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선한가, 그리고 진보하고 있는가.
천년의 정글 시대를 잊고, 고작 70년의 ‘태평성대‘만으로 너무 쉽게 인간의 본성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우리 조부모 생애 동안 일어났다. 겨우 75년 전 히틀러는 유럽을 초토화시키고, 스탈린은 강제적인 집산정책으로 수백만 명을 굶주리게 하고, 일본군은 난징에서 학살과 강간을 자행하고, 수백만 명이 동부와 중부 유럽에 설치된 가스실에서 처형되고, 미국은 일본 도시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교적 평화롭고 풍요로운 민주정체를 몇십 년 동안 누리고 나서 대부분은 인류가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전쟁, 빈곤, 폭정, 개인의 잔혹함과 집단적 잔혹함, 부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로 점철된 천년을 보내고 나서 갑자기 몇십 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걸쳐 인간의 본성이 덜 폭력적이고 덜 호전적이고 보다 남을 배려하고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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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 중독을 낳는다.

연구자들은 중독에 더욱 취약하게 되는 공통적인 위험 요인을발견했다. 그 요인은 유전적 변이와 스트레스, 사회적 실패,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받은 학대나 방관 같은 생활환경이다. 이런 요인을 지닌 사람들은 불편감이나 우울을 느끼다가 술, 마약, 설탕, 도박, 컴퓨터 게임, 그 밖에 짜릿한 행동이 일시적으로 우울을 떨쳐준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런 물질과 행동에 자주 의존하다가 신경통제체계와 다른 뇌 부위가 심하게 손상된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말한 악덕은 이 악순환을 의미한다. 자기 파괴적 습관들은 체질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점점 더 악화되며, 사회적으로 확산된다. 악덕의성좌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별들이 추가되고 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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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한 명은 중독인 시대를 살고 있다.
나의 ‘입문용 마약‘은 무엇이었을까


(게임에 빠진 남학생들의)컴퓨터 옆에 놓인 (소변용) 깡통은 중독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중독이란 용어는 대체로강박적인 마약 복용을 지칭했지만, 이후 40년에 걸쳐 개념이 확장되었다. 회고록 저자들은 자신이 도박, 섹스, 쇼핑,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고백했다. 독일의 성 치료사들은 인터넷 포르노를 젊은이들을 중독의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입문용 마약 gateway drug‘이라 불렀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는 한 사설에서 설탕이 ‘마약과 똑같은 방식으로‘ 중독성이 있다고 선언했다. 뉴질랜드의 한 젊은 엄마는 날마다 코카콜라를 10리터씩 마시다가 이가 다 빠지고 관상동맥질환으로 사망하여 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장쑤성에 사는 19세 학생은 무단결석을 일삼다가 인터넷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자기 왼손을 잘라버려 화제가 되었다. 중국 관리들은 청소년의 무려 14퍼센트가 비슷한 중독 상태라고 판단해 인터넷 중독 재활 캠프를 열었다. 한국과 일본도 이런 선례를 따랐다. 대만 국회의원들은 인터넷에 중독된 자녀를 방치하는 부모들에게 벌금형을 내리는 데 찬성하여, 미성년자의 흡연, 음주, 마약 복용, 베텔* 씹기를 금지하는 법을 개정했다. 베텔 씹기 외에 모든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 에 이미 미국인의 47퍼센트가 적어도 한 가지 행동이나 물질에 중독 장애를 보였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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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의 이유를 뇌과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운동을 안 하고,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이론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우리 뇌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억제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큰 계기가 있지 않는 한, 사람들은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습관화하는 것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조금 시도하다가 포기하기 십상이다.
이를 뇌과학 차원에서 설명하면 이렇다. 17장에서 소개했듯이 뇌가 어떤 행동을 지시하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신경세포끼리 연결된 회로에 전기가 흐르면서 진행된다. 전기 신호가 잘 전달될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거나 무엇을 배우는 과정을 쉽다고 느낀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행동이나 처음 보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는 이를 담당하는 뇌의 신경망에 전기 신호가 비효율적으로 흐른다. 그것을 우리 뇌는 이를 ‘불편하다‘ 내지는 ‘고통스럽다‘고
해석한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느낄 때 우리 뇌는 각종 호르몬을 통해서 포기하자는 마음이 들게 한다. 새로운 시도 가 거의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17장에서 소개했듯, 이 신경망 사이에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효율은 반복 학습할 때마다 증가한다. 신경세포 사이의 틈인 시냅스의 구조가 더 효율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한 사람들은 이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처음 수학을 접하고 힘들어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덧셈, 뺄셈을 배우고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초등학생, 방정식을 접하는 중학생, 그리고 미적분을 배우는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 보라. 하지만 매일 조금씩 반복 학습을 할 때마다 수학이 편안해진다. 수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신경망이 더 효율적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것을 업으로 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매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그것이 괴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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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29 0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유익한 공부였어요. 이미 인간들의 DNA에 생존본능과 결부되어 크리티컬 패스라는게 있자고 하더라구요. 이는 이성이 아닌 본능이지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기피대상입니다.ㅎㅎ
 

질소비료가 나오고 보릿고개가 사라지는 1970년대 전까지 인류는 배고픔에 길들어 있었고, 우리 뇌는 지금도 언제든 기근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디폴트로 여기고 있다. 우리 뇌에게는 그것이 편안한 상황이다.
단 음식을 찾고, 먹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먹는 것을 21세기의 건강과는 상관없이 우리 뇌는 명령하고 있다.


행복하게 살겠다는데 왜 그것이 건강에 안 좋다 는 것일까? 이 책의 2장에서 설명한 인류 역사 이야기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1970년 이전, 즉 인류 역사의 99.95%를 먹을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화해왔다는 것에 주목하자.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포도당이 많은 음식을 열렬 히 찾아다니고 필요 없는 운동을 삼가는 사람들이 자연 선택 된 것이다.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뇌도 덩달아 진화하니, 단맛을 접하면 뇌에서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50년간 세상은 바뀌었다. 현대 사회에서 뇌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만 따르다가는 과도한 영양섭취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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