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생노병사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낳아지고 늙어지고 병이 오고 세상을 뜨게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런데, 그걸 깨닫게 될때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들과 모이면, 20대엔 이성에 대한 이야기, 30대엔 직장이야기, 40대가 되니 슬슬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마 60대나 70대 어르신들의 모임에선 자식들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하면 잘 죽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핀란드 숲속마을에 사는 노인 한분이 있다. 이름은 그럼프. 아내는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 있고, 매일매일 집에서 만든 음식을 조금씩 가지고 아내를 찾아가 아내를 먹이고 대화를 하다 오는 노인이다. 자신은 결코 요양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움직이며 살아가던 중,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럼프의 죽음에 대한 준비는 직접 나무를 베어 말려서 관을 짜고, 자신의 묘비를 나무로 직접 만들고, 추도문을 쓰는 것이다. 유언장과 같은 중요한 문서는 잉크를 직접 찍어서 쓰는 딥펜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럼프는 아들과 함께 문구점을 찾으러 먼길을 헤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관을 짜서 앉아보다가 크게 다쳐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다쳐서 혼자 걷기 힘든 상태의 그를 아들내외는 요양병원에 보내려 하고, 그럼프는 결코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프의 죽음에 대한 준비 중 한가지가 여러면에서 불편한 옛집을 정리해 편리한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었고, 아내를 위해 아파트에 걷기 힘들어도 벽에 봉을 설치해 걸을 수 있게 만들고, 벤치와 의자를 만들어 가져다 놓았지만 아내는 그런 그의 준비를 모른채 요양병원에 가게 된 것이었다.

 

결국, 자신이 사용하게 된 아파트.

 

조금은 괴팍스럽고, 익숙한 옛것을 잊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하려는 다소 꽉 막힌 노인이지만 그의 여러가지 판단은 참으로 현명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태블릿을 사용할줄 모르고, 지역난방보다는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쓴 벽난로를 더 선호하는 그이지만, 옆집 아이를 위해 대부가 되어줄 수 있고 자신의 장례식에 올 손님들을 위한 음식메뉴까지 준비해놓을만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노인이다.

 

그럼프노인이 죽음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져서 일일드라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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