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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마이클 케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5년 4월
평점 :
<인터스텔라>가 개봉했을 때 사람들의 입에서 주로 나온 얘기가, 어렵다..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간다..였던 걸로 아는데..
나는 그 무렵(아니 그 이전) <그래비티>를 입체안경으로 경험했다. 13000원(?)짜리 우주여행의 쾌감으로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그 여파로 나는 이런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제 더이상의 우주여행은 없다, 이걸로 끝이다. 내 인생에 다시는 그런 공포를 돈 주고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마음 단단히 먹었다. 그러니까 감동은 아주아주 깊었고 그만큼 오래도록 유효했다. 그러니 인터스텔라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어렵다, 이해가 안간다, 일색이었으니 망정이지- 망정이지??) 인터스텔라 안보기로 했다. 워낙에 우주나 SF에 장르에 무지하니 관심도 궁금증도 아쉬움도 없기로는 식은 죽 먹기보다 편했다. 그러던 어느날(바로 어제였지 싶다) 난 드디어 인터스텔라를 보기에 이른다. 보게 된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원래 나에게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머피의 법칙'과 같아서 '일어날 일이니까 일어난다'. 하루 중에 가장 심신이 까무라치기에 좋은 시간에 봤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도 없다. 영화는 당연히 이해가 안갔다. 주연배우가 마이클 케인이고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사실도 리뷰 상품검색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 영화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답답하다. 이 영화. 영생을 거듭하는(피터팬처럼 늙지않는?) 한 초월적 인간의 우주 방랑기인가? 그냥 책장을 사이에 둔 부녀지간의 숨바꼭질? 아니면, 한 소녀의 천재성과 그로인한 망상이 빚어낸 도취적 인생회한?
가장 나빴던 장면을 꼽으라면 토성 주변을 비행하고 있다면서 하늘(?) 높이 야구공이 그려지던 장면이고, 가장 좋았던 장면은 드론을 쫓아 옥수수 밭을 가로질러 달리는 장면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나의 영화 식성(?)은 지극히 아날로그다. 영화의 대사 절반은 상당한 우주이론지식이 없으면 이해를 할 수 없는 것들 천지인데, 그런 거 다 감안하고라도 그냥 단어로만 기억나는 몇 개를 나불댈까 하다가 속이 쓰릴려나 싶어서 관둔다. 장장 세 시간에 걸쳐 뜬 눈으로 억지로 밤을 지새는 눈꺼풀을 하고 앉아 본 영화치곤 거의 졸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내 체력이 점점 상승선을 타고 있나? 그럴리가. 하찮기만 인간의 삶이 시간의 지배를 뛰어넘어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그런 터무니 없는 믿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그것이 놀라움 그 자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는 것. 그것을 내가 알게 되었다고? 그럴리가? 그럴리가.