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민낯 - 서른아홉 겨울 80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나다
김현주 지음 / 이담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유달리 마음이 번잡하다. 하나씩 정리하려 해도 하나를 버리면 또 하나가 생긴다. 그렇게 자꾸만 주변에 잡동사니들이 하나 둘 쌓이더니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그럴 때 드는 생각, 떠나자!

여행을 가서 좋은 건. 눈 앞에 일상이 보이지 않아서라고 했다. 해야 할 업무도, 어지러운 집도, 실랑이 벌일 사람도 없는 곳으로 떠나면 몸도 마음도 리프레쉬 될 수 있다. 여행은 그런거다.
예쁜 옷들 잔뜩 싸들고 가서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떠나서 다 버리고 오는 것 그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와야 한다.

작가는 스스로를 회피형이라고 했다.
사회는 회피형을 다소 못마땅해 하지만 회피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인 것을.
여행은 실제로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하루하루가 무겁고 다리 아픈 날들의 연속이다.
서른 아홉의 나이에 80일이나 유럽여행을 떠나려면 얼마나 큰 용기와 체력과 정신력과 돈이 필요한데, 젊은이도 '집에 가고 싶다' 소리를 저절로 하게 된다. 이런 일 저지를 수 있는 추진력이 멋지다.

마음껏 즐기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이 제대로 즐긴다. 이것저것 생각하는 게 많으면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나는 생각이 많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작은 베낭 하나메고 정처없이 걷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생각만 했다. 난 용기도 체력도 추진력도 부족하고 나를 내려놓고 즐길 준비도 안 되어서다.

제목만 보면 이 책은 여느 여행책처럼 여행지 소개하고 '어딜 가니 좋고, 어딜 가니 별로더라' 라고 쓰였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실은 삶과 일상과 일상으로 부터의 도피인 여행에 대한 고찰이었다. 오롯이 적힌 마음 이야기가 내 마음같았다.
아마 대다수 현대인의 마음이겠지.
80일간의 유럽여행은 80일동안 유럽에서 마음과 생각투어를 하고 번뇌를 버리고 온 기간이리라.
유럽에 가면 제주도가 가고 싶듯, 어딘들 어떠하리. 그저 일상을 떠나 나의 민낯을 드러내고 다니는 게 중요하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리스티안, 니나와 제이크는 부부이고
릴리와 니나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이다.
니나는 최근 엄마가 시력이 멀어지고 암까지 생기자 엄마의 간호로 남편 제이크와 소홀해지며 두 사람은 다툼이 잦았다.

그런데 임신한 릴리가 숲으로 산책간 날, 니나의 남편 제이크를 우연히 만나고 그는 릴리를 추행하려 한다. 릴리가 그를 돌로 치고 도망친 후, 제이크는 실종되고 릴리는 매일 공포에 떨다 남편 크리스티안에게 자신이 경험한 일을 말한다.

이 이야기는 힘들게 임신한 릴리를 위해 제이크의 흔적을 지우려는 릴리, 크리스티안 부부와 실종된 남편 제이크를 찾으려는 니나의 시선에서 계속 서술된다.

독자는 그들과 함께 갑자기 실종된 제이크를 찾아다닌다.
그날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제이크는 살아있을까?
추리소설이 흔히 그렇듯, 일단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하며 그들의 말과 행동을 살핀다. 그들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놀라운 진실들이 드러난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시간 함께 한 혈육이나 배우자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보통 그들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기에 나에게는 더 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그들이 타인에게도 나한테 대하는 것처럼 대할까?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인간이다.
내가 알고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그래서 우리 속담에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 고 한 것 처럼.

뛰어난 몰입도로 끝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더불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미묘한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 힘의 대이동,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로빈 니블렛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차대전 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결 구도였던 시기를 냉전시대라고 했다.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시대라고도 말한다.

"미국이 지은 집에서 중국이 지은 밥을 먹는 " 한국은 싸드사태 때나 무역분쟁이 생길 때 마다 양 국가사이에서 힘든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마저 한국 정부와 기업의 지혜로운 대처에 달려있다고 할 정도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래 미중 양국의 경제적 관계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으나 곧 정치적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하더니 2012년 시진핑이 총서기가 된 후로는 한층 더 심해졌다.

현재까지 글로벌 경제의 정점은 여전히 미국이지만 트럼프 시절,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부담을 요구하며 동맹국과의 결속력에 금이 갔다. 각자도생의 시기를 연 것이다.
그 시기 중국은 초기 개발 도상국의 이점을 활용하여 경제적으로 급부상했다. 시진핑 일인 체제인 중국은 국가의 권리를 우위에 두고 글로벌 규범을 따르지 않으며 자신들의 방식대로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세계 중심에 세우려고 한다.
이것을 경계하는 미국은 경제적, 군사적 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유지중이다. 양국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이다.

과거 냉전시대와 달리 지금은 자국의 이익과 경제가 최우선이고, 중국은 소련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기에 앞으로의 상황을 더 예측할 수 없다.
미중은 앞으로 얼마나 더 갈등할 것인가?
미 대선 이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물론, 이 책은 미국의 시선으로 쓰여졌기에 우리의 상황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각을 보고 우리나라도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우리는 오랜시간, 강대국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저력이 있다. 저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세계 정세에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믿고 싶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한국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핑, 별게 다 행복 - 내일은 내일의 파도가 온다 아잉(I+Ing) 시리즈
박수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모로 몸치인 나 같은 사람에게 서핑은 헐리웃 영화나 하와이 관광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강원도 양양이 서핑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길래 이제 우리 나라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구나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힘든 시간을 보내며 조증이 오고 코로나 시기까지 겹치자 몸도 마음도 힘든 상태로 남해에서 서핑을 배웠다.
파도가 좋은 날은 해 뜰 때 부터 해 질 때까지 종일 물속에서 산다는 데, 이것을 그들만의 전문 용어로 '물박' 이라고 한단다.
다른 취미들보다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어쩌다 만난 최고의 파도데이에는 정말 그러고 싶을 것 같다.
내일의 파도를 기다리며 힘든 하루하루중 좋은 날을 꿈꾸는 희망이 되어준 것이 서핑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양수에서 머물다 태어난 인간은 본능적으로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 물에서 자연의 흐름인 파도에 몸을 맡기고 물과 하나가 되는 서핑, 바다와 함께 친구가 되게 해주고 그러다 물에 빠지면 빠지는 대로, 죽죽 해변까지 오면 오는대로 즐거운 스포츠가 서핑이다.
그래서인지 우울증이 있거나 ptsd를 겪는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며 많이 밝아진다고들 한다.

책에는 서핑의 준비물부터 기초용어, 동작, 에티켓, 주의점, 서핑숍 이용법, 서핑 성지, 파도의 종류 등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상세한 설명을 본인의 경험담과 함께 실어 두었다. 진정 서핑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제목만 봐도 서핑을 얼마나 즐기는 지 느껴지는 책을 보면서 그제야 나도 서핑이 굉장히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최소한의 도구와 자신의 힘만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서핑이 작가에게는 최고의 친구였던 것이다.
눈 앞에 서퍼들이 바다를 즐기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바다가 보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항복의 길 -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향한 카운트다운
에번 토머스 지음, 조행복 옮김 / 까치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8월15일 광복절이 있었다. 우리에게 이 날은 식민지에서 벗어난 광복의 날이고, 세계 대전을 치룬 국가의 입장에서는 항복의 날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과정의 이야기이며 책 표지에서 볼 수 있듯 원자폭탄의 이야기이다.

2차대전 말기에 일본은 패전을 예상했지만 좋은 조건의 항복을 궁리하고 있었고, 연합군은 무조건 항복시키려는 작전들로 서로가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1945년 7월 26일 연합국은 포츠담 선언으로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지만 항복은 없었다.
8월6일 인류의 첫 원자 폭탄인 리틀보이가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다. 그리고 사흘 뒤 나가사키에 두번째 원자폭탄인 팻맨도 투하되었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은 8월 9일 “전쟁의 괴로움을 빨리 끝내기 위하여 원자폭탄을 사용했다" 고 선언했고, 엄청난 원자폭탄의 위력에 두려움을 느낀 일본의 히로이토 천황은 8월15일 항복을 공식 선언했다.

첫번째 원자폭탄 투하일에서 겨우 20여일 전 7월 16일 로스앨러모스에서 첫 폭발에 성공한 원자폭탄은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본 본토에 투하되어 수많은 인명을 죽이며 마무리되었다.

핵폭탄과 관련하여 우리는 오펜하이머와 트루먼 대통령을 알지만 이 면에 또 다른 이들도 있었다.
핵폭탄 투하 여부와 시간, 장소를 결정한 미국 전쟁부 장관 헨리 스팀슨. 그는 애초에 물망에 오른 옛 도읍 교토는 지키고 싶어했다.
태평양 전략폭격 사령부 수장 칼 스파츠,
그는 처음에 핵폭탄 사용을 반대했으나 결국 필요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핵폭탄 투하 전 부터 항복을 주장하고 천황을 설득한 일본 외무대신 도고 시게노리가 그들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워낙 끔찍한 일이라 양측의 결정권자들도 희망적인 생각과 심리적 부인에 빠졌고, 승자들에게도 마음의 평안을 보기는 어렵다.

전쟁과 인명살상의 현장 앞에서 한없이 고뇌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처음부터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너무 원론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는 것이 전쟁이다. 그래서 전쟁 이야기는 항상 슬프다. 그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