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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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를 처음 알게 된건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에서였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시인이 한잔 술을 마시고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의 인생을 서러운 이야기라고 할까 싶었기에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주머니 속에 돌을 가득 넣고 강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훌륭한 문인 집안에서 많은 가족과 자랐지만, 부모와의 이별은 그녀의 정신을 병들게 했고 그렇게나 많은 아름다운 언어를 글로 표현해놓고서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고 하니 지금도 안타깝기만 하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친구가 유학 중 학업의 어려움은 학문에 대한 것이 아니고, 자라오면서 배운 환경과 그들의 역사를 모르기에 강의 내용이 어렵다는 말을 했었더랬다. 웃는 포인트도 다르다는 말을 했었다. 그렇겠다 싶었다. 우리가 이승만 대통령과 검정 고무신을 이야기 할때, 그들은 링컨 대통령의 연설을 떠올리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을 해설한 손현주님은 영국의 '여름날'을 경험해 보아야 셰익스피어가 소네트에서 애인을 여름날에 비유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여름은 끈적이고 덥지만, 영국의 여름은 긴 겨울을 마치고 따뜻함으로 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청명한 날을 파랑에 비유한다면 서양은 우울을 블루로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집에서 첫 글은 블루&그린인데 파랑과 초록에서 상상되는 이미지들을 묘사해놓은 그녀의 글이 그림같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파랑과 초록의 농도가 다른 번진 물감 같은 그림이 첫 작품이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제목과 함께 눈 앞에 아른거리게 된다. 그 시절 영국의 대학은 서양이지만 여성들에게는 보수적이었을 것이다. 그 여자 대학의 모습과 그녀가 살다간 시대의 부인들과 미혼여성의 생각과 모습을 잠시 상상할 수 있다. 1930년대 전쟁 통에 여성들의 지위도 상상해볼 수 있고, 전쟁이란 환경이어서인지 글에서 묻어나는 존재에 대한 우울, 회한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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