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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평점 :
<연애 시대의 종말 - 비비언 고닉 (지은이), 홍한별 (옮긴이) 엘리 2026-07-09>
♡
처음 읽어 본 비비언 고닉의 글이었다. 무려 30여 년 만에 번역된 책이라고 하지만, 전혀 오래된 글이라는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대를 초월한 인류 공통의 화두인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
책에는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등장한다. 아는 작품보다 모르는 작품이 훨씬 많았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작품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동시에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져 행복한 고민에 빠졌고, 소개되는 작품들을 먼저 읽어본 뒤 이 책을 만났더라면 더 풍성하게 읽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무엇보다 익숙한 작품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읽어내는 비비언 고닉의 통찰이 무척 인상 깊었다.
버지니아 울프, 이디스 워튼, 조지 엘리엇, 진 리스, 샬럿 브론테, 윌라 캐더, 한나 아렌트, 래드클리프 홀, 그레이스 페일리, 레이먼드 카버, 레프 톨스토이, 귀스타브 플로베르 등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비비언 고닉의 비평은 문학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주었고, 사랑과 인간에 대해 한층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주었다.
사랑은 시대가 바뀌어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감정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와 함께 달라진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인간을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재밌는 거겠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나고, 또 그 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소개된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었다.
✴︎ 쇼팽 본인은 작가가 된 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자기는 글이 한 번에 나오거나 아니면 아예 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실제로는 아마추어리즘의 증거일 것이다. 사실 작가의 삶은 온통 수정, 오직 수정이 아닌가? 고치지 않고 어떻게 생각이 또렷해지고 작품이 깊어지나? 어떻게 통찰에서 지혜로 나아가나? 어떻게 사물을 둘러가며 보고 핵심으로 들어가나? 열린 창으로 흘깃 내다보는 게 아니라 세계 전체를 창조하나? (67)
✴︎ 결국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감정을 이해하더라도 삶에 통합하지 못하면 오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감정을 부인하고 감정의 힘을 무시하면, 완전히 망한다.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