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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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내게 '자유'의 선두에 선 나라이다. 정치적으로는 혁명을 거쳐서인지 많은 시위가 있는 나라 중에 하나이면서 그런 시위로인한 불편을 모두가 그저 감내하는 자유로운 나라, 예술면에서도 미술과 문학, 음악까지 넓은 분야에 자유가 느껴지는 나라이다. 아마도 밴드로 음악도 하고 영화감독이면서 글도 쓰는 츠지 히토나리가 살기에 딱 좋은 환경 아닐까?

1년에 몇번씩 일본을 드나들면서도, 아들을 이웃에 맡기면서도 일본에 돌아오지 않고 파리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게 아닐까 미루어짐작해본다.

사회가 다양화되어가면서 이젠 '단일민족' '혼혈' 등의 단어도 사라지는 추세이다. 학교에서도 '학부모' 보다는 '보호자'가 더 사용하기에 적합한 단어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가족의 형태 중 '한부모 가정' '이혼가정' '조손가정' 등이 늘어나면서 딱히 가족의 형태를 나누기가 어떤 점에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일본에서 유명인인 츠지 히토나리는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냉정과 열정사이'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사생활은 잘 알지 못 했는데, 이 에세이로 작가의 생활을 엿보는 느낌이어서 조금 미안한 감정까지도 들었다. 흔히들 아들은 10세 이후에는 어머니와 대화를 통해 배우기보다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교육받는 것이 더 많다고들 한다. 츠지 히토나리는 아마도 아들이 5학년때 이혼을 했다고 하니, 그래서 더 아들을 자신이 맡아 키우게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10대의 아이들은 특히 아들은 입맛부터 행동까지 너무도 변화무쌍해서 부모로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고들 한다. 다행일까? 츠지의 아들은 아버지가 요리를 하면서 이혼을 극복해가기 위해, 아들을 잘 지켜내기 위해 하는 노력에 응답하듯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께 어쩌면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잘 이겨낸다. 그렇게 아들이 이제 대학을 가고 독립하게 되는 나이가 되는때까지의 이야기가 이 에세이는 츠지 히토나리의 일기처럼 서술되어있다. 아들의 성장에 대한 아버지의 감정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아들을 이제 독립시키기 위해 아들을 위한 준비와 함께 자신의 새로운 아들에게서의 독립을 계획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어서 가슴 따뜻하면서도 우리 어머니의 육아일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가슴 따뜻해지는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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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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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변두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공주릉'을 놀이터 삼아 지냈다. 정의공주릉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주 먼 옛날 공주가 묻혔다는 사실 보다는 그저 놀이터로 널찍하단 생각만 들었다. 홍릉과 동구릉, 금곡까지 내가 학창시절 소풍으로 줄지어 걸어가서 놀다 오던 곳들은 역사적으로 가슴아픈 이들의 마지막 자리였다.

 

중학생때 국사 과목을 통해 배운 우리 아픈 역사는 왜 우리 나라 왕조는 명맥이 끊겨서 흔적만 남아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을 통해 그 명맥이 아직 이어지고 있으며 5월 종묘제례와 함께 이구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조선의 마지막 왕실 고종, 순종에 이어 영왕 이은, 그리고 이구까지 참으로 암흑같은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왕실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절대 일본인이나 미국인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왕실 전주이씨와 그 가문을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노력은 이루말할수 없이 고귀하다고 하지만, 그 지킴을 위해 희생되어야 했던 사람들의 눈물과 피는 어찌 감당할수 있을까...

 

일본인이었지만 이은을 사랑하고 조선을 사랑하려 노력한 마사코,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이었지만 사랑하는 남자 이구를 위해 따라온 한국에서 이구의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줄리아는 우리 나라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 인간으로서 인간을 사랑해서 희생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이구가 영혼으로 아버지 이은과 마사코 이야기와 자신과 줄리아의 이야기를 해 나간다. 이미 알고 있던 역사 이야기와 일본 황실의 며느리감으로 여겨지던 마사코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여서 갑자기 이은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뒷 이야기까지 모두 다루면서 소설이 진행된다. 영왕 이은과 마사코는 첫 아들 이진을 조선 땅에서 잃고 새로 얻은 아들 이구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이구는 미국에서 만난 줄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이 모든 결혼과 관련된 황실의 자손들이 조선 황실의 정통성과는 멀어지는 복잡한 상황이 지속된다.

 

해방 된 후, 재산환수로 인해 모든 황실의 재산이 정부에 귀속되고 생활비를 대한제국 정부에서 받아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 또한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우리 역사에서 승자들이 자신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야비하게 지난 역사를 지워버렸는가를 알 수 있다.

 

덕혜옹주, 이은, 이구, 이석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최근까지 이어진 조선 황실의 명맥이 참으로 슬프다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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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천리안 - 정경부인 장님 고성이씨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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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해외 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많은 20대 젊은이들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당시 자유 배낭여행으로 미국보다 유럽이 선호 지역이었던 것은 영어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어 소통이 자유로우면서, 유럽은 역사적인 장소가 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많이 남아있어서 명소라 할 것이 많았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당시 팀을 꾸려 거의 한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했는데, 체코에서 집집마다 대문에 조각된 문양이 특이했다. 책자를 찾아보며 왜 집집마다 다른 문양이 조각되어있을까 했는데, 그것이 바로 가문을 나타내는 문패 역할이었다. 그 문양이 편지를 보낼때 밀랍으로 봉인하고 찍는 문양이기도 하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문양이 아직 대문에 남아있는 가문들이 모두 명문가는 아니었겠지만, 그 오랜 세월을 사용한 집이 그대로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께서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많은 건물과 문화재급 유물들이 사라졌다'라고 하신 말씀이 실감나는 때였다. 그 전까지는 아직 우리나라 보물과 국보가 이렇게 넘쳐나는데 전쟁에서 없어졌다는게 크게 와닿지 않았던것 같다.

 

 

우리 나라에도 명문가가 무척 많다. 전주 이씨, 광산 김씨, 안동 김씨, 안동 권씨, 밀양 박씨, 파평 윤씨 등등 아마도 명문가를 대라고 하면 끊임없이 나올듯 하다. 보통 성 앞 본관이 지역이라고 알고 있는데, 안동이 많은걸 보면 안동 지역이 명문가가 많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안동에 남아있는 한옥마을과 양동마을까지 무척 많은 양반들이 살던 기와집들이 그 이름을 떨치며 남아있는 것은 그만큼 정성들여 집을 짓고, 관리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들이 안동을 유학의 산 고장이라 부른 것도, 대저택인 임청각을 비롯한 군자정, 귀래정, 반구정, 어은정이 있기에 더 빛났고, 그곳을 드나들던 선비들과 유학자들이 학문을 토론하고 연구해 영남학파의 산실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정경부인 장님 고성이씨 집안은 고려 충정왕과 공민왕 때 시중을 지낸 행촌 이암 선생, 조선 세종대왕 때 좌의정을 지낸 용헌공 이원 선생, 구한 말 석주 이상룡 독립운동가 등을 배출한 명문가이다. 그리고 위에 설명한 안동의 여러 건축물을 삼대에 걸쳐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소설은 고성이씨 정경부인 이경의 탄생부터 병으로 인한 실명, 서해 선생과의 혼인, 서해 선생의 요절, 외아들 서성, 손주 서경우까지의 벼슬길에 오른 과정과 시각장애를 가진 채로 가문을 훌륭하게 이끈 고성이씨 정경부인의 이야기가 에피소드로 많이 엮여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훌륭한 어머니이자 아내였던 신사임당 뿐만아니라 조선시대에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 생활이 아닌 훌륭한 가정 경영으로 현명하고 훌륭한 위인들을 길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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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 대상작 뉴온 5
윤슬 지음, 양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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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긴 하루 / 잠이 오지 않는 밤

 

세 편의 이야기가 어쩌면 저렇게도 하나로 연결되는걸까?

 

 

부모의 이혼으로 더 약한 사람으로 느껴진 아빠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도예가인 아빠를 따라 시골로 이사 온 아연이는 동네에서 가장 외진 갈림길 오른쪽 집에 산다. 갈림길 왼쪽에 사는 유나와 같은 반 친구인데 유나네 집은 아이가 셋이면서 가난해 보이는 집이면서 뭔가 어둡고 비밀스러운 아이이다. 아연이가 수달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 유나는 수달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이야기를 한다. 학요 사육장 토끼를 유나가 죽였다고 소문이 돌자 아연이는 유나에게 사실을 묻게 되고, 유나가 숨기고 싶은 사연을 대충 알게 된다. 유나에게 자신의 방은 언제나 열려있고 문을 톡톡톡 3번 두드리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아연이의 따뜻한 마음은 친구를 이해하고 품을 줄 아는 5학년 짜리 예쁜 소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멀리 지방에 있는 요양 병원에 입원한 솔이 아빠 병문안 길에 초대되어 따라나선 미래는 버스 종점인 넓은 허허벌판에서 내려 병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솔이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지나가던 주민들의 차가 아니었다면 이 소녀들은 어찌되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린 소녀들을 구해준 주민들 차는 솔이 아빠가 입원한 요양 병원까지 안내해주고, 부녀 상봉 모습을 보게 된 미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래가 '뭔가 사정이 있겠지. 누구나 각자 사정이 있는 거잖아.'라는 말로 학교 앞을 신발한짝만 신고 매일 서성이는 아주머니를 옹호 아닌 옹호의 말을 하게 된 것은 그만큼 속깊은 아이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속 깊은 친구를 알아보는 솔이.

 

 

엄마와 살고 있는 은하는 어느 밤 6개월여만에 혼자 덩그러니 집 앞에 찾아온 소라를 다시 만나게 된다. 재혼한 엄마와 새 아빠의 딸 소라까지 네 식구가 함께 산 기간은 1년 정도이고, 그 후 이혼한 두 분때문에 소라와 헤어져 산 기간은 6개월. 그런데 다시 만난 동생 소라는 새아빠에게 버림받은 것일까? 이 난처한 상황에서 엄마는 두 딸을 두고 새아빠를 찾으러 나간다. 동생 소라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짜증나기만한 은하는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소라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로하고 보듬는다.

 

 

세 편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인데도 어쩌면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걸까?

 

 

네 잘못도 아니잖아.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은하가 소라에게 해주는 그 말이 유나, 아연, 솔이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느껴지기 때문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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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임상훈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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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계곡 한 가운데에서 오르는 듯한 소녀의 뒷모습이 모험가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시야를 강탈한다.

 

한나가 토멕에게 편지글을 쓴 형식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어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그 모험이 즐겁고 하나하나의 장면이 주는 교훈이 재미있기만 하다.

 

꿈꾸는 사람인 아빠의 목말을 타고 새 시장을 구경하던 한나는 어떤 아저씨가 버들가지로 만든 새장을 무릎 사이에 놓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아빠, 저거 살래요.”라고 말한다. 부리 밑에 노란 반점이 선명한 청록색의 작은 멧새를 오십만 파운드는 새 값이고, 럼주 한 병은 새를 넘겨주는 나를 위로해 주는 값이오. 이 새는 보통 새가 아니라오. 마법에 걸린 후, 천 년도 넘는 세월 동안 이렇게 새로 변해서 살고 있는 공주랍니다." 라는 말로 새주인은 아빠에게 새 값을 말하고, 아빠는 일주일 만에 모든 재산을 다 팔고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서는 새를 사고야 만다. 무리한 아빠의 곁을 떠나버리는 엄마와 다른 가족들. 남은 한나와 아빠는 허름한 오두막에 살게되고 한나가 아홉 살 때 아빠는 돈을 갚으려 무리하게 일하다가 조용히 잠든채로 돌아가시고 만다. 어느 날 멧새가 횃대 위에서 웅크린 채로 떨고 있자 아빠를 잃은 이상으로 힘들어하는 한나. 도시의 광장에서 이야기꾼이 말해 준 크자르강 이야기를 믿고, 크자르강의 생명 물을 멧새에게 먹이기 위해 한밤중에 모험을 떠나게 된다.

 

용기와 꿋꿋함이 있으면 크자르강을 찾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모험이 시작되는데, 한나의 모험은 순간순간이 위기인듯 하지만 위기이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죽기 위해 찾아가는 백세가 된 이오림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돕기위해 따라나선 그레고리와의 마차 여행, 사막에서 침묵하는 자들을 따라 모험, 거울이 없는 이상한 나라의 알리제 공주가 되기도 한다. 한나의 길고 긴 모험 이야기는 다시 멧새를 만나면서 마무리 된다.

 

거칠거나 위협적인 모험이 아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독백같은 한나의 모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만드는 판타지이다. 옆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듯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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