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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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이 넉넉지 않았던 대학생시절, 나는 종로에 있는 대형서점에 가서 책구경을 하는 것이 내 젊음의 배움에 대한 한쪽 공간을 채우는 방법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그곳에만 가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참으로 사람은 욕심이 많아서인지 대형서점에 간 이유는 분명 책구경을 하러 간 것인데, 견물생심이라고 뭔가 한권이라도 사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욕심이 생기면 가벼운 주머니를 생각해 시집을 한권 사들고 나오곤 했다.

내 주머니의 가벼움을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이 시집이어서 류시화님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사들고 나오던 날도 무척 뿌듯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렇게 변해가는 시집을 책장에서 꺼내보니 뽀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보라색 테두리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보다 훨씬 묵직한대도(양장본에다 하얀 표지이니), 정겨움은 덜 하다.


'소금인형'은 안치환님의 노래로 먼저 알게 되었었는데, 그 노래를 열창하면서 노래방에서 눈물을 흘린 기억이 많아서인지 이번 시집 첫장의 '소금'으로 변화된 시가 더 가슴 애틋하게 다가온다. 뒷쪽의 '소금별'이란 시까지도 '소금인형'의 변화된 모습으로 느껴져 '소금인형'에서 느꼈던 애틋함이 '소금'과 '소금별'로 나뉘어져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류시화 시인은 왜인지 모르지만 자꾸 과거에 쓴 시를 고쳐쓰고만 싶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인생에서도 자꾸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면 다시 그 때로 되돌아가면 이렇게 할텐데... 하는 그런 감정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나는 마냥 좋기만 한데, 시를 쓴 시인께서 고치고만 싶다고 하시니 그 고친 시들이 어찌 또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올지가 궁금해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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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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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린 친구가 연휴를 앞두고 퇴근하고 있는데, 엄마 생각에 통곡을 하면서 전화를 했다. 퇴근길 내내 우울해서 돌아온 우편함에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책이 도착했다. 그저 75세라는 나이에 미술을 딱히 배운 분이 아닌 아마추어 할머니께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101세에 돌아가시기 까지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했는데, 친구의 전화덕분에 더욱 그 내용이 궁금해졌다.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우리세대의 할머니들이 그러셨듯이 풍족하지 않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가진 모지스 할머니와 그 세대들은 10대엔 풍족한 가정의 집안일을 대신 해주며 돈을 벌어야 했고, 20대부터는 결혼해서 자식들과 남편을 돌보기 위해 지금처럼 가전제품이 발달되지 않은 시기의 Handmade 집안 살림에 몰두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그림에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림을 그릴 형편은 되지 않았고 75세의 나이가 되어서야 자신의 흥미를 찾아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의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그녀가 벽난로에 그렸던 그림처럼 취미삼아 그린 그림들이 많았겠지만, 그녀의 그림이 세상에 알려진건 우연히도 작은 약국에 걸려있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전문가가 발견하면서 부터이다.


모지스 할머니가 남긴 작품들은 모두 그녀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어려서 링컨대통령의 장례를 보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마차를 타고 가는 장면, 마을 사람들의 빨래하는 모습, 사과잼 만드는 모습, 비누 만드는 모습, 메이플시럽 만드는 모습 등은 그녀가 직접 겪은 일상 생활이기에 더욱 더 따뜻하게 보는 이들로 부터 공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1961년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녀가 남긴 작품은 피카소처럼 다작을 남겨 더욱 그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하늘과 산과 언덕 그리고 마을과 사람, 동물까지 따뜻하게 그려낸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과 작가가 이 아마추어 할머니의 그림에서 느낀 우리 삶과의 공통점 등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친구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의 인생과 가정에 대한 희생을 생각하게 했다.

가슴 따뜻한 책으로 한참동안 남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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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
최항기 지음 / 세나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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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달 밝은 밤에 / 밤늦도록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 다리가 넷이더라! / 둘은 내 것인데 / 둘은 누구의 것이냐 / 본디 내 것(아내)이다만 / 빼앗겼으니 어찌 하오리오! / 아아 뭇 사람들이여 / 본시 내 것은 / 아무것도 없었느니라


​고등학교시절 문학시간에 배운 처용가는 노래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구전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그땐 했었다. 우리나라 궁중음악과 국악기를 보면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않는 음색과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악보가 제대로 씌여지지 않아 우리가 그 음악의 진수를 느끼기에 부족해서 참으로 안타깝다.

삼국사기엔 없지만 삼국유사엔 나오는 처용가도 악보로 내려왔다면 그 이야기가 얼마나 더 풍부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저 짧은 처용가로 작가는 처용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그럴싸하게 풀어냈다. 어쩌면 신화처럼, 어쩌면 그저 옛이야기처럼.

처용은 길상사에 버려진 아이로 스님 손에서 키워져 자라던 중, 효병스님을 통해 노래를 배우고 즐기게 되고 효병스님과 함께 속세로 나오게 된다. 노예로 팔려갈 위기에 신라 귀족 위홍에게 팔려 위홍의 친구가 된 처용. 그의 음악적 소질로 당나라 귀족인 이원과 최치원과도 친구가 되고, 그들은 향신각에서 웃지않는 기생 마희를 만나게 된다. 망나니 왕족 이숙과의 투가로 처용의 노래실력은 더 빛을 발하지만 황소의 난으로 인해 피신해야 할 상황이 오고만다.


당나라 황소의 난을 피해 신라로 피신하는 이들은 중간에 이원이 습격을 받아 죽고, 마희와도 헤어지게 된다. 신라로 돌아온 처용과 위홍은 당나라에서 그랬듯이 대구화상과 투가를 하게 되고 신라에서 가수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신라에서 밝혀지는 위홍과 마희의 관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차이가 많지만, 역사적인 사실과 처용의 이야기가 혼재된 이 소설에 재미를 더해준다.


여왕이 되는 마희와 삼촌인 위홍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최치원의 도움으로 신라를 이끌게 되지만 소설 마지막은 조금은 허무하게도 끝을 맺는다. 어쩌면 처용가의 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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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네치를 위하여 - 제2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조남주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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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량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믿는다. 하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참 많아 그렇게 믿는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우린 어려서부터 꿈꾸면 이뤄질 것이고, 노력하면 얻을 것이라고 배워왔다. 너무 인생을 아름답게만 본다고 누군가 내게 나무랄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아이들에겐 꿈꾸라고 노력하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내가 믿을 수 밖에...

작가는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연배인거 같다. 그녀가 소설에서 말하는 상황들이 내가 자라온 때의 이야기여서 훨씬 이 소설을 이해하기 쉬웠다. 정확하게는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이해하기 쉬웠다고 해야할거 같다.


TV 속의 예쁜 아이들이 체조하는 것을 보고, 동네 친구들과 제일 넓은 집에서 체조 연습을 매일 하게 되는 마니. 그녀의 이름은 고마니. 뜻은 특별히 모르겠다. 고마니란 이름과 코마네치란 이름을 연결시키면서 그녀는 자신을 고마네치로 명하고 체조에 올인하게 되는데...


조금 지적능력이 모자란 어머니와 분식집 사장님 아버지와 함께 사는 그녀의 이름은 부모님의 결혼을 반대했던 외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은 달동네에서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특별히 착하지도 특별히 모나게도 살아가지 않는 아주 평범한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체조를 함께 연습하던 친구들 중에서 유일하게 체조를 위해 학교까지 옮기는 고마니는 없는 살림에 사립학교까지 다니게 되고, 결국 자본주의사회의 교육의 기본 자본의 부족으로 다시 공립학교로 돌아오게 된다. 이 사건은 그녀에게 세상을 배우는 시작이 되고, 그녀의 직장생활도 10년간 열심히 일했지만 어느날 갑자기 해고당하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게 된다. 평범한 직장생활도 그녀에겐 어려웠을까? 고마니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직장을 빨리 잡으라고 닦달하게 되고, 그 와중에 그녀가 36년간 살아온 달동네는 재개발의 바람이 분다. 재개발의 바람 속에서 그녀 가족이 겪어내는 여러가지 일들 또한 우리 세대의 평범한 중산층이라면 겪어봤음직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평범한 그들의 생활 모습이 지루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되어 가는 이 소설은 그 묘사가 내가 살아온 나날들과 너무도 닮아서 지루한 이야기임에도 지루한줄 모르고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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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견문록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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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말한다. 모두들 자서전을 꼭 쓰라고. 자서전을 쓸 정도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인생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바르게 살 것이라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거 같다. 일기를 쓰는 사람은 하루하루 자신의 일기에 좋은 내용을 담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자서전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자서전에 담을 내용을 위해서라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정의의 실현이라는 큰 목적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김홍신의 만년필 이야기와 어머니 이야기가 이 책에서 눈에 밟히는 이야기이다. 컴퓨터 시대에 이어령교수님께서도 김홍신에게 이젠 글을 컴퓨터로 쓰라고 하실 정도인데, 아직도 만년필만 고집하는 작가는 손목이 아프고, 만년필 길들이는데 시간이 걸려도 굳이 만년필을 고집하면서 글을 쓴다고 한다. 그의 책상서랍 속 수많은 만년필 중 이제는 하나씩 기부에 내놓으면서 또 그 빛을 발하는 만년필. 컴퓨터라면 개인정보다 뭐다 해서 그렇게 쉽게 기부에 내놓을수도 없을 것인데, 만년필이니 좀 더 쉽게 기부할 수 있지 않을까? 김홍신 작가의 기부를 위해서라도 만년필로 작품을 쓰는 작가님의 습관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 '행복은 당신 곁에 아날로그로 찾아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참 인상적이었다.

김홍신 작가의 어머니는 동네 잔치 음식을 도맡아 하실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으셨는데, 그 시절의 어머니답지 않게 자식들에게 잔치집에 음식 구걸하러 다니지 못하게 하셨다고 한다. 참 바르게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눈물겨운 결단을 내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생이란 먼 길을  잔뜩 짊어지고는 못 가니 내려놓고 가볍게 걸어가라고 하는데, 세월이 흐른 뒤에 자신이 짊어진 무거운 등짐은 자신이 마음속으로 퍼담은 욕심이라는 것을 알게된다고 한다. 그 욕심을 돌이켜보며 후회하는 인생이 아닌 적절한 욕심을 유지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려놓고 가볍게 걸어가는 법을 연습해볼 수 있도록 이 책은 이끌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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