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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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존재의 모든 것을 by시오타 다케시

~1991년 12월의 어느 밤, 아쓰기에서 6학년 아쓰유키가 납치당하고 2천만엔을 준비하라는 연락이 온다. 그즈음 요코하마에서는 네살 아동 나이토 료의 납치 사건도 발생한다.
아동동시유괴 사건으로 세상은 떠들썩해진다. 부모는 애타고 경찰은 총력 대응하지만 동시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인원과 장비마저 부족해진다.
다행히 아쓰유키는 가와사키의 창고에서 구하지만, 료는 끝내 찾지 못한다.

3년후, 1994년 12월.
7살로 자란 료가 집에 돌아온다.
시간이 흐르고 2021년 12월, 료는 기사라기 슈라는 훈남의 인기화가가 되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후,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던 그의 유괴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동을 인질로 돈을 요구하는 아동유괴는 잔혹한 일이다. 유괴범들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고, 설사 무사히 돌아온다 해도 평생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러나 료는 사라진 3년 동안, 깔끔한 옷차림에 읽고 쓸 줄 알았고, 그림실력은 늘었으며 예의범절도 몸에 배어서 아이러니하게도 유괴당하기 전보다 더 잘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료는 공백의 3년 동안 누구와 살았을까?
시간은 지났지만 과거 유괴사건을 취재하는 이들에 의해 사건은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소설은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여러 시간대를 번갈아 보여주며 전개된다.
각각의 전개방식과 시점은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점점 하나로 집중되어 가는 데, 후반부까지도 사건의 실체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추리소설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사실은 휴먼 드라마였음을, 그리고 왜 이 책의 제목이 '존재의 모든 것을' 인지를.

540페이지에 달하는 긴 책이었지만 시간을 넘나들며 각 인물들의 성격적 특성이 잘 드러나고 이야기의 긴장감도 놓치지 않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감동을 묵직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readbie
#존재의모든것을 #시오타다케시
#리드비 #리뷰어클럽리뷰 #리뷰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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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2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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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실버센류' 라는 창작분야가 있다.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즐기기를 바라며 전국실버타운협회에서 매해 개최하고 있는 공모전 이름이다.

이 책에는 응모작과 입선작 88수가 담겨있는 데,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그림일기 같은 크레파스풍의 삽화와 함께 기존의 책들과는 반대로 페이지를 넘기게 되어 있으며, 싯구들도 모두 세로로 쓰여져 있다. 이 방식이 추억을 더 돋게 하고 정감도 더 크게 느껴진다.

노화와 나이듦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이 책에 실린 노인들의 이야기는 쿨하다 못해 유쾌하다.
<늘 실패없는 할아버지 전매특허
자기 비하 유머> 라는 데, 자신의 약점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은 유머와 위트의 최상위 단계이다. 그 최상위 유머를 구사하는 노인들, 우리의 할매할배들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처음 간 사우나, 힐링을 원했건만
부정맥 왔다'

'셀프 계산대 앞, 얼어붙은 사람들
죄다 할배들'

'아내 이름을 불렀던 것 같은데
고양이가 왔다'

'저승에서는 말도 걸지 말라는
아내의 엄명'

'머리도 없는데 이발소 왜 가느냐
아내가 묻는다'

'보이스 피싱
당할 정도의 돈이 내 통장엔 없다'

'들었던 것 같은데
알았던 것 같은데
했던 것 같은데'

'치매 예방차 구입한 그 책
벌써 세 권째'

'안 나가면 귀찮다고
나가면 싸다닌다고
뭘 해도 혼난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옆에 있던 딸에게 읽어도 주었다.
그런데, 딸은 나 만큼 웃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짓는다. 나만 재밌다보다.
노인들의 위트있는 말의 속뜻을 나는 안다. 나도 지금 겪고있고 곧 겪을 일이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 공경과 감사의 대상이었으며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인지라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노인의 수도 많고, 경제발전 이후를 살아 온 고학력자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일본의 이런 분위기가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노인이 되는 것이 그리고 나이듦이 마냥 슬프고 눈물나는 일이 아닌 인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유쾌한 노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인생의 경험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질 때 개개인의 행복도가 더 커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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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의 미래를 바꿔왔는가?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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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구상에서 삶을 시작한 이후로 세상에는 수많은 이데올로기들이 생겼고 사라져 갔다.
그중 가장 오랜시간, 전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는 것은 단연 자본주의이며 지금까지 다수 나라의 주요 이데올로기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역사를 이끈 주요국들의 역사를 지정학적 위치와 함께 살펴보며 자본주의 미래를 예상해 본다.

에스파냐는 최초로 대서양을 건너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은과 작물, 재화를 가져왔다. 이는 유럽의 경제질서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상업자본주의의 시작이 되었다.
청어무역과 직물산업이 발달한 네덜란드는 신용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동인도회사가 세워졌고, 그 결과 빚도 재산이 되는 신개념이 생겨났다.
영국은 조세제도를 개혁하고 국민대상의 국채를 발행하며 정부는 재정을 확보하고 국민은 재산증식을 할 수 있었다. 증기기관의 개발은 산업혁명을 궤도에 올리며 면직물, 철광석, 석탄 판매로 큰 수익을 얻는다.
프랑스는 대혁명으로 신분, 종교에 무관하게 사유재산의 소유를 인정받게 되면서 온전한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유럽은 점점 제국주의화 되어 타국에 횡포가 심해졌고 부작용도 드러났다.
러시아는 위로부터의 개혁에는 한계에 부딪히며, 마르크스 정치집단 볼셰비키의 지도자 레닌을 중심으로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소련으로 재탄생했다.
영국, 프랑스보다 약했던 독일에는 파시즘의 광풍이 불며 나치즘 경제가 시작되었는데 자본과 산업을 정부통제 아래 두고 군수산업에 의존했다. 2차대전 후, 분단되고 자본주의에 편입된 서독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지금은 세계 최강국 미국이지만 한때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대륙횡단철도와 파나마운하를 지으며 세계 무역을 주도하고 자본주의 경제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켜보며 뒤늦게 뛰어든 아시아의 중국, 한국은 어떨까?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의 경제정책은
낙제였고, 새 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은 신 자유주의와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워 성장을 이뤄갔다. 그러나 과도하게 간섭하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해외 기업들의 철수를 불러왔고 서구 자본주의의 견제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한국전쟁 후, 세계 최빈국이 된 한국은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신화, 도농격차, 수도권 인구과밀 등의 문제가 생겼고 저출산으로 이어지며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잠식되고 있다.

역사는 동시대를 살고있는 이들에게는 장단점과 잘잘못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을 때야 좀더 명징해지는 것이 역사다.
자본주의는 유발 하라리가 '인류 최초의 종교' 라고 할 만큼 인간 본성에 가까운 이데올로기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수정되고 변하면서 지속되어 오고 있다. 미래에는 자본주의 정신이 어떻게 변하고 수정되며 인간사를 이어갈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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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 달달북다 7
예소연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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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추억의 한 장면이 된 교실이 보인다. 교실에 가득 차있는 학생들과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연신 부채질을 해도 흘러내리는 땀에 기운빠지던 그 시절 한여름의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교칙도 엄격하고 선생님들도 엄했던 시절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춘기 아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고, 몸도 마음도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불안정하다.

그 교실에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포기한 빨강머리 또라이 명태준이 있었다. 선생님께 반발하고, 반 아이 하나를 타깃으로 삼으면 돈도 뺏고 괴롭히기도 하는 그런 아이다
마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에서 본 장면처럼 누군가는 괴롭히고 누군가는 괴롭힘을 당하던 때.
내가 타깃이 되고 싶지 않아 모두 모른 척 외면하지만 , 마음속 깊이 분노를 일으키는 그런 존재는 어느 시대든 어느 집단이든 항상 있었다.

동미는 태준에게 돈을 뺏기던 석진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신, 자신의 집에서 심부름을 시키며 둘은 친해지기 시작한다. 그 마음이 동정인지 호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미는 바보같게만 보였던 석진이 단단한 아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낀다.
어느 날, 태준이 석진과 동미를 모욕한다. 그동안 태준이 반 아이들을 괴롭히던 것에 분노를 참아오던 동미는 볼펜으로 태준의 목을 찌른다. 누군가, 한번은 용기를 내야 만 변할 수 있는 상황을 동미가 만들었다
그동안 침묵해왔던 반 아이들은 어느 누구도 태준을 돕지 않는 방식으로 태준에게 저항한다. 고여있던 썩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길지 않은 스토리지만 이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불안정한 십대의 청춘, 마음속 불안으로 어긋나는 모습들, 각자의 방식으로 드러나는 울분, 그럼에도 조용히 피어나는 이해와 공감과 관심의 모습들.
교실은 십대만의 세계가 아닌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언제나 시간은 흐르고, 영원한 지배는 없다. 평화와 폭풍은 늘 오고간다. 청춘의 마음도 세상도 그렇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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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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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에세이를 쓴다는 건, 벌거숭이의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이제껏 살면서 내가 가지고 싶었던, 내가 만들어 왔던 나의 이미지라는 옷을 벗어 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
그것은 홀가분하면서도 겁나는 행동이다.
이 책의 저자 김재원 아나운서가 바로 그 용기를 냈다.
그 과정은 엄마를 추억하면서 시작한다.

모든 사람에게 엄마란 애틋한 존재다.
자라면서 엄마와 함께 한 수많은 기억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그립고 아련해진다. 어릴 때 또는 사춘기때는 그렇게나 싫었던 것들 조차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어 엄마의 고마움과 사랑을 배가시킨다. 시간은 추억의 밥인가 보다.

사람들 모두 엄마에 대한 기억들이 있듯, 반듯하고 단정한 이미지의 저자가 기억하는 엄마는 어떤 모습일 지 궁금했다.
그런데 첫번째 장부터 그의 이야기는 마치 소설의 클라이맥스를 연상시킨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13살때 세상을 떠나셨다.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창 보살핌도 필요할 나이에 엄마가 떠났다는 것만으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후의 삶을 연상할 수 있다. 많이 외롭고 힘들었겠구나. 전부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의 마음속 빈자리는 느낄 수 있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들은 빨리 철이 든다. 스스로 해내는 일이 많아지고,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하며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엄마없는 아이라는 것이 오명이 되지 않도록 그의 아버지는 애썼고, 그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려고 애썼다. 아들도 아빠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았다.

시간은 흘러흘러 이제 그도 결혼을 하고 아들을 키우는 아빠가 되었다.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바삐 살아왔지만 이제는 지나간 시간속의 엄마와 아빠를 그리워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만큼 어른이 되었다.
그저 성인이 아닌 부모가 되고 나서야 깨닫는 부모의 마음들이 있다. 본인보다 자식을 더 위하며 살았으면서도 늘 부족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미안한 마음,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더 많이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들은 부모가 되지 않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이제 그는 엄마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미안해진다.

남들보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들은 생각한다.
자신때문에 엄마가 미안해할까봐, 아빠가 미안해할까봐 미안하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그 분들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그 아들은 좋은 아들이자 좋은 아빠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너무 아름다워서 서글퍼지는 책이었다.
내 안에 깊이 있던 기억들이 소환되며 그의 이야기와 함께 가슴이 아려왔다.
세상의 수많은 부모와 자식들이 수천년간 이런 내리사랑을 반복하며 이어왔고, 지금도 이어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고귀한 마음에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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