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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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소설은 공포 소설과 로맨스의 요소가 결합된 장르로현대 호러 소설의 시조로 볼 수 있는 장르문학이다고딕 소설이라는 이름은 중세의 고딕 양식 건축물이 주는 음산한 분위기가 연상된다는 의미로 붙여졌다고 한다오늘날에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어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인간의 이상 심리를 다룬 소설까지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카디프바이 더 시는 고딕소설 중편 4개가 실린 작품이다조이스 캐럴 오츠는 대표적인 트인낭(트위터는 인생 낭비이니 독서를 해라작가라고 하는데아마도 1938년생인 그녀가 살아온 시대가 그녀의 작품과 인생에 녹아난것 아닌가 싶다. 

 

처음에 책을 받고고딕소설이란 소개를 잊고서 읽던 중 비오는 날 방문했던 음산했던 독일의 고성이 생각났다스릴러물이라고만 생각하고 읽다보니 드는 그 축축하고 음산한 느낌그리고 읽고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주인공의 정확한 성격 등에 잠시 책을 내려놓고 다시 소개글을 찾아 읽게 되었다그렇다그냥 스릴러가 아닌 고딕소설 중편 [카디프바이 더 시], [먀오 다오], [환영처럼:1972], [살아남은 아이] 4개의 작품이 모두 고딕소설의 레전드로 꼽히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미소개작이었던 것이다. 

 

종종 읽을때 작가에 대한 이해가 작품을 읽을때 도움을 많이 준다조이스 캐럴 오츠는 1938년 생이니 아무래도 여러모로 여자가 약자이던 시대를 오래 살아왔을 것이다. 4개의 작품 모두에 보호받는 아름답고 고우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보다는 강자인 남성에게 공격받고 숨고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으려는 약자로서의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두번째 작품 [먀오다오]에서는 약한 동물 고양이까지 등장시키면서 사회에서 돌봐야 하는 생명 존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살해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거미줄 가득한 작은 공간 속으로의 피신성적 학대를 피해 가슴에 일식도를 품고 도망가야 하는 상황강요된 성행위로 미혼 임신부가 되고새로 의탁해야 할 곳으로 또다른 아버지 같다고 믿은 나이든 교수와 그의 속셈엄마와 아이의 죽음에서 살아남은 재혼한 남편의 아들에 대한 연민과 그들의 사고 현장인 주차 공간에 대한 이상한 끌림과 미스테리한 일들이 모든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모두 정신분석가이자 형사로 만들고 있다축축하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는 사회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었던 여자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리높여 외치는 것이 아닌 조용히 젖어드는 이야기로 잔혹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뭔가 잔잔한 공포를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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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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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령지에서 선배 언니는 주말마다 토스트를 먹으러 남편과 함께 김포공항에 간다고 했다. 그 곳의 토스트가 그렇게 맛있다면서 내게도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가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면서, 또 영화관 중에 의외로 김포공항의 영화관이 매진이 적고 좌석이 여유가 많으니 꼭 보고 싶은 영화라면 김포공항의 영화관을 가라는 팁도 주었었다. 그당시 생각해보니 떠나느라 바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어서 영화 볼 시간적 여유는 없겠구나 하는 이해가 되었다.

영어를 잘 하던 내 친구는 인천공항 공사에 참여한 미국계 건설회사에 취직해서 매일 편도 2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허허벌판 영종도를 왕복했었다. 새 공항을 짓는 일에 참여한다는 즐거움에 내 친구는 그 힘든 출퇴근으로 우리와의 모임은 꿈도 못 꾸고 3년 정도를 고생했었다.

아직 어린 조카들과 베이징의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던 비행기가 김포공항 도착 20분 전에 비가 많이 와서 회항한다면서 칭다오로 우리 가족을 내려놓아 하루를 칭다오 호텔에서 묵은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조카는 탑승객들과 승무원들의 바쁜 움직임과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쉬지않고 방송되던 그 순간이 인상적이었다며 항공쪽 전공을 택해 대학을 갔다.

내게는 공항은 급하거나 업무에 시달리는 여행객보다는 여유있게 따뜻하고 즐거운 여행을 꿈꾸는 여행객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낭만적 고정관념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가슴에 아픔을 하나씩 가지고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엇갈리며 치유받는 사람들이 많을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만화가로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픈 형과 가족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떠나는 료지는 공항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노신사에게 자신이 실패하기 시작했던 순간에 헤어진 연인과 절친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 했던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데 노신사의 손끝에 그 커플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공항 서점에서 일하는 유메코는 어릴 적 공항에서 길을 잃고 서점에서 만난 여직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가족을 다시 만나 출국할 수 있었다. 그 기억 속의 여직원을 꿈꾸며 공항 서점에서 일하는 그녀는 자신이 만난 친절한 여직원이 미래의 자신일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앞에서 책을 계산하다 33년만에 다시 만나 서로를 알아보는 메구미와 마유리는 단짝 시절 공항 근처에 살면서 공항이 그들의 놀이터였다. 그녀들에게 생긴 그 시절 오해가 33년만에 풀리면서 다시 단짝의 인연을 맺어주는 공항. 그녀들이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보는 때 눈에 들어온 마녀 사치코는 딸아이를 잃은 할머니 마녀이다. 세계를 유랑하며 공연을 펼치는 그녀의 많은 시간은 공항과 함께 이다.

여러 인생들이 공항에서 교차되면서 각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참 가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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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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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를 처음 알게 된건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에서였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시인이 한잔 술을 마시고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의 인생을 서러운 이야기라고 할까 싶었기에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주머니 속에 돌을 가득 넣고 강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훌륭한 문인 집안에서 많은 가족과 자랐지만, 부모와의 이별은 그녀의 정신을 병들게 했고 그렇게나 많은 아름다운 언어를 글로 표현해놓고서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고 하니 지금도 안타깝기만 하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친구가 유학 중 학업의 어려움은 학문에 대한 것이 아니고, 자라오면서 배운 환경과 그들의 역사를 모르기에 강의 내용이 어렵다는 말을 했었더랬다. 웃는 포인트도 다르다는 말을 했었다. 그렇겠다 싶었다. 우리가 이승만 대통령과 검정 고무신을 이야기 할때, 그들은 링컨 대통령의 연설을 떠올리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을 해설한 손현주님은 영국의 '여름날'을 경험해 보아야 셰익스피어가 소네트에서 애인을 여름날에 비유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여름은 끈적이고 덥지만, 영국의 여름은 긴 겨울을 마치고 따뜻함으로 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청명한 날을 파랑에 비유한다면 서양은 우울을 블루로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집에서 첫 글은 블루&그린인데 파랑과 초록에서 상상되는 이미지들을 묘사해놓은 그녀의 글이 그림같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파랑과 초록의 농도가 다른 번진 물감 같은 그림이 첫 작품이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제목과 함께 눈 앞에 아른거리게 된다. 그 시절 영국의 대학은 서양이지만 여성들에게는 보수적이었을 것이다. 그 여자 대학의 모습과 그녀가 살다간 시대의 부인들과 미혼여성의 생각과 모습을 잠시 상상할 수 있다. 1930년대 전쟁 통에 여성들의 지위도 상상해볼 수 있고, 전쟁이란 환경이어서인지 글에서 묻어나는 존재에 대한 우울, 회한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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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도넛문고 3
민경혜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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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국민학교)시절, 6월이면 항상 전쟁 경험이 많은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께서 학교에 강사로 오셔서 방송으로 6.25에 대한 강의를 해주고는 하셨다. 그 시절은 TV가 아닌 목소리로만 강의를 들으면서 그리 실감나지는 않았지만 전쟁을 직접 겪으신 분들의 이야기여서 그 분들이 얼마나 마음 속 상처가 깊은지는 느껴졌다. 이젠 겪으신 전쟁을 생생히 기억하는 세대는 거의 돌아가시고 어린 시절 겪으신 분들이 가끔 기억의 파편으로 전쟁을 기억하실 뿐이다. 우리는 그런 전쟁의 아픔을 다른 나라 전쟁(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뉴스를 통해 그 참담함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 책에는 어린 시절 내가 보고들은 좁쌀 베개, 고무신, 전쟁 고아, 피난, 헤어진 가족 등의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현 시대에서 전쟁이 아니어도 가정 폭력으로 멍든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중학생 단아와 재하는 같은 동네 사는 친구이고, 두 가정은 모두 건강한 가정이 아니다. 단아네는 돈이면 다 되는줄 아는 아빠와 그런 아빠와의 갈등으로 항상 술에 의존해 사는 엄마가 단아에게 집착하며 살아간다. 재하네는 지속적인 가정 폭력을 일삼던 아빠가 결국은 엄마의 목숨을 빼앗아 버리고 재하를 고아 아닌 고아로 만들어버린 가정에서 홀로 살고 있다. 재하에게 어른은 관장님 한분 뿐이지 않은가 싶다.

 

중학생 단아는 꿈에서 조그만 소녀를 본다. 소녀는 전쟁터의 피난 행렬 속에 걸으면서 오라버니를 그리워한다.

 

소녀의 감각을 단아도 똑같이 느끼면서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힘들어 하는 단아는 엄마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아낀다. 오직 단아의 그런 상황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재하이다. 단아의 소녀와의 ​《커넥트는 소녀의 사라짐(단아는 소녀가 죽었다고 느낀다)으로 끊어지면서 더이상은 꿈을 꾸지 않는다.

 

재하와 단아는 모두 각자의 가정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단아는 엄마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비싼 제과점의 빵보다 엄마의 맛있는 MSG 비법의 김치찌개를 먹게 되고, 재하는 아빠에게 면회를 가서 아빠가 빼앗은 엄마의 목숨은 가정폭력의 끝이 아닌 어쩔수 없는 멈춤이었고 그 폭력을 그대로 보고만 있었던 자신도 폭력을 방관한 것이라 말하며 아빠와의 연을 끊는다.

 

둘 모두 건강한 중학생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며, 이들이 의지하는 관장님과 함께 하는 봉사에서 만난 춘배할아버지와 동백 할머니의 이야기는 커넥트 되었던 소녀의 이야기와 함께 연결되며 과거와 현재가 그렇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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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를 살아가는 지혜, 논어
동리즈 지음, 김인지 옮김 / 파라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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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윤리,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도리, 예의 등등에 대한 것을 우리는 종종 종교서나 현인의 말씀에서 그 답을 찾고는 한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다양한 종교의 공통점은 바르게 걸어가야 할 사람의 길을 이끌어준다는 것일 것이다.

공자와 그가 세운 유교는 종교라기 보다는 하나의 학파로 느껴질때가 많지만,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조선 500년의 역사는 공자의 말씀을 담은 논어=유교와 함께 했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러나, 조선 역사의 폐해가 유교에서 비롯된 것처럼 지금은 고리타분하고 구시대적인 어른들의 말씀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요즘 가끔 TV에서 논어를 강의하거나 유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다시금 논어가 사회에 다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논어가 사람의 근본 도리와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세상살이에 대한 참지혜가 필요할때,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길잡이로서 역할을 하는 논어를 찾게 되는듯 하다.​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 논어』는 무작정 논어를 이야기 하지 않고,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인격 수양과 처세, 심신, 성공, 윤리, 배움, 리더로 주제를 분류해 논어의 구절을 쉽게 풀이하고, 중국 역사 속 일화를 통해 공자의 가르침을 이야기 한다. 차례만 읽어도 각각의 주제에 대해 어떤 좋은 내용이 담겨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365일 한구절씩 읽는 명언이 있다면, 이것을 대신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인격 수양 편에서는 교만하지 말고, 말조심하고 충고도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교훈을, 처세 편에서는 사람을 사귈 때 올바른 원칙과 함께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가르침까지 전한다. 물론 상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성공 편에서는 검소하고, 교만하지 말 것이며,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라고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 현대 사회의 방향을 잘 적용하고 있다. 성공과 배움 편에서는 자신을 닦는데 게을리하지 말것을 당부하며 공부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조언한다. 윤리 편에서는 공경, 효, 친구와의 신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리더 편에서는 팔방미인이 되어 타인을 적절하게 다스리는 방법에 관한 공자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인, 의, 예, 지, 신 모두를 다룬 책 논어를 현대인에게 알맞게 풀어놓아 이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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