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원의 지적 여정
데버라 워런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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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를 하다 보면 문득 이 단어의 어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어원을 찾아떠나는 지적 여정이라 할만하다. 게다가 문장이 딱딱하지 않은 구어체로 쓰여 있어서 읽기 편하다. 읽을수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구성은 굳이 단어를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어원은 대개 종교, 문화, 역사에서 오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책은 그보다 더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런 말 저런 말, 좋은 말 나쁜 말, 동물의 세계, 무엇이라 부르랴, 말도 가지가지 파트로 나눠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읽다 보면 언어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전해져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들이 쓰는 영어를 보면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등 대부분 유럽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단어가 없다.

무작정 단어를 암기하기 보다 한 번쯤은 어원에 대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배경지식을 알고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쓴 저자가 들려주는 풍부한 어원 지식은 '공부란 재미있는 것'이라는 신념대로 굳이 외우지 않아도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해준다. 암기한다고 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단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따라 역사 여행을 하면서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비로소 얼기설기 얽혀있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꾼인 저자의 풍부한 지식 덕분에 단어는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지고 변화하는 숨 쉬는 생명체라는 걸 곧바로 알 수 있다. 여전히 지금도 시대에 맞게 단어가 탄생하고 없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래서 어원을 알면 서양 문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한 번에 어원을 이해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틈날 때마다 펼쳐들고 필요한 부분을 파고들면 좋을 것 같다. 저자가 순서대로 읽기 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읽는 것을 권하고 있는 것처럼 순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모든 언어가 어원이 있는 것처럼 어떤 계기로 생겨나고 철자나 단어 뜻이 바뀌게 되었는지 아는 것은 재미있는 작업이다. 읽기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추천한 이유는 아무래도 어원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져간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어원을 이런 방식으로 재미를 붙여 공부하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큰 틀에서 문화까지 섭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더욱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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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
김도희 지음 / 모놀로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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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나나랜드를 찾아가는 여정은 36개국을 여행하며 4개국에 거주하는 동안 나를 가둬두었던 새장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세계를 확장해가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았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삶의 기준에 맞춰 나를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가치를 고민하고 '꿈=좋은 직업=좋은 삶'이라는 등식을 깨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내본다. 우리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은 안정적인 직장이나 직업을 가져야만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을 거라는 지점 안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엇도 새롭게 시도해 볼 생각을 갖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보고 듣고 자란 문화적 학습 효과가 우리들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 다른 것을 포용심으로 이해한다면 우린 각자를 존중하고 배려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선택지를 갖기 위해선 서로 비교하지 않고 눈치를 보면서 제한해두지 않는 태도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며 변화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세계가 넓혀지고 생각이 깨어지기 시작한 계기는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할 때부터였다. 낯선 곳에서 카우치 서핑을 하며 고생을 했지만 그 경험이 4개월간 동유럽의 리투아니아에 교환학생으로 지낸 이후로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고가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치 삶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 비슷한 생각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그렇게 우린 질문에 대한 답도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 불행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고, 대부분 남들이 사는 방식대로 살다 보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삶의 의미와 나다움에 관한 책들이 특히 한국에서 인기 많은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방향성은 갖되 미래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바로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계획한 대로만 살면 인생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에서였다. 행복의 첫 단추는 나의 삶은 내 삶대로, 타인의 삶은 타인의 삶대로 존중하는 자세로부터 비롯된다. 각자의 삶을 비교하며 저울질하지 않을 때 내게 더 집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에서부터 불행의 씨앗이 태어난다. 결국 우리의 나나랜드는 타인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 자유롭게 살아내려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삶에선 성공과 실패도 없으며, 옳고 그름의 차원도 뛰어넘는다. 그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충실하게 살아내는 그곳에 나나랜드가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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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를 위한 동물 드로잉 실전 가이드 마스터 컬렉션
팀 폰드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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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은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시리즈 중 하나로 BookAuthority 선정 "역대 최고의 자연 드로잉 책 중 하나"로 뽑히는 책이다. 150여 점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으며 동물원, 수족관, 농장, 야생 동물 공원 등에서 직접 관찰한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그리는 방법들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215 * 275mm로 A4 사이즈 판형의 양장본이라 스케치를 따라 하기에 좋다. 이 책이 스케치를 다룬 다른 책보다 월등히 뛰어난 부분은 각 동물마다 신체 구조에 대한 이해와 함께 투시도법에 따라 그리는 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신체 비율과 각도 등 하나하나 짚어가며 동물이 어떤 형태로 이뤄졌는지 알고 나면 스케치에 도움이 된다.

처음 이 책을 받아둔 순간 직감적으로 소장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스케치 연습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동물을 그릴수록 자연을 사랑하고 지구상에 살아있는 동물과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펜을 들고 그림 그리는 것에 서툰 사람이라면 빈 종이와 습작을 다룬 8 ~ 19페이지에 주목하자. 스케치의 거의 모든 기초적인 부분과 연습하는 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하려고 하기 보다 격식을 버리고 여러 가지 자세를 묘사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결과물보다는 동물의 움직임을 익히기 위한 감각을 키우는 연습이다. 현장에 나가 동물을 보며 그리는 건 익숙해진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우선 동물 그림이나 사진을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형태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자.


기초 연습, 투시도, 위젯과 기즈모, 공간과 깊이 찾기, 습작 그리기 등 필수적으로 연습하는 과정을 거치면 이제 마음에 드는 동물부터 그리는 연습을 해보자. 동물마다 골격, 특징, 움직임이 다른 만큼 그리는 과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색채를 입혀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동기부여는 확실하게 된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황홀한 기분이 드는데 깊이 파고들수록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연관 관계와 공통되는 특징을 우선 읽고 포유류, 조류, 어류에 따라 뼈대와 구조를 익힌다면 어느새 동물해부학까지 알아야 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동물에 대한 공부도 되고 동물 스케치의 즐거움을 깨닫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오래 두고 스케치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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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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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인구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율은 34.5%로 전체 가구 구성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제 '핵개인의 시대'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또한 출생률은 갈수록 떨어지더니 합계출산율이 2022년 기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다. 그래서 사회 각계각층에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내다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급변하는 변화의 속도에 과연 적응하며 어우러져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져간다.

"모든 것은 연쇄작용입니다. 우리를 길러준 세대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두의 삶이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사회가 각자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서로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기존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개인의 삶을 인정하면서 여러 형태의 '대안 가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하다.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단일민족'이라는 강요된 동질성에서 이제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사회가 인구 감소에서 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대한 외국인들이 많아졌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내 방식대로 추구한 게 아니라, 성공할 만한 것을 부모와 주변의 말만 믿고 우르르 쫓아갔다가 낭패를 보니 서로가 억울한 것입니다. 그 억울함과 억하심정이 이제 수백만 명의 가슴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개인화가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개인에 대한 탐구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생략된 채 사회가 정해놓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맹목적인 믿음을 안고 달려간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 나는 시험 앞에 좌절을 겪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자책과 혼란은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나. 오랫동안 정책 된 학원형 교육 시스템의 공평하지 못한 경기장에서 부의 대물림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표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무한 경쟁을 강요한다. 마치 우리 사회를 함축적으로 담아놓은 듯 개인은 끊임없이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모두들 근사한 타이틀과 이력을 얻기 위한 목적에만 집중하고 있는 탓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갈수록 개인의 비중과 역량을 커질 것이다. 이 책은 급속도로 핵개인화가 이뤄지는 시대에 맞춰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래서 개인이 스스로 자립하여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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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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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현 대통령과 총리의 실명이 언급되며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수단 내전 등 민감한 국제 정세를 작가만의 필력으로 초반부터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케빈, 스토니, 미하일 등 주요인물을 통해 미국에서 극비리에 진행 중인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 팀이 주요 사건의 중심에 개입하게 된다.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초반부는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내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민간인이며, 그들의 삶을 얼마나 비참하고 참혹하게 만드는지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러시아 병사들에 의해 유린당한 미하일 가족에게 닥친 비극과 수단에서 힘없는 여성들이 군벌들에 의해 집단 강간을 당하는 장면은 전쟁이라는 광기에 매몰된 비극의 현장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14년 2월부터 시작되었지만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분쟁은 전면전 양상을 띠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피해를 유럽을 비롯한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세계 물가가 오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 중심에는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이 있으며, 현재 푸틴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전쟁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푸틴에 의한 전쟁의 광기가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썼다고 본다. 러시아가 세계에 위협이 되는 건 바로 세계 1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케트로부터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끔찍하다. 하지만 과도한 권력 남용은 내부 반발을 가져오고 소설처럼 푸틴의 폭정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역시 김진명 작가라고 생각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속도감 있게 풀어냈고,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가방의 존재로 인해 한시도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전쟁은 우리나라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여길 때가 있는데 세계는 경제로 얽혀 있어서 곡물, 에너지 생산이 저하되면 물가는 급등하게 마련이다. 이 모든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알짜배기 땅을 점령하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고 침공을 감행한 푸틴에게 있다. 과연 소설 제목처럼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는 바람이 있지만 현실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역시 핵과 관련된 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인지라 시간 순삭 되듯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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