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역설 -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김준혁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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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현 시대, 돌봄의 위치와 돌봄에 대한 인식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보통 어린이, 노인, 장애우, 환자들의 경우이다.
이 책의 저자는 소아치과 전문의이자 의료윤리학자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돌봄과 관련한 현실을 인식했고 이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 연구했다.

과거, 돌봄노동은 어머니들의 몫이었다.
아이를 낳아 어른이 될 때까지 돌보고, 가족 내 환자가 생기면 간호와 간병을 하고, 가정 내 노인들도 돌보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사회활동 비율이 높아지면서 오로지 돌봄만 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은 없어졌다.
그로 인해 베이비시터, 어린이집 교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의 돌봄관련 직업들이 생겨났지만 돌봄에 필요한 만큼의 인력공급이나 시간이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비용과 질적인 부분에서도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취업난이 존재하고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는 계속 느는 데, 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지속될까?
이제까지 돌봄은 어머니들의 영역이었던 지라 댓가없는 봉사와 헌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은 힘들지만 사회적 인식과 가치는 낮고 임금도 높지않다. '필요는 하지만 나는 하기 싫은 일' 에 수준높은 노동자가 유입될 리 없으니,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만족도가 낮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돌봄이 없다면 미래는 없다. 맞다.
돌봄은 신성한 일이다. 그것도 맞다.
but, who?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역사, 문학, 윤리 등등을 살피며 많은 사례들을 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한다.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조선족, 중국인, 동남아인들이 돌봄 노동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만족도는 낮다.

어느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은 상생하기 위해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돌봄에 대한 인식과 대우도 달라져야 한다.
간혹, 들리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비인간적 행위들에 분노를 느낀다. 지금의 돌봄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은 살아생전 인권을 보호받아야 하고, 마지막 순간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제는 본인의 집에서 간병, 간호,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평온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돌봄의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도리, 의무, 사랑 등등의 말로 포장만 하기에는 늦었다.
쓰라리지만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드러내어 함께 해답을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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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 트라우마 회복 후 성장하는 5단계 프레임워크
에디스 시로 지음,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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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은 없다.
크든작든 트라우마는 인간이 겪는 경험의 일부로 인생에서는 불가피한 부분이다.
모든 이들은 고통에서 빨리 회복하고 싶고 비극이 닥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트라우마는 파괴의 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힘도 가지고 있다.
이것이 'PTG 외상후 성장' 이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단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는 트라우마와 연관되는 초기 단계 중 하나이다. 트라우마 자체는 사건이나 경험의 강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오는 것이며, 언제나 관계적이고 문화적이며 정치적이다. 그래서 모든 문화에는 그들만의 트라우마가 있다.
트라우마는 급성, 만성, 복합, 집단, 역사적, 세대간, 발달, 이차적 트라우마로 나눌 수 있는데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유형에 따라 처리방법이 달라진다. 당연히, 안정적 애착유형이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는 '회복력' 이 있으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회복력이 좋은 사람들은 쉽게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치유의 과정은 거치지 않으므로 상처는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PTG로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저자는 5단계를 소개한다.
1.인식의 단계-자신의 고통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2.각성의 단계-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에서 안전히 보호받는다.
3.형성의 단계-다른 관점과 사고를 가지며 긍정적인 가능성을 본다.
4.존재의 단계-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다.
5.전환의 단계-삶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지혜를 가지며 성장한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 쭉 뻗은 직선길이 아니듯 마음을 치유하고 PTG 로 가는 길도 직선은 아니다.

이 책을 보며 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이 생각났다.
기쁨이는 항상 즐겁고 '할수있다' 를 외친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불안도 있고 슬픔도 있다. 툭툭 털고 금새 일어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바닥을 치는 슬픔을 겪고 자신을 인식하며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때, 인간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비온 뒤 땅이 더 굳고, 역경을 극복한 이들이 더 강해지고 위인이 되기도 하나보다.
그동안 트라우마와 PTSD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인식을 깨지게 해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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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상도 - 단조로운 일상 속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는 감각
유병욱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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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그 섬세한 감각의 감도를 '해상도' 라고 표현한 작가의 해상도에 경이를 표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새로움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작가, 화가, 음악가처럼 예술과 창작의 영역에 있는 경우가 많고, 자신만의 감각과 능력으로 한껏 표현해낸다.

광고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는 역시나 카피라이터 답게 그들의 능력을 한단어로 멋지게 정의했다. 해! 상! 도!
난 이 단어에 너무 감동받았다.
그랬다.
평범한 이들의 눈에 절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해상도의 문제였다. 누군가의 눈에는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또 누군가의 눈에는 흐릿하게라도 보이지 않는 이유.

그들은 센서가 남다르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가진 것 많은 수전노보다 가난한 예술가가 더 행복할 수도 있는 이유이다.
광고계는 똑같은 물건을 보고도 새로운 것을 발견해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늘 보던 방식이 아닌 다른 관점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편견을 깨고, 숲도 보고, 나무도 보고, 나무 속 나이테도 본다.

발견하고 나면 마음껏 음미하고 느껴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 다양한 필터를 쓰듯 광고는 '겹' 이라는 당의를 입힌다. 뽀샤시한 포토샵 같은 것이랄까?
런던이 런던다운 것, 파리가 파리다운 이유가 그들만이 가지는 겹을 우리가 알고 즐기기 때문이다. 멋져서 더 잘 즐기고 근사하게 음미할 수 있다.
이쪽저쪽, 요리조리, 크게보고, 쪼개보며 자꾸 보다보면 머리를 띵 때리는 신선한 생각이 떠오른다. 창조의 순간이 온 것이다.
그렇게 떠오르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미처 주워담지 못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곤 한다. 많이 발견하고, 많이 느낀 만큼 쏟아진다.
그때부터는 시작이 반이다.

창조의 세계, 광고인들에게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고 한다.
'마감' .
그렇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초적인 힘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이 너무 맘에 든다.
종종 내가 느끼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복잡한 감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의 해상도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지 가이드 받은 기분이다.
나의 해상도로 제대로 보았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예쁜 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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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코디네이트, 인생이 바뀐다
요시타케아사코 지음, 이슬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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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쉽고 편한 핑계 '바빠서 못했다'
이 말을 대체 얼마나 하고 살았던가? 뜨끔하고 부끄럽다.
세상이 모두에게 주는 공평한 기회는 하루24시간이다.결국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바뀐다.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를 타임 코디네이터라 칭한다. 자주 듣는 플래너라는 말보다 훨씬 세련되어 보인다.
시간을 잘 활용하자고 해서 자신에게 무리할 정도로 스케쥴을 짜라는 말이 아니다. 시간을 잘 정리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어영부영 킬링타임을 없애라는 것이다.

계획은 목표달성의 80프로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목표달성에는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 실행가능한 계획, 미래를 바꿀 당장의 행동' 이 필수요소이다.
이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마음을 가지거나 버거운 예상시간, 거창한 과제를 세우면 실패하기 쉽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목표를 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잊거나 미룬다. 그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1년 목표를 3개월 목표로 4가지로 나누고, 3개월 목표도 한달 목표로 나눈다. 한달 목표도 일주일과 하루 목표로 나누는 과정을 거치며 수행하기 좋다.

일도 큰 일에서 중간일, 작은 일로 세분화하여 기록하고, 예상시간과 버퍼시간을 넣되 시간에 쫒기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정해서 할일을 관리한다.
3:3:4 법칙은 당장 해야 할일의 시간: 사람들과의 관계시간: 미래를 위한 시간을 쓰는 비율이다.
사람은 하루에도 최대 3만 5천번의 결정을 한다고 할만큼 결정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습관을 만들어 그 시간들을 줄이고 다이어리도 써보자.

계획과 시간관리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껏 계획만 열심히 세우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근사한 계획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은 계획을 잘 세우는 법과 더불어 인간이기에 실패하게 되는 심리적 문제들을 조정하는 방법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곧 새해다. 구상하는 일도 있다.
2025년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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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9 - 드뷔시, 소리로 그린 풍경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9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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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평론 출판사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수업 시리즈 9번째는 드뷔시이다.
드뷔시는 다른 주인공들에 비해 덜 알려진 작곡가지만 20세기 예술음악 중 오늘날까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을 정도로 자신만의 사운드를 찾고 직접 음계나 화성을 만들기도 한 천재이다.

그의 음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19세기 후반의 파리는 예술과 가스등, 에펠탑의 산업이 함께 꽃피는 아름다운 시절이었지만 드뷔시는 가난한 하층민이었고 1차대전도 겪었다. 그래서 그 시대는 극단의 시대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활동한 시기에 드뷔시도 인상주의 음악을 공유한다. 음악은 그림보다 더 자유로웠다. <달빛>을 들으면 절로 모네의 그림이 떠오른다.

그러나 천재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 싶었을까? 가곡 <만돌린> 을 짓기도 하고 ,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두 개의 아라베스크> 같은 작품도 있다
<바다> 는 부제로 '세 교향적 스케치' 로 불리는 데, 눈에 담은 바다를 청각적으로 스케치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구성이 마치 그림같기도 하고 소설같기도 하다.
그의 실험적 도전은 이게 끝이 아니다. 서양악기 피아노로 동양적인 느낌을 전하기 위해 '도레미솔라' 5음만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세계대전은 피할 수 없는 역경이었다.
그 시기, 그는 프랑스 음악가로서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암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세개의 소나타를 작곡하여 프랑스의 영혼을 심으려 했다.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견디며 작곡하였음에도 그 음악들은 평화롭기까지 하다

난처한 클래식수업 시리즈가 매력적인 건, 역사책을 방불케 할 만큼 시대를 잘 설명해주고 기록사진과 자료들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각적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며 음악까지 함께 들을 수 있어 드뷔시의 삶과 음악에도 흠뻑 빠진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드뷔시에 대해 잘 몰랐었다. 새로 알게 된 드뷔시의 생애와 음악은 한 편의 음악영화처럼 깊은 슬픔속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가 겪은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열망을 지금 우리는 음악을 통해 듣고있다. 마치, 19세기 후반 파리를 거닐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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