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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평점 :
자전적 에세이를 쓴다는 건, 벌거숭이의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이제껏 살면서 내가 가지고 싶었던, 내가 만들어 왔던 나의 이미지라는 옷을 벗어 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
그것은 홀가분하면서도 겁나는 행동이다.
이 책의 저자 김재원 아나운서가 바로 그 용기를 냈다.
그 과정은 엄마를 추억하면서 시작한다.
모든 사람에게 엄마란 애틋한 존재다.
자라면서 엄마와 함께 한 수많은 기억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그립고 아련해진다. 어릴 때 또는 사춘기때는 그렇게나 싫었던 것들 조차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어 엄마의 고마움과 사랑을 배가시킨다. 시간은 추억의 밥인가 보다.
사람들 모두 엄마에 대한 기억들이 있듯, 반듯하고 단정한 이미지의 저자가 기억하는 엄마는 어떤 모습일 지 궁금했다.
그런데 첫번째 장부터 그의 이야기는 마치 소설의 클라이맥스를 연상시킨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13살때 세상을 떠나셨다.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창 보살핌도 필요할 나이에 엄마가 떠났다는 것만으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후의 삶을 연상할 수 있다. 많이 외롭고 힘들었겠구나. 전부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의 마음속 빈자리는 느낄 수 있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들은 빨리 철이 든다. 스스로 해내는 일이 많아지고,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하며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엄마없는 아이라는 것이 오명이 되지 않도록 그의 아버지는 애썼고, 그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려고 애썼다. 아들도 아빠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았다.
시간은 흘러흘러 이제 그도 결혼을 하고 아들을 키우는 아빠가 되었다.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바삐 살아왔지만 이제는 지나간 시간속의 엄마와 아빠를 그리워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만큼 어른이 되었다.
그저 성인이 아닌 부모가 되고 나서야 깨닫는 부모의 마음들이 있다. 본인보다 자식을 더 위하며 살았으면서도 늘 부족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미안한 마음,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더 많이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들은 부모가 되지 않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이제 그는 엄마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미안해진다.
남들보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들은 생각한다.
자신때문에 엄마가 미안해할까봐, 아빠가 미안해할까봐 미안하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그 분들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그 아들은 좋은 아들이자 좋은 아빠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너무 아름다워서 서글퍼지는 책이었다.
내 안에 깊이 있던 기억들이 소환되며 그의 이야기와 함께 가슴이 아려왔다.
세상의 수많은 부모와 자식들이 수천년간 이런 내리사랑을 반복하며 이어왔고, 지금도 이어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고귀한 마음에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