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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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단 두꺼운 책의 두께에 잠시 넋을 놓는다.

소설이 이렇게 두꺼우면 어쩌면 내가 읽으면서 지칠지도 모르겠다는 괜한 걱정.

연말이 다가오는데, 너무 두꺼운 책을 시작한게 아닐까하는 내 자신에 대한 못 미더움.

 

나는 캐나다를 가 본 적이 없다. 단지, 친구의 4개월간의 어학연수 사진을 보며 부러워한 경험이  모두 이다.

10년전 그당시 그 친구는 그랬다. 캐나다는 사람이 모여 살 수 있는 최고의 천국이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는 그 친구에게 못 물어봤지만, 아마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싶다.

 

아름다운 캐나다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조지는 군 제대후,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장남이라는 굴레를 벗어버리고, 어머니는 그후 10여년을 못 돌아오는 그를 향해 눈물을 보내신다.

그는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캐나다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는 교수가 된다.

 

이야기의 처음 100여쪽은 조지의 주변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학생 유진과 그의 탐욕스런 부인, 자연친화적 인물 그렉과 그의 너무도 현실적인 화교 부인 베시.

잠시 이때 나는 이 소설을 어쩌면 끝까지 못 읽어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빠졌다.

아마도, 이 책이 조지의 주변인물에 관한 이야기이고, 제목에서 알려준 나스타샤도 그런 인물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라는 걱정.

 

내 주변에도 복잡한 도시 생활이 싫어서 강원도로 온 가족을 데리고 떠나버린 선배도 있고, 나이 50에 홀로서기를 외치며 공주의 작은 도시로 떠나버린 선배도 있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자연친화적'인 삶이 자신의 마지막 목표라고 굳게 믿고 있는 분들이다.

 

조지도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목표가 너무도 굳세다.

돈을 버는 것보다는 학문이 좋고, 강의가 좋고,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교수.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보다는 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는 사람.

내 사랑을 지키는 방법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

한 번 사랑은 영원한 것으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을 할법한 사람.

 

그런 그의 사랑 지키기는 나스타샤의 아들에게까지 이어지고,

그를 사랑했던 나스타샤 또한, 그를 닮은 듯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낸다.

 

조금은 너무 몰입된 사랑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게 한 책.

 

하지만, 캐나다라는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만큼 스케일이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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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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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뒷통수를 맞는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는 법이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뒷통수를 맞는거라고.
그러니까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인생을 살아온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게 다 별일이다.

젠장.

 

내가 노희경 작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냥 한쪽 마음 구석에 따뜻한 난로 하나를 품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어느날, 직장 선배가 "드라마 재미있는거 시작하더라. 내가 노희경 작가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드라마 또 하나 시작하네."라고 말하는 순간 내 가슴 한 켠 난로가 다시 지펴졌다.

그리고 16회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 진행되는 동안 잊었던 내 감성이 살짝쿵 되살아 났다.

항상 내가 좋아하는 만큼까지는 시청률이 안 나와서 조금은 실망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내가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따름이다.

맨 위의 글은, 드라마 중 현빈의 독백이었다. 너무 좋아서 여기저기 베껴놓았던 글.

 

그리고, 드라마가 거의 끝나갈무렵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듯 노희경님의 에세이가 내 손으로 떨어졌다.

에세이 표지라고 정의내려도 될만큼 편안한 그림과 함께 빨간 속지에 노희경님의 싸인과 책 사이사이 끼워진듯한 책갈피처럼 손글씨 한마디가 너무도 인상적이다. 낙서처럼 씌여진 한줄 내용의 글이 따뜻한 내 가슴의 난로를 한번씩 활활 불타오르게 한다.

 

'꽃보다 아름다워', '거짓말', '굿바이솔로'에서 내가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2008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느끼고, 그 연장선에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만났다.

 

그녀가 20대부터 사랑에 관하여 생각한 것, 느낀 것, 행동한 것, 그리고 드라마 작가로서, 여자로서, 아버지의 딸로서, 어머니의 딸로서  등등에 관한 모든 것을 써내려간 이 책은 그야말로 노희경 그녀의 [속내 자서전]이라 할만하다.

 

나는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려고 노력은 하느냐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그리고, 노희경 작가님 그녀도 그랬다. 내게 위로를 주기 위해서인것처럼... 타인에 대한 따뜻함을 가지지 못한 것을, 따뜻함을 주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아직 어린 너희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소리치는듯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유죄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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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원리
인드라 초한. 강민구 지음 / 마음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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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음이 정리가 안 되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종교활동도 내게는 소용없을만큼 감정의 대지진을 그저 꼼짝없이 겪어내야만 한다.

책을 읽을때는 기억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진리를 평소에는 어쩌면 그리도 잘 잊는지...

그래서 글로 적어둔 '마음원리'같은 책이 내 옆에는 항상 있어야 하나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최고로 꼽는 사랑과 아는 것보다는 아는 것을 슬기롭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까지도 인드라 초한은 첫째와 두번째로 중요하게 꼽고 있다.

 

'인생은 하나의 연극 무대입니다.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장면에 따라 주연, 조연, 엑스트라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늘 스포트라이트를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인생은 장거리 랠리인데, 여행과도 같아서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인생에서 욕심내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나까지도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원리]를 열가지 원리로 정리해나간 책이다.

 

그냥 마음이 어지러울때 아무때나 그저 아무 장이나 펴들고 읽으면 마음이 정리되지 싶다.

 

'사랑, 지혜, 가능성, 성공, 미래, 인생, 마음, 인격, 운명, 행복' 이란 열가지 원리 아래 인드라 초한은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닦아나갈 것을 요구한다.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욕을 들으면 내가 겨우 제구실을 하게 됐구나하고 가슴과 어깨를 활짝 펴세요.'라는 구절이다.

요즘의 내 상황과 잘 연결되어서일까?

내가 욕을 먹는 것은 타인이 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천적처럼 욕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욕을 듣거나 비판을 받아도 진심으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감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읽으면서... 진심으로 웃음이 나지는 않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면서 요동치던 내 가슴이 잔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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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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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 살짜리 여자 아이 루스가 열여섯살 어린 에디와 서른 아홉 살 엄마 메리언의 충격적인 정사 장면을 보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센세이션한 첫 장면때문인지, 처음에는 어색했고 불안했으며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지 조금 의심이 들기도 했다.




네살짜리 루스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또 남편과 사별을 하고, 재혼을 하기까지. 그리고 스물세살 나이차이를 무릅쓰고 루스의 엄마를 사랑한 열 여섯살 소년 에디가 예순이 다 되도록 꿈같은 사랑을 간직하고 그녀를 기다리고, 그 딸에게까지 사랑을 느끼는 모습. 딸의 친구까지 연인으로 삼는 아빠의 모습. 모두 심상치 않은 모습 뿐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소설은 모두 작가 스스로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소설가, 작가들에겐 가장 쉬운 이야기 일 수 있을거란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테드는 지속적으로 사랑의 대상을 바꿔가는 반면, 에디는 메리언을 향한 사랑을 시작으로 쭈욱 메리언을 바라보게 되는 아주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정작 루스는 나쁜 남자와의 만남을 끝으로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도 낳고, 또 과부가 된다.




루스의 엄마 메리언은 죽은 두 아들을 연상하게 만든 에디에게서 사랑을 찾은듯 하나, 그녀의 사랑을 지키는 방법은 사랑하는 이들로 부터 멀리 떠나는 것.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법이 전개되는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 가족 소설,,, 그 무엇으로도 잘 정의가 안되는 내게는 조금은 어려운 소설이다.




게다가 미리 뒷 이야기를 알려주는 형식의 소설이어서 좀 김이 빠지는 듯한 느낌과 미리 알고 보면 더 재미있어지는 약간의 훔쳐보는 느낌의 소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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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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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눈먼 자들의 도시'가 펼쳐진다.

작가는 어쩌면 나같은 독자를 위해 이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없다.

워낙에 소설책 등장인물의 이름 외우기에 약한 나는 읽고 있는 도중에 옆에서 쿡 찌르고,

"지금 읽는 책의 주인공 이름이 뭐야?"라고 물어도,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 답변을 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나름 주인공도 있고, 주변인물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은 '처음 눈 먼 남자' '의사' '의사부인'으로 불리어진다.

처음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순서대로 잘 기억해야할 필요가 있다.

운전하다가 신호대기에 서 있던 어느 순간 눈이 먼 남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그의 귀가를 도와준 남자, 그의 부인, 그를 치료목적으로 본 의사, 그리고 그 병원에 있던 다른 대기자들 등등 처음 눈이 머는 병이 시작된 사람(원인)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의 전개와 등장인물의 등장 순서에 따라 눈이 머는 병이 전염되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주 힘든 기억은 "까맣게" 잊었다라고 표현하고, 자기도 모르게 잊혀진 기억은 "하얗게" 잊었다라고 표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얗게" 세상이 변하는 "하얗게" 눈머는 병을 전염병으로 받고, 주게 된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부인'은 눈먼 자들의 도시를 관찰하게 되고, 눈먼 자들의 집단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대로 표현하게 된다.

사람이 둘이상 모이면 '질서와 규칙'이 요구되는데,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에 처음 모이게 된 눈먼 자들의 집단은 그 집단이 거대화 되면서 점점 무질서와 무법의 세계로 변하고 그 안에서 강자와 약자가 생겨나게 된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질서와 규칙으로 정신병원이라는 그들의 유일한 공간속 환경은 엉망이 되고,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의사부인'의 눈으로 본 그 광경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처음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 눈머는 병은 온 세상이 다 걸리게되어, 더이상 그들을 한 곳에서 사육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이야기는 또다른 사회를 보여준다.

그들 사이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비를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 사회의 아름다운 면을 잠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눈 먼 순으로 다시 시력을 되찾게 되는 그들.

 

어쩌면 시력을 하얗게 잃었다가 다시 찾게되는 그 모습으로 작가는 사회의 질서와 규칙을 무시하는 이 사회의 '눈먼 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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