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고 진창이다. 입이 열 개가 아닌 것에 감사한다. 책을 읽지 못하면 일기를 쓰게 될 것이고 일기를 못쓰면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돈을 벌려면 나를 버려야 한다. 그게 두려워 술을 마셨다. 너무 마시게 되었다. 어떻게 된 최면이 너무 쉽게 걸리니 세상이 자신있고 내 기분도 자신있게 된 것이다. 오가던 필름이 몇 차례 끊기면서 그사이 뇌가 두부처럼 부서진 것 같다. 일그러진 두부를 회복하기 위해 자위가 필요하지만 이젠 그것도 약발이 없다. 읽기와 쓰기는 나를 망쳐 왔다. 듣기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말하기인가. 세상밖으로 나가야 한다. 아니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건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정확히 발음해야 한다. 우중충해선 안된다. 밝고 당당한 발음과 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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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7-03-22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읽고 나니 문득 이승우 소설 ‘전기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ㅎ

소설의
‘나‘는 실직 상태고, 바깥일을 하는 아내 대신 집안일을 하다 보니 이제 완연히 이력이 붙은 남성인데

어느 날, 아내의 강력한 요청으로, 고객에게 책을 읽어 주러 가잖아요.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어떤 대저택으로.

그곳으로 향하는, 그 ‘나‘의 심사가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아무려나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파이팅!

(근데 뼈다귀해장국이 먹고 싶어여 어떡하져....)

컨디션 2017-03-22 23:22   좋아요 1 | URL
아 이승우 소설에 그런 게 있었군요. 책 읽어주는 남자.. 대저택에 살면서 자력으로는 책읽을 상황이 안되는 노인이(맞나요) 느낄 불행감조차 낭만적인 거 아닌가 싶고..^^

저는 술 때문에 인생 망쳤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는 싫은가봐요.ㅎ 너무 당연한 욕심인데 그 당연한 욕심을 이젠 두려워하기까지 하니.ㅠㅠ
예. 파이팅 해야죠. 한수철님이 파이팅 하라면 엉망인 발음으로도 자신감이 붙을 거 같아요.^^

뼈다귀해장국 좋죠. 소주 땡기게 하시네ㅎㅎ 저는 갑자기 보쌈이 먹고싶은데 일말의 책임을 지시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