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2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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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실버센류' 라는 창작분야가 있다.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즐기기를 바라며 전국실버타운협회에서 매해 개최하고 있는 공모전 이름이다.

이 책에는 응모작과 입선작 88수가 담겨있는 데,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그림일기 같은 크레파스풍의 삽화와 함께 기존의 책들과는 반대로 페이지를 넘기게 되어 있으며, 싯구들도 모두 세로로 쓰여져 있다. 이 방식이 추억을 더 돋게 하고 정감도 더 크게 느껴진다.

노화와 나이듦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이 책에 실린 노인들의 이야기는 쿨하다 못해 유쾌하다.
<늘 실패없는 할아버지 전매특허
자기 비하 유머> 라는 데, 자신의 약점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은 유머와 위트의 최상위 단계이다. 그 최상위 유머를 구사하는 노인들, 우리의 할매할배들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처음 간 사우나, 힐링을 원했건만
부정맥 왔다'

'셀프 계산대 앞, 얼어붙은 사람들
죄다 할배들'

'아내 이름을 불렀던 것 같은데
고양이가 왔다'

'저승에서는 말도 걸지 말라는
아내의 엄명'

'머리도 없는데 이발소 왜 가느냐
아내가 묻는다'

'보이스 피싱
당할 정도의 돈이 내 통장엔 없다'

'들었던 것 같은데
알았던 것 같은데
했던 것 같은데'

'치매 예방차 구입한 그 책
벌써 세 권째'

'안 나가면 귀찮다고
나가면 싸다닌다고
뭘 해도 혼난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옆에 있던 딸에게 읽어도 주었다.
그런데, 딸은 나 만큼 웃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짓는다. 나만 재밌다보다.
노인들의 위트있는 말의 속뜻을 나는 안다. 나도 지금 겪고있고 곧 겪을 일이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 공경과 감사의 대상이었으며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인지라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노인의 수도 많고, 경제발전 이후를 살아 온 고학력자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일본의 이런 분위기가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노인이 되는 것이 그리고 나이듦이 마냥 슬프고 눈물나는 일이 아닌 인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유쾌한 노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인생의 경험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질 때 개개인의 행복도가 더 커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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