하다. 과학의 발전만큼 혜택은 그렇게 넓지 못한 것이 이 글을 읽으면서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 기억 속, 처음 한약을 먹었을 때는 8살이었다. 옆에서 오빠가 같이 먹어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엄마께서 약은 나눠먹는거 아니라며 나눠먹으면 효과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봉지에 ‘약은 용법에 따라...’ ‘약은 약사에게...’ 이런 문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그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그래서 정말 약을 나눠먹으면 효과가 없는 것일까?’ 하는 나름의 의문이 책을 덮어도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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