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는 넓고, 문화는 다양하다. 언제나 여행을 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 점이기도 하지만, 이미 우리는 외국의 영화나 TV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많이들 색다른 문화를 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디언이나 에스키모라고 흔히들 부르는 문화는 뭔가 영적인 것이 가득한 듯한 느낌이어서 그들의 문화가 좀 더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누이트에선 고아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친척이나 남의 집 문 앞에서 자면서, 그 집 식구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먹으며 자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곳에선 어려서 집안끼리의 약속으로 짝이 지워지고, 서로의 짝을 속속들이 알면서 성장하고, 그 짝과 결혼하게 된다. 이혼을 할 수도 있지만, 이혼후 곧장 재혼하는게 일반적이다. 남자는 사냥을 여자는 육아를 책임지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가 꼭 필요하고 의지하게 된다. 그 곳에서의 직업은 사냥꾼 밖에 없다. 그리고, 항상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혼자 고독하거나 외로울 시간은 거의 없다.

이누이트인 울릭은 사냥을 나갔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살아가는 고아였다. 삼촌 집에서 크면서, 울릭은 사냥꾼이 되었고 사냥 법칙을 어기는 죄로 약혼녀 나바라나바와 파혼하게 된다. 이누이트의 개발을 위해 기지를 설치한 카블루나인들은 이누이트를 이롭게 한다는 명목으로 사절단을 원한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굳건하기 때문에 이누이트의 사절단으로 카블루나(이누이트인이 아닌 사람을 뜻하는 이누이트 단어)에 가게 된 울릭은 단지 약혼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고향을 뜬 것이었다.

고아인 관계로 이누이트의 탐사를 위해 정착했던 기지의 카블루나인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카블루나 언어와 지식, 문화를 잘 알았던 울릭은 카블루나에 직접 가게 되었지만 적응은 어렵기만 하다.

호텔에서의 밤은 외롭기만해서 잠을 이룰수가 없다. 그의 가이드인 마리네서 지내게 되면서 울릭은 카블루나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어려서 집안의 약속으로 짝을 이루게 되는 이누이트와는 다르게 항상 서로를 유혹하기 위해 애쓰는 카블루나의 남녀 모습, 온몸을 가리는 정숙한 모습의 이누이트 여성에 비해 항상 노출된 옷을 입는 카블루나 여성들의 모습, 이혼을 하더라도 금방 재혼해 혼자 사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누이트와는 다르게 여자 혼자 사는 경우가 많은 카블루나, 모든걸 공평하게 배분하는 이누이트와는 다르게 일해야만 배당을 받는 카블루나. 등등의 너무나도 다른 문화에 울릭은 혼란스러우면서도 점차 자신이 카블루나에 젖어가는 것을 알게 된다.

이누이트를 이롭게 하기 위해 광고도 찍고, 영화도 제작하게 되면서 연예인 같은 인기를 얻게 되자 울릭은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해진다.

문화는 자연환경과 생활 습관으로 만들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계는 넓고, 문화의 차이가 커서 같은 문화의 옆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는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멸시하거나 우습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누이트는 발전된 문화를 갖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서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은 우리가 가진 문화보다 더 진보되어있다고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에 젖은 자연인 울릭은 자신의 변화가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어느새 자본주의가 편리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고향을 살리고, 약혼녀를 되찾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울릭의 모습이 행복을 찾아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과 별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김제동과 전문가 7인이 전하는 다정한 안부와 제안
김제동 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요에도 테스형을 부르는 가요가 나왔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법으로 제자를 가르쳤다고 한다. 공자도 제자들과의 대화로 많은 제자를 거느릴 수 있었고, 덕 높으신 스님들은 선문답을 하시면서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도록 했다던가...그래서 이 책의 제목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을 듣고는 테스형을 부르는 가수가 더 생각이 난거 같다.

김제동의 톡투유 프로그램을 졸린 눈을 비비며 매주 챙겨본 나는 사회자의 실력(특히, 말로 처음 본 사람들과 짧은 시간에 래포를 형성하고 무장해제 시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도록하는 실력)과 청중들의 따뜻한 시선과 무대 위에 초대된 게스트의 전문가적 멘트와 무대 한켠의 가수들 그 모든게 너무도 따뜻하고 포근해서 챙겨보았더랬다.

이 책은 말로 풀어내는 실력이 대한민국의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김제동의 사회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천문학자 성채경 교수,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대중문화전문가 김창남 교수 이렇게 일곱 분의 인터뷰식 대화가 실려있다. 코로나시대 청중없는 톡투유를 보는 기분이었다. 조금은 알쓸신잡 같은 분위기도...

대학때 은사님 한 분은 박사는 아주 작은 부분만 깊이 공부하기 때문에 세상을 가장 모른다고 하셨다. 그런데, 한 분야에 깊이를 가진 사람들은 그 깊이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보는 관점과 살짝 다르게(아니, 깊이있게) 해석하기도 한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세상은 멈춰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지하에 물류 터널을 만든다면 도시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 천문학자 성채경 교수의 달 뒷면에 사는 사람은 집값이 쌀거라는 이야기,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의 재분배 이야기,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사랑의 대차대조표 이야기가 내게는 대학때 은사님을 떠올리게 했다.

다행이도 사회자인 김제동님은 일반인이어서 나처럼 많은 분야에 관심이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전문가들을 만나기 전에 그들에 대해 조사하고 그들의 책을 미리 읽고 준비가 탄탄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내가 궁금해할만한 질문을 쏙쏙 해주셔서 인터뷰를 읽으면서 내가 그 자리에 함께 앉아서 대화를 듣는 느낌까지 들었다.

두툼한 책 두께에 걸맞지 않게 금방 파르락 넘어간 책장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1-12-0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스티커 컬러링북 : 플라워 - 손끝으로 완성하는 아트북 손끝으로 완성하는 아트 북 스티커 컬러링북
모모 편집.기획팀 지음, 성자연 그림 / 도서출판 모모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뭔가를 만들고, 색칠하고, 꾸미는데 전혀 재주가 없는 나는 이상하게도 예술쪽 재능에 욕심은 있어서 부끄럽게도 악기도 이것저것 배우다 그만두고, 퀼트, 재봉 등 만들기도 배우다 그만둔 경력이 있다. 요즘 컬러링이 유행이어서 한권 구입해서 색칠을 했는데, 혼자 뿌듯하기도 잠깐 똑같은 작품을 그라데이션을 넣어가며 완성한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는 그만 기가 죽어버렸다. 게다가 내 색감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듯한 컬러링이 되어버렸다. 이런 나같은 사람을 위해 스티커 컬러링북은 나온게 아닐까?

봄에 어울리는 플라워 작품 10개가 있다. 1번부터 차례대로 하려고 보니 난이도가 별점으로 표시되어있다. 그렇다면 제일 쉬운 난이도를 선택하자 싶어서 별3개인 2번 기다림 작품부터 시작해보았다.

알파벳과 숫자만 읽을 수 있으면 할 수 있게 친절하게 표시된 스티커가 책 뒷편에 있다. 바로 2번 기다림에 해당하는 스티커판 2개를 뜯어 A부터 시작했다. 차례대로 붙이니 꽃이 하나씩 피어난다. 이때까지 몰랐다... 내가 살짝 수전증이 있나보다. 그거하나 딱딱 못 맞추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꽃잎이어서 손톱크기라고 생각하면 될듯. 핀셋 도구가 왜 필요한지 바로 깨달았다. B시리즈까지 완성한 모습이다. 점차 완성되어가면서 성취감이 마구마구 올라가고 있다.

한 30분 정도 몰두해서 하다보니, 어느새 작품 완성. 녹색 잎이 꽃잎보다 훨씬 어렵다. 난이도를 보고 2번 작품부터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 대체 난이도 별 5개인 작품은 어느 정도일까? 아무 생각없이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는데, 문제는 목이 살짝 아프다. 그래서 책에도 목운동 틈틈히 하라고 친절하게 써 두셨다. 즐기며 하라는 뜻일 것이다. 머릿 속이 복잡한 경우, 이렇게 단순한 조작활동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힐링까지 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난이도가 낮은 작품부터 시작해서 난이도가 높은 작품은 좀 더 완성도가 높게 완성해 액자에 끼우면 더 즐겁지 싶다.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스티커북과 함께 컬러링북도 똑같이 뒤에 붙여 한권을 만든다면, 스티커와 같은 색으로 컬러링까지 하는 더 많은 조작활동 완성책이 되지 않을까? 출판사에 건의하고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한번쯤은 타임캡슐을 묻어둔다고 이것저것 챙겨 넣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안에 일기장 전체를 넣지는 않았더라도 일기장 몇 장을 찢어서 또는 메모지를 넣었을 것이다. 내 경우, 일기장 보다는 수첩에 간단히 쓴 메모를 넣었더랬다. 그리고, 그것들은 변화하는 도시의 새단장으로 흔적도 없다.

전쟁이 많았던 우리 조선시대 조상님들의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같은 기록을 4곳에 똑같이 나눠 보관해둘 정도로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많은 전쟁통에 남은 것도 적은데 일반인들의 일기는 어찌 남아있을까 싶었다. 안네의 일기나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가 남아 전해지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에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제목처럼 '역사 드라마보다 재밌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책을 펼쳐들었다. 아무래도 조선시대는 신분사회였고, 한문을 한글보다 더 많이 쓴 시기였기때문에 시시콜콜한 일반인들의 일기이기보다는 시시콜콜한 다양한 양반들의 이야기임에 그 한계가 보였다. 또한, 가장으로서 집안의 기대를 받는 남자 양반들의 이야기.

직급이 낮은 관직의 양반의 과거 급제 이야기부터 노비때문에 골머리썩는 양반의 이야기까지 그 내용에서 조선시대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작가가 그린 귀여운 캐리커쳐와 중간중간 실린 실제 일기장의 사진이 눈도 즐겁게 한다. 일기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설명과 시대적인 사건, 분위기, 제도 등의 꿀팁도 함께 쓰여있어 쉽고도 재미있게 일기내용이 넘어간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사람 사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싶다. 과거에 급제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노력에서 함께 모여 공부하고 함께 시험보러 가는 모습이 지금의 그룹 스터디와도 비슷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서로를 밀어주는 모습에서 지금도 사회면 뉴스와 별다르지 않다는 생각, 또한 노비때문에 골머리썩는 양반의 모습에서 어느 시대이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는 튀는 사람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타임캡슐 속의 메모지가 먼훗날 어떤 공사중에 발견된다면, 그때 그 메모를 읽은 내 후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영서 2021-04-18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지은이 박영서입니다. 블로그에도 썼지만, 부족한 책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후기 감사히 읽었습니다. 행복한 봄날 보내세요☺️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래반점을 운영하는 용팔과 아내 영선은 두 아들 동현과 동배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건강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정 많고 따뜻한 성품의 영선은 짜장면을 먹고 싶어하는 어려운 남매를 데려다 엄마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일 정도의 따뜻한 이웃이다. 그런 영선을 보는 용팔은 돈 안 받고 먹이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만 그 또한 다친 길 고양이를 찾아 헤맬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코로나19로 바깥과 단절되어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은 다들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그런 중에 뉴스에서는 가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홍대 근처 치킨집 사장님께서 치킨을 먹고 싶어하는 형제에게 치킨을 나눠주었다던가, 그런 소상공인을 돕고자 그 아이들의 치킨 비용을 보내주는 사람들 이야기가 그렇다.

이 책에서는 지금 시대의 모습을 잘 반영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작은 스프링 수첩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짜장면 배달일에도 진심을 다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이야기를 적는 용팔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있어야 할 우리의 자존심 아닐까 싶다.

영선은 우리 시대 따스한 이웃을 보여주는 반면, 동현과 동배는 성적과 부모의 경제력으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얘기하는 우리 시대 청소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가슴아팠다. 고래반점의 건물주 최대출은 전형적인 우리시대 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가슴 답답한 느낌이었다. 동현과 동창인 최대출의 딸은 어른들의 갑과을 관계를 얼른 벗어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장애를 가진 인하는 용팔의 글쓰기에, 생각에 영향을 주는 말벗으로 이 글에서 나는 시각장애인의 극히 일부만이 완전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학생들의 교과서에도 다양한 인종과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모습이 삽화로 그려져서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은 우리 세대보다 더 다양한 사회의 모습에 좀 더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지 않을까 기대되는데, 이 글에서도 인하와 용팔의 대화에서 나는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인하가 이성을 소개받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 했던 장애인들의 어려움도 느껴져서 서글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가슴의 울림을 느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