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할아버지 - 영혼 맑은 아이를 만나 다시 깨우친 내 인생 그리고 예술 짓
김아타.김소울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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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많아지는 인구에 우리 나라가 곧 망할것 같았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만 낳자.' 라는 표어에 '한 집 건너 한 자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당시 우리를 가르치시던 문학 선생님께서는 이런 표어가 위험한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하셨다. 진짜, 이젠 인구가 너무 줄어서 걱정이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점점 느끼게 하는 사회적인 문제가 많기도 하다.

우리 집안의 첫 조카는 막내로 30년을 살던 내게 다른 생명을 보며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난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몸소 느끼게 해준 존재이다. 품에 안고서 보는데 눈물이 또르륵 흘렀으니 말이다.

서른의 내가 그랬는데, 김아타 할아버지께서는 첫 손녀 김소울을 만나 그 얼마나 기쁘고 사랑스러우셨을까? 손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10살이 되기를 기다려 이 책을 내셨다고 하니 손녀에 대한 사랑과, 손녀에게 바름을 가르치시려는 그 사랑의 크기가 가늠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어린 손녀와 할아버지의 대화에서 할아버지께서 느끼신 것을 엮은 것이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통해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신다. 예술인으로서 자유롭게 살아오신 지난 날때문에 현재 손녀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자유롭게만 살아서 실속없는 삶이었다고 자책하기도 하신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그런 생각조차도 손녀에 대한 사랑이므로 무한 사랑받는 손녀가 부러울 따름이다.

태어나서부터 유치원을 다니기까지의 손녀 행동과 말에서 할아버지는 영감을 얻으시고 그림으로 표현하셨다. 예술가로서의 할아버지는 그 많은 내용이 담긴 손녀의 머릿속을 함축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하셨는데, 글 만큼이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내게 그런 사랑을 주셨는데 난 너무도 당연하게 그 사랑을 챙기지도 않고 스쳐지나쳐버린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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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 2022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최설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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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에 한번 걸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주변에 한명도 없다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거라한다. 그만큼 코로나 환자가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일단 걸렸다가 치료된 사람은 슈퍼 항체를 갖는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소문일 뿐이고 또 걸릴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주인공은 그 어떤 약에도 내성이 있어 치료가 힘든 결핵 환자다. 

제목이 ‘방학’이라니 청소년소설인가보다 하는 짐작이 있었으나 아니다. 주인공은 중학생인데 또래들처럼 학교에 가지 못 하고 긴 시간을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지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미화시켜 방학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병에 걸려서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좋은 약이 개발되면서 소설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별관, 본관으로 병의 경중으로 환자를 나누어 치료하는 병원에서 즐겁게 생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매달릴 곳은 종교인데, 병원 옆 성당의 신부님과 수녀님은 그래도 나름의 유머를 간직한 분들이다. 주인공 건수는 아버지와 같은 병으로 학교대신 이 병원에 오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해 병원에 혼자 남게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러지는 장례식에서 만난 강희는 같은 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이다. 사춘기 소년답게 툴툴거리는 건수는 다행이도 신약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고, 사랑하는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꿈을 꾸게 된다. 그런데, 강희와 함께 이 병원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건수의 도움은 강희도 살릴 수 있을까? 

신약의 임상시험은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서로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약에 대한 환자들의 갈망은 삶에 대한 갈망만큼이나 진하다. 과학의 발전만큼 혜택은 그렇게 넓지 못한 것이 이 글을 읽으면서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 기억 속, 처음 한약을 먹었을 때는 8살이었다. 옆에서 오빠가 같이 먹어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엄마께서 약은 나눠먹는거 아니라며 나눠먹으면 효과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봉지에 ‘약은 용법에 따라...’ ‘약은 약사에게...’ 이런 문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그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그래서 정말 약을 나눠먹으면 효과가 없는 것일까?’ 하는 나름의 의문이 책을 덮어도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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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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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구미호식당 시리즈 3편이 약속식당이다. 2저세상 오디션을 본지 얼마 안되었는데, 2편에서는 사후세계에서의 망자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다뤘다면, 이번 3편은 망자들이 이승을 못 잊어 돌아와 이승에서 잊지못한 인연을 찾아 마지막 정리를 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죽기 전 채우는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설이와 요리를 만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설이를 도와주려다 학교폭력에 피해로 죽게된 채우는 설이와의 추억을 잊지못해 만호와 거래를 하게 된다. 이승에 돌아와 설이를 만날 시간은 손바닥의 도장 흔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는 것과 설이가 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만 단서로 다른 것은 약속받지 못 한 채, 이승에 돌아온 채우는 설이를 찾기 위해 약속식당을 열게 된다. 약속식당을 통해 만난 황부장, 왕원장, 구주미, 구동찬, 고동미는 약속식당에서 원래 살던 사람들과의 각각의 인연으로 채우 주변에 머무르게 된다.

게 알레르기가 있는 설이를 찾기 위해 설이가 좋아하던 음식을 메뉴로 연 식당에서 두사람으로 압축되는 설이의 존재. 그리고, 채우처럼 이승에서의 인연을 잊지 못 해 돌아왔지만 그 인연에 실망하게 되는 존재. 이승에서 변해버린 그 인연은 다시 태어나면서 변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 존재였으나 그의 기억속에서만 아름다운 존재였을까?

작가는 여러 형제를 먼저 잃었고, 그 형제들을 잊지 못 한 아버지의 행동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그 아버지의 형제를 잊지 못 해 하시던 행동이 이승을 떠나지 못 하도록 미련만 가지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순간, 여기에서,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에게집중하여 열심히 살라는 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내가 잊지 못 하고 있는 먼저 떠나신 분들을 어서 잊어주는 것이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집중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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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손글씨 - 나만의 글씨로 담는 나만의 시간 퇴근 후 시리즈 16
김희경(손끝캘리) 지음 / 리얼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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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2년만에 오프라인 모임으로 만난 후배들과의 대화에서 MZ세대가 근 20년 정도의 기간동안의 세대라고 하는데 나는 무슨 세대가 그렇게 길 수 있냐고 그렇다면 나도 들어갈 수 있냐고 하니 '언니는 그저 Z세대일 뿐이에요.'라는 대답에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7080세대는 세대별 인구수에서 아마 제일 많은 인구수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7080세대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일명 '레트로'감성의 문화들이 꽤 인기를 끌고 있다. 손글씨로 예쁜 편지지나 엽서, 메모지에 쓴 편지는 상대를 기쁘게 할뿐 아니라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해주는 감성의 난로 역할을 했었다. 지금도 손글씨로 쓴 편지는 그 사람의 진심을 담고 있다는 생각에 정치인, 연예인들이 중요한 시점에 많이들 활용하는듯 하다.

국민학교때 쓴 손글씨는 그저 숙제를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는데, 정성껏 쓰지 않아 공책이 정리가 잘 안되면 엄마는 새 공책을 들이대시며 다시 처음부터 베껴쓰라고 시키시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중학교 이전 내 글씨는 예쁘진않지만 나름 또박또박 글씨체였다. 내게 본격적인 손글씨의 시작은 중학교 시절 썼던 펜글씨 교본이다. 글씨가 예쁘지 않으면 선생님께도 혼났고, 그시절 나름 지성인이 갖추어야할 덕목 중 하나가 예쁜 글씨체였다. 글씨체가 예쁘지 않을때 물론 내 친구들은 '천재는 악필이다'라는 서양쪽 위인의 예를 들었지만 그건 그저 우스겟 소리에 불과했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내게 손글씨란 포스트잇에 급한 업무를 써서 모니터에 붙일때 빼고는 별로 사용할 일이 없어진 일이다.

캘리그라피가 예술로 각광을 받으면서, 정삼각형과 마름모 안에 들어가야 했던 예쁜 펜글씨체는 이제는 그냥 컴퓨터로 작업해서 인쇄하는 것으로 바뀌고 살짝 흔들리고, 옆으로 뉘이고, 자음과 모음이 살짝 언발란스한 글씨체가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예쁜 그림이 있는 노트에 시를 써서 시화를 만들때 내가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썼던 그 글씨체도 이젠 나름 예술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손끝캘리를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하게 지도하는 김희경님의 첫 책인 [퇴근후, 손글씨]는 작은 다이어리 크기이다. 양장본이어서 더욱 내 글씨를 잘 보존해줄 것만 같다. 캘리 시작을 위해 내 자신의 글씨체가 직선체인지 곡선체인지 먼저 알아보고, 내 글씨체를 먼저 연습해보라고 추천하고 있다. 나는 곡선체여서 바로 곡선체부터 연습해보았는데, 캘리라고 해서 마구 마음대로 쓰는것보다는 나름 정삼각형과 자음과 모음 사이의 간격과 크기를 맞춰 쓰여져야 예쁜 캘리가 되는 것이었다.

필사와는 다르게 글씨체를 선에 맞추어 연습해볼 수 있고, 다양한 필기도구를 활용해 같은 문구라도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아주 즐거운 일이 되었다. 가방 안에 쏙 들어가는 책이니 퇴근후가 아닌 점심시간에라도 활용할 수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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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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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응답하라 19**’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는,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이어서 나의 가난함과 부족함이 온전히 내것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날로그 시대여서 대부분의 공유된 추억들이 온 몸으로 부대끼며 겪은 것들이어서 더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불과 20, 30년전의 이야기도 이렇게 애틋한데 60년 전의 이야기는 어떨까?

 

이 소설은 2080년의 마티아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2020 코로나시대 이야기를 손주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도록 기억해낸 것이라는 설정이다.

 

이혼하려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시 한 집에 지내게 된 부모님, 이제 막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못 만나게 되어서 애가 타는 누나 로사나, 언제나 객관적이시고 별에 대한 낭만을 아시고 현명하신 할머니, 그 할머니를 사랑하시는 카를로 할아버지, 코로나 때문에 스위스의 집에 못 가고 발이 묶인 테아 가족, 코로나에 대항해 싸우는 영웅인 수간호사 가족과 바람난 그 남편 등 많은 아파트 가족들은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코로나 시대를 이겨나가고 있었다. 주인공 마티아는 어린 초등학생의 눈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 옆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하는 덕분에 팬데믹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었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코로나여서 어쩔 수 없는 상황들,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는 평범한 일상이 가장 우리에게 주어진 큰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 세상이 얼마나 우리도 모르는새 유기적으로 얽혀있는지도 깨닫게 한다. 풍족한 선진국들이 독점한 백신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1차도 맞지 못 한 나라들에게서 다시금 변이로 생겨난 바이러스는 손도 못 쓰기 때문에 다시 백신을 맞고, 또 맞고, 백신 못 맞은 나라에서 변이는 또 생기고, 또다시 세계는 문을 닫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우리가 함께, 더불어살아가야하는 이유를 배우게 된다.

 

2080년의 우리는 오늘날의 이 깨달음을 잘 새기고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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