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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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중 저녁 시간의 전국 내용을 들려주는 프로그램들은 요즘 어르신들이 많이 나온다. 저녁시간의 그 프로그램들은 연세가 많으신 노인이라고 하면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갑이 넘으시고 칠순, 팔순이신 분들을 의미했는데 이젠 아흔이 넘으신 분들이 그렇게도 많다는걸 알 수 있다. 이어령 교수님, 강인숙 교수님 부부의 이야기는 이어령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구순 부부이야기로 한번 더 알려지기도 했었다. 70년 세월을 함께하신 두 분의 이야기가 어떻게 책 한권으로만 정리될까 싶긴 하지만, 강인숙 교수님 관점에서 어떻게 그 긴 세월을 정리해주셨을까 너무도 기대가 되었다.

책을 처음 만나서 읽은 ' 그가 마신 두 잔의 술에 나는 아직도 취해 있는 것 같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70년을 함께한 부인 강인숙이 들려주는 '인간 이어령'의 이야기' 라는 두 문장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남남북녀]의 환상적인 예라고 표현하신 두 분의 결혼스토리는 작은 면적의 국토에서 완전히 다른 우리나라 지역 문화의 화합이자 두 집안의 교육열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내가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지식이 아주 얕을때 이어령 교수님의 젓가락 이야기와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인왕산 배경으로 펼쳐지던 우리 한국 춤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선, 서울올림픽의 굴령쇠 소년의 하얀 선은 우리 문화만의 여백과 울림을 내게 던져주셨었다. 그리고, 최첨단의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시던 이어령 교수님을 나는 학자로 더 생각했었는데 강인숙 교수님은 예술가로 더 인정하셨다. 새것을 좋아하신 네오필리아, 항상 새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게을리하지 않으신 그 모습을 '만족을 모르는 지식욕을 가진 예술가'로 표현하시면서, 의식주 중 음식 빼고는 우리 전통적인 것을 불편해 하신 점을 책에서 이야기 해주셨다. 이어령 교수님의 근원은 어머니라는 것을 항상 생전에 표현하셨는데, 강인숙 교수님께서도 그 점을 아주 자세히 이야기 해주신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님은 심하게 과민하신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학교시절 생인손을 앓으면서도 신음도 안 냈다고 하신다. 그 이유를 물으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신의 아픔에대해 가슴아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음을 일찍 깨달으신 까닭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어머니에 대한 신격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인숙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부산에서의 서울대 시절 이야기에서 부터 70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충청도 이어령 교수님의 집안 이야기와 북쪽 강인숙 교수님의 집안 문화가 어찌 달랐고 어떻게 그 다른 문화 속에서 학자이자 예술가이신 이어령 교수님이 활동하셨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후에 내려했던 책이 교정을 위해서 이른 출판을 결정하셨다고 하신다. 이 좋은 책과 만남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강인숙 교수님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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