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도 놀랐던 ‘폭발‘의 순간, 그들은 혐오가 돈이 된다는 걸 알아버렸다.

최신 소식을 계속 알려주는 이 기능은 ‘뉴스피드‘였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를 지인이 모두 참석하는 끝없는 파티로 소개했다. 그런데 누구나 남의 디지털 생활을 속속들이 볼 수 있는 팬옵티콘panopticon에 강제로 들어 간다고 느낀 사용자들이 있었다. 페이스북 여기저기서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반대하는 학생들‘ 같은 그룹이 생겨났다. 이들이 어떤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룹 가입이 곧 뉴스피드에 반대한다는 신호였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룹에 가입할 때마다, 뉴스피드가 그 사용자와 친구관계인 모든 사용자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친구가 마우스를 누르면 그 친구도 그룹에 가입할 수 있고, 그러면 다시 이 친구의 친구들에게 피드가 갔다. 몇 시간 만에 뉴스피드에 반대하는 그룹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한 그룹은 첫날에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겼고, 한 주 만에 거의 100만 명에 이르렀다.
사용자 가운데 실제로 그룹에 가입한 사람은 소수였다. 하지만 뉴스피드가 빠르게 퍼지면서 압도적 다수처럼 보였다. 설렁설렁 누른 ‘그룹 가입‘을 뉴스피드가 ‘뉴스피드에 반대한다‘나 ‘페이스북을 혐오한다‘ 같은 열띤 목소리로 바꿔놓았다. 겉으로는 분노가 널리 퍼진 듯 보여도, 실제로는 착시현상이었다. 그런데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는 순응하려는 본능이 흐른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문제에 의견이 하나로 모였다고 생각할 때 그 뜻을 따를뿐더러 그런 정서를 자기 것으로 체화한다.
머잖아 분노가 행동으로 바뀌었다. 페이스북 고객센터에 이메일이 빗발쳤다. 다음 날 아침에는 위성 TV 트럭들이 페이스북의 팰로앨토 사무실을 에워쌌다. 경찰이 이렇게 큰 논란을 일으킨 기능을 꺼달라고 요청할 만큼 항의 시위자가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뉴스피드를 중단해야 한다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 진정하고 한숨 놓으세요"라고 무뚝뚝한 공개 사과를 내놓고서야 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런데 페이스북 임직원들이 역설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사용자들이 비난한 바로 그 서비스 덕분에 사용자들의 분노가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일어난 그런 증폭은 페이스북 사용자는 물론이고 경영진까지 깜빡 속여 플랫폼에서 가장 큰 목소리가 모든 사람을 대표하는 목소리라고 잘못 인식하게 했다. 또 곧 사그라지고 말았을 분노를 활활 타오르는 들불로 키웠다.

그런데 이런 증폭이 또 다른 큰 영향을 미쳤다. 사용자 참여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높이. 소셜미디어 산업은 사용자 참여도가 성공의 주요 척도다. 더군다나 페이스북은 야후의 10억 달러짜리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이 오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으므로, 뉴스피드가 일으킨 왜곡을 그저 묵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팔 벌려 반겼다. 그리고 곧이어 누구에게나 가입을 허용했다(정확히는 아동 보호를 위해 만 13세 이상으로 연령을 제한한다). 직장인으로 사용자를 확장하려 할 때는 거의 꿈쩍도 하지 않던 사용자 증가율이 600~700%까지 폭발했다.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머무는 평균 시간도 가파르게 늘었다. 겨우 13개월 뒤인 2007년 가을,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껑충 뛰어 150억 달러가 되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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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갈라파고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괴짜들이 모였고, 괴짜들을 용인하며, 괴짜들을 재생산했다.

#실리콘밸리 #실리콘갈라파고스 #벤처자본주의

샌타클래라밸리가 산업의 세 가지 필수 요소인 인재, 자금, 기술을 계속 유입하면서도 바깥세상에 영향받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유별난 자금 지원 관행, 즉 벤처 자본주의였다. 월가 자금은 대부분 샌타클래라와 거리를 뒀다. 외부 자본가 눈에는 반도체 제품이 너무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시장도 몹시 불투명했다. 장래성 있는 아이디어를 가려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엔지니어뿐이었다. 바로 이들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댔다. 새로운 제품이 설계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신제품 개발 사업으로 쏠쏠하게 돈을 번 엔지니어들이 지분을 받는 대가로 실패 위험을 무릅쓴 종잣돈, 즉 벤처 자본을 댔다.
투자 계약은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유능한 벤처 자본가들은 대개투자 손실을 막고자 이사회에 참석하고, 경영진을 선정하고, 더 나아가 창업자에게 조언도 건넸다. 이들은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 즉 지인 또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 자금을 대는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고립된 종일수록 다음 세대에서 형질을 더 뚜렷하게 발현하듯, 성공한 엔지니어 부류마다 자기네 강점, 편견, 맹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반도체가 회로판으로, 컴퓨터로, 인터넷으로, 소셜미디어로 발전하는동안, 각 기술이 몇몇 벼락스타를 배출했고, 이들이 다시 다음 벼락스타들에게 자금과 조언을 건넸다. 이 집단은 그 과정에서 상업적, 문화적 갈라파고스로 남아 경영 방식, 성공 요인, 기업이 고객과 세상에 져야 할 책임과 관련한 아주 독특한 관행을 마음대로 발전시켰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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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경험, 삶의 무게에 짓눌린 경험. 아이는 그렇게 자기 보호의 껍데기 속으로 들어간다.

숙고하지 않은 성인기의 성격은 유년기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태도·행동·정신적 반사작용으로 이루어지고,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어린 시절의 유기적 기억을 되도록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유년기의 유기적 기억을 우리는 ‘내면아이inner child‘라고 부른다.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신경증은 내면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진화한 전략들이다. (여기서 ‘신경중neurosis‘은 임상적 의미가 아니라 본성과 사회화 사이의 균열을 가리키는 일반 용어다.)유년기에 겪는 상처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 기본 범주로 일반화할 수 있다. 1) 무시당하거나 버림받은 경험,
2) 삶의 무게에 짓눌린 경험이다.
‘잠정 인격provisional personality‘이란 연약한 아이가 존재의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취하는 연속적인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행동과 태도는 5세 이전에 형성되며 ‘자기보호‘라는 공통된 동기를 가지고 놀랄 만큼 다양하게 전략적으로 변화하며 정교해진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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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생각을 나눌 어른이 없어서 방황하는 것.. 누가 어떻게 다가가 말을 건넬 텐가

무기력한 아이들의 공허감은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자기 세계에서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데서 심화된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놀아주는 친구를 제외하고 상담해줄 만한 타인이 부족하다. 나와 함께 세계와 미래를 논하고 나를 상처주지 않으며 거울에 비쳐줄 수 있는 대상의 결핍으로 인해 아이들은 공허 속에 계속 머물러있어야 한다. 부모가 채워주던 세계를 벗어나 자신의 세계로 나아가야하는 전환기에 이 결핍은 허무와 부재로 남는다. 라캉이 ‘나는 너다‘라고 한 것처럼 한 사람의 정체성은 타인인 수많은 ‘너‘를 경험하며 ‘나‘를 형성하는데 정말 중요한 ‘너‘의 기근으로 인해 아이들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기에 멘토나 은인은 ‘너‘를 일깨우는 중요한 대상이자 사다리다. 현명한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좋은 멘토를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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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말 걸어주는 믿을 만한 단 한 사람의 어른. 우리 시대의 문제는 그 한 사람의 결핍이다.


많은 아이들이 무기력해진 이유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내지 못해서거나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아이를 도와서 위기를 이겨낸 과정에 대한 내용인데 특히 위기를 이겨낸 아이들에 대한 연구는 지난 몇 십 년간 지속되어 왔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에미 베르너 Emmy E. Werner와 루스 스미스Ruth S. Smith의 연구인데 그들이 제시한 ‘위기를 이겨낸 사람들의 7가지 보호 인자‘ 가운데는 주변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즉, 책임 있는 보호자가 한 명 있고, 지지적인 관계망이 주변에 뻗어 있으며, 관심을 보인 어른이 가족 말고도 있었다. 또 행복한 결혼생활과 만족스러운 직업, 신앙생활 등이 회복탄력에 기여한 요인들이었다. 사람들로 이루어진 관계망, 특히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주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나도 진료실에서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너를 따뜻하게 해주는 어른, 의지하고 싶은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니?"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아이가 없다고 대답한다. 엄마는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거나 자기보다 더 힘들어해서 의지하기 어렵고, 아버지는 잘해주기는 하지만 친밀한 사이가 아니고, 학교 선생님들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 말은 곧 현재 무기력한 아이들은 주변에 따뜻한 한 명의 어른이 없다는 말이다. 부모를 포함해서 아이들 주변에 있는 사람은 온통 차가운 어른들뿐이고 학교나 종교·지역 단체에서 찾기도 힘든 실정이다. 아이들의 생활은 극히 단조로워서 집, 학교, 학원의 삼각 포스트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결국 만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위기를 이겨낼 자원이 없어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쉽게 무기력 상태로 진입할 수밖에 없어진다. 아이들 말대로 인터넷과 친구가 유일한 에너지 보급원인데 근근이 버틸 수는 있지만 힘차게 차고 일어날 정도의 힘은 되지 못 한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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