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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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 시그리드 누네즈 (지은이), 민승남 (옮긴이) 엘리 2021-12-07>

1968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그녀들이 대학 룸메이트로 만난다. 한 사람은 비교적 평범한 환경에서 자랐고, 다른 한 사람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 채 시대의 변화와 여러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뭐랄까. 사람은 무엇으로 관계를 맺고, 무엇을 남기며 살아가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주인공이 지나온 사람들과 관계, 선택과 그 이후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은 담담해 보이는 듯 하지만, 서술되지 않는 감정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누군가를 사랑했다고 해서 그 관계가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까웠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 멀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모든 이들은 누군가 서로의 삶에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너도, 모두.

읽으면서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보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아주 중요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기억 속의 사람이 되어 있고, (게다가 나쁜 의미로) 반대로 별것 아닌 인연처럼 보였던 사람이 의외로 오래 마음에 남아 있기도 하니까.

제목에서 어떤 부류의 마지막 사람이라는 것은 결국 한 시대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결국은 개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나가버린 시간과 한 세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개인과 사회를 떨어진 시각으로 바라볼 순 없으니까. 타인의 삶을 읽었지만, 내가 살아온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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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꿈의 선물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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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지은이), 폴커 미헬스 (엮은이), 박종대 (옮긴이) 문학동네 2026-08-25>

♡
이 책은 꿈이라는 것이 단순히 잠을 자며 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헤세가 꿈을 기록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기억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바라본달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꿈을 꿨을 때 나도 그런 식으로 뭔가를 자꾸 바라보게 된달까.

그런데 막상 책을 읽다 보면 꿈의 이미지와 헤세의 생각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아름답고 깊이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깊이 안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자주 하는 편이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지금의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질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했던 헤세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되면서도, 모든 내면의 움직임을 반드시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꿈은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내가 평소에는 지나쳤던 감정이나 기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건 아닐까, 나만해도 꿈을 꾸고 나면 왜 이런 꿈을 꿨는지 분석하고 앉아있으니 말이다 ㅎㅎ

아직 이 책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헤르만 헤세가 꿈을 통해 찾으려 했던 자아와 영혼의 세계가 내게는 조금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닐 테다. 언젠가 다시 읽으면 지금과는 다른 문장이 마음에 들어올 수도 있겠지. 이번 독서에서는 책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만족감보다는, 내가 무엇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지, 그리고 내 마음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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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피너츠 에디션) - 할 말은 많지만 쓸 만한 말이 없는 어른들을 위한 숨은 어휘력 찾기 ㅣ 하루 한 장 필사 노트
유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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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피너츠 에디션)- 유선경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4-03-28>

♡
시작하기에 앞서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을 한 번 필사한 적이 있다. 하핫…!
「하루 한 장 나의 표현력을 위한 필사 노트」를 신청한다는 게 나의 실수로 그만 이 책을 다시 신청하게 되었다.
여튼, 감사하게도 다시 시작한 필사책.

그런데… 왜 새롭죠?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죠…?
왜 또 이렇게 좋은 거죠?

진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또 깨달았다.

2년 전에 필사했던 책이라 날짜까지 고스란히 적혀 있는데, 그때와 지금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이래서 필사를 하라고 하나 보다.
기억을 못하니까… 그리고 같은 문장도 내가 달라지면 다르게 읽히니까.

그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문장이 다시 마음에 들어온다.
당시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적었던 글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가령 2024년 12월 11일에 적었던 유선경의 산문 중,

“사람은 자기 세계 밖에 있는 상대의 언어를 ‘당장’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때도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니, 지난 2년 동안 쌓인 시간과 경험 때문인지 그 문장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이번에 다시 필사하면서 한 가지 생각도 들었다.

필사를 ‘필사책 완성’에 목적을 두는 순간, 나를 위한 필사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필사가 될 수도 있겠구나.

조금 삐뚤어도 되고, 더러워져도 되고, 예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는 데서 끝내지 않고, 마음에 걸리는 문장을 마음껏 뜯어보고, 생각해보고, 결국 나의 언어로 다시 만들어보는 것.

그게 나를 위한 필사가 아닐까 싶다.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문장을 다르게 읽는 것처럼,
앞으로 또 시간이 흐른 뒤 이 책을 펼치면 나는 또 다른 문장을 발견하게 되겠지.

그나저나 피너츠 에디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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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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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 발레리 페랭 (지은이), 장소미 (옮긴이) 엘리 2026-05-27>

♡
엘리 북클럽의 두 번째 책으로 읽은 #발레리페랭 의 #일요일에잊힌사람들

첫 페이지는 필리프 젤뤼크의 글을 인용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 늙었다는 것은 다른 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젊었었다는 것이다.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3년째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스물한 살의 여자, 쥐스틴 네주. 쌍둥이 형제였던 아버지와 삼촌은 각자의 아내와 함께 탄 차 사고로 모두 세상을 떠났고, 쥐스틴은 사촌 동생 쥘과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아간다. 쥐스틴은 요양원에 있는 엘렌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엘렌의 과거와 쥐스틴 자신의 현재가 두 개의 이야기로 교차하며 펼쳐진다. 엘렌의 삶부터 내 부모님의 삶,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오래전 교통사고에 얽힌 비밀까지. 하나씩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흡사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두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동안 솔직히 두 서사 사이의 연결고리가 조금 미약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엘렌의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이것이 과연 쥐스틴의 이야기와 어떻게 이어질까 하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이야기를 연결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쥐스틴의 변화가 아니었을까.

쥐스틴은 그동안 낯선 이와의 하룻밤처럼 상대의 이름조차 궁금해하지 않는 피상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왔다. 타인의 삶에도, 자신의 삶에도 더 깊이 들어가지 않은 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쥐스틴이 엘렌의 삶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기록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끝까지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상처와 사랑, 후회와 선택까지 함께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사실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타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던 쥐스틴은 어느 순간 자신의 삶도 들여다보게 된 게 아닐까? 그동안 외면하고 모른 척했던 부모님의 사고와 그 사고를 둘러싼 진실. 엘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이 단순히 한 노인의 지나온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었고,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과 마주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제목처럼, 일요일에 잊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잊힌 사람, 혹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지워버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기억해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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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 지친 영혼을 위한 동심 처방 ㅣ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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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 이서희 (지은이) 리텍콘텐츠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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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예전에는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동화는 오히려 어린이의 마음을 잃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순수함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을 계속해 뒤로 미루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프롤로그 중)

이 문장처럼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자신의 마음을 자꾸 뒤로 미루곤 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했다. 다섯 개의 ‘마음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을 차례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part 1. 함께할 때야 빛나는 것, ‘우리의 반짝이는 우정과 사랑’ 중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행복한 왕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뒷이야기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만난 이야기는 어린 시절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마음과 그 안에 담긴 사랑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원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part 2. 진심의 아름다움, ‘마음과 영혼이 지닌 순수한 강인함’ 중 엘리너 파전의 「줄넘기 요정」

이도우 작가님이 번역한 엘리너 파전의 글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이 책에서 또 다른 작품을 만나 반가웠다. 「줄넘기 요정」은 동화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필리버스터’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유명한 예시와도 연결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과 함께 새로운 상식까지 얻을 수 있어 더욱 기억에 남았다.

part 3. 상상을 뻗어 자유로운 세계로, ‘무지갯빛 찬란함 너머’ 중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읽는 동안 자꾸 내 아이들이 떠올랐고, 삐삐의 모습을 이해하다가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삐삐가 내 아이라면 어떨지, 나 역시 삐삐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며 여러 상상을 하게 되었다.

✴︎ 인생은 경험을 쌓기 위한 여행이지,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야. (117)

이 문장은 삐삐의 자유로운 삶을 바라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어주었다. 인생을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경험을 쌓아가는 여행으로 바라보면, 아이와 어른 모두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art 4. 내 심장으로 마주하는 모험, ‘오직 나만의 신비로운 순간’ 중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보물섬」은 단순한 모험 이야기를 넘어 욕망과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 욕망은 우리를 바다로 밀어내지만, 같은 바다 위에서도 누군가는 탐욕으로 무너지고 누군가는 성장합니다. 그래서 이 항해의 시작에 앞서 묻겠습니다. 당신이 지금부터 찾으려는 보물은 금화인가요, 아니면 그 보물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인가요? (169)

이 문장을 읽으며 보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찾는 것은 정말 금화일까, 아니면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일까. 생각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라서 「보물섬」 역시 원작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part 5. 우리의 성장을 닮은 이야기, ‘마음 깊숙이 자라온 가치’ 중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피노키오」가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잘못하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과정은 누구나 겪는 성장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래서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읽어보지 않은 동화가 많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동시에 동화가 전하는 가치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다는 것도 다시 느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의미와 감정이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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