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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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변두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공주릉'을 놀이터 삼아 지냈다. 정의공주릉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주 먼 옛날 공주가 묻혔다는 사실 보다는 그저 놀이터로 널찍하단 생각만 들었다. 홍릉과 동구릉, 금곡까지 내가 학창시절 소풍으로 줄지어 걸어가서 놀다 오던 곳들은 역사적으로 가슴아픈 이들의 마지막 자리였다.

 

중학생때 국사 과목을 통해 배운 우리 아픈 역사는 왜 우리 나라 왕조는 명맥이 끊겨서 흔적만 남아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을 통해 그 명맥이 아직 이어지고 있으며 5월 종묘제례와 함께 이구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조선의 마지막 왕실 고종, 순종에 이어 영왕 이은, 그리고 이구까지 참으로 암흑같은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왕실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절대 일본인이나 미국인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왕실 전주이씨와 그 가문을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노력은 이루말할수 없이 고귀하다고 하지만, 그 지킴을 위해 희생되어야 했던 사람들의 눈물과 피는 어찌 감당할수 있을까...

 

일본인이었지만 이은을 사랑하고 조선을 사랑하려 노력한 마사코,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이었지만 사랑하는 남자 이구를 위해 따라온 한국에서 이구의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줄리아는 우리 나라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 인간으로서 인간을 사랑해서 희생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이구가 영혼으로 아버지 이은과 마사코 이야기와 자신과 줄리아의 이야기를 해 나간다. 이미 알고 있던 역사 이야기와 일본 황실의 며느리감으로 여겨지던 마사코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여서 갑자기 이은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뒷 이야기까지 모두 다루면서 소설이 진행된다. 영왕 이은과 마사코는 첫 아들 이진을 조선 땅에서 잃고 새로 얻은 아들 이구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이구는 미국에서 만난 줄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이 모든 결혼과 관련된 황실의 자손들이 조선 황실의 정통성과는 멀어지는 복잡한 상황이 지속된다.

 

해방 된 후, 재산환수로 인해 모든 황실의 재산이 정부에 귀속되고 생활비를 대한제국 정부에서 받아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 또한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우리 역사에서 승자들이 자신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야비하게 지난 역사를 지워버렸는가를 알 수 있다.

 

덕혜옹주, 이은, 이구, 이석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최근까지 이어진 조선 황실의 명맥이 참으로 슬프다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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