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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평점 :
생각해보면,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시장과 전파사, 쌀가게, 미용실, 옷가게, 양복점과 슈퍼는 많았지만 식당이라고 할만한 곳은 중국집 뿐이었다. 그 중국집도 중국인이 하는 식당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유일하게 우리동네 외식 공간이었던듯 하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즈음 그나마도 중국집도 없어져서 외식할 식당은 없었고 그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다 먹는 것이 가장 호사였던 걸로 기억된다. 식당은 밥'가게'가 아닌 밥'집'이라고 불린다. 아마도 '집'만큼 정서적으로 우리에게 가깝고 친밀한 공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문화 중 가장 따뜻한 문화가 '밥 먹었니?' 라고 물어주고 누구에게나 반찬은 리필해주는 문화가 아닐까?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카페거리가 조성된 동네여서 그야말로 한집 건너 카페가 있고, 두집 건너 다양한 음식점이 즐비한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때나 걸어나가 세계 각 지역의 음식을 골라 먹고 카페에서 디저트까지 즐긴 후 산책까지 할 수 있는 완벽한 코스가 조성된 동네이다. 그런데, 그곳의 상인회가 아주 단결이 잘 되어서 월요일이면 문 여는 식당도 카페도 드물어 썰렁하고 어두운 동네가 되어버린다.
아주 깊은 밤 우리는 지금은 배달앱으로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집에서 먹지만, 그 과정을 생각해보면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람과 배달해주는 사람과는 말 한마디 서로 나누지 않고 인터넷의 가상 공간에서 주문과 비용 지불, 음식 맛을 논할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의 점장이다. 이야기 시작은 여성이 얼마나 점장이 되기 어려운가부터 그녀에게 들이닥친 말도 안되는 불행의 연속을 이야기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요리사의 무뚝뚝함과 개인주의적인 행동, 자신이 사는 집의 화재, 그 화재로 안 그래도 지친 그녀의 삶이 더욱 지치게 되는 것 등이다. 그런데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본사 직원으로부터 기숙사로 쓰이던 창고의 한 방을 얻어 사용하게 되는 행운을 또한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깊은 밤에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은?
그녀가 그 창고에서 만난 가네다씨의 추천으로 만난 식당이다.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는 가네다씨가 그녀의 늦은 귀가에 맞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골목의 작은 식당을 추천한다. 등도 밝지 않게 켜두고 화려하지 않고 크지도 않은 아주 작은 식당이지만 처음 그 곳에서 음식을 먹은 그녀는 그 식당은 아는 사람만 알고 이용하면서 입소문이 난 식당임을 알게 된다.
오픈 키친이면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남자 요리사와 서빙하는 여자가 부부나 연인이 아님에도 호흡이 잘 맞고, 서로를 믿으며, 식당에 들어온 모든 손님들에게 맞춤인듯한 음식을 내줄 수 있는 혜안까지 갖춘 식당의 주인장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실제 일본 어느 골목에 있을듯한 느낌을 준다.
매일 그곳에 앉아서 위로를 받는 손님과 막차를 놓쳐서 밤새 식당에서 밤을 지새우며 첫차를 기다리는 손님들과 아침마다 새벽일을 나가다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 손님들까지 손님들 모두 위로가 필요하고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각자에게 따뜻한 음식으로 위로를 주는 식당이어서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닌 실제의 공간이길 내가 기대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