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떠나보낼 수 있는 능력

정신분석가 파울 페르하에허Paul Verhaeghe는 "부모 역할에 얼마나 성공했는가는 자녀가 부모를 떠날 수 있는 능력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내 품을 떠나고 내게 빈둥지가 남았다는 것은 내가 자녀를 잘 키웠다는 증거다. 이제는 그 빈둥지에서 자녀가 찾아올 것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차례다. 다음 단계로 나아갔으니 새로운 준비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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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마음과 꺾을 줄 아는 지혜 사이.
꺾는 건 꺾이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공부 중‘ 푯말을 단 자녀를 부모가 마냥 기다려 주어서는 안 된다. 안쓰러움과 기대를 갖고 지켜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는 인생 후반기의 자원과 동력을, 자녀는 인생 전반기의 시간을 소진해버린다. 사랑으로 지켜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이 침몰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물론 중요하다. 노력해서 안 되는 일 이 없다는 말도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자녀의 목표와 능력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갭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차라리 스포츠 경기였다면 승패와 탈락이 분명한데, ‘공부 중‘ 푯말을 단 자녀는 기약 없이 도전하고 실패와 좌절을 반복할 수 있다. 누군가의 합격 소식이 들려오면 나에게도 성공의 순간이 찾아올 거라고 믿어본다. 지금 멈추거나 다른 길을 선택하면 인생이 망해버릴 것이라고 절박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닿을 수 없는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면 자신을 성찰하고 꺾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키는 능력이고 팔은 간절함"이라는 말이 있다. 어른이 되면 키는 더 자랄 수 없듯이 어떤 영역에서 자기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팔을 최대한 뻗어서라도 간절하게 더 높은 곳에 닿고 싶어 한다. 하지만 키가 더 자랄 수 없듯이 팔도 계속해서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아픈 사실을 이야기해주며 팔을 위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뻗어보자고 제안해보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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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위한다고 하는 일들이 사실은 부모들의 불안을 지우려는 몸부림 아닌가 줄곧 돌아봐야 한다.
아이들이 따라오는 것 같아도 언젠가 전이된 부모의 불안이 자녀들에게서 폭발하고 만다.

실제로 자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서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행여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한 상상을 지우기 위해 자녀에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내리고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라며 나아갈 방향을 가리킨다. 그 방향을 향해 자녀와 함께 뛰다 보면 부모는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들면서 불안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는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자녀에게 쏟아붓고 자녀가 그 불안을 뒤집어쓴 것이다.
자녀보다 세상을 잘 아는 부모는 많은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자녀 대신 필요한 시기에 삶의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자녀가 이를 거부하면 남들보다 잘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는데 왜 마다하느냐고 한다. 자녀를 위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이는 잘 키워야 한다는 욕심과 부모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무의식적인 노력이 결합한 행동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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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독재체제 중 어떤 것이 더 인간의 본성에 어울릴까. 자유만큼 책임져야 하는 자유주의와 자유를 희생하는 대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독재.
그 틈을 푸틴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다시 그런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독재체제는 안정적인 인간 실존의 여건일지도 모르고, 자유주의와 민주정체보다도 훨씬 안정적일지도 모른다. 독재체제는자유주의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핵심적인 요소들-질서와 강력한 지도력, 무엇보다도 가족, 부족, 국가가 주는 안전에 대한 갈망-에 호소한다.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인종이나 국적을 초월해 개인의 권리, 자유, 보편성, 평등, 사해동포주의와 관용을 표방한다면, 오늘날의 독재체제는 정반대 성향을 매우 전통적이고 유서 깊은 방식으로 표방한다. 결국 수 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이러한 전통을 전복하겠다고 약속한 새로운 이념이 자유주의였다. 그리고 자유주의가 표방하는 내용에 설득당하지 않은 이들은 자유주의에 적대감을 표했다.
...

오늘날 여론조사 결과가 맞는다면, 러시아의 "강한 지도 자" 유형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적어도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말이다. 푸틴은 "국제적 자유주의 민주정체"에 맞서는 "사회적, 문화적 보수주의 성향인 보통 사람들의 지도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해왔는데, 아 마 서구 진영을 포함해 전 세계에는 공산주의자를 자처했던 이들보다 그런 보통 사람들이 훨씬 많을지 모른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체제에 러시아가 효과적으로 침투하게 된 이유다. 러시아늘 서구 사회에서 진정으로 위험한 균열들을 이용해왔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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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누렸던 전후의 세계질서를 누가 어떻게 허물지, 우리는 21세기의 히틀러를 통제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알아볼 수 있을까.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나비의 날갯짓 같은 외신에도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다.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어쩌다 파산했냐는 질문을 받고 "서서히, 그러더니 갑자기"라고 대답한다. 두 차례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세계질서도 그런 식으로 무너졌고, 우리 시대의 세계질서도 그런 식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

정치학자 이반 크라스테프는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를 한다. "히틀러가 귀환하는 게 가능한지 여부는 더 이상 의문이 아니다. 그가 나타나면 우리가 그를 알아볼 수 있을지가 문제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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