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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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필요하다" 는 말이 있었다. "엄마" 라는 단어가 주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인데,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챙겨주는 존재!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이불에서 쏙 빠져나와 나를 꾸미고, 일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밥상과 보송한 옷을 언제나 제공받고, 때로는 감정 쓰레기통으로서 나의 짜증까지 받아주는 존재말이다.
그래서 엄마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 가장 신성한 가정내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무한반복의 노동은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의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이것은 삶의 가장 큰 선물이니 거절한다는 것은 마치 신성모독이자 크나큰 사회의 위계질서를 깨는 큰 죄인양, 강제로 아내와 엄마에게 떠안겨진다. 그 바탕에는 거부할 수 없는 죄책감을 깔아두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인권이 더 나은 서양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니, 가족중심적인 한국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이 더 심각하다.
'며느리' 의 의무는 왜 사위보다도 심지어 아들보다도 많은가? 왜 수많은 장녀들은 대우받지 못하면서도 의무와 도리만 남아있는가? 최근에 생긴 딸 선호사상 조차, 노후에는 딸이 더 잘 챙겨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돌봄노동은 감정노동의 극대치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의 특성상 어떠한 식으로든 몸과 감정이 같이 소모된다.
대부분, 돌봄노동은 가족이라는 틀안에서 일어난다. 여성은 좋은 삶과 행복을 책임질 의무를 떠안고 있다. 그 일이 고되더라도 내색할 수 없고, 댓가도 없으며, 인정도 받지 못한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새로운 노동의 재생산에 꼭 필요한 '재생산 노동' 임에도 여전히 무임금의 '놀고먹는 행위' 로 통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는 여성에게도 같은 수준의 수익창출노동을 요구하면서 남성보다 더 많은 양의 돌봄도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다.

언젠가 본 통계에서,
"부부 중 남편이 암에 걸리면 아내가 간병을 하고, 아내가 암에 걸리면 남편은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를 보았다.
평생 함께한 아내를 위해 자신이 돌봄을 해줄 의향은 없고, 이제부터 아내가 자신을 위해 가사노동을 해주지 않다는 사실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 돌봄노동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이 책은 현대 남성들이 싫어하는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둔 책이다. 그러나 복잡한 여성학이론을 차지하고라도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떠 안겨진 돌봄노동의 현실만큼은 남성들도 깨우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비혼주의와 저출산에 큰 영향력을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빼고 이성적으로 읽으려 했지만, 책에 나온 사실 직시보다 한국의 현실은 더 나쁘다는 것에 감정이 다소 들어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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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네 컷 사진관 - 내일을 찍어 드립니다 환상책방 16
제성은 지음, 최재욱 그림 / 해와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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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있을 작은 행운 하나를 포기하고, 내일을 보여 드릴까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건드리는 질문이다. 미래를 미리 알고 통제력을 가지고 싶은 욕망과 이미 내 것일 행운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욕망.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내일 일어날 일을 미리 안다는 상상을 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바로 이 일이 5학년 정우에게 일어난다. 정우는 갑자기 비가 오는 것도, 혼자만 남자 짝궁을 만난 것도 모두 자신이 운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성격이다.
어느 날, 비를 피해 들어간 네컷 사진관의 사진기계 화면에서 질문을 받는다
"내일 있을 작은 행운 하나를 포기하고, 내일을 보여 드릴까요?" "네"
정우가 받아든 사진에는 내일 있을 수학시험의 답이 쓰여진 사진이었다.

미리 본 '내일' 의 효과를 톡톡히 본 정우는 이제 작은 행운따위 포기하는 건 중요치 않다. 어차피 자신은 운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사진 네컷에는 내일 일어날 중요장면 4장을 볼 수 있다. 정우는 미리 본 미래를 이용해 계속 시험을 잘 보고 학교생활도 수월하게 해나간다. 친구들은 정우를 예언자라고 부른다.
다가 올 모든 행운을 버린 정우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나는 사람에게 주어진 행운과 불행이 일정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운 좋게 로또복권에 당첨된 이들의 끝이 좋지 않은 것처럼, 노력없는 큰 행운이 갑자기 왔다면 그만큼의 댓가가 있으리라고. 내가 애쓴 만큼, 가지는 것이 좋다.
불완전한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피하기 위해 미신을 찾기도 하고, 자신만의 징크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未來) 는 아직 오지 않은[未] 내일[來]을 의미한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
어차피 인간은 미래를 절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겸허히 다가올 날을 받아들이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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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거지빌라
나주희 지음 / 북시그니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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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 같은 느낌의 모순적인 제목 '리치거지' 빌라!
'아름다운 난초' 라는 멋진 뜻을 지닌 가난산이 있는 가난동에 엄지 손가락을 의미하는 거지(巨指) 빌라가 있다. 거지는 빌라 주인의 아호라고 하는 데, 발음과 의미가 심하게 상충하는 이곳에는 1.2.3층과 옥탑방까지 10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극단적인 이름의 동네와 빌라지만 사람들은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서민들이다.

가난한 가수, 화가, 요리사, 감독지망생의 31살 동갑내기 남자 4명은 3층의 주민들이다.
2층에는 6살, 9살 남매를 둔 부부가 사는 데 안타깝게도 아빠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중이다.
어느 날, 옥탑방에 들어와 살게 된 51세 마리아는 좀 색다른 사람이다. 이름도 예수 어머니 성모 마리아와 같더니, 그녀는 '서로 사랑하라' 는 아버지의 명령을 삶에 실천하려 한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위치, 건물, 사람에게 까지 이름을 지어주며 정체성을 부여해 준다. 물론, 독자마다 해석의 여지는 다를 수 있다.
또한, 독특하게도 작가 스스로 이미 이 소설의 소재를 사랑, 로맨스, 판타지, 액션, 코미디, 범죄, 스포츠, 사투리 임을 밝힌다. 심지어, 많은 대화문과 기독교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리 주의도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위트넘치는 설정이 한 가득이지만, 각종 에피소드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고, 주워 듣고, 뉴스에서도 종종 보는 소시민들의 일상이다.

2층 남매의 엄마 시하는 남편의 사고 이후, 교회에 다니지만 그럴수록 하나님이 원망스럽다. 왜 자신들의 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하루하루 삶에 지친 서민들에게는 하나님의 신성함도 사치일 수 있다. 그들에게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살길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타인의 삶에 둔감해지고 차가워진다. 아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사랑은 오고 가는 것이기에 받아보지 못한 이들은 주는 법도 모른다.
이때 , 마리아가 나타났다.

때로는 사랑과 온정의 작은 행위 하나로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꽝꽝 얼어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녹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너무 리얼한 현실극이면서도 판타지 같다. 모두가 꿈꾸는 따스함이 위대한 신이 아닌, 리치한 부자들의 금전도 아닌 그저 작은 한 사람으로 부터 시작됨을 보여주니 말이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도와 교훈이 빠르게 읽히고 생동감 넘치는 각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든다. 느껴지는 감동이 잔잔하고 오래가서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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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 시작한다 - 변우민, 변지원 남매가 들려주는 한국의 텔레비전 이야기
변우민.변지원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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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추억이 되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정규방송보다 유튜브와 OTT를 더 많이 보는 시대다.

이 책의 저자인 변우민 배우를 잘 알 정도로 나는 텔레비전이 낭만 그 자체였던 전성기를 보냈다.
집에는 인터넷이 없고 겨우 비디오 테이프를 보는 것이 문화생활이었던 시절, 텔레비젼과 tv프로그램의 위상은 대단해서 집집마다 어느 채널을 보느냐로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서로 다투어야 했으니 말이다.

텔레비젼 이야기를 하니 나도 괜스리 아련해져 오는 데,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변우민 배우의 느낌은 더 남다를 것이다. 그는 텔레비전이 최근에 너무 박대당하는 것 같아 가슴아프다고 한다.
이에 그는 동생과 함께 이 책에서 텔레비전의 시대를 추억하며 그 시대가 우리에게 준 의의와 영향력을 되새겨 보고 다가 올 뉴미디어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지금 인터넷이나 게임중독이 우려되는 것처럼 한때 텔레비전도 바보상자라며 손가락질 당하던 적이 있었다. 화려한 영상에 빠져 공부, 일은 안 하고 눈만 나빠진다고 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울고 웃으며 억압의 시대에 감정을 분출하며 살았고, 뉴스를 보고, 교육도 받았다.
지금처럼 상시방송이 아니라 오후 5,6시는 되어야 화면조정시간과 애국가로 시작되어 어린이 프로그램부터 방영되니 방송시간이 짧아서 모두가 기다리는 시간일 수 밖에 없었다. 미군방송 AFKN 조차 인기였을 정도니, 당시에는 시청률 50프로도 많았다.
저자는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 >, <아파트> 등도 이야기하고, 그 시절 배우 최진실씨 이야기도 하는 데 정말 그립다.

책을 보다보면 이 책의 모든 내용들이 마냥 과거의 추억만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느낌이 든다. 텔레비전의 형태에서 약간의 스핀오프를 했을 뿐, 우리는 여전히 언론과 미디어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드라마와 예능을 즐기며 그 안에서 장점과 단점을 모두 수용중이다.
결국, 인간사는 형태만 달리할 뿐 반복되는 평행이론 같다.
삐쭉 튀어나온 안테나와 두툼하고 뚱뚱한 브라운관, 지직거리면 꼭 한번씩 때려줘야 했던 그 시절 tv 와 함께 지금의 기성 세대들이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을 키우며 성장했다.

개인적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변우민 배우 남매가 tv의 시대를 책으로 남겨줘서 고맙다. 언젠가 이 책의 내용들을 기억하는 세대도 떠나면 역사가 되어 남겠지.
오늘 하루는 추억의 드라마를 찾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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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부터 낮춰야 살 수 있습니다 - 약에 의존하지 않고 혈압을 낮춰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법
가토 마사토시 지음, 윤지나 옮김 / 서사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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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스틱' 이라는 말이 있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식사와 운동, 동양의학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증상에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 가토 마사토시는 이 분야의 최고권위자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노년층의 다수가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로 고혈압은 국민병이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140mmHg 이상, 확장기 90mmHg 이상일때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혈압은 시시때때로 변하기에 일시적으로 올라도 원래대로 금방 돌아가면 문제가 없다.

고혈압은 대부분 나이가 들거나 운동 부족으로 인해 근육과 혈관, 심폐기능이 약화되면서 주로 생긴다.
혈압에는 개인차가 있어서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올랐거나 혈압수치가 나이+90 이내로,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다면 무서운 것은 아니다.
무서운 증상은 혈압이 갑자기 상승했거나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경우, 손발저림, 붓기, 숨이 차고 두근거린다면 하루빨리 병원치료가 필요하다.
혈압을 낮추는 것에 염분 제한은 큰 의미가 없고, 약으로 혈압을 낮추면 혈류를 감소시켜 수족냉증이나 백내장, 녹내장, 현기증, 치매의 확률이 높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혈압을 낮추는' 7일 최강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기본은 4가지다.
가토식 스트레칭, 혈자리 합곡혈 지압, 가토식 호흡법, 매끼 단백질 섭취이다.
책에는 많은 그림과 표, 그래프 등으로 스트레칭, 지압, 호흡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이 단백질 섭취다. 단백질은 유연한 골격근과 혈관을 유지해 혈압을 안정시켜 주기에 매일 체중1킬로당 1그램은 꼭 섭취하자.

나는 아직 혈압에 문제가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책에 실린 스트레칭과 호흡법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집에서 tv시청을 하면서도 충분히 해볼 수 있어 좋았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도 없다. 이왕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면 알차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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