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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ㅣ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임상훈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7월
평점 :
표지의 계곡 한 가운데에서 오르는 듯한 소녀의 뒷모습이 모험가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시야를 강탈한다.
한나가 토멕에게 편지글을 쓴 형식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어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그 모험이 즐겁고 하나하나의 장면이 주는 교훈이 재미있기만 하다.
꿈꾸는 사람인 아빠의 목말을 타고 새 시장을 구경하던 한나는 어떤 아저씨가 버들가지로 만든 새장을 무릎 사이에 놓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아빠, 저거 살래요.”라고 말한다. 부리 밑에 노란 반점이 선명한 청록색의 작은 멧새를 “오십만 파운드는 새 값이고, 럼주 한 병은 새를 넘겨주는 나를 위로해 주는 값이오. 이 새는 보통 새가 아니라오. 마법에 걸린 후, 천 년도 넘는 세월 동안 이렇게 새로 변해서 살고 있는 공주랍니다." 라는 말로 새주인은 아빠에게 새 값을 말하고, 아빠는 일주일 만에 모든 재산을 다 팔고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서는 새를 사고야 만다. 무리한 아빠의 곁을 떠나버리는 엄마와 다른 가족들. 남은 한나와 아빠는 허름한 오두막에 살게되고 한나가 아홉 살 때 아빠는 돈을 갚으려 무리하게 일하다가 조용히 잠든채로 돌아가시고 만다. 어느 날 멧새가 횃대 위에서 웅크린 채로 떨고 있자 아빠를 잃은 이상으로 힘들어하는 한나. 도시의 광장에서 이야기꾼이 말해 준 크자르강 이야기를 믿고, 크자르강의 생명 물을 멧새에게 먹이기 위해 한밤중에 모험을 떠나게 된다.
용기와 꿋꿋함이 있으면 크자르강을 찾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모험이 시작되는데, 한나의 모험은 순간순간이 위기인듯 하지만 위기이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죽기 위해 찾아가는 백세가 된 이오림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돕기위해 따라나선 그레고리와의 마차 여행, 사막에서 침묵하는 자들을 따라 모험, 거울이 없는 이상한 나라의 알리제 공주가 되기도 한다. 한나의 길고 긴 모험 이야기는 다시 멧새를 만나면서 마무리 된다.
거칠거나 위협적인 모험이 아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독백같은 한나의 모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만드는 판타지이다. 옆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듯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