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바흐를 듣고 여자는 바흐를 느꼈다
윤병대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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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참으로 자기중심적인 동물이어서, 어떤 상황에 던져졌을때 누군가 내게 물어보는 말조차도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을 하곤한다. 며칠 전, 샌들을 사러 간 신발 가게에서 점원이 다른 고객의 신발을 찾느라 바쁜 중이어서 나혼자 이것저것 신어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신발을 들고 내 치수를 달라고 점원에게 말했는데, 그는 자기는 다른 색을 찾는다는 말로 응대했다. 알고보니, 점원이 아니었고 손님이었다. 함께 온 동행의 신발을 찾아주고 있었던 거였다. 그 황당함이란...

이 책의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남자와 여자는 보고 듣고 느끼는 방향이 참으로 다르다.

주인공 성빈은 아내 서영교와 대학캠퍼스커플이었고, 대학축제나 데모때는 아내와 함께 등산도 다니고 결혼 후에도 서로의 희생을 보듬어 안으며 잘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의 직장문제에 심드렁하게 답하는 그의 태도에 화가난 아내와 다툼이 있고, 그는 결국 아내와 떨어져 지방도시의 대학교수 자리로 옮기고 만다. 아내는 모든 그녀의 삶에 그가 적극적으로 동감해주기를 바라는데 반해 그는 아내의 투덜거림이나 짜증을 그저 듣는것으로 넘기려고만 했다. 이런 차이가 첫번째 차이일까...

지방대학으로 옮기고 카페에서 만난 정은채란 학생은 그의 삶에 활력소이다. 은채의 남자친구 이정인은 그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로 성빈과 카페 주인 김사장과도 친분을 쌓아간다.

성빈은 대학이 사학비리재단문제로 분규를 겪자 그 틈에서 어느새 혁신파 쪽의 총장후보로 나서게 된다. 대대로 물려받은 학교 총장 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 같은 기존 총장쪽은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애를쓰고 그런 모습에서 또 우린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된다.

은채와 성빈의 관계를 의심하는 정인과 성빈을 총장후보에서 끌어내리려는 기존 총장쪽의 야합이 이뤄지고, 이야기는 점점 신문에 날법한 추문의 내용으로 번져간다.

가장 도덕적으로 상위라고 여겨지는 교수의 도덕적 일탈과 권력 암투 등은 우리 사회의 번져가는 욕심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듯 해서 읽는 내내 한숨이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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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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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노병사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낳아지고 늙어지고 병이 오고 세상을 뜨게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런데, 그걸 깨닫게 될때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들과 모이면, 20대엔 이성에 대한 이야기, 30대엔 직장이야기, 40대가 되니 슬슬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마 60대나 70대 어르신들의 모임에선 자식들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하면 잘 죽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핀란드 숲속마을에 사는 노인 한분이 있다. 이름은 그럼프. 아내는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 있고, 매일매일 집에서 만든 음식을 조금씩 가지고 아내를 찾아가 아내를 먹이고 대화를 하다 오는 노인이다. 자신은 결코 요양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움직이며 살아가던 중,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럼프의 죽음에 대한 준비는 직접 나무를 베어 말려서 관을 짜고, 자신의 묘비를 나무로 직접 만들고, 추도문을 쓰는 것이다. 유언장과 같은 중요한 문서는 잉크를 직접 찍어서 쓰는 딥펜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럼프는 아들과 함께 문구점을 찾으러 먼길을 헤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관을 짜서 앉아보다가 크게 다쳐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다쳐서 혼자 걷기 힘든 상태의 그를 아들내외는 요양병원에 보내려 하고, 그럼프는 결코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프의 죽음에 대한 준비 중 한가지가 여러면에서 불편한 옛집을 정리해 편리한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었고, 아내를 위해 아파트에 걷기 힘들어도 벽에 봉을 설치해 걸을 수 있게 만들고, 벤치와 의자를 만들어 가져다 놓았지만 아내는 그런 그의 준비를 모른채 요양병원에 가게 된 것이었다.

 

결국, 자신이 사용하게 된 아파트.

 

조금은 괴팍스럽고, 익숙한 옛것을 잊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하려는 다소 꽉 막힌 노인이지만 그의 여러가지 판단은 참으로 현명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태블릿을 사용할줄 모르고, 지역난방보다는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쓴 벽난로를 더 선호하는 그이지만, 옆집 아이를 위해 대부가 되어줄 수 있고 자신의 장례식에 올 손님들을 위한 음식메뉴까지 준비해놓을만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노인이다.

 

그럼프노인이 죽음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져서 일일드라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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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
곽병수 지음 / 미디어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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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의 뜻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는 뜻으로, 경전의 첫머리에 쓰는 말. 부처에게서 들은 교법을 그대로 믿고 따르며 적는다는 뜻이며, 부처의 제자인 아난이 경전의 첫머리에 쓴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제목때문에 불교 관련 책인가 싶지만, 읽다보면 연애소설같기도 하고 종교학 책같기도 하다. 내가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불교에 관한 지식이나 기본 교리, 예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불교 용어와 지식이 꽤 된다.

 

어릴적 함께 멀리 학교에 같이 등하교하며 다니던 남녀 친구가 어느날 남자의 출가로 헤어지게 된다. 두 집안은 물론 동네에서도 두 남녀가 결혼까지 할 수 있는 애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남자의 출가는 이유가 확실치 않다. 가족의 잇단 죽음이나 자신의 이명이 그 이유일까?

 

혜명이란 법명으로 절 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학생이 된 순지와의 만남으로 파계를 하게 되고 머무르는 절없이 떠도는 생활을 하게된다. 순지는 아이를 갖게되고, 순지를 따라다니며 공을 들이던 기훈은 순지의 친구와 맺어지게 되고, 순지의 아이는 입양을 보내게 된다.

 

암으로 얼마 살지 못 할 것이라는 순지는 절에 들어가 백팔배, 천배를 하다보니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을 살게 되고 결국 출가하여 미여라는 법명을 얻게 된다.

 

혜명과 함께 절생활을 한 덕운의 사연 또한 눈물겹다. 군인이던 그는 홍수로인한 산사태가 마을을 덮치면서 아내와 두 딸을 잃는다. 그 사고로 굴속생활을 하게된 그는 결국 출가하게 되고 무인 무성을 만나게 된다. 무성이 도움을 준 인경은 무성이 사는 집으로 들어가 살게되고, 그들은 순지의 아이 동지를 맡아 키우게 된다. 무성은 동지에게 자신의 무예를 전수하고, 마지막 기를 일으킨 후 죽게 되는데 그 모든 삶을 옆에서 지켜본 덕운은 인경을 마음에 품게 된다.

 

불가에선 '인연'을 참으로 중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 사이의 인연에 관한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된다. 얽히고 섥힌 사람들의 인연으로 우리 삶이 아름다워지기도 하고 안타까워지기도 하니 어쩌면 이 소설에서 작가는 아름다운 인연과 안타까운 인연 모두를 그려내서 우리에게 삶은 모두 인간의 인연으로 이어간다는 것을 알려주려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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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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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를 읽고 영화를 본 후 그 감동이 몇배는 더 커졌던 기억이 있다. 영화를 본 후, 유럽 경차 스마트를 사고 싶어지기도 했으니...

티보어 로데의 [모나리자 바이러스]를 읽는내내 어쩌면 이 소설은 다빈치코드와 같은 배경으로 영화가 만들어질수도 있겠다 싶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내용으로 손에 땀을 쥐고 사건을 풀어가게 하는 몰입도 높은 독서가 저절로 되는 책이다.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에 참가한 여인들을 태운 고속버스가 사고가 나면서 납치된다. 그리고 그녀들 중 몇몇은 이마에 벌처럼 줄무늬가 새겨지고, 끔찍한 모습으로 수술된채 발견된다. 전문가 성형외과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실력으로 처리된 그녀들의 끔찍한 모습.

벌들이 갑자기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이 벌들이 죽어나가는데, 양봉업자는 아인슈타인의 '벌이 멸종되면 인간도 4년 내에 멸망한다'는 말을 전하며 이 사건이 평범한 사건이 아님을 알린다.

신경미학자 헬렌의 딸 매들린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런데, 헬렌에게 전화를 한 유럽의 부호 아들은 그의 60대 아버지가 사라진 이유가 매들린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 건물들에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나고, 영상 데이터를 훼손하는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런 사건들이 연관이 있을 이유가 있을까 싶은데, 이야기는 미의 대표격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로 또 연결된다.


돈을 좇는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황금비율 0.6,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사람들을 얼마나 어리석음으로 이끌 수 있는지 그 부작용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보여주는듯 하다.

스펙타클한 FBI 밀너 형사와 헬렌의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은 영화를 보는듯하다.  곧 영화화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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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농담 101가지 - 농담이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
이록 엮음, 박정례 옮김 / 한국경제신문i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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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변두리에 살던 국민학생 시절, 중학생이던 언니와 오빠가 어느날 동양에서 제일 큰 서점에 가겠다고 나서자 엄마께서 용돈을 듬뿍 주시면서 보내셨다. 둘이 저녁때 돌아와서는 내게 선물로 내놓은 책 중에 하나가 '어린이 탈무드'였다. 교보문고를 수업 중에 소개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는 언니와 오빠는 종로로 나가 서점 구경할 결심을 하고 나갔던 거였는데, 집에 남아있는 막내 동생을 위해 책을 사 올 정도로 동생에 대한 애틋함이 있었나 보다. 아무튼 덕분에 나는 한민족만큼이나 똑똑한 유대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지도자가 랍비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유대인 농담 101가지'에는 그때 읽었던 '어린이 탈무드'의 심화편 정도 되지 않은가 싶다. 몇 가지 이야기는 내가 어릴적 읽었던 탈무드의 내용이 그대로 있어서 얼마나 반갑던지...

얼마 전 정년퇴임하신 직장 상사께서 항상 하신 말씀이 '현명한 삶, 즐거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유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머가 없는 사람이나 유머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은 그만큼 삶의 여유가 부족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명한 삶을 살라고 조언하고 있는 이 책은 유머를 이해하고 내게 부족한 유머를 이끌어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같은 이야기들이 교훈을 담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술술 읽어나가면서 내 삶에 대한 반추를 하게 한다.

[협상1]

오빠와 동생이 파이를 앞에 두고 더 큰 파이를 먹기 위해 서로 파이를 자르겠다고 싸우는 중에 힘센 오빠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동생이 울자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네가 힘으로 칼을 빼앗아 파이를 자르게 되었으니, 동생도 한번의 선택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니? 네가 파이를 자르면 잘린 파이를 선택하는 것은 동생이 하도록 하자꾸나." 이 말을 듣자, 오빠는 정확하게 파이를 반으로 잘랐다.

[협상2]

두 친구가 오래도록 길을 걷다 밤에 도착한 마을에서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났지만 돈이 부족해우유 한잔을 시켜놓고 마주 앉았다. 먼저 마시라고 처음에는 양보하는듯 했지만, 한 친구는 설탕 한조각으로 자신만 먹을 욕심으로 양보를 한 것이었고, 그 친구의 욕심을 알아챈 친구는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춰버린다.

위의 두 이야기는 요즘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역지사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101가지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좀 더 나은 개인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미있게 강의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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