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뭔가 컨디션이 좋아서 오늘은 뭘 해도 일이 잘 풀리겠다 싶었다. 컨디션이라는 게 뭔가. 내 경우 딱히 기준이 없다. 굳이 본다면 몸 상태를 쓱 스캔해보는 것. 그중에서도 눈꺼풀. 잠을 더 안자도 될만큼 눈이 맑은가 그렇지 않은가. 지난밤 늦게까지 딴짓을 했는데도 수면부족으로 괴롭지 않은 상태. 그런 아침은 흔치 않은 법인데 마침 오늘이 그랬다. 그래서 그랬나. 지나친 낙관은 일을 그르치는 건가. 아침부터 어떤 십자팔 퀴즈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야말로 개떡같은 난이도였다. 온갖 수를 다 써서 퍼즐을 맞춰갔는데 딱 한 문제가 답이 없는 것이다. 뭐 답이야 있겠지만 세상엔 답이 없는 게 따로 있다. 몰상식과 파렴치로 돌똘 뭉친 주최측의 어떤 얼빠진 출제자.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제를 낼 수가 있단 말인가. 적어도 검색 몇번 해보면 나올 수있는 상식적인 문제를 내야 할 것 아닌가. 정답이 폭주하더라도 어차피 자기들 주머니 사정 한도내에서 결국(고작) 10명만 추려낼 거 아닌가. 내가 무식해서 못푸는 게 아니라 이건 어느 누구라도 짜증을 넘어 분노게이지가 솟구치게 되어있다. 사람 약올리려는 의도가 아니고선 이럴 순 없다. 이런 식이면 기업(?) 이미지만 나빠지고 감정적으로 반감만 쌓일 뿐이다. 도대체 누구에게도 좋을 일이 없는 것이다. 하여간 오늘 하루종일 이 문제와 씨름하다가 결국 두 손 들었다. 그리고나서 응모를 했다. 두 발까지 든 것이다. 치욕과 오욕을 두 발로 받쳐든 채 오답으로 응모를 했다. 인생 막장까지 간다는 기분으로 결연했다. 아, 그리고 막판에는 덤으로 이런 서비스를 받았다. 그 사이트에서 심심풀이 엿같은 이벤트(삼행시)가 또 있길래 이거라도 먹고 떨어지겠다는 심정으로 정성껏 지어 올렸는데 아무리 해도 등록이 안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아 그리고 또 있다. 이건 다른 업체와의 일인데 제휴카드라는 걸 발급 받기 위해 상담원과 통화를 했는데 지금의 나는 자격요건이 안된다는 것이다. 되는 게 없다. 없지만 그런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무사하다. 이참에 허탈함이나 느껴볼까. 모든 걸 떠나 또 이렇게 하루가 간다는 게 좋다. 나에겐 오지 않은 내일이 있고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