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중년에게 말을 걸다
서정희 지음 / 마음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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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먼 길을 갈때 중간에서 한번 쉬어주면  그 길이 길지 않게 느껴질때가 있다.

나는 서울 안에서도 지하철을 타고 멀리 가야할때, 한번 갈아타야만 갈 엄두를 내고는 한다.

한 노선이어서 지하철타고 그냥 쭈욱 가면 좋지않겠냐고 하는 사람들은 내겐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이다.

꼭 중간에 한번 내려 갈아타면서 내 다리에 활력을 찾아야만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잠시 쉬어야 한다면, 초년 중년 말년 중 바로 중년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끌렸는지 모르겠다. 딱 내 삶의 방법이 제목으로 걸렸으니 말이다.

 

작가는 행복의 열가지 에너지로 '디프런시에이션, 드림, 디보우션, 디자이어, 디터미네이션, 디자인, 드라이브, 디지털, 디투어, 디바이드'을 든다.

그는 자신이 행복을 강연하러 다니면서도, 자신의 행복에 의문을 던진다.

자기 자신의 가정에 완벽을 기하지 못 함을 안타까워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 한다.

아마도 이 또한 개선의 여지가 있는 작가의 자신감에서 나온 고백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곧 맞이해야 하는 중년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대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이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어떤 사람으로 내 가족에게 비춰지고 있는지, 또 어떤 친구로 내 친구에게 남고 있는지...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 것이 중요한게 아니고 내가 나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위한 갈고 닦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좋은 중년을 맞이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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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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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나라를 가던지 빈민가는 있게 마련인가보다.

그리고, 또한 그 빈민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사는 진솔한 이야기로 다가오게 마련인가보다.

 

내가 어렸을적 히트한 드라마 중에는 '보통사람들', '달동네' 등 우리나라의 빈민촌 이야기가 참 많았다.

지금도 빈민촌 이야기는 영화로 드라마로, 또 라디오 사연으로 우리에게 가슴을 울리며 다가온다.

 

부촌의 골목은 아이들도 뛰어놀지 않고, 집집마다의 담 안에서 삶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반면 빈민촌의 골목은 항상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고 집집마다의 이야기로 서로의 담이 필요없게 골목에서 이야기가 오가기 때문에 우리에게 좀 더 다가오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아름답게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어렵게 지내온 어린시절이라도 그 당시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라고 하면 아프고 쓰린 기억도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억으로 미화시켜 놓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망고스트리트'는 에스페란자의 성장소설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감성을 일깨우는 감성소설이 아닐까 한다.

 

여러 나라에서 살자고 이민 온 빈민들이 모여 사는 망고스트리트, 옆집, 옆옆집 이야기를 어린 에스페란자의 어린 눈으로 보았을때 풀어내는 이야기 들이 그냥 소설이라기 보다는 7, 80년대를 그려낸 드라마처럼 내겐 친숙하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꿈꿔오던 집이 아니었기에 그렇게도 싫었으면서도 결국은 다시 돌아가기 위해 살았다는 망고 스트리트...

잊은 줄 알았는데 어느새 에스페란자의 삶 중심에서 에스페란자를 지배하고 있는 망고스트리트에 살던 사람들과 그들과의 기억들.

 

결국, 우리는 과거를 미화하면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즐기는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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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미겔 루이스 몬타녜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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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창시절 아무리 해도 잘 안되는 과목 중 하나가 역사, 지리 였다. 지금도 약한 분야...

‘역사를 빛낸 백명의 위인들’의 가사처럼 내게 콜럼버스는 그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에대한 역사적 가치나 그의 다른 업적, 그의 유해가 어디에 묻혀있다, 그의 자손들은 어디서 살고 있다, 그의 진짜 고향은 어디이고, 그의 종교는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사실 등은 고려해볼 생각도 못 해본 것이 사실이다.

 


이 소설은 처음에 콜럼버스에 관한 세가지 미스테리에서 시작된다.

출생지, 복잡한 서명의 의미, 유해가 묻힌 곳.

다양한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 기술하면서, 콜럼버스의 유해가 도난당하고 그 유해를 찾기위한 스페인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노력을 소설로 풀어냈다.

 


스페인의 세비야, 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도밍고에 콜럼버스의 유해가 나뉘어 묻혀있다는 가정하에 그 두 유해 모두 도난당하고, 이에 스페인 과학수사관 올리베르가 도미니카공화국의 문화부장관 알타그라시아와 과학수사관 에드윈과 힘을 합해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다.

스페인의 세비야와 마드리드, 이탈리아의 제노바, 미국의 마이애미, 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도밍고를 오가며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사건의 내용보다는 그들이 지나가는 곳곳의 장면들이 상세히 묘사되어있어 더 영화같은 소설로 느껴진다.

 


돈많은 유물에 관심이 있는 로널드와 콜럼버스에 대한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알타그라시아의 스승인 메르세데스교수까지 어느 누가 도둑일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상황으로 소설의 끝까지 이어지는 미스테리한 상황은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조금은 약한 로맨스의 라인이지만, 다양한 공간배경과 콜럼버스에 관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미스테리한 내용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점수를 충분히 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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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판타 빌리지
로라 위트콤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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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특한 소재로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고스트 인 러브'

기껏 내 상상력의 한계는 10여년전 보았던 영화 사랑과 영혼에 머물렀다.

 

어찌보면 영혼끼리의 사랑이라는 소재때문에 나의 흥미가 더 끌렸는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이 여름 약간의 서늘함과 가슴 따뜻한 로맨스 이야기 두가지 모두가 녹아있기 때문에 더욱 만족스러운가보다.

 

제임스와 헬렌은 죽을 당시의 죄책감때문에 천상으로 오르지 못 하고 이승을 떠도는 영혼이다.

각각 85년전 130년전 죽은 영혼이지만, 죽을 당시의 나이로 머물러 있기에 둘은 친해질 수 있었고,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

 

살아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불만으로 육체를 버리고 떠난 영혼에 의해 남겨진채 살아가는 빌리와 제니.

 

제임스가 먼저 빌리의 몸을 빌어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호스트에 매달려 살고 있던 헬렌을 알아본다.

자신을 알아보는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영혼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감사한 헬렌은 제임스와의 대화를 통해 그를 사랑하게 되고 영혼으로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들을 느끼길 원하게 된다.

 

결국 헬렌은 자신의 호스트인 브라운씨를 버리고 빌리의 몸을 빌린 제임스를 호스트로 맡게 되는데...

 

오감중에 청각과 시각만이 살아있는 영혼. 그러나 그 영혼들은 사랑, 안타까움, 미움을 느끼는 정신은 살아있다.

자신이 느낄 수 없는 미각과 촉각, 후각을 느끼기 위해서 헬렌은 제임스와 함께 영혼이 빈 육체를 찾게 되고, 마침 제니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약물 중독과 각종 사고의 주범이던 빌리와 지독한 기독교 집안에서 폐쇄적으로 키워진 제니는 모두 육체를 버리고 영혼이 떠날만큼 상처받은 사람들이고, 그들의 몸을 빌어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제임스와 헬렌은 상처받은 빌리와 제니로 살게 되면서 같은 상처를 느끼게 된다.

 

그들의 몸안에서 자신들의 과거를 기억해내고, 서로의 과거 상처를 위로하며 살게 되지만 그들에게는 넘지 못 할 산들이 너무 많다.

 

결국 모든걸 제자리로 돌려야 하는 때가 돌아오자, 제임스는 빌리의 영혼을 불러내기 위해 애를 쓰게 되고 먼저 떠난 제임스를 보며 헬렌도 스스로 자살을 시도하는데...

 

주인공 헬렌은 자신의 기억을 완전히 떠올리고, 50년이 넘게 자신을 불러왔을 머리가 하얗게 된 자신의 2살 아이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실수로 2살된 딸이 죽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이승을 뜨지 못 했던 헬렌은 그렇게 자신의 딸아이의 과거를 모두 보게 되고 그제사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제임스 또한 자신의 동료 죽음 앞에 괴로워했던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고, 동료의 위로로 위안을 받게 된다.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두 영혼의 영혼으로서의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은 꽤 감동이다.

 

영혼으로서 규칙을 어기면서 규칙을 알아내는, 규칙을 모르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좌충우돌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작가의 노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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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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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본 일본 단편 추리소설집이었다.

마지막 꽃다발, 붉은 강, 겹쳐서 두개, 결혼식 손님, 기묘한 신혼여행, 한마디에 대한 벌, 기이한 인연, 좋은 사람이지만, 예절의 문제, 아메리카 아이스, 식인 상어 등 11개의 추리소설이 모두 흥미 진진했다.

 

장편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단편 추리소설은 이야기의 진전이 빠르고,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요구할 때가 많다.

작은 사건사건이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눈을 팔수가 없다.

한장한장 넘기면서 머릿 속이 계속 핑핑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첫 시작인 [마지막 꽃다발]은 성전환수술로 완벽한 여자가 된 주인공이 결혼식이 가까와 오면서 받게 되는 기이한 선물과 메세지로 결혼 당일 드러나는 그녀의 정체가 반전을 일으킨다. 성전환수술을 한 주인공도 특이했지만, 완벽하게 여자로 꽃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소설을 읽는 그 짧은 순간동안 나도 완벽하게 속았다. 그녀의 과거 잠깐의 실수로 모든 것을 망쳐버린 여자로 인해 그녀는 결혼식 당일 그녀가 만든 마지막 꽃다발을 든채로 얼굴이 망가져버린다.

 

두번째 소설 [붉은강]은 치밀한 계산에 의해 오랜시간동안 계획되어 이루어지는 지능적인 범죄를 다뤘다.

변호사란 직업을 십분 발휘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처, 아이를 가진 내연녀, 애인을 살인하는 가자미.

그는 사회에선 처를 죽인 범인 무가이를 변호한, 굉장히 도덕적인 인물로 알려진다.

또한 그 범인이 출소하자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 숙식을 제공하며 돕는다.

그러나, 그의 그 모든 행동이 계산된 행동이란 것은 제3의 애인이 살해되면서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자미 변호사는 무가이에게는 훌륭한 분으로 언급되어진다.

 

[기묘한 신혼여행]은 자기위주의 상황 이해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딸아이를 차에 두고 편의점에 갔다가 강도를 당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온 주인공에게는 딸아이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딸아이 히로코의 죽음은 석연치 않다. 난로의 연료는 분명 떨어져가고 있었는데, 반이상 차있고, 커텐이 쳐져있고,,,

모든 상황이 결혼할 딸아이 죽음을 발견한 나오미가 범인으로 몰고갈 상황이다.

그는 신혼여행에서 그녀를 단죄하기로 결정한다.

그들과 같은 비행기, 같은 호텔에 투숙한 노부부가 그의 무지함을 일깨워주는 한마디.

"상대의 행동만 생각하면 좀처럼 오해는 풀려지지 않는 법이오. 정황을 잘 생각해 보시오."라는 한마디에 그는 자신의 무지함을 깨달았고, 나오미가 그의 실수로 죽은 히로코의 죽음을 상황을 연출해 감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항상 자신 위주로만 살고 있는 현대인에대한 따끔한 일침이기도 하는 내용.

 

[아메리카 아이스]는 정의가 살아있지 않은 추리소설 중 하나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 사건의 주인공, 노보루는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으로 '나'를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고, 결국은 약물중독으로 정신병원에 가둬버린다.

이런 노보루의 행동은 '나'때문에 죽은 자신의 여동생 제니퍼에 대한 복수라고 한다. 노보루를 괴롭힌 다른 친구들을 모두 죽인 반면 '나'를 살려둔 이유 또한 제니퍼가 사랑했던 사람이니까라고 한다.

결국은 노보루의 치밀한 계산된 행동으로 '나'는 착란증세를 가진 환자로 결정지어진다.

 

추리소설은 언제나 '착하게 살자'보다는 '무서운 세상이다'를 알게하는 것 같다.

여름 더위가 오싹한 내용을 읽다 보면 어느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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