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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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때엔 조립 장난감이나 소꿉놀이가 그리 정교하지 못했고, 그저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만 여겨졌다. 요즘은 정교해진 미니어쳐들이 많아져서 성인들도 취미생활로 많이들 다양한 미니어처를 수집하거나 조립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에 딸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본 사람들은 이 소설의 '미니어처리스트'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부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미니어처에서 냉장고를 열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 끓이고 후라이팬에 볶고 커피를 끓이거나 화장대 미니어처에서 립스틱과 공주거울을 들고 머리에 드라이까지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정교한 것들이 많다.

이 책에 등장하는 캐비넷 안의 미니어처하우스는 나무와 대리석 등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성인 남자의 허리정도까지 온다는 것을 보니 그 크기와 실제 집과의 유사함이 얼마나 정교할지 상상이 간다.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배경인 이 소설의 주인공 페트로넬라 오트만은 아버지의 죽음이후 어려워진 가정을 생각해 나이많은 상인인 요하네스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요하네스의 집엔 시누이인 마린, 짙은색 피부의 하인 오토, 집안일을 담당하고 있는 코넬리아, 그리고 레제키와 드하나 개 두마리가 함께 있다. 사업으로 바쁜 요하네스는 넬라에게 결혼선물로 미니어처하우스를 선물하게 되는데, 그 집은 요하네스의 집과 동일하게 방이 아홉개이다. 처음엔 숙제처럼 그 집을 채우기 위해 넬라는 마지팬, 류트, 약혼기념컵 미니어처리스트를 주문하게 되고, 주문한 물건 외에 다른 여러가지 물건들이 함께 도착하자 당황하게 된다.

마린의 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연애편지, 그 시절 돈많은 유럽의 부호 상인 아내로서 넬라는 호기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보내져온 미니어처들과 표식들. 비밀스러워 보이는 시누이 마린, 그리고 더욱더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토와 코넬리아.

18살의 넬라가 미니어처하우스를 채우면서 일어나는 스릴넘치는 이 이야기는 어쩌면 그녀의 성장소설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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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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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육학도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중국인 부모님을 둔 제임스. 그는 똑똑한 사람으로 미국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교육은 그 학교에서 청소하는 부모 덕이었고, 다른 친구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의 피부색과 외모는 놀림거리이자 은근히 따돌려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제임스는 활달한 사람이 못 되었고, 그의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의 첫 강의시간에 그를 보고 매력을 느낀 메릴린과 결혼을 하게 된다. 메릴린은 의사를 꿈꾸었지만, 네스를 가지게 되면서 포기하게 된다. 그들 사이에는 첫째 아들 네스, 둘째 딸 리디아, 셋째 딸 한나가 있다.

아무 문제 없던 그들 가정에서 어느날 사라진 리디아. 그녀의 실종이 호수의 사체로 마무리되면서 이 가족에게 휘몰아치는 폭풍은 너무도 거세다.


자신이 학창시절 가장 어려웠던 친구와의 관계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아빠 제임스.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인종차별의 벽에서 힘들어하는 네스와 리디아.

자신이 꿈꾸었으나 실패한 의사되기를 자식으로 부터 실현해보려는 욕심으로 딸의 관심과 능력과는 상관없이 밀어붙이는 엄마 메릴린.

부모의 무관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혼자 놀기에 익숙해진 한나.

그들 삼남매가 부모에게서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닌 관심을 받고 있을때 삼남매 중 네스와 리디아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의논상대가 된다. 서로의 아픔을 아는 남매는 네스의 하버드대 합격으로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리디아의 정서적 흔들림이 생기고 이웃에 사는 잭에대한 비뚤어진 관심으로 나타난다.


그들 가족이 여태껏 살아온 시간들이 드러나면서 점점 이 소설에서 리디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읽는 독자의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아 생긴 오해들이 쌓여 결국은 파탄으로 마감되는 이 책의 내용이 요즘의 가슴아픈 뉴스를 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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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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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뉴스에 존엄사에 관한 소식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루게릭병이던 환자는 고통스런 삶보다 존엄사를 택했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파티를 했다. 그 초청장엔 준비할 것은 즐거운 마음이었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지인들과 마지막 파티를 연 환자는 가족이 참관한 상태에서 존엄사를 맞이했다.

우리 모두는 잠재된 장애인이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언제 어떻게 어디서 죽음을 맞이할지를 개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늘의 뜻이라고 얘기하는데, 스스로의 죽음을 준비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폴 칼라니티는 영문학, 철학 석사과정을 통과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해 신경외과 전문의를 통과하기 얼마 전에 폐암선고를 받는다. 같은 의사인 부인과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가 살짝 있었지만, 그의 병 앞에선 다시 부부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일상생활을 그대로 영위하는것, 모든 일을 접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자연환경 좋은 곳으로 가서 가족들과 지내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두가지 선택은 모두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고, 어떤 선택을 했을때 환자의 마음이 가장 편한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폴은 처음엔 전자의 선택을 했고, 자신의 병을 이겨나가는 듯 하였으나 곧 자신의 선택이 자신의 병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깨닫는다. 부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기 원하지만, 자신이 죽은 후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할 부인과 아빠 없이 성장해야 하는 아이를 생각하며 부인과 많은 의논을 하게 된다. 물론, 그에게 그의 딸의 존재는 큰 기쁨이자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되는 요인이 되었다. 비록 8개월된 딸을 두고 떠나야 했지만...


젊은 나이에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들처럼 암이란 병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폴의 입장에선 참으로 억울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노보다는 조용히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부인과 함께 자신이 없는 미래를 가족들이 이겨나갈 수 있게 노트북에 글을 쓰며 정리해간 그의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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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전쟁 1
신지견 지음 / 새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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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용어는 불교신자인 내게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 불교계에선 요즘 한글로 반야심경을 풀이해 보급하고 한글로 풀어진 불경을 널리 보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 뜻도 모른채로 외워 읊어대던 반야심경이나 기도문들이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선 듣도보도 못하던 불교쪽 용어들이 대거 등장해 소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서산대사 이야기로 유교, 불교, 도교 삼박자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서산대사 주인공 등장이 한참 걸려 독자를 애타게 한다. 그 시대상을 설명하느라 그렇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왕실의 신위판 도난과 사헌부에 화살을 쏜 사건을 일으킨 학조대사의 상좌 법준. 그가 스승의 뜻을 따라 찾아가는 장수산 묘음사의 자환. 법준이 자환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운선선인의 어린 제자 풍회. 비구니인 신혜, 자옥, 여윤. 등장인물들이 모두 스님인데, 그당시는 불교를 천시하던 때여서 지나가는 양반님네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무시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무예를 연마하는데 그 무예가 설명된 바에 의하면 우리가 무협소설에서 보던 무술처럼 축지법, 물위 걷기, 선화 등 그 다양함이 재미를 더한다.

 

 

선인의 예언대로 평안도 안주 말뫼말 최세창 향로 집에서 오십대 부인과의 사이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예언에 따르면, 아이는 불교계의 큰 스승이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데, 최 향로는 아이의 아명을 '운학'이라 짓고, 아명이 운학이었던 여신은 출가하여 '휴정'이라는 이름을 받게된다. 휴정이 숭유억불정책으로 표현되던 조선시대에 유불선의 조화를 어찌 이뤄낼지...

 

소설의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의 연관성을 생각하며 읽다보니 2권으로 이 방대한 내용을 다루기엔 부족함이 느껴진다. 3편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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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조지 그로스미스 지음, 위돈 그로스미스 그림, 이창호 옮김 / B612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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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이런 것이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 작품으로 나왕 대중들의 흥미를 끌어들일때가 가끔 있다. 요즘은 TV에서 그저 시골 집에서 오래된 방식으로 밥해먹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1880년대 영국에서는 결코 대중들이 돌아보지 않았을 중하위 계층의 평범한 사람 푸터의 일기내용이다. 당시에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후에 '브리짓존스의 일기'처럼 일기가 작품이 되는 원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문구점에서 예쁜 편지지와 그림 엽서를 골라 지인들에게 손편지를 써 우체국에 들고 가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어보낸 세대이다. 지금도 우체통을 볼때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반사작용이 일어날만큼 난 손편지쓰기를 좋아했다. 대학시절, 내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의 양이 꽤 되어 그걸 묶어서 책으로 낸다면 참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 세대라면 문집을 알텐데, 그런 개념으로 생각했었던거 같다. 아마 내가 생각했던 편지묶음 책이나 어느 개인의 일기 등은 일반적으로 작품으로 내놓기엔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주인공 푸터는 1880년대 영국의 평범한 중하위계층의 신사이다. 친구 커밍스와 고잉이 자주 찾아와 그와 잘 어울리는데, 단순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시각을 보일때가 많은 푸터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실수를 자주하고, 친구들과 농담코드가 달라 혼자 어색하게 웃는 경우가 잦다. 그가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만해도 평범한 일로 부딪치기보단 별일 아닌 것일 때가 많다. 그에겐 망나니 아들 루핀이 있는데, 그가 저지르는 사건사고만으로도 푸터는 머리가 깨질듯 하다. 푸터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이렇게도 사랑스런 바보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각 장면마다 시트콤 드라마를 보는듯해서 혼자 킥킥 웃으며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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