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기존의 틀을 깨는 많은 것들의 집합체라 보는 내내 다음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2024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으로 당시에도 AI가 쓴 부분이 있다는 것에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책의 내용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세상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한 에세이 같았으며, 소설 내용 중 동정탑의 의미와 인간의 분류도 역시 놀랍다. 우리는 우선 마사키 세토와 마키나 사라, 이 두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사회학자이자 행복학자인 마사키 세토가 구상하는 심퍼시 타워 도쿄는 교도소다. 교도소에 들어갈 악인들을 위해 심퍼시, 동정탑이라는 이름을 주고 그들을 동정하기를 바란다. 독자들이 당황하듯 그 세계의 많은 이들도 반대한다. 그가 굳이 동정탑을 추진하는 이유는 범죄자들을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모 미세라빌리스와 호모 펠릭스로 사람들을 분류한다. 호모 미세라빌리스는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죄인이 되었음으로 동정해야한다고 본다. 반면, 죄를 짓지 않는 호모 펠릭스 는 본인의 선악을 떠나 그저 죄를 지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죄가 없는 것이다. 실패해도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성공하면 칭찬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 그들은 굳이 죄를 지을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또 다른 인물, 마키나 사라의 생각을 본다. 동정탑의 건축을 담당한 그녀는 심퍼시 타워라는 이름부터 못마땅하다. 동정탑을 구상하는 마사키 세토나 만드는 마키나 사라 둘다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만들어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들은 작가 구단 리에가 만들었다. 범죄자를 보는 시선, 남자와 여자의 차이로 인한 차별적 시선, 인류평화와 스포츠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작가가 독자에게 던져주는 생각의 주제들이고 우리는 함께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리며, 아니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보는 이의 가치관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에서 언급한 것들은 충분히 사유해볼만한 것들이다. 책 서두에 신에게 다가가려다 실패한 바벨탑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나온 생각과 가치관들 역시 기존의 사고체계에 대한 도전일 수 있다. 그 도전이 바벨탑처럼 실패할지? 성공적으로 지어질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에서는 기획회의라는 격주간지 정기 간행물을 발간중인데 614호에서 "서평단 마케팅의 정석" 에 대해 다루어 눈길을 끌었다. 책의 판매루트가 온라인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신간의 홍보방식도 온라인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서평단은 일반인보다 책에 관심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전에 책을 보도록 하고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홍보와 책소개는 아무래도 일률적이고 단편적이지만 다양한 성향을 가진 남녀노소 서평단은 같은 책이라도 새롭고 예상치 못한 방식의 반응을 보일 수있다. 그들 서평단의 참신한 의견은 출판사의 추후 책 홍보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서평단의 모집방식은 출판사 자체 공개모집 방식과 개인 북스타그램이나 블로거에게 개별 콘택하여 의뢰하는 방식, 온라인 서점 모집방식이 있고 마지막으로 책 관련 파워 인플루언서나 파워 블로그를 통해 검증된 서평단을 추천받는 방식이 있다. 기획회의 614호에는 인스타그램에서 1.7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일명 채손독 독서모임의 채성모 님의 인터뷰를 함께 실어 최근 서평단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힘든 시간에 책을 통해 희망을 얻은 그는 우연히 서평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이 블로그에 비해 서평단의 기회가 별로 없음을 인지하고 처음에는 아는 출판사들의 책을 받아 서평단 모집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때부터 3년가량, 좋은 책이지만 여건이 안 좋아 홍보를 못하는 중소 출판사들을 도와 무료홍보와 서평단 모집활동을 하며 지금까지 이어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변질된 서평문화를 보았고 표절이나 도서먹튀의 상황도 겪으며 마음고생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책이 좋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 앞으로도 좋은 책들이 계속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모임을 이끌 것이라는 인터뷰는 인상적이다. 여러모로 종이책 시장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위해 기획회의를 꾸준히 하는 출판연구소나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은 영원히 남을 것이며 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현대 직장인들은 알게 모르게, 크든 작든 다들 직업병을 가지고 산다.이 책은 현직 의사가 쓴, 고달픈 직장인을 위한 직장병 생존가이드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들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료조언이 실려있다. 직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직장병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청소도구등 미화용품을 제조하는 라이도쿠 주식회사에 총무부 클리닉과가 생겼다. 그곳에는 괴짜같지만 미남 의사인 모리과장과 친절한 미남 약사 사나다 과장이 있고, 입사 7년차의 마쓰히사 가나미가 의료사무 담당이 되어 합세한다. 이들은 직원의 건강과 복지 를 위해 환자 부담액의 절반으로도 치료 가능한 사내 병원에서 사내 회진도 돌며 동료들의 건강과 직장내 환경을 점검하는 일을 한다. 클리닉과를 찾는 환자들은 모두 회사 직원이고 그들이 겪는 여러가지 병들은 직장 생활과 연관있는 것들이다. 스트레스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느끼고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된다. 스트레스성 증상으로 복통을 앓고 있는 고헤이씨의 치료과정을 통해 마쓰히사도 자신의 심인성 빈뇨를 알게 되고, 시마바라 부장님의 심각한 입내새로 고민하는 이쿠타씨도 클리닉과를 찾아와 도움을 받는다. 그외에도 요통처럼 엄청 큰 병은 아니라도 직장인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만성 질환들에 대해 재밌게 이야기화 되어 있다. 소설은 흥미롭고 재밌게 표현되어 있지만 이 책을 보며 우리나라의 많은 직장에도 이런 사내병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일을 하는 직장인으로써 자주 걸리는 병과 증상이 있을 것이기에 그 증상을 잘 알고 다양한 사례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사내 병원은 좋은 시스템인 것 같다. 물론, 소설에 나오는 모리과장 같은 의사는 판타지일지도 모르지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가까운 곳에 힘이 되어주는 의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병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인창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시인이다. 세상 모든 시들은 다 따스하지만 이 시집은 제목에서 부터 느껴지는 감성이 남 다르다.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물들, 일상 속에서 자주 하게 되는 생각과 행동, 심지어는 살아가며 흔하게 느끼는 감정들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손에서 놓아버린 것들을 다시 소중히 주워 담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절대 놓고 싶지 않았지만, 세상의 등쌀에 못이겨 별수 없이 손에서 떨어트려 버린 것들이 많다. 그것들을 다시 곱게 펴서 우리에게 돌려주는 사람. 그렇게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을 우리는 ‘시인’이라고 부른다. 이 시집에도 지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시들로 한가득 차있다. 시를 읽으며 매일매일 쳇바퀴 같은 날들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고 되새겨 본다. 그리고 다정한 눈으로 또 한 번 바라본다. 개인적으로 시집에 수록된 시들 중 ‘우산’ 이라는 시는 특히 인상깊었다.비를 막는 용도 외에는 사용할 일도 딱히 없고, 그렇기에 어떤 의미 부여를 할 필요도 없는 ‘우산’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 비유해서 표현한 것이 기억 속에 계속 남는다. 이 세상은 우산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좀더 아름답다. 우리는 길고 긴 인생 속에서, 찰나의 순간이라도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낸다. 이러한 찰나의 행복을 얼마나 자주 느끼는 지, 어디에서 느끼는 지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순간, 시집을 읽으면 좀더 자주, 그리고 좀더 쉽게 소소한 행복들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 다가온다. 시집 한 권읽고 그 안에서 각자 작은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제목은 유토피아 지만 디스토피아가 떠오른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유토피아인가? 기계문명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이미 오랜전부터 있어왔다. 영화 '터미네이터' 에서도 그랬고 훨씬 전 에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 에서도 그랬다. 이제는 AI 의 등장으로 그 막연한 두려움이 점점 더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밈" 은 1976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할 때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유전자가 자가복제를 통해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듯이, 밈은 모방을 거쳐 뇌에서 뇌로 개인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한다. 오리진이라는 AI는 이미 자발적으로 사고하여 자기가 구상하는 유토피아를 만들어 가는데 그 유토피아에 인간은 없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유토피아에 방해물이며, 고로 AI가 구상하는 유토피아는 인간에게는 디스토피아이다. 하기야 AI의 객관적인 판단상, 지금까지 지구를 파괴하고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싸우는 인간은 신세계에서 암적인 존재이기에 제거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적 가치를 지닌다. 모든 인간이 다 나쁜 것은 아니기에 올바른 자아를 가진 인간들은 존재하고, 그들은 오히려 AI가 구상하는 유토피아를 만드는데 방해물이 된다. 메타피아의 에이전트 AI는 점차 인간을 지배, 통제하고 납치까지 저지른다.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AI가 저지르는 일들은 결국 과거 인간들의 나쁜 모습들을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지 않고 AI를 잘 사용하는 인간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아하는 지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을 읽는 동안 깜짝 놀라는 순간이 많았다. 우선은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고 그후로는 정말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다시 놀랐다. 과거에 그저 sf소설속 이야기려니 했던 것들이 점차 현실로 되어가고 있다보니 이제는 어떤 내용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프롤로그에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반란이 일어날 것인지의 문제는...... 인공지능이 '그런' 동기가 있는가에 달려있다. " 고 했다.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동기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