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이 - 나답게 살기로 한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
박수인.지유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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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창시절 우리나라 가구브랜드의 양대 산맥은 썬퍼니처와 보루네오 였다. 지금은 너무도 다양한 브랜드의 가구들로 이 두 브랜드의 옛날 가구 찾아 다시 사용하기가 유행이라고도 한다. 오빠의 고등학교 시절 구입한 저 브랜드의 책상과 의자는 내가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30년 정도를 사용했다. 이사할때 처분한 이유도 망가지거나 비틀려서가 아니고, 그저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들어갈때 새 가구를 들이자는 이유 하나였다.

마찬가지로 내가 고등학교 시절 구입한 식탁과 식탁의자 세트는 이름없는 작은 동네 가구점에서 통나무를 둥글둥글 깎아 옻칠처럼 까맣게 칠한 세트였다. 이 식탁세트도 25년을 사용하다 이사할때, 식탁은 처분하고 의자 4개는 집안 인테리어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들고 와서 지금도 잘 사용중이다. 가끔은 의자로, 가끔은 꽃다발이 생겨서 화병 받침대로, 가끔은 또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이렇게 튼튼한 의자를 만든 분의 공을 생각하고는 한다. 넘어져 찍혀도 그것이 무늬가 되고, 월넛색이 살짝살짝 벗겨진 의자의 둥근 모서리들은 그 나름의 멋스러움이 된다. 오래 사용할수록 나무가 빛이 나는 이유는 우리의 손길에 닿아서 기름칠 아닌 기름칠이 된 이유일 것이다.

'좋은 가구는 좋은 삶으로 데려다준다.'

여자 목수이신 수인, 유진님의 공방 카밍그라운드의 모토라고 한다. 이들이 자작나무로 만드는 가구 하나하나에 들어간 정성은 이 정신에서 시작될 것이다. 아마도 카밍그라운드에서 만들어진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우리집 식탁의자처럼 만든 분의 따뜻한 마음과 사용하는 사람의 생활 모습이 어우려지면서 좋은 가구로 거듭나는듯 하다.

일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던 그녀들이 뜻을 합쳐 열게 된 공방은 지금은 그녀들이 디자인하고, 만들고, 배달까지 하는 멋진 공방이 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연과 더불어 일도 하고, 향긋한 나무향 맡으며 힐링도 되고, 하다 지치면 잠시 차를 마시며 자연을 감상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자리잡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녀들의 좋은 가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삶으로 거듭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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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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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에서는 인간 본원의 그리움은 인간 존재의 양면성 곧 마음의 깨달음과 몸의 욕망이라는 것을 통합체로 이끈다. 이때 그리움이란 주체가 가지는 창의적인 기능의 일환으로서, 작가는 이러한 속성을 통해 경험적으로 자신을 회복하고 삶 속에 남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느끼게끔 한다. 인간은 몸과 마음을 아울러 갖춘 존재이다. 몸이 시키는 욕망과 마음이 시키는 독자적 출렁임은 서로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열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소설은 이러한 양면성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인간을 통합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양면성을 불가피한 존재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의 독자들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상상적 일탈을 꿈꾸며, 부드럽고 아늑한 교양에 몸을 맡기면서 자신이 살아온 생에 대해 다시 한번 실존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가 살짝 어려웠다. 단편소설집이지만, 뭔가 철학적인 어려울 것만 같은...

책을 읽을때 항상 제목을 생각하다보니, 제목과 내용을 연결하고는 한다. 단편소설집이어서 그 중 대표 격인 작품의 제목을 이 책 제목으로 했으리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라는 제목이 작가의 마음에 얼마나 그리운 마음이 가득한지 느껴졌다.

제일 먼저 만난 '아빠 면접 소동' 또한, 엄마의 결혼을 추진하는 딸의 입장에서 보는 엄마의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감을 구하는 딸의 입장에서 도대체 엄마가 거듭 거절하기만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고, 엄마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그리움 상대는 누구일까? 이 짧은 소설에 이렇게 강렬하게 그리움을 담을 수 있을까 싶다.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종지기 가족의 이야기 이다. 아버지가 여명산 자락에 가족을 데리고 들어간 이유는 위암 말기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시한부 생명의 아내를 보살피며 혼신을 다한 결과 3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딸을 하나 더 낳고 3년 지나 떠났다. 아들과 딸은 아버지를 따라 종지기가 되었다. 그들의 그리움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의 첫 장면터키 여행에서 돌아온 아내가 터키석을 내미는 것에서 시작한다. 몸에 걸치는 악세사리로 변신하는데까지 200만원 가까이 드는 이 보석도 아닌 터키석은 아내의 속앓이 해소용이란다. 바람기 있는 남편은 직업상 부재가 잦고 그에 따른 아내의 그리움은 향수로 표현되는 것인가?

'결을 향한 단상'에는 ​숨결, 바람결, 물결, 나뭇결, 사람결, 꿈결, 돌결이 그려진다. 여행인지 방랑인지 모를 작가의 다양한 '결'에 대한 이야기가 모든 추억과 기억과 자연에 대한 그리움으로 표현되는 듯 하다.

'초콜릿인가요, 우유한 초콜릿인가요 ' 은 먹는 이야기 인가 했더니,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또 그렇게 풀어내고 있다.

내가 언급하지 않은 '나리 타고 오신 성자', '옥도장 이야기', '얼굴 없는 나라', '777프리즘' 모두 읽는 독자에 따라 그리움이 달리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 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이렇게 빠르고 다양한 소통 창구를 가진 이 세상에서, 이렇게 고독하고 외롭고 그리울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니 작가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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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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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중 저녁 시간의 전국 내용을 들려주는 프로그램들은 요즘 어르신들이 많이 나온다. 저녁시간의 그 프로그램들은 연세가 많으신 노인이라고 하면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갑이 넘으시고 칠순, 팔순이신 분들을 의미했는데 이젠 아흔이 넘으신 분들이 그렇게도 많다는걸 알 수 있다. 이어령 교수님, 강인숙 교수님 부부의 이야기는 이어령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구순 부부이야기로 한번 더 알려지기도 했었다. 70년 세월을 함께하신 두 분의 이야기가 어떻게 책 한권으로만 정리될까 싶긴 하지만, 강인숙 교수님 관점에서 어떻게 그 긴 세월을 정리해주셨을까 너무도 기대가 되었다.

책을 처음 만나서 읽은 ' 그가 마신 두 잔의 술에 나는 아직도 취해 있는 것 같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70년을 함께한 부인 강인숙이 들려주는 '인간 이어령'의 이야기' 라는 두 문장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남남북녀]의 환상적인 예라고 표현하신 두 분의 결혼스토리는 작은 면적의 국토에서 완전히 다른 우리나라 지역 문화의 화합이자 두 집안의 교육열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내가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지식이 아주 얕을때 이어령 교수님의 젓가락 이야기와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인왕산 배경으로 펼쳐지던 우리 한국 춤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선, 서울올림픽의 굴령쇠 소년의 하얀 선은 우리 문화만의 여백과 울림을 내게 던져주셨었다. 그리고, 최첨단의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시던 이어령 교수님을 나는 학자로 더 생각했었는데 강인숙 교수님은 예술가로 더 인정하셨다. 새것을 좋아하신 네오필리아, 항상 새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게을리하지 않으신 그 모습을 '만족을 모르는 지식욕을 가진 예술가'로 표현하시면서, 의식주 중 음식 빼고는 우리 전통적인 것을 불편해 하신 점을 책에서 이야기 해주셨다. 이어령 교수님의 근원은 어머니라는 것을 항상 생전에 표현하셨는데, 강인숙 교수님께서도 그 점을 아주 자세히 이야기 해주신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님은 심하게 과민하신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학교시절 생인손을 앓으면서도 신음도 안 냈다고 하신다. 그 이유를 물으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신의 아픔에대해 가슴아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음을 일찍 깨달으신 까닭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어머니에 대한 신격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인숙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부산에서의 서울대 시절 이야기에서 부터 70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충청도 이어령 교수님의 집안 이야기와 북쪽 강인숙 교수님의 집안 문화가 어찌 달랐고 어떻게 그 다른 문화 속에서 학자이자 예술가이신 이어령 교수님이 활동하셨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후에 내려했던 책이 교정을 위해서 이른 출판을 결정하셨다고 하신다. 이 좋은 책과 만남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강인숙 교수님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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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스승 법정스님 - 맑고 향기로운 법정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여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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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안은 불교를 믿는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을때 어머니 아버지께서 다툼을 하시고 어머니께서 나를 업고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하려고 가신 곳이 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삼남매 중 유일하게 내 이름은 스님이 지어주셨다고 한다. 어머니 마음에 가장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하신다고 하시니 나는 따로 종교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그래서 더 못하고 그저 불교적인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던거 같다.

법정스님의 '물소리 바람소리', '산에는 꽃이 피네', '무소유', '인연이야기'를 읽고 유명하신 성직자들은 글도 잘 쓰시고 한마디한마디가 보석같다는 것을 느꼈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성북동의 길상사를 방문했을때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책 표지의 흑백 사진과 첫 장에서 소개된 법정스님 소묘는 내가 법정스님 글을 읽을때의 느낌을 되살려준다. 정찬주님께서 법정스님의 느낌을 잘 담아내도록 이 책을 엮으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소묘는 색이 복잡하지 않지만 그 구체적인 나타냄이 여백의 미와 어우러지는데, 송화백님이 그리신 법정스님 소묘에는 4B연필로만 그려냈는데도 깊고 탐구적이면서 예리한 스님의 눈매가 드러나 있다. 또, 스님께서 정찬주님께 보내주신 부탁의 메모, 엽서, 편지 등과 법명을 주신 붓글씨는 법정스님의 필체가 법정스님 소묘에 나타나있듯이 힘있고 강하다.

어쩌면 이순신 장군과 가까운 지역인 울돌목 가까이 고향을 두신 법정스님의 근원으로 인해 더욱 강인함을 가지신건 아닐까?

정찬주님께서 법정스님과의 인연으로 두 분이 직접 주고받으신 글과 그림, 또한 그 인연의 확대로 맞이한 또다른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이 아주 정성스럽고 예쁘게 엮인 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내 마음도, 창 밖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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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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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억의 근원에서부터 비롯된 허무주의, 미래라곤 없는 듯이 느껴지는 암울한 현실, 연이은 사업의 실패와 경제적 빈곤, 문우 나도향의 요절과 이장희의 자살 등은 김소월이 현실을 포기하고 비관적 운명론에 빠지게 했다. 5, 6년에 불과한 짧은 기간 동안 154편의 시를 창작하며 천재적 재능을 보이던 김소월은 결국 끝없는 회의와 실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934년 12월 23일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사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김소월은 안타깝게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지만, 그의 작품은 살아남았다.

김소월의 시를 읽으며 시대의 아픔과 시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넘어선 생의 의미를 찾게 되었으면 한다.

한 편의 시는 고단한 일상을 위로해주고 메마른 감성에 치유의 손길을 잡아준다

소월의 시를 읽는 이들은 감성을 폭발시키는 아름다운 청춘이다.

위 출판사 서평이 한글자 한글자 가슴 깊이 새겨지듯 느껴지는 것은 김소월 시가 그토록 아름다운 언어로 쓰여졌기 때문일듯 하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 언니와 오빠가 나를 앉혀놓고 가르친 노래가 '학교종'과 함께 '엄마야 누나야' 였다. 아마 언니와 오빠가 생각하기에 꼭 알아야 할 동요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노래를 배울때는 지금도 그렇지만 누가 작곡을 하고 작사를 했는지는 잘 모른다. 중학생이 되어서 국어시간에 김소월 시인을 알게 되고, '엄마야 누나야'가 김소월 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의 놀라움이란... 아마도 시가 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유명한 시인이 이렇게 간단한 시를 썼다는 것에 놀랐던 것 같다. 100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영원한 명품이자 클래식은 이렇게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송골매가 부르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패티김 가수의 '못잊어', 심수봉의 '개여울'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희자매의 '실버들'까지도 김소월 시인의 유작이라고 한다. 최근에 트로트가요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래된 트로트 가요 중에는 김소월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한 것이 많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울 따름이다. '진달래꽃'이야 운동회때 응원가로 수없이 부르고 많은 개그코너에서도 관용구로 사용되었던 기억이 있다.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생 시절에는 시집 한권을 사면 한 시인의 시밖에는 읽을 수 없어서 좋은 시가 모아진 시집이나 예쁜 공책을 사서 내가 시집을 꾸미고는 했다. 색색의 볼펜이나 싸인펜으로 예쁜 공책에 시를 필사해서 나만의 시화집을 만드는 그 기분은 뭔가를 이뤄간다는 충족감이 있었던 듯 하다. 아직 간직하고 있는 그 시화노트에는 김소월 시인의 초혼도 필사되어있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국어의 향연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이 책 한권이라면 김소월 시인의 모든 시를 만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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