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갈라파고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괴짜들이 모였고, 괴짜들을 용인하며, 괴짜들을 재생산했다.

#실리콘밸리 #실리콘갈라파고스 #벤처자본주의

샌타클래라밸리가 산업의 세 가지 필수 요소인 인재, 자금, 기술을 계속 유입하면서도 바깥세상에 영향받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유별난 자금 지원 관행, 즉 벤처 자본주의였다. 월가 자금은 대부분 샌타클래라와 거리를 뒀다. 외부 자본가 눈에는 반도체 제품이 너무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시장도 몹시 불투명했다. 장래성 있는 아이디어를 가려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엔지니어뿐이었다. 바로 이들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댔다. 새로운 제품이 설계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신제품 개발 사업으로 쏠쏠하게 돈을 번 엔지니어들이 지분을 받는 대가로 실패 위험을 무릅쓴 종잣돈, 즉 벤처 자본을 댔다.
투자 계약은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유능한 벤처 자본가들은 대개투자 손실을 막고자 이사회에 참석하고, 경영진을 선정하고, 더 나아가 창업자에게 조언도 건넸다. 이들은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 즉 지인 또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 자금을 대는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고립된 종일수록 다음 세대에서 형질을 더 뚜렷하게 발현하듯, 성공한 엔지니어 부류마다 자기네 강점, 편견, 맹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반도체가 회로판으로, 컴퓨터로, 인터넷으로, 소셜미디어로 발전하는동안, 각 기술이 몇몇 벼락스타를 배출했고, 이들이 다시 다음 벼락스타들에게 자금과 조언을 건넸다. 이 집단은 그 과정에서 상업적, 문화적 갈라파고스로 남아 경영 방식, 성공 요인, 기업이 고객과 세상에 져야 할 책임과 관련한 아주 독특한 관행을 마음대로 발전시켰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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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경험, 삶의 무게에 짓눌린 경험. 아이는 그렇게 자기 보호의 껍데기 속으로 들어간다.

숙고하지 않은 성인기의 성격은 유년기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태도·행동·정신적 반사작용으로 이루어지고,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어린 시절의 유기적 기억을 되도록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유년기의 유기적 기억을 우리는 ‘내면아이inner child‘라고 부른다.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신경증은 내면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진화한 전략들이다. (여기서 ‘신경중neurosis‘은 임상적 의미가 아니라 본성과 사회화 사이의 균열을 가리키는 일반 용어다.)유년기에 겪는 상처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 기본 범주로 일반화할 수 있다. 1) 무시당하거나 버림받은 경험,
2) 삶의 무게에 짓눌린 경험이다.
‘잠정 인격provisional personality‘이란 연약한 아이가 존재의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취하는 연속적인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행동과 태도는 5세 이전에 형성되며 ‘자기보호‘라는 공통된 동기를 가지고 놀랄 만큼 다양하게 전략적으로 변화하며 정교해진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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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생각을 나눌 어른이 없어서 방황하는 것.. 누가 어떻게 다가가 말을 건넬 텐가

무기력한 아이들의 공허감은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자기 세계에서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데서 심화된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놀아주는 친구를 제외하고 상담해줄 만한 타인이 부족하다. 나와 함께 세계와 미래를 논하고 나를 상처주지 않으며 거울에 비쳐줄 수 있는 대상의 결핍으로 인해 아이들은 공허 속에 계속 머물러있어야 한다. 부모가 채워주던 세계를 벗어나 자신의 세계로 나아가야하는 전환기에 이 결핍은 허무와 부재로 남는다. 라캉이 ‘나는 너다‘라고 한 것처럼 한 사람의 정체성은 타인인 수많은 ‘너‘를 경험하며 ‘나‘를 형성하는데 정말 중요한 ‘너‘의 기근으로 인해 아이들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기에 멘토나 은인은 ‘너‘를 일깨우는 중요한 대상이자 사다리다. 현명한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좋은 멘토를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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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말 걸어주는 믿을 만한 단 한 사람의 어른. 우리 시대의 문제는 그 한 사람의 결핍이다.


많은 아이들이 무기력해진 이유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내지 못해서거나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아이를 도와서 위기를 이겨낸 과정에 대한 내용인데 특히 위기를 이겨낸 아이들에 대한 연구는 지난 몇 십 년간 지속되어 왔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에미 베르너 Emmy E. Werner와 루스 스미스Ruth S. Smith의 연구인데 그들이 제시한 ‘위기를 이겨낸 사람들의 7가지 보호 인자‘ 가운데는 주변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즉, 책임 있는 보호자가 한 명 있고, 지지적인 관계망이 주변에 뻗어 있으며, 관심을 보인 어른이 가족 말고도 있었다. 또 행복한 결혼생활과 만족스러운 직업, 신앙생활 등이 회복탄력에 기여한 요인들이었다. 사람들로 이루어진 관계망, 특히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주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나도 진료실에서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너를 따뜻하게 해주는 어른, 의지하고 싶은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니?"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아이가 없다고 대답한다. 엄마는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거나 자기보다 더 힘들어해서 의지하기 어렵고, 아버지는 잘해주기는 하지만 친밀한 사이가 아니고, 학교 선생님들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 말은 곧 현재 무기력한 아이들은 주변에 따뜻한 한 명의 어른이 없다는 말이다. 부모를 포함해서 아이들 주변에 있는 사람은 온통 차가운 어른들뿐이고 학교나 종교·지역 단체에서 찾기도 힘든 실정이다. 아이들의 생활은 극히 단조로워서 집, 학교, 학원의 삼각 포스트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결국 만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위기를 이겨낼 자원이 없어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쉽게 무기력 상태로 진입할 수밖에 없어진다. 아이들 말대로 인터넷과 친구가 유일한 에너지 보급원인데 근근이 버틸 수는 있지만 힘차게 차고 일어날 정도의 힘은 되지 못 한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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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해 보이는 일이지만 학교에 혹은 집까지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잘 왔다‘는 느낌을 주는 환대가 첫 단추다.

아이들의 등교와 귀가는 환영의 의례가 되어야 한다. 환대 여부는 환영에서 판가름이 난다. 환영받는 존재라는 느낌, 인사를 해주는 것, 잘왔다고 해주는 것이 환대의 핵심이다. 그리고 정말 아이들이 온 것은환영해줄 만한 일이다. 환영의 방식은 다양하다. 온 것을 알아주는 일부터 오늘도 잘 지내보자는 하이파이브,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달라는 당부, 혹시 중간에 가고 싶으면 꼭 말하라는 안내까지,
친절함은 환영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아침부터 괜히 오지 말아야할 곳에 와 있다는 느낌, 빨리 나가고 싶은 곳에 할 수 없이 얹혀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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