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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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무당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선사시대에는 태양을 모시던 사람이 청동거울을 가슴에 달고 지도자 역할을 했다. 하늘의 뜻을 받아 이 땅을 지배하는 의미였으리라고 생각된다. 내가 아는 바로는 우리 나라의 천도제나 굿 등의 행사에서 무당들은 여성이 많다. 물론 남자 무당인 박수무당도 있지만, 무형문화재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에는 여자 무당이 다수이다.

남자들이 사회 생활을 주로 하고, 여자들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던 우리와 비슷한 사회 상황이었던 유럽의 사교계에서도 특정 계층이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들 만의 단단한 배타적인 이익 집단을 만들기 위해 여성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조직이 꽤 많았나 보다. 이런 신사 전용 클럽 사교계에서는 정치와 여행, 문학, 유령까지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런던에 그당시 '유령 클럽'이 있었는데 찰스 디킨스, 아서 코난도일 까지도 그 회원이었다고 하니 지금까지 그 클럽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도 수긍이 간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도 빅토리아 시대 후반 유명한 영매는 대체로 여자였다고 한다. 여성성과 수동성, 직관 덕분에 남자보다 훨씬 쉽게 사후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고 여겨졌나보다. 하지만 강령회를 열지는 몰라도 클럽과 협회의 회원이 되기에는 여성들은 너무도 힘이 없었던듯 하다. 이런 상황의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결되지 않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범인을 잡기 위해, 살인 현장에서만 열리는 강령회. 살인 피해자의 영혼을 불러내 살인범의 정체를 알아내는 유명한 강령회의 영매는 보델린 달레어 이다. 그 조수인 레나는 동생 에비가 살해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조수로 일하면서 강령회를 기다린다.

보델린의 친구이자 신사 클럽 런던 강령술 협회 회장 볼크먼이 살해되자 볼크먼의 강령회를 열어달라는 부탁을 보델린이 받게 되고, 레나는 동행하게 된다. 동생 에비의 강령회도 열 것을 약속받고 그 위험한 강령회에서 에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이 책의 첫 부분에 '강령회 7단계'가 제시되는데, 이는 작가가 상상하여 쓴 단계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통 굿의 과정과 참으로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혼을 불러들이고 대화하고 하는 일들이 딱히 미신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실제로 겪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두꺼운 이 책의 소재가 단순히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강령회이기 보다는 사회 고발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 고대 악마의 주문 암송 단계

둘, 초혼 단계

셋, 분리 단계

넷, 초대 단계

다섯, 빙의 단계

여섯, 대단원 단계

일곱, 종결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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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그대 일본문학 컬렉션 6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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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가 살아가는 그 시대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우리 근대 문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하려면 근대사를 알고 근대 생활모습을 알고 있으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운수좋은날, 상록수, 소나기 등 우리 근대 문학 안 의 생활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생생히 느끼고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듯 하다.

우리 영화나 소설을 이해하는데는 정서가 이미 알고 있는 정서이기에 쉽게 다가오는데, 다른 나라 영화나 소설을 이해하는데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번 소설이 내게는 그랬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엇갈리는 그 여자 그 남자의 이야기' 라는 설명이 있지만, 안녕, 나의 그대는 사랑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엇갈리는 남녀의 로맨스 모음집으로 읽혀지기 보다는 근대 일본 서민들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읽고 있는듯 했다.

인간 감정 중 가장 복잡한 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다른 감정들과 상황과 인간 관계에 따른 사랑이란 감정의 변화는 몇 가지 단어로는 해설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은 소설의 좋은 소재인데, 일본 단편 문학에서 이렇게 추상적이고 감성적이게 사랑의 감정을 다룰 수 있다니 놀라웠다.

이 책의 구성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고사카이 후보쿠, 나카지마 아쓰시, 오카모토 가노코, 이토 사치오까지 7인의 작가별 작품을 로맨스 주제에 맞게 진행하고 있다. 작가들은 모두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까지의 근대 문학가들이다. 우리 나라 '사의 찬미'처럼 열정적이고 애틋하고 질투심을 자극하는 내용도 있고, 조금은 뉴스에 나올법한 스토킹 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다. 순애보인듯 보이지만 불륜인 '내로남불' 이야기도 있고, 현대 사회는 빠른 소통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랑 싸움이 있다면 옛날에는 너무도 느린 소통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오해와 그로인한 코믹한 상황도 연출된다.

일본이란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분위기를 이 짧은 단편들에서 물씬 느낄 수 있어서 사랑이야기와 함께 가을 분위기도 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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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통일 땐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 - 나를 구하는 인간관계의 과학
앤서니 마자렐리.스티븐 트리지악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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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앤서니 마자렐리와 스티븐 트리지악은 모두 의사이시다. 책의 제목만으로는 정신의학과 교수님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상담의 내용을 가진 자기계발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읽다보니 그저 심리상담을 뛰어넘는 책이다. 이렇게 생각한 것은 물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중환자실 보호자로서의 경험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독서할때 독자의 경험이 그 책을 읽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5년전 쯤 중환자실 환자의 보호자로 하루 210분씩 짧게만 환자를 면회할 기회를 주는 상황에서 그 짧은 시간에 만나는 중환자실 안의 간호사와 의사는 환자의 보호자인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인연이었다. 그들 중 특별히 더 우리가 못 본 사이 있었던 환자 상태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긍정적인 말로 힘을 주던 간호사와 의사가 있었다. 2주의 중환자실 악몽같은 시간이 지난 후, 일반 병실로 옮기자 나는 그때 좀 정신이 들고 휴게실의 '칭찬합니다' 코너의 엽서를 자진해서 들고와서 빽빽히 감사의 편지를 그 두분께 썼던 기억이 난다.


앤서니 마자렐리와 스티븐 트리지악 모두 의사로서의 경험과 보호자로서의 경험, 번아웃 증후군 등에 관련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의사로서 환자를 대할때와 보호자로서 의사를 대할때 모두 경험치가 있으니 나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의사가 환자와 보호자에 너무 많은 공감을 하다보면 더 빠른 번아웃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환자와 보호자에 대해 공감이 의사로서의 자존감과 행복감이 더 크고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를 돌보고, 나를 위해 투자하며, 내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배웠다.

두 의사는 ''에 대한 집중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 높이고, ''를 내어주고 공감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와 행복의 길이라고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 밝혀준다. 진단, 치료, 처방의 3부로 이루어져서 각각에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과학적, 의학적 연구를 토대로 읽는 우리가 아주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말한다.


처음 읽다가 이 책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중요한 문장은 형광펜으로 칠한듯 강조되어 있어 요약된 강의노트를 읽듯 읽어나갈 수 있었다. 급하다면 3부만이라도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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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별로 떠나는 아이슬란드 여행 -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불과 얼음의 나라 인문여행 시리즈 21
김무진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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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군데의 해외로 여행을 가자. 그럼 죽을 때까지 50군데는 다녀올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부인과 결혼 전에 한 약속이 작가의 목표가 되고 일상이 되었나보다. 책의 첫 시작 이 문장이 머리를 땅~ 때리듯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또 한번 내 머리를 때린다.

여행에서는 다른 나를 발견하도록 해보자. 절대 후회하지 않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일상에서 적극적인 사람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사람도 여행에서는 완전히 다른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문장이었다. 귀찮다는 이유로 많은 여행 계획을 미루고 있었던 내 자신에게 채찍이 되는 문장들이었다.

 

매년 떠나는 그 많은 여행지 속에서 특별히 아이슬란드는 작가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지였다고 한다. 브런치에 올리던 글로 작가는 많이 알려졌고, 그래서 이 손에 들어오는 작은 책이 우리에게 왔나보다. 이미 내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오로라, 맑은 공기 캔, 얼음 한가운데 온천, 빙하, 빙하를 뚫는 사우나' 등이었다. 내가 이 중 가장 경험하고 싶은 것은 오로라인데, 9월에서 4월이 오로라를 잘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여름에도 물론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겠지만 백야때문에 어렵다는 설명을 읽으니 무릎이 탁 쳐진다.

 

골든 서클에서 시작되는 여행은 열흘동안의 여정으로 아이슬란드의 링로드를 따라 이뤄진다. 캠퍼밴을 타고 직접 구석구석을 누비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수도인 레이캬비크 주변에 많은 관광지가 몰려 있다고 하는데, 요즘 방영중인 [서진이네2]에서는 그저 레이캬비크에서 촬영되었다지만 식당 주변만 보여져서 몰랐던 것들이 이 책 속 사진에 살짝씩 보여서 좋았다.

 

빙하가 국토의 1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인터스텔라>, <왕좌의 게임> 시리즈,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등이 촬영되었다고 하니 그곳 자연의 웅장함이 가히 상상이 된다.

 

책의 처음에는 아이슬란드의 설명과 마지막 부분에서 여행 팁으로 비행기편, 숙소편, 교통편 등을 자세히 비교해 알려주고 식당을 고르려면 호텔 직원이나 상점 직원에게 물어보라, 큰 보온병을 챙기라는 등의 여행 기술을 알려주어 아이슬란드 여행 뿐만아닌 여행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링로드로 여행한 작가의 여행 일정의 장점과 여행하는 사람에 따른 문제점 등도 말해주고 있어 더할나위없이 좋은 여행 책이다. 작게 손 안에 들어오면서 활자도 커서 나처럼 노안이 시작된 여행자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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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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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입학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종로 단성사에서 친구와 영화를 보고는 밥을 먹으려 식당을 찾다가 한층 잘못 올라가서 사주 역학 협회 비슷한 사무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실수로 찾아간 그 곳에서 본의 아니게 역학 풀이 사주를 보게 되었는데 그 경험이 나의 첫번째 무속 경험이었다. 그 전에는 엄마께서 친구분들과 사주를 보고 오셨다고 내용을 얘기해주신게 다였다. 불교인 집안이지만 별로 무속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고는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 우연찮게 신촌에서 사주카페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고, 재미삼아 한번 봐주겠다는 무속인의 청에 못 이겨 본 적이 있다. 그 내용도 기억이 안 나는것을 보면, 그리 특이한 내용이 없었던 듯 하다. 요즘은 타로카드, 사주카페 등으로 무속이 꼭 어른들만 찾는 곳은 아닌듯 하다. 젊은이들이 재미로 또는 상담소처럼 찾아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기도 하는 듯 해서 무속이 생활 속에 많이 젖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타로카드의 경우에는 교육학에서도 상담 도구로 많이 사용한다고 하니, 무속이 꼭 신기를 가지고 사람들의 앞날을 내다봐야만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 소설의 소재는 무속과 변신을 통해 법의 테두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을 해결해주는 환타지 같은 시원함이 독특하다.

태권도 사범을 할 정도로 체력이 우수한 태경은 경찰이 되기 위해 애쓰지만 매번 필기 시험에서 미끄러진다. 여섯번이나 낙방한 그녀가 사는 동네는 산세가 좋은 경기도 변두리 포도농원이 많던 동네였지만 이제는 포도농원이 거의 사라진 그저 오래된 변두리 동네이다. 어느 날 그런 그녀의 왼손 검지에 황갈색 털이 자라고 손톱마저 갈고리 모양으로 변하면서 생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상한 변화가 나타난다. 미용사인 엄마의 소개로 찾아간 박수무당은 태경에게 무속인이 아닌 산신령이라며 호랑이의 영혼을 잠재우려면 100사람의 사연을 들어주고 맺힌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경찰이 되려던 태경이 사주카페를 연 곳은 경찰서 건너편. 태경의 사주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사연도 많고, 탈도 많다. 100명의 사연을 다 들어주는 내용을 담는다면 거의 일일드라마 수준이 될 듯 하다.

작가는 사라지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가 보다. 태경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옆 집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이야기에서, 또 갑자기 사라진 아이 이야기에서, 동네 사나운 개에게 물린 아이 이야기에서, 장기 미제로 남은 실종 사건에서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경찰이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 못 하는 사건들을 경찰이 아닌 그녀와 그녀와 비슷한 악어의 경험을 가진 형사를 통해서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재미있게 엮여서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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