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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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령지에서 선배 언니는 주말마다 토스트를 먹으러 남편과 함께 김포공항에 간다고 했다. 그 곳의 토스트가 그렇게 맛있다면서 내게도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가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면서, 또 영화관 중에 의외로 김포공항의 영화관이 매진이 적고 좌석이 여유가 많으니 꼭 보고 싶은 영화라면 김포공항의 영화관을 가라는 팁도 주었었다. 그당시 생각해보니 떠나느라 바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어서 영화 볼 시간적 여유는 없겠구나 하는 이해가 되었다.

영어를 잘 하던 내 친구는 인천공항 공사에 참여한 미국계 건설회사에 취직해서 매일 편도 2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허허벌판 영종도를 왕복했었다. 새 공항을 짓는 일에 참여한다는 즐거움에 내 친구는 그 힘든 출퇴근으로 우리와의 모임은 꿈도 못 꾸고 3년 정도를 고생했었다.

아직 어린 조카들과 베이징의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던 비행기가 김포공항 도착 20분 전에 비가 많이 와서 회항한다면서 칭다오로 우리 가족을 내려놓아 하루를 칭다오 호텔에서 묵은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조카는 탑승객들과 승무원들의 바쁜 움직임과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쉬지않고 방송되던 그 순간이 인상적이었다며 항공쪽 전공을 택해 대학을 갔다.

내게는 공항은 급하거나 업무에 시달리는 여행객보다는 여유있게 따뜻하고 즐거운 여행을 꿈꾸는 여행객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낭만적 고정관념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가슴에 아픔을 하나씩 가지고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엇갈리며 치유받는 사람들이 많을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만화가로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픈 형과 가족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떠나는 료지는 공항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노신사에게 자신이 실패하기 시작했던 순간에 헤어진 연인과 절친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 했던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데 노신사의 손끝에 그 커플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공항 서점에서 일하는 유메코는 어릴 적 공항에서 길을 잃고 서점에서 만난 여직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가족을 다시 만나 출국할 수 있었다. 그 기억 속의 여직원을 꿈꾸며 공항 서점에서 일하는 그녀는 자신이 만난 친절한 여직원이 미래의 자신일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앞에서 책을 계산하다 33년만에 다시 만나 서로를 알아보는 메구미와 마유리는 단짝 시절 공항 근처에 살면서 공항이 그들의 놀이터였다. 그녀들에게 생긴 그 시절 오해가 33년만에 풀리면서 다시 단짝의 인연을 맺어주는 공항. 그녀들이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보는 때 눈에 들어온 마녀 사치코는 딸아이를 잃은 할머니 마녀이다. 세계를 유랑하며 공연을 펼치는 그녀의 많은 시간은 공항과 함께 이다.

여러 인생들이 공항에서 교차되면서 각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참 가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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