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려는 너드들의 천국, 실리콘밸리가 ‘근친상간‘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

마거릿 오마라는 내게 "실리콘밸리에서는 사회 예절에 그다지 가치를 두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기묘함에는 너그러운데, 그건 기묘한 사람들이 실적을 입증한 것도 한몫 했죠. 그게 실리콘밸리 문화의 다른 모습이에요.
하나같이 망할 놈들 같다고나 할까요." 이런 전형은 실리콘밸리의 토대가된 쇼클리반도체연구소와 전자부품 제조사 휴렛팩커드에서 비롯했다. 두 회사 모두 고루한 직장 생활과 관리 구조를 경멸한 괴팍한 창업자들이 기틀을 잡았기 때문에 동부로 이전하지 못했다. 이들은 무자비하게 경쟁하고 위계라면 거품을 물고 질색하는 사무 문화를 만들어, 엔지니어들에게 완전한 재량권을 주고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또 점잔 빼는 IBM이나 벨연구소에서 일하기에는 성격이 너무 까다롭거나 자유분방하고 자기들처럼 반골기질이 넘치는 괴팍한 사람들을 채용했다. 그러다 보니 사방이 따지기 좋아하고 불도저 같은 중퇴자 천지였으므로, 실리콘밸리는 그런 성격을 천재의 징표로 받아들였다. 
대다수 산업에서는 그런 특이성이 시간이 지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세대가 바뀌며 희석되곤 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그렇듯, 벤처 자본주의가 모든 상황마다 문화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숨은 힘으로 작용했다. 엔지니어가 벤처 자본가가 되어 다음 세대를 주무를 엔지니어를 고르는 관행이 이어지자, 이념의 유전자 풀이 근친상간에 가깝게 좁아졌다.
오늘날에도 소셜미디어업계의 주요 인물은 거의 모두 네 다리쯤만 거치면 쇼클리와 연결된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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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용량 도파민 중독이라는 합법적 중독을 통해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고 있는 혼란 유발자들.

파커가 설명했듯이 페이스북의 전략은 냅스터의 전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다만 페이스북이 이용한 것은 음악 산업의 빈틈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었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 반영된 사고 과정의 핵심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시간과 주의력을 최대한 많이 소비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러려면 누군가가 사진이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았을 때 이따금 사용자를 도파민dopamine에 살짝 취하게 해야 합니다. ... 그러면 사용자가 더 많은 콘텐츠를 올릴 테고, 따라서 ‘좋아요‘와 댓글을 더많이 받겠죠." 
파커는 이런 현상을 ‘사회적 인정의 되먹임 고리 social-validationfeedback loop‘라 불렀다.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니 딱 나같은 해커가 떠올릴 만한 일이죠." 파커에 따르면 파커도 저커버그도 처음부터 이 약점을 알고서 이용했다고 한다.
...

도파민은 소셜미디어의 공범, 우리 뇌 내부의 첩자다. 그래서 스마트폰에도 슬롯머신처럼 화려한 알림 배지, 쉭 소리가 나는 효과음, 부드러운 진동이 가득하다. 이런 자극 자체는 신경학적으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행동과 짝을 이루면 자연스럽게 효과가 나타난다.
소셜 앱은 배고픔이나 탐욕보다 더 강력할 수 있는 충동인 연결 욕구를 장악한다. 이얄은 가상의 여성 바브라가 페이스북에 들어가 친척이 올린 사진을 보는 모습을 묘사한다. 더 많은 사진을 살펴보고 댓글을 달수록, 바브라의 뇌는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 나는 소리와 화면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에 결부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브라는 페이스북에서 사회적 연결을 바라는 욕구를 연상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행동으로 연결 욕구에 대응하지만, 실제로는 욕구를 좀체 충족하지 못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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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도 놀랐던 ‘폭발‘의 순간, 그들은 혐오가 돈이 된다는 걸 알아버렸다.

최신 소식을 계속 알려주는 이 기능은 ‘뉴스피드‘였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를 지인이 모두 참석하는 끝없는 파티로 소개했다. 그런데 누구나 남의 디지털 생활을 속속들이 볼 수 있는 팬옵티콘panopticon에 강제로 들어 간다고 느낀 사용자들이 있었다. 페이스북 여기저기서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반대하는 학생들‘ 같은 그룹이 생겨났다. 이들이 어떤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룹 가입이 곧 뉴스피드에 반대한다는 신호였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룹에 가입할 때마다, 뉴스피드가 그 사용자와 친구관계인 모든 사용자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친구가 마우스를 누르면 그 친구도 그룹에 가입할 수 있고, 그러면 다시 이 친구의 친구들에게 피드가 갔다. 몇 시간 만에 뉴스피드에 반대하는 그룹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한 그룹은 첫날에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겼고, 한 주 만에 거의 100만 명에 이르렀다.
사용자 가운데 실제로 그룹에 가입한 사람은 소수였다. 하지만 뉴스피드가 빠르게 퍼지면서 압도적 다수처럼 보였다. 설렁설렁 누른 ‘그룹 가입‘을 뉴스피드가 ‘뉴스피드에 반대한다‘나 ‘페이스북을 혐오한다‘ 같은 열띤 목소리로 바꿔놓았다. 겉으로는 분노가 널리 퍼진 듯 보여도, 실제로는 착시현상이었다. 그런데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는 순응하려는 본능이 흐른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문제에 의견이 하나로 모였다고 생각할 때 그 뜻을 따를뿐더러 그런 정서를 자기 것으로 체화한다.
머잖아 분노가 행동으로 바뀌었다. 페이스북 고객센터에 이메일이 빗발쳤다. 다음 날 아침에는 위성 TV 트럭들이 페이스북의 팰로앨토 사무실을 에워쌌다. 경찰이 이렇게 큰 논란을 일으킨 기능을 꺼달라고 요청할 만큼 항의 시위자가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뉴스피드를 중단해야 한다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 진정하고 한숨 놓으세요"라고 무뚝뚝한 공개 사과를 내놓고서야 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런데 페이스북 임직원들이 역설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사용자들이 비난한 바로 그 서비스 덕분에 사용자들의 분노가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일어난 그런 증폭은 페이스북 사용자는 물론이고 경영진까지 깜빡 속여 플랫폼에서 가장 큰 목소리가 모든 사람을 대표하는 목소리라고 잘못 인식하게 했다. 또 곧 사그라지고 말았을 분노를 활활 타오르는 들불로 키웠다.

그런데 이런 증폭이 또 다른 큰 영향을 미쳤다. 사용자 참여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높이. 소셜미디어 산업은 사용자 참여도가 성공의 주요 척도다. 더군다나 페이스북은 야후의 10억 달러짜리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이 오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으므로, 뉴스피드가 일으킨 왜곡을 그저 묵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팔 벌려 반겼다. 그리고 곧이어 누구에게나 가입을 허용했다(정확히는 아동 보호를 위해 만 13세 이상으로 연령을 제한한다). 직장인으로 사용자를 확장하려 할 때는 거의 꿈쩍도 하지 않던 사용자 증가율이 600~700%까지 폭발했다.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머무는 평균 시간도 가파르게 늘었다. 겨우 13개월 뒤인 2007년 가을,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껑충 뛰어 150억 달러가 되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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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갈라파고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괴짜들이 모였고, 괴짜들을 용인하며, 괴짜들을 재생산했다.

#실리콘밸리 #실리콘갈라파고스 #벤처자본주의

샌타클래라밸리가 산업의 세 가지 필수 요소인 인재, 자금, 기술을 계속 유입하면서도 바깥세상에 영향받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유별난 자금 지원 관행, 즉 벤처 자본주의였다. 월가 자금은 대부분 샌타클래라와 거리를 뒀다. 외부 자본가 눈에는 반도체 제품이 너무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시장도 몹시 불투명했다. 장래성 있는 아이디어를 가려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엔지니어뿐이었다. 바로 이들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댔다. 새로운 제품이 설계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신제품 개발 사업으로 쏠쏠하게 돈을 번 엔지니어들이 지분을 받는 대가로 실패 위험을 무릅쓴 종잣돈, 즉 벤처 자본을 댔다.
투자 계약은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유능한 벤처 자본가들은 대개투자 손실을 막고자 이사회에 참석하고, 경영진을 선정하고, 더 나아가 창업자에게 조언도 건넸다. 이들은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 즉 지인 또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 자금을 대는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고립된 종일수록 다음 세대에서 형질을 더 뚜렷하게 발현하듯, 성공한 엔지니어 부류마다 자기네 강점, 편견, 맹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반도체가 회로판으로, 컴퓨터로, 인터넷으로, 소셜미디어로 발전하는동안, 각 기술이 몇몇 벼락스타를 배출했고, 이들이 다시 다음 벼락스타들에게 자금과 조언을 건넸다. 이 집단은 그 과정에서 상업적, 문화적 갈라파고스로 남아 경영 방식, 성공 요인, 기업이 고객과 세상에 져야 할 책임과 관련한 아주 독특한 관행을 마음대로 발전시켰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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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경험, 삶의 무게에 짓눌린 경험. 아이는 그렇게 자기 보호의 껍데기 속으로 들어간다.

숙고하지 않은 성인기의 성격은 유년기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태도·행동·정신적 반사작용으로 이루어지고,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어린 시절의 유기적 기억을 되도록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유년기의 유기적 기억을 우리는 ‘내면아이inner child‘라고 부른다.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신경증은 내면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진화한 전략들이다. (여기서 ‘신경중neurosis‘은 임상적 의미가 아니라 본성과 사회화 사이의 균열을 가리키는 일반 용어다.)유년기에 겪는 상처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 기본 범주로 일반화할 수 있다. 1) 무시당하거나 버림받은 경험,
2) 삶의 무게에 짓눌린 경험이다.
‘잠정 인격provisional personality‘이란 연약한 아이가 존재의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취하는 연속적인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행동과 태도는 5세 이전에 형성되며 ‘자기보호‘라는 공통된 동기를 가지고 놀랄 만큼 다양하게 전략적으로 변화하며 정교해진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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