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 모든 일에는 옳고그름이 있다. 그 '그름' 이 법을 위반할 정도의 일이라면 재판으로 가는 것이 인간들의 해결방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동화들 속에도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 의아한 행위들이 있다. 저자는 이를 소크라테스 변호인과 함께 법의 눈으로 해석했다.

저자는 법을 해석함에 6가지 진술로 사건유형을 분류했다.
1.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성냥팔이 소녀가 길거리에서 얼어 죽어갈 때, 그 길을 그냥 지나친 행인은 잘못일까? 도덕성을 보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적용한다면 유죄이지만 도덕은 법과 다르다.
2.죄에도 공식이 있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죄일까? 잘못한 일은 맞지만 법에 있는 죄만 죄라는 '죄형법정주의' 에 의해 지금은 죄가 아니다.
똑같은 일이라도 고의와 과실은 다르다. 도로시의 집이 마녀를 깔아 죽게 만들었지만 고의는 아니므로 죄가 아니다.

3.벌할 수 없는 죄도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를 죽인것은 '정당방위' 이다. 고의가 들어갔지만 죄는 아니다.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가 만약 케이트를 밀치고 자신이 살았다면 죄일까? 재난상황에서 목숨 건 행동은 무죄다
검투사 막시무스의 살인은 '강요된 행동' 이므로 무죄가 될 수 있다.
4.재판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이 있다. 열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한명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미란다원칙' 도 그런 의미에서 미리 고지하는 것이며, '증거재판주의' 도 억울한 피해자를 막기위함이다. 위법한 수사로 얻는 증거나 함정수사는 안 되며 '일사부재리의 원칙' 에 의해 반복하여 수사하는 것도 막고 있다.

5.거의 모든 재판에는 돈 문제가 걸려있다.
~민사재판은 대부분 돈 문제다.
개인간 계약이 있었다면 그 자체로 인정받는 것이 '사적자치의 원칙' 이다. 그러나 예외사항도 있다. '베니스의 상인' 어 나오는 살1파운드를 베어낸다는 계약은 애초에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는 무효다' 에 따라 계약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6.같은 사건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재판은 형사와 민사로 나뉘기 때문에, 같은 사건이라도 형사와 민사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니콜을 죽인 OJ 심슨 사건에서 심슨은 형사재판상 무죄를 받고, 민사재판에서는 유죄를 받아 니콜 가족에게 배상결정이 났다.

인간사의 복잡한 일이 항상 뚜렷하게 명징되는 것이 아니기에 인간들은 법을 만들어 잘잘못을 뚜렷히 가리고 있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 보면 원칙 안에 다양한 예외사항이 있고 지켜해야 할 룰들이 많았다. 결과만 보면 죄이지만 죄가 아닌 것도 있고, 죄가 아닌 것 같지만 죄인것도 있다. 인간세계는 정말이지 복잡하고 미묘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동화와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소재로 법을 설명하니 확실히 쉽게 이해가 되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바빠도 글쓰는 마흔입니다 - 다섯 여자의 치유와 성장 글쓰기 조언
강은영 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수는 확 줄어든다. 고로,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은 독서를 좋아하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모든 이가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input 인 독서는 약간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output 인 글쓰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 과정들을 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게 본다. 요리를 위해 좋은 재료를 사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하려면 나름의 레시피와 노하우, 손맛 그리고 타고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힘들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완성해 낸 나의 요리가 제법 맛을 내고 있으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에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던 독수리 5형제 같은 다섯 여자의 글이 있다. 독서를 좋아하고 글도 좋아하지만, 막상 글을 내보이기엔 쑥쓰러워 한다.
뭐 어떤가? 처음부터 문학상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강은영 작가의 말처럼 글은 써봐야 알 수 있다. 모든 준비가 된 상태에서 글을 쓸 수는 없다. 걸음마하며 넘어져 보지 않은 아이는 절대 뛸 수 없다.

글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같아서 시작과 달리 엉뚱한 곳으로 튀기도 한다. 얼른 달려가 잡아오지만 또 튀어나간다. 그런 순간을 모두 겪으며 지금에 이른
5명의 작가들은 글쓰기에서 겪은 나름의 어려움과 비법을 이야기해준다.
각각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죽이되든 밥이되든, 용감하게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것이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비법이지만 끝까지 해내는 사람도 잘 없는 비법이다.

글쓰기는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도 수다떨 듯, 글로 떠들다 보면 진짜 내가 보이고 인생의 답도 얻고 용기도 얻는다.
우리 모두는 한때 문학소녀였다.
어느 순간부터 삶에 치여 떨어지는 낙엽과 사색할 시간이 없어졌다. 글쓰는 시간은 바로 그때로 나를 데리고 가 잊고있던 나를 찾아준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바빠도 글을 쓰자.'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성숙도 이뤄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내며 삶의 보람을 찾아간다면 이 사회도 더 풍성하고 성숙해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꼬리가 되어 줘 푸르른 숲 56
하유지 지음 / 씨드북(주)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눈 마을에는 양눈을 가진 이가 비정상인것 처럼, 꼬리 달린 사람들만 살아가는 세계에 꼬리없이 태어난 새미는 비정상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다수와 소수로 결정난다.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는 순간, 수치스러워지고 열등해진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고 느끼면 어떻게든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아픈 곳 하나 없었지만 꼬리없이 태어난 딸의 인생을 위해 새미의 부모는 쉼없이 일했다. '시네 카우다 증후군' , 새미의 공식 병명이다. 가짜 기계꼬리를 달고 산 삶은 언제나 외톨이었고 모두가 측은해 하는 대상이었다.
어느 날, 병으로 죽어가던 진미아가 새미에게 자신의 꼬리를 주기로 결정하며, 드디어 새미에게도 꼬리달린 인생을 살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진미아는 자신도 이식받은 재활용꼬리 임을 밝히며 그 꼬리가 이식받은 5살부터 줄곧 낯설고 불운했다고 말한다.
새미는 꼬리가 없어서 늘 불행했는데, 미아가 이야기하는 반대의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꼬리가 생긴 새미의 인생은 새로워진다. 이전에 '시네' 로 불리며 누리지 못했던
14학교에 다니고 특별장학금도 받는다. 하지만, 미아의 이식꼬리인걸 아는 친구들은 저주받은 꼬리라며 피한다. 아름다운 꼬리만 생기면 행복할 줄 알았지만 꼬리는 통제가 안 되고, 주위 시선은 따갑다.
그때 '꼬리없는 마을' 의 이야기를 듣는다.

인생의 목표를 정해 그것만 보고 달려갔지만 그곳이 최종 목적지가 아님을 느끼는 시간들이 있다.
남들과 다를 땐 같아지려고, 같을 땐 달라지려고 버둥대지만 정작 그 길의 끝은 예상과는 다르다. 이루었다는 잠깐의 기쁨과 환희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목표를 잃고 허둥대기 시작한다.
꼬리는 '세상이란 기차에 타게 해주는 승차권' 이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어디로 , 어떻게 가야할 지는 본인의 몫이다. 그 길이 옳은 지, 아닌 지도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꼬리없는 마을' 은 '꼬리가 없어도 되는 마을' 이었다. 꼬리는 시기와 질투, 탐욕의 상징인지도 모른다.
새미는 꼬리없는 마을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어느 마을이 우리에게 더 행복을 주는 마을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필요하다" 는 말이 있었다. "엄마" 라는 단어가 주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인데,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챙겨주는 존재!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이불에서 쏙 빠져나와 나를 꾸미고, 일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밥상과 보송한 옷을 언제나 제공받고, 때로는 감정 쓰레기통으로서 나의 짜증까지 받아주는 존재말이다.
그래서 엄마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 가장 신성한 가정내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무한반복의 노동은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의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이것은 삶의 가장 큰 선물이니 거절한다는 것은 마치 신성모독이자 크나큰 사회의 위계질서를 깨는 큰 죄인양, 강제로 아내와 엄마에게 떠안겨진다. 그 바탕에는 거부할 수 없는 죄책감을 깔아두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인권이 더 나은 서양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니, 가족중심적인 한국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이 더 심각하다.
'며느리' 의 의무는 왜 사위보다도 심지어 아들보다도 많은가? 왜 수많은 장녀들은 대우받지 못하면서도 의무와 도리만 남아있는가? 최근에 생긴 딸 선호사상 조차, 노후에는 딸이 더 잘 챙겨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돌봄노동은 감정노동의 극대치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의 특성상 어떠한 식으로든 몸과 감정이 같이 소모된다.
대부분, 돌봄노동은 가족이라는 틀안에서 일어난다. 여성은 좋은 삶과 행복을 책임질 의무를 떠안고 있다. 그 일이 고되더라도 내색할 수 없고, 댓가도 없으며, 인정도 받지 못한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새로운 노동의 재생산에 꼭 필요한 '재생산 노동' 임에도 여전히 무임금의 '놀고먹는 행위' 로 통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는 여성에게도 같은 수준의 수익창출노동을 요구하면서 남성보다 더 많은 양의 돌봄도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다.

언젠가 본 통계에서,
"부부 중 남편이 암에 걸리면 아내가 간병을 하고, 아내가 암에 걸리면 남편은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를 보았다.
평생 함께한 아내를 위해 자신이 돌봄을 해줄 의향은 없고, 이제부터 아내가 자신을 위해 가사노동을 해주지 않다는 사실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 돌봄노동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이 책은 현대 남성들이 싫어하는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둔 책이다. 그러나 복잡한 여성학이론을 차지하고라도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떠 안겨진 돌봄노동의 현실만큼은 남성들도 깨우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비혼주의와 저출산에 큰 영향력을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빼고 이성적으로 읽으려 했지만, 책에 나온 사실 직시보다 한국의 현실은 더 나쁘다는 것에 감정이 다소 들어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일 네 컷 사진관 - 내일을 찍어 드립니다 환상책방 16
제성은 지음, 최재욱 그림 / 해와나무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일 있을 작은 행운 하나를 포기하고, 내일을 보여 드릴까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건드리는 질문이다. 미래를 미리 알고 통제력을 가지고 싶은 욕망과 이미 내 것일 행운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욕망.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내일 일어날 일을 미리 안다는 상상을 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바로 이 일이 5학년 정우에게 일어난다. 정우는 갑자기 비가 오는 것도, 혼자만 남자 짝궁을 만난 것도 모두 자신이 운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성격이다.
어느 날, 비를 피해 들어간 네컷 사진관의 사진기계 화면에서 질문을 받는다
"내일 있을 작은 행운 하나를 포기하고, 내일을 보여 드릴까요?" "네"
정우가 받아든 사진에는 내일 있을 수학시험의 답이 쓰여진 사진이었다.

미리 본 '내일' 의 효과를 톡톡히 본 정우는 이제 작은 행운따위 포기하는 건 중요치 않다. 어차피 자신은 운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사진 네컷에는 내일 일어날 중요장면 4장을 볼 수 있다. 정우는 미리 본 미래를 이용해 계속 시험을 잘 보고 학교생활도 수월하게 해나간다. 친구들은 정우를 예언자라고 부른다.
다가 올 모든 행운을 버린 정우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나는 사람에게 주어진 행운과 불행이 일정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운 좋게 로또복권에 당첨된 이들의 끝이 좋지 않은 것처럼, 노력없는 큰 행운이 갑자기 왔다면 그만큼의 댓가가 있으리라고. 내가 애쓴 만큼, 가지는 것이 좋다.
불완전한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피하기 위해 미신을 찾기도 하고, 자신만의 징크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未來) 는 아직 오지 않은[未] 내일[來]을 의미한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
어차피 인간은 미래를 절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겸허히 다가올 날을 받아들이 것이 좋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