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은 사람의 물건을 우리는 대체로 꺼린다옛날에는 저승에 가져가시라고 태워드리기도 했다던데요즘은 중고거래 사이트나 중고거래가게에서 많이 팔리기도 한다고 한다얼마 전서울 한복판의 가구거리에서 침대 옆에 둘 작은 중고 협탁을 1만 5천원에 구입했는데 새 것 같다고 좋아하는 후배를 보며 나도 그 가게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이 책의 구미호 카페는 죽은 사람의 물건을 수리하거나 리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파는 가게인데도 잘 팔린다아마도 인간의 기억과 욕심을 잘 매칭해서 이리라욕심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자신의 어두운 면을 보게 만든다.

달이 뜨는 날에만 열리는 구미호 카페,

우연히 받은 전단지의 문구에 이끌려 오성우는 구미호 카페에 가게 된다구미호의 안내에 따르면 그 카페에서 파는 죽은 이의 물건을 사면 정해진 시간 동안 간절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지금 당신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오성우는 말 그대로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돈을 이야기 한다죽은 사람의 물건을 사는 대가는자신의 시간 중 어느 한 부분이고 그것을 정할 수는 없다희한하게도 구미호 카페에서 눈에 띈 물건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과 통하고그 물건은 그 간절함에 대한 응답을 해주는 것이다.

성우가 짝사랑하는 지레는 구미호 카페에서 털장갑을 샀고성우는 낡은 다이어리를 산다성우의 사촌 재후는 일시적은 사정으로 성우와 함께 살게 되고 같은 반으로 전학까지 오게 된다게다가 쭈뼛거리는 성우와는 달리 지레에게 급격히 친해지고비싸고 예쁜 반지까지 주는 것을 보고 재후에 대한 질투심이 커져만 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지지 못 한 것에 대한 열망과 욕심으로 능력이 발휘되기도 하고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하지만자신의 시간을 비용으로 치르는 것은 우리는 '모모'에서 익히 배웠듯이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다.

아름다운 기억일지 미래의 아름다운 시간일지 모를 자신의 시간을 대가로 치르고 잠시의 욕심을 채우려던 오성우는 지레의 현명한 판단으로 자신이 무엇을 위한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를 늦게나마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고그 인생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해보면,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시장과 전파사, 쌀가게, 미용실, 옷가게, 양복점과 슈퍼는 많았지만 식당이라고 할만한 곳은 중국집 뿐이었다. 그 중국집도 중국인이 하는 식당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유일하게 우리동네 외식 공간이었던듯 하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즈음 그나마도 중국집도 없어져서 외식할 식당은 없었고 그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다 먹는 것이 가장 호사였던 걸로 기억된다. 식당은 밥'가게'가 아닌 밥''이라고 불린다. 아마도 ''만큼 정서적으로 우리에게 가깝고 친밀한 공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문화 중 가장 따뜻한 문화가 '밥 먹었니?' 라고 물어주고 누구에게나 반찬은 리필해주는 문화가 아닐까?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카페거리가 조성된 동네여서 그야말로 한집 건너 카페가 있고, 두집 건너 다양한 음식점이 즐비한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때나 걸어나가 세계 각 지역의 음식을 골라 먹고 카페에서 디저트까지 즐긴 후 산책까지 할 수 있는 완벽한 코스가 조성된 동네이다. 그런데, 그곳의 상인회가 아주 단결이 잘 되어서 월요일이면 문 여는 식당도 카페도 드물어 썰렁하고 어두운 동네가 되어버린다.

 

아주 깊은 밤 우리는 지금은 배달앱으로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집에서 먹지만, 그 과정을 생각해보면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람과 배달해주는 사람과는 말 한마디 서로 나누지 않고 인터넷의 가상 공간에서 주문과 비용 지불, 음식 맛을 논할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의 점장이다. 이야기 시작은 여성이 얼마나 점장이 되기 어려운가부터 그녀에게 들이닥친 말도 안되는 불행의 연속을 이야기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요리사의 무뚝뚝함과 개인주의적인 행동, 자신이 사는 집의 화재, 그 화재로 안 그래도 지친 그녀의 삶이 더욱 지치게 되는 것 등이다. 그런데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본사 직원으로부터 기숙사로 쓰이던 창고의 한 방을 얻어 사용하게 되는 행운을 또한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깊은 밤에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은?

 

그녀가 그 창고에서 만난 가네다씨의 추천으로 만난 식당이다.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는 가네다씨가 그녀의 늦은 귀가에 맞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골목의 작은 식당을 추천한다. 등도 밝지 않게 켜두고 화려하지 않고 크지도 않은 아주 작은 식당이지만 처음 그 곳에서 음식을 먹은 그녀는 그 식당은 아는 사람만 알고 이용하면서 입소문이 난 식당임을 알게 된다.

 

오픈 키친이면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남자 요리사와 서빙하는 여자가 부부나 연인이 아님에도 호흡이 잘 맞고, 서로를 믿으며, 식당에 들어온 모든 손님들에게 맞춤인듯한 음식을 내줄 수 있는 혜안까지 갖춘 식당의 주인장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실제 일본 어느 골목에 있을듯한 느낌을 준다.

 

매일 그곳에 앉아서 위로를 받는 손님과 막차를 놓쳐서 밤새 식당에서 밤을 지새우며 첫차를 기다리는 손님들과 아침마다 새벽일을 나가다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 손님들까지 손님들 모두 위로가 필요하고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각자에게 따뜻한 음식으로 위로를 주는 식당이어서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닌 실제의 공간이길 내가 기대하는가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무당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선사시대에는 태양을 모시던 사람이 청동거울을 가슴에 달고 지도자 역할을 했다. 하늘의 뜻을 받아 이 땅을 지배하는 의미였으리라고 생각된다. 내가 아는 바로는 우리 나라의 천도제나 굿 등의 행사에서 무당들은 여성이 많다. 물론 남자 무당인 박수무당도 있지만, 무형문화재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에는 여자 무당이 다수이다.

남자들이 사회 생활을 주로 하고, 여자들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던 우리와 비슷한 사회 상황이었던 유럽의 사교계에서도 특정 계층이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들 만의 단단한 배타적인 이익 집단을 만들기 위해 여성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조직이 꽤 많았나 보다. 이런 신사 전용 클럽 사교계에서는 정치와 여행, 문학, 유령까지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런던에 그당시 '유령 클럽'이 있었는데 찰스 디킨스, 아서 코난도일 까지도 그 회원이었다고 하니 지금까지 그 클럽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도 수긍이 간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도 빅토리아 시대 후반 유명한 영매는 대체로 여자였다고 한다. 여성성과 수동성, 직관 덕분에 남자보다 훨씬 쉽게 사후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고 여겨졌나보다. 하지만 강령회를 열지는 몰라도 클럽과 협회의 회원이 되기에는 여성들은 너무도 힘이 없었던듯 하다. 이런 상황의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결되지 않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범인을 잡기 위해, 살인 현장에서만 열리는 강령회. 살인 피해자의 영혼을 불러내 살인범의 정체를 알아내는 유명한 강령회의 영매는 보델린 달레어 이다. 그 조수인 레나는 동생 에비가 살해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조수로 일하면서 강령회를 기다린다.

보델린의 친구이자 신사 클럽 런던 강령술 협회 회장 볼크먼이 살해되자 볼크먼의 강령회를 열어달라는 부탁을 보델린이 받게 되고, 레나는 동행하게 된다. 동생 에비의 강령회도 열 것을 약속받고 그 위험한 강령회에서 에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이 책의 첫 부분에 '강령회 7단계'가 제시되는데, 이는 작가가 상상하여 쓴 단계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통 굿의 과정과 참으로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혼을 불러들이고 대화하고 하는 일들이 딱히 미신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실제로 겪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두꺼운 이 책의 소재가 단순히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강령회이기 보다는 사회 고발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 고대 악마의 주문 암송 단계

둘, 초혼 단계

셋, 분리 단계

넷, 초대 단계

다섯, 빙의 단계

여섯, 대단원 단계

일곱, 종결단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나의 그대 일본문학 컬렉션 6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 작가가 살아가는 그 시대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우리 근대 문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하려면 근대사를 알고 근대 생활모습을 알고 있으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운수좋은날, 상록수, 소나기 등 우리 근대 문학 안 의 생활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생생히 느끼고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듯 하다.

우리 영화나 소설을 이해하는데는 정서가 이미 알고 있는 정서이기에 쉽게 다가오는데, 다른 나라 영화나 소설을 이해하는데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번 소설이 내게는 그랬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엇갈리는 그 여자 그 남자의 이야기' 라는 설명이 있지만, 안녕, 나의 그대는 사랑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엇갈리는 남녀의 로맨스 모음집으로 읽혀지기 보다는 근대 일본 서민들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읽고 있는듯 했다.

인간 감정 중 가장 복잡한 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다른 감정들과 상황과 인간 관계에 따른 사랑이란 감정의 변화는 몇 가지 단어로는 해설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은 소설의 좋은 소재인데, 일본 단편 문학에서 이렇게 추상적이고 감성적이게 사랑의 감정을 다룰 수 있다니 놀라웠다.

이 책의 구성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고사카이 후보쿠, 나카지마 아쓰시, 오카모토 가노코, 이토 사치오까지 7인의 작가별 작품을 로맨스 주제에 맞게 진행하고 있다. 작가들은 모두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까지의 근대 문학가들이다. 우리 나라 '사의 찬미'처럼 열정적이고 애틋하고 질투심을 자극하는 내용도 있고, 조금은 뉴스에 나올법한 스토킹 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다. 순애보인듯 보이지만 불륜인 '내로남불' 이야기도 있고, 현대 사회는 빠른 소통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랑 싸움이 있다면 옛날에는 너무도 느린 소통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오해와 그로인한 코믹한 상황도 연출된다.

일본이란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분위기를 이 짧은 단편들에서 물씬 느낄 수 있어서 사랑이야기와 함께 가을 분위기도 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이 고통일 땐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 - 나를 구하는 인간관계의 과학
앤서니 마자렐리.스티븐 트리지악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 앤서니 마자렐리와 스티븐 트리지악은 모두 의사이시다. 책의 제목만으로는 정신의학과 교수님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상담의 내용을 가진 자기계발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읽다보니 그저 심리상담을 뛰어넘는 책이다. 이렇게 생각한 것은 물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중환자실 보호자로서의 경험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독서할때 독자의 경험이 그 책을 읽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5년전 쯤 중환자실 환자의 보호자로 하루 210분씩 짧게만 환자를 면회할 기회를 주는 상황에서 그 짧은 시간에 만나는 중환자실 안의 간호사와 의사는 환자의 보호자인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인연이었다. 그들 중 특별히 더 우리가 못 본 사이 있었던 환자 상태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긍정적인 말로 힘을 주던 간호사와 의사가 있었다. 2주의 중환자실 악몽같은 시간이 지난 후, 일반 병실로 옮기자 나는 그때 좀 정신이 들고 휴게실의 '칭찬합니다' 코너의 엽서를 자진해서 들고와서 빽빽히 감사의 편지를 그 두분께 썼던 기억이 난다.


앤서니 마자렐리와 스티븐 트리지악 모두 의사로서의 경험과 보호자로서의 경험, 번아웃 증후군 등에 관련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의사로서 환자를 대할때와 보호자로서 의사를 대할때 모두 경험치가 있으니 나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의사가 환자와 보호자에 너무 많은 공감을 하다보면 더 빠른 번아웃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환자와 보호자에 대해 공감이 의사로서의 자존감과 행복감이 더 크고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를 돌보고, 나를 위해 투자하며, 내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배웠다.

두 의사는 ''에 대한 집중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 높이고, ''를 내어주고 공감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와 행복의 길이라고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 밝혀준다. 진단, 치료, 처방의 3부로 이루어져서 각각에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과학적, 의학적 연구를 토대로 읽는 우리가 아주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말한다.


처음 읽다가 이 책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중요한 문장은 형광펜으로 칠한듯 강조되어 있어 요약된 강의노트를 읽듯 읽어나갈 수 있었다. 급하다면 3부만이라도 읽어보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